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무를 위해

11살을 위한 11가지 규칙: 클락 가문의 호그와트 지침서

줄리엣 클락- 개장 전 개인로그

사랑하는 줄리엣.

가을의 시작이구나. 영국 전역에 있는 학교들은 모두 방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재학생을 다시 환영하고, 새로 입학하는 신입생들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겠지. 네가 가는 그곳도 부디 마찬가지이길 빈다. 애지중지 길러온 외동딸을 홀로 멀리 떨어진 기숙 학교-그것도 어디에 있는지 가 볼 수도,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미지의 장소-로 보내는 부모의 심정은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믿는단다. 너는 언제나 나를 닮아 영특한 아이였지. 나를 자랑스럽게 해 다오. 내가 가르치고 당부한 것들을 잊지 말렴. 떠나갈 때처럼 건강히 돌아와 주되,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가득 가져오겠다고 약속해 준다면 이 아비는 더 바랄 게 없을 거란다. 가능한 빨리 답장하렴.

-사무엘 클락.

혼혈로서 호그와트를 살아남는 방법.

혹은, 11살을 위한 11가지 규칙: 클락 가문의 호그와트 지침서.

1. 외모부터 늘 단정히.

차를 타고 킹스크로스 역으로 향하는 길. 푹신한 가죽 뒷좌석에 앉은 줄리엣은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다시 한 번 흘깃 확인한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스스로의 모습을 음미하지 않으며 건조한 시선을 유지해, 과도한 허영심이 아닌 그 나이대에 맞는 감정이 동기가 된 것처럼 보이도록 주의한다. 과한 것은 모자란 것보다도 못하니까.

2. 평범함을 추구한다.

역시, 어디 하나 빠진 데 없는 외관이다. 어제 저녁부터 그녀를 괴롭히는 단 한 가지 흠을 제외한다면: 한쪽 눈의 속눈썹이 그새 마법처럼 다시 자라는 일은 안타깝게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동양인 특유의 아주 진하지는 않은 눈의 윤곽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괜히 뭔가 시도하는 대신 그대로 내버려뒀어야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다시 흠잡을 데 없는 생김새이다. 흰 소맷부리나 목깃에 짙은 색으로 때가 타지도 않았고, 좋지 못한 자세의 걸음걸이 때문에 신발의 굽이 불균형하게 닳지도 않은.

3. 하지만 너무 평범해서도 안 된다.

물론 그것은 애초에 그 옷들이 그녀가 입을 때부터 다른 주인의 손이 닿지 않은 새 것이었고, 런던의 웬만한 노동자는 한 달 봉급을 다 털어도 살 수 없는 가격의 원단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줄리엣은 스스로 갖고 태어난 특권을 모르도록 교육받은 아이가 아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그녀를 마주하는 이들도 모를 수 없게 하도록 교육받은 아이이기도 하다.

4. 가능한 많은 친구를 사귀고,

5. 무엇보다 적을 만들지 않는다.

열차 안에서는 교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는 관례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나의 단서는 부엉이의 새장이나 기타 괴상한 물체를 손에 들고 역에 서 있거나 열차에 오르는 다른 신입생들의 제각기 다양한 복장이다. 그리고 어쩌면 기차 안에서 손윗형제가 있는 아이들을 통해서. 줄리엣은 먼저 다른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지도 않지만 누군가 옆에 앉는다고 했을 때 마다하지도 않는다. 어떤 말을 듣더라도 눈에 띄게 불쾌한 기색을 하지 않는다. 동시에 밟고 지나가도 되는 현관문 깔개도 아니라는 인상 또한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는 우선 순위에서 그리 위에 있는 목표가 아니다.

6. 학생의 본분은 공부.

이 세계는 그녀에게 낯설다. 두셋쯤, 피부색이나 눈색이 다르고 악센트를 가진 아이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곳에서, 주위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와 트레이에서 나눠주는 간식부터 종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운 이곳에서 그녀는 그동안 켄싱턴의 금발과 브루넷 소녀들 사이에서 느꼈던 것보다 비교할 수 없는 이질감을 느낀다. 따라서 줄리엣은 모든 대화에서 주로 질문하는 쪽이자, 이따금씩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쪽,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새로운 정보를 흡수하는 쪽이다.

7.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식은 사람에 대한 것이다.

(그러니 만일, 대대로 마법 세계에서 자라온, 따라서 “슬리데린”에 배정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아이들과 그녀가 더 어울렸다면, 이 또한 확률이나 우연의 결과는 아닐 것이다.)

8. 편지 쓰는 것을 잊지 않는다.

머글이고 의사인 아버지가 줄리엣에게 맡긴 가장 무거운 짐은, 그를 자랑스럽게 해 달라는 다짐이었기 때문에.

9. 언제나 출구를 파악한다.

열차가 호그스미드 역에 도착하는 동안 그녀는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검은 호수를 가로지르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스름 속에서 거대한 성의 윤곽이 가까워질 때에도.

10.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왜냐면,

스코틀랜드의 서늘한 저녁 공기를 마시며, 짧은 산책로를 걷고 나면 연회장의 문이 열린다. 그들을 안내하러 나온 교수는 이 순간은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지만, 그런 것은 줄리엣-과 다른 신입생들-의 안중에 없다. 그리고 소녀는 무의식 속에서, 하지만 돌이킬 수 없이 깨닫는 것이다… 이미 패배는 시작되었다는 것을. 이 세계는 낯설고, 이 세계는 아름다우며.

11. 이 세계는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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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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