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몬시리즈(소울이터AU)

역시 타이치를 써주면 타이키도 써줘야해서.

신카이 하루가 벌인 [리바이어던의 아이들]의 습격은 잘 마무리되었다. 주모자인 신카이 하루는 다이스케와 켄이 포박하려했지만 그곳에 나타난 새로운 자, 다이몬 마사루때문에 실패했다. 단지 잡을 수 있었던 건 신카이 하루의 무기 파트너인 오오조라 유진뿐이다. 신카이 하루는 의도적으로 내부에서부터 [리바이어던의 아이들]을 불러들여서 안쪽에서 충격을 주었다. 가장 안전해야할 데스 시티가 또 다시 공격을 받았다. 귀신 아수라나 마녀 아라크네, 메두사의 사건에 이어서 벌써 몇 번째인지. 물론 그때마다 잘 막아내었다. 가장 염려했던 최고의 걸작의 습격도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내었으니, 일어난 습격에 대한 결과로서는 최고이다.

“다시 생각해 볼 수는 없어요?”

“그 자를 상대할 수 있는 건 나와 야마토뿐이야.”

“흑혈을 가진 무기와 장인을 상대로 근거리에서 전투를 지속하는 건 위험이 있어요. 흑혈은 전염되요. 흑혈에게 상처입으면 그 상처를 통해서 흑혈은 옮겨오죠. 그리고 영혼의 공명을 통해 파트너에게도 옮겨가요. 광기가 전염되어서 더욱 증폭되는 것, 그게 리바이어던이 노리는 수라고요. 광기는 귀신을 낳을 거에요. 그리고 그 자는 그 누구보다 귀신에 가까워요. 사신님의 리스트에 없는 평범한 영혼을 99개 무기에게 먹이고, 마녀의 영혼을 1개 먹여서 데스사이즈를 만들어내었죠.”

자신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타이키를 보면서 타이치가 슬며시 눈 웃음을 짓는다. 타이키의 말이 맞다. 과거 아라크네-메두사-아수라때의 상황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흑혈은 그런 식으로 움직인다. 칸바라 타쿠야가 크로나 고르곤처럼 흑혈을 자유자재로 쓰지 못 하는 게 다행일정도이다. 만약 자유자재로 사용했더라면, 아마 아까의 싸움에서 졌을 거다. 그는 아마 그런 식으로 쓸 수 있다는 건 알아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거겠지. 이유야 어떻게 되었던 그가 아직 실력이 반푼이라는 건 아직 이쪽에게 찬스가 있다는 말이다. 이미 오래전에 이쪽으로 투항해온 그의 동생 칸바라 신야에 의하면 그의 파트너 무기는 2명, 그곳도 데스 더 키드의 파트너 무기인 톰슨 자매와 같은 쌍둥이 형제라고 한다. 하지만 여태까지 계속 한명, 붉은 검 - 코우이치만 보아왔다. 다이스케와 켄이 그와 조우했을 때 켄이 물어본 결과 벌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했지. 언제까지 그것이 이어질지 몰라도, 칸바라 타쿠야가 검을 2자루 드는 순간부터 사무전에 속한 대부분의 전투원은 그를 상대하기 힘들어진다. 물론 다른 지부에 나간 선배들을 불러오는 것도 생각했지만, 리바이어던은 적절하게 그들이 데스 시티로 돌아오지 못하게 판을 짜놓고 있다.

타이치는 그대로 타이키를 보았다. 타이키는 자신보다 한 학년 아래지만, 가끔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방식을 떠올릴 정도로 꽤나 머리가 좋다. 물론 신체능력도 좋다. 여태까지 많은 전투를 참여했지만, 타이키가 다쳐서 돌아온 걸 본 적이 없다. 원거리라고 해도, 적이 노리지 못할 것도 아닌데, 상황판단 후에 일어나는 예측이 너무나도 정확도가 높다. 실제 현장에서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능력은 자신보다 타이키가 조금 앞설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런 타이키는 자신보다 더 많이 그 자를 상대 해왔다. 그 자가 나타나면 승산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그를 견제하면서 부상자를 물리는 일을 타이키가 계속 담당해왔다. 그가 내리는 판단이 틀리지 않겠지만, 이건 자신의 고집이다.

“이번에는 계속 서류 작업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공명도 아주 짧게 한거니까. 다음에 상대할 때는 좀 더 만전의 자세로 할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니가 좀 도와주어야 하는 거 알지?”

타이키는 타이치의 말에 자신을 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선을 쓰윽 피한다. 그러면서 뒤로 슬쩍 발을 빼더니 이만 자신을 가보겠다면서 그대로 학생회장실에서 도망가버린다. 뒤로 그를 부르는 타이치의 목소리가 따라 붙었지만, 타이키는 괜히 멈추지 않는다. 물론 타이치가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타이키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지만, 효율의 측면에서 계속 저울이 흔들린다. 타이치가 상처입는 것과, 그 이외 다른 자들이 상처입는 것. 누가봐도 전자가 더 적은 피해겠지만, 이 곳에서 야가미 타이치를 존경하는 자의 수를 헤어리면 결코 적은 피해가 아니다. 타이키는 달리던 발을 멈춘다. 창문을 통해 밖을 본다. 다이스케가 보인다. 그는 채찍을 들고 있다. 몇 번 휘두르는 걸 보니, 아마 연습을 하고 있는 거겠지. 야가미 타이치와 칸바라 타쿠야가 부딪쳐서 타이치씨가 이겼다는 말은 이미 사무전에서 가장 유명한 소식이니까. 타이치씨의 열렬한 팬인 다이스케가 저렇게 열을 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켄은 코우지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다. 두 사람 다 칸바라 타쿠야를, 더 나아가 리바이어던의 횡포를 막고 싶어하는 거겠지.

“잘 안 풀렸나봐?”

“키리하.”

“애초에 설득이 될 리가 없다고 했잖아. 그 사람은 한 번 정한 일을 꺾지 않아.”

“그렇긴 한데, 한번은 재고해주길 바랬어. 키리하 너도 알고 있잖아.”

키리하는 타이키의 말에 어깨를 으쓱인다. 마카 알반 선배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높은 수준의 영혼 탐지 능력을 지닌 타이키는 처음 칸바라 타쿠야를 보았을 때 얼마간 움직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귀신의 알은 보았지만, 그정도의 광기에 절여진 영혼은 보지 못했다. 탐지 능력이 좋은 타이키 입장에서는 꽤나 호러블했을 거다. 물론 타이키니까 바로 자세를 고쳐서 상대했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굳었을지도 모른다. 타이키는 키리하를 본다. 키리하는 타이키의 눈에 담긴 생각에 제 얼굴을 쓸어내린다. 저 멍청이, 절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군.

“도와줄거지?”

“정말 너란 녀석은…….”

“내가 이런 사람인 거 알고 파트너 관계를 한 거 아니야?”

타이키가 눈을 휘어 웃자. 키리하가 또 다시 한숨을 쉰다. 흑혈로 이루어진 방어력이 얼마나 될지 몰라도, 자신과 타이키라면 못 뚫을 것도 아니지. 애초에 타이키가 방어적인 전술을 계속 취했던 거도,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지 타이키와 내가 약해서 그런 건 아니니까.

타쿠야는 괜히 벽을 주먹으로 친다. 쩍 소리를 내며 벽에 금이 간다. 벽을 따라 검은 피가 흘러내린다. 굳혀서 멈출 수 있음에도 타쿠야는 그러지 않는다. 그거를 근처에서 보고있던 코우이치는 시선을 돌려 한숨을 쉰다. 코우지가 훈육에 들어간 이후, 타쿠야의 파장은 점차 거칠어져 간다. 덕분에 공명을 전혀 할 수 없다.

“여기 있었군요.”

“토마씨.”

“무슨 일이야.”

“그렇게 너무 날을 세우지 말아요. 리바이어던은 만족하셨으니까요. 당신덕분에 그 자의 실력을 알 수 있었다고요.”

“그러면 뭐해! 녀석에게 상처 하나 주지 못했는데!”

“그래도 안에 틀어박혀있던 걸 꺼낸 것은 잘 된 일이죠.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코우지의 훈육이 끝났다고 하더군요.”

타쿠야의 눈이 반짝인다. 기대하던 선물을 받는다고 이야기 들은 아이마냥 눈이 반짝인다. 이내 타쿠야가 토마를 지나 달려간다. 코우이치는 타쿠야를 보다가 토마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타쿠야를 쫓는다. 타쿠야의 발걸음이 점차 가벼워진다. 이내 그는 리바이어던이 있는 응접실의 문을 두손으로 밀어 강하게 연다. 그곳에는 리바이어던만 있던 것이 아니다. 타쿠야는 익숙한 뒷모습에 그대로 달려들어서는 와락 안는다. 코우지가 충격에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코우이치가 뒤따라 들어오면서 문을 닫는다. 리바이어던은 타쿠야와 코우지를 보다가 코우이치에게 시선을 돌린다. 코우이치가 리바이어던을 보면서 미소를 짓는다.

“고생하셨습니다. 제 미숙한 동생때문에 고생을 시켜드려 죄송합니다.”

“리바이어던님! 이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께요! 그 자식한테도!”

“기대하고 있으마.”

“네!”

타쿠야가 볼을 발그레 붉히면서 고양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코우이치는 코우지를 본다. 창백한 피부와 어딘가 먼 곳을 보는 시선, 멍한 느낌이 있었지만 전보다 좋다. 거슬리는 파장을 계속 내던 그때보다. 나와 타쿠야를 보면서 너희는 틀렸다고 이야기하던 그 때보다 더욱 내 동생다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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