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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겐커 사사하라 우라라 처형로그

*필자는 해당 로그에 등장하는 특정 인물의 사상, 언행 등에 가볍게 생각하지 않으며 옹호하고 있지 않습니다.


추천 BGM


“…아니야, 잠시만…. 그럴 리가 없잖아…!”

사사하라 우라라는 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은 이성적으로도 알고 있을텐데…. 그럼에도 동요되는 것은, 정말로, 정말로 닮은 모습에, 목소리에…. 진짜처럼 생각이 되어질 수 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일까. 만약 저 눈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어머니라면 어쩌지?

“우라라, 앉으렴. 신성한 게임 시간에…. 뭘 하는 거니.”

그 말에 저항 한 번 해볼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존경하고, 경외했으며, 그와 동시에 두려워했던, 그리고 사랑하던 이가 자신의 눈앞에 존재한다. 몇 주만에 보는, 어머니인가…. 아, 하하. 힘없는 웃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기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사사하라 우라라는 다시 제 자리에 앉았다. 아무리 제 앞에 있는 사람이, 어머니라고 해도…. 우선은, 게임을 제대로 마치는 것이 중요했다. 아무리 기권을 한 입장이더라도, 한 번 시작한 게임은 끝까지 하고 싶었고, 그것이 겜블러의 예의라면 예의니까. 그런 예의가 통용되는 곳에서 자라났다. 사사하라 우라라라는 사람은.

맞은 편에 앉아있던 그녀의 어머니는 무서울 정도로 판세를 뒤집어가기 시작한다. 타인의 카드를 마치 자신의 카드인 것마냥 좌지우지하면서. 지금까지의 것들은 전부 사사하라 우라라, 자신의 딸을 봐주기라도 했다는 것마냥. 무서울 정도로 판세가 뒤집한다. 정말 이런 사람을 이길 수 있긴 해? 제 마음 속에서 물음이 울린다. 아니야. 혹시 모르잖아…. 이길 수 있을 지도. 신중하게 제 카드를 뒤집는다. 늘상 하던 것처럼. 마네킹들도 제 패들을 섞는다. 둘이선 성립될 수 없는 게임일 뿐더러 둘이서 한다면 재미가 없을테니까…. 곧이어, 게임의 주역들을 위해 마네킹들은 순서대로 다이를 외친다. 이미 올-인으로 이루어져있는 게임에서, 순전히 운과 제 앞에 있는 사람을 이기겠단 마음으로 임할 수 밖에 없는 포커라니. 게다가 상대는 어머니라고…. 사사하라 우라라는 자신의 패를 다시 확인한다. 스트레이트 플러쉬.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우라라, 손이 떨리고 있구나…. 좋지 않은 패라도 뜬 거니?”

“그, 그럴 리가요…. 이대로라면, 나름 승산이 있으니까…….”

“어머, 말해줘도 되는 건지 몰라. 이쪽부터 패를 확인해보면 되는 일일까? 이미 턴은 다 끝난 모양이고.” 맞은 편에 앉은 어머니는 자신의 패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저건…….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 포커에서 가장 높은 카드……. 어째서? 분명, 처음 시작할 때 사사하라 우라라는 어머니의 패를 읽었다. 페어 하나 없는 카드였는데…. 몇 번의 교환과 몇 번의 대화만으로, 가장 우위의 것을 점할 수 있는 능력이랄 게 되는 것인가?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야…?

실수를 많이 한 모양이구나, 우라라. 내가 너를 이렇게 형편없는 겜블러로 키우진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니야, 이건…. 진짜 어머니가 아니야. 항상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셨어. 비록 가끔은 무섭게 혼내시기도 했지만…. 나를 위해서, 내 진로를 정해주고, 이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는걸….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어머니가 아니라 생각하며 사사하라 우라라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자신의 어머니인 ‘척’을 하는 이에게 한 대 날려줄 생각이라도 했던 것일까. 그런 생각은 제 팔을 붙잡은 마네킹들로 인해 금방 접히고 말았지만. 놓으라며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반면 제 시야에 앉아있는 사사하라 우라라의 어머니라는 자는, 여유로운 미소나 짓고 있다. 한 손에는 버튼식 스위치를 들고 있는 채로… 만약, 저 앞에 있는 사람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면…. 그렇다면 계속,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이곳에서의 이들이 진작 자신에게 물어왔던 것을, 어머니의 입으로 확답을 듣고 싶었으니까……. 잘못된 사상이라느니, 이상하다느니. 이전에 들어왔던 말에 대한 부정을 그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서 사사하라 우라라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저를, 소중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이마저도 자신의 신뢰에 대한 금이 간 상태인지라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어머니는 표정이 잠시 굳더니, 이내 눈꼬리를 휘어 접으며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무슨 그런 당연한 것을 묻고 있는 것 마냥.

“우라라. 난 너를, 소중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단다.”

…뭐? 사사하라 우라라는 자신의 귀에 들려온 그 말이 거짓이라고 믿고 싶었다. 물론 정말 어머니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만…. 자신이 평생토록 존경하고 경외해왔던 이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그 참담함이란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기만 했으니까. 진위판정이 가능할 이성적 사고가 남아나지 않는 기분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좋으니 제발 그 말이 거짓이었다고 말씀해주시지 않으실래요……? …그런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지도 못했지만. 마네킹들에게 양 팔이 붙들린 채로, 저항할 의지조차 잃은 기분이다. 온몸의 피가 다 식는 듯한……. 이것이 자신의 처형인가? 이토록, 참담한 기분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 아, 하하. 힘없는 웃음소리나 내어버린다. 실성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 말을 뱉은 어머니는 손에 들린 버튼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누른다. 덜컹, 하는 큰 소리가 자신의 머리 위에서 들린다. 고개를 퍼뜩 들어보면, 매달려있던 큰 조명 하나가 휘청이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 죽는다고…. 그제서야 무서워진다. 사실은, 정말 죽고 싶은 건 아니었을 지도 몰라. 살고 싶어. 어머니와의 약속이라던가, 존경하는 어머니에게 닿지 못한다는 이유로 죽고 싶지 않다고…. 너무 늦은 후회에 사사하라 우라라가 마네킹들에게서 벗어나려 노력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윽고, 강렬하고 둔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사사하라 우라라의 시야가 기울어진다. 아파……. 타인의 죽음을 한낱 유흥이나 재미 따위로 소모했던 겜블러의 최후는 암담했다. 이것이 죗값이라면 죗값인 것이겠지…. 울리는 머리, 스러지는 시야, 몰려오는 고통. 몇몇 이들이 제게 했던 말들이 그제서야 이해가 되는 듯 싶어서…. 배워왔던 대로 도박과 게임에 임하는 것도 이젠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버린다. 울렁이는 기분에 사사하라 우라라는 눈을 감았다. 회피와 다름없는 것으로 보여도, 잘못된 것으로 보여도…. 어쩔 수 있겠는가. 결국 이것은 사사하라 우라라가 짊어질 죄와 선택의 무게였으니.

언제나 그랬듯, 선택에 책임은 졌어요…. 배운 대로. 그렇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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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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