인솜니악의 카타나

* 과거 연성 백업본입니다.

* 소재 제공: 활님 (@broadleaf_Fore)

* 영어번역본: https://docs.google.com/document/d/18CS_i6M7doyE3blOtG2n28TLevacL16VgzsUq71AOKo/edit?usp=drivesdk

병원에서의 또다른 밤이었다. 인솜니악은 그 날 역시 몇 시간 넘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인솜니악은 결국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밤은 기니, 시간을 보낼 만한 뭔가가 필요하다고 인솜니악은 생각했다. 인솜니악은 병실을 둘러보다가, 벽 한 쪽에 있는 좌대에 시선을 머물렀다. 좌대엔 검 몇 자루가 놓여 있었다. 슬슬 저것들을 닦을 때가 됐다고 인솜니악은 생각했다. 제아무리 좋은 검이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녹슬어 버리고 말 것이다.

인솜니악은 좌대에서 카타나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검도 제법 오래됐구려..."

인솜니악은 검을 손으로 천천히 돌려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선 칼날을 따라 천을 조심스럽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칼날을 닦아내면서, 인솜니악은 검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흠집이나 얼룩 같은 것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검은 아직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광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수년간 사용해 온 검이었지만, 검은 아직 새 것 같았다.

검의 형태는 단순했다. 장식 같은 건 없었다. 코등이조차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검의 손잡이는 그의 손에 딱 맞아서 들기에 편안했다. 사실 그 검을 들고 있을 때 인솜니악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단순한 연습용 검일 뿐인 이 검에 여전히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는 이유도 아마도 그것 때문일 것이다.

인솜니악은 연습용 검을 다 닦아내었다. 그러고 나서 같은 좌대에서 또 다른 검을 가져왔다. 이것 역시 오래되어 보였다. 하지만 아까 전 것과는 반대로 이 검은 아주 화려했다.

칼집은 흑단처럼 검었고 자개로 장식되어 있었다. 손잡이에는 고급 가죽 끈이 감겨 있었고 둥그런 코등이는 금빛으로 빛났다. 용 한 마리가 검신을 따라서 새겨져 있었다. 그 검은 그가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화려한 것이어서 인솜니악은 특별한 날에 그 검을 차고 다녔다. 그가 직접 본 검 중에서는 이토록 멋진 검은 없었다.

인솜니악은 칼집에서 검을 뽑아들고 홀린 듯 한동안 바라보았다. 칼날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자, 방 전체가 좀 더 밝아 보였다. 하지만 곧 카타나를 가져온 건 검을 닦으려는 것이지,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인솜니악은 특별히 더 신경써서 검을 닦았다.

인솜니악의 또 다른 카타나는 앞의 두 자루에 비하면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둘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손잡이 끝에는 은제 뱀 머리 장식이 달려 있었으며 칼집에는 뱀 비늘을 닮은 무늬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독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디자인이었다. 칼날의 날카로움조차도 뱀의 독니를 닮은 것 같았다.

인솜니악은 그 검을 들고 있을 때면 가까이 오는 것은 무엇이든 잘라버리고 싶은 듯한 충동을 느꼈다. 꽤 위험해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 검을 들고 있으면 좀 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았다.

인솜니악은 네 번째 검을 집어들었다. 그 검은 빛나기는 했지만, 색감은 둔한 편이었다. 검을 잡는 느낌은 좋았지만, 우아함은 부족했다. 균형이 잘 잡혀 있기는 했다. 여러모로 외형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이 잡혀 있는 검이었다. 그러나 장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손잡이 끝에 빨간 매듭 장식이 달려 있었다. 이 검을 산 이유에는 아마 이 장식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인 것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고른 검이었지."

인솜니악이 검을 쥐어 보며 말했다. 이 검을 샀을 때 인솜니악은 아직 스승의 밑에서 수련하던 중이었다. 그 때는 이 검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으리라고 생각했다. 이 검은 형태는 단순했지만, 그것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인솜니악은 좀 더 오랫동안 검을 닦으면서 과거를 회상했다.

인솜니악은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카타나를 가져왔다. 바로 그가 평소에 차고 다니는 검이었다. 그 검은 다른 것과는 달리 그의 침대 근처에 놓여 있었다. 인솜니악은 검자루를 잡고 검을 천천히 돌려 보았다.

손잡이는 보라색 천으로 감싸여 있었다. 검신은 곧았으며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코등이에는 간단한 장식이 되어 있었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너무 단순하지도 않았기에 평소에 들고 다니기엔 딱 알맞았다. 중용이란 좋은 것이라고 인솜니악은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마침내 검을 닦는 일이 끝났다. 인솜니악은 카타나들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창 밖을 보니 새벽이었다. 햇빛이 막 도시를 비추기 시작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공기는 신선했다. 새 소리가 정원에서 울려퍼졌다.

병실 밖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른 환자들도 잠을 깨기 시작했고 의사들은 슬슬 회진을 돌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평소의 검을 차고 회진하러 올 페이지를 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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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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