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레이크 옮겨심기
과제로그/1학년 약초학/줄리엣 클락
어린 시절 친구와 그런 수다를 떤 적이 있다.
만약 바퀴벌레나 거미 같은 벌레들이 다리가 많고 징그러운 대신 조그만 털짐승들처럼 복슬복슬하고 귀엽게 생겼다면, 집안에 나타나더라도 비명을 지르거나 쫓아내는 대신 미소를 지을 수 있었을 테니 인간이나 벌레들이나 훨씬 좋지 않았겠냐고. 하지만 친구는 안경을 치켜올리더니 대꾸했다. 벌레들은 작고 하찮아서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쉽게 죽는데,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그렇게 나뒹구는 것을 봐야 한다면 정신적으로 충격이 상당했지 않겠냐고.
당시에는 넌 너무 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 웃어넘겼지만, 줄리엣은 두꺼운 귀마개의 침묵 속에서, 옮겨심어야 하는 맨드레이크를 내려다보며 그것이 조금쯤 현실로 이루어진 감정을 느낀다. 맨드레이크는 꼭 아기처럼 생겼다. 굉장히 못생긴 아기지만, 어쨌든 아기. 맨드레이크는 마법약의 재료라고 들었다. 지금은 아직 덜 자라서 그냥 옮겨심기만 하면 되지만, 나중에는 다시 화분에서 뽑아서 잘게 잘라 말리고 끓여야 하는 것이다. 최소한 더 자라면 그냥 어른처럼 생겼을까? 하지만 다 큰 사람처럼 생긴 것을 채 썬다고 해서 그리 기분이 좋을 것 같진 않아…
마법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해서,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새로운 고민을 하게 한다. 하지만 줄리엣의 행동양식은 늘 같다. 내가 지금 과제를 해야 하고, 학교도, 교수님들도, 아무도 이것을 덜 자란 식물 개체라고 볼 뿐 아기와 동등하게 보지는 않는다. 아기처럼 생긴 것을 자원으로 대우하며 생기는 도덕적 손상을 고려하는 칸트의 이론 같은 것은 중세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래서, 줄리엣은 맨드레이크를 화분에 집어넣고 흙을 덮는다. 그저 어느 날의 짧은 고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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