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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이야기.

계학지욕 츠츠지모리 우타시 처형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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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일본 신토신앙에 의해 만들어진 건축물. 흔하다면 흔하다고 볼 수 있는 건축물은 요오카이 학원의 뒤편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사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라 함은, 츠츠지모리 우타시. 자칭, 최고의 무녀가 될 사람이라고 ー 라며 속여왔었던 인물. 뭐, 어차피 다 들킨 마당에 더 숨길 필요도 있는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그 순간부터 츠츠지모리 우타시는 끝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차라리 자신이 먼저 사냥을 했더라면 겹치는 용의선상의 인물도 몇몇 있었을텐데! 아랫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전부 들켜버려선, 짜증나게….

그래, 먼저. 이번 차례에서 들켜버린 우리의 요괴에 대해 간략한 소개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동물 귀신이라 함은 꽤나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여우만큼 그 설화가 다양한 것도 없을 것이다. 지명도는 으뜸이요, 여러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들 있으니까. 그 왜, 예를 먼저 들어보자면… 먼저 지능이 높고, 사냥꾼에게는 라이벌이자 가축을 채가는 영악한 적수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농작물을 비롯해 갖가지 해악을 끼치는 쥐를 잡아먹는 풍요의 신이라는 이미지 또한 지니고들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다양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츠츠지모리라는 여우 요괴에게는 좋은 이미지가 씌워졌을 리 만무했다. 신사에서 바치는 식사나 공물을 탐내는 것은 기본이었고, 다른 여우 요괴들에 비해 더욱 인간들을 골탕먹이던 것이 그 이유가 되겠다. 그것을 전부 ‘장난’이라며 치부하며 아무렇지 않게 대하기도 했나. 그도 당연한 것이, 천 년 넘게 살아온 츠츠지모리의 입장에선 정말 별 것 아니었으니까. 자신이 치는 장난도, 인간의 탄생과 죽음도. 그 모든 것이. 한낱 것들에 불과했다. 그냥, 흔해빠진 이야기. 단지, 그것.

그러니까 츠츠지모리는 이번 게임에 대해 꽤나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상술했던 이유로 인해 누군가에게 감시를 심하게 받고 있던 참이었으니까. 같은 여우 가면을 쓰고 있다고 이렇게 야박하게 구는 건가, 하면서 얌전히 감시는 받아왔지만, 그래도 감시라는 것 그 자체는 받을 것이 영 되지 못했으니까…. 자신이 계속해서 치던 장난도 치지 못하고. 그렇게 몇 년을 살아왔더니 몸이 찌뿌둥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그의 감시 하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었던 것이 츠츠지모리였던 것이다. 그 ‘신’이라는 자와 손을 잡은 것도 그 이유였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뭐… 못할 건 없잖아? 제대로 돕기나 해. 하하, 예의는 말아먹었군….

즐거운 여름 축제의 막이 오를 예정이었다. 우리 요괴들끼리,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함께 춤추며 놀자. 인간들 따윈 어떻게 되든 상관없잖아? 같은 목적을 가진 동료라면 협력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츠츠지모리는 그런 요괴 동료들을 향해 툴툴거렸다. 그 와중에서도 자신과 다른 이들이 죽어서 요괴의 편의 승세가 기울어지는 것은 싫었는지, 작전을 하나 세우기도 했었다지. 그, 왜…. 만약 사냥하지 않은 요괴가 처형 선상에 오른다면……. 하고. 뭐, 이미 틀어져버린 비밀 작전을 생각해봐야 뭐하겠는가. 짜증나! 망했어! 요괴도 인간도 전부 멍청이들 밖에 없잖아! 하고 소리를 빼액 질렀다. 자신을 쳐다보는 이상한, 그리고 경계 가득한, 적의 가득한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서, 발걸음을 곧장 옮겼다. 자신을 요괴의 것이라 경계하는 인간들의 무리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외진 곳으로. 자신을 보호해줄 만한 인간들이 있을 곳으로…….

츠츠지모리가 향한 곳은 학교의 쪽이 아닌, 뒷산이었다. ‘잠깐 신사에 다녀올 일이 있는데, 혼자 가기 무서워서…. 같이 가줄 수 있어? 오전 12시 쯤, 뒷산 산책로에서 먼저 올라가고 있으면 따라갈게. 조금 늦어질 지도 몰라서….’ 뒷산의 산책로, 그 끝을 따라 나오는 것은 츠츠지모리 신사였다지. 그것까지 들켰다면 정말 큰일날 뻔 했는데…. 아니, 이미 들켰잖아!! 이미 들켰다고!! 떠오르는 잡념을 애써 무시한 채 신사로 가는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나오는 것은 그 공간이다. 나가카와 츠카사를 죽였던… 물론, 츠츠지모리 우타시는 그에게 딱히 유감이 강하게 있던 것이 아니다. 나가카와 츠카사라는 인물 자체가 원래 친절하고, 누군가에게 악감정을 가지거나 가져질 만한 인물은 아니었으니까. 츠츠지모리는 그 점을 이용하여 나가카와 츠카사를 불러냈다. 자신이 그 시간대에 신사를 가더라도, 음, 그렇구나~ 같이 가줘야겠다, 정도로 생각할 만한 인물이었으니까. 단지 그 이유였다. 그리고, 그런 상냥한 사람이 없다면 인간들이 더욱 분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이유라면 이유일테고….

수풀 사이에 숨어있다가, 나가카와 츠카사가 자신에게 뒤를 보여준 그 틈을 타 칼을 찔러놓고선 바로 빼버렸다. 그 상황을 다시금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다. 아직 채 치워지지 않은 혈흔 자국들이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눈에, 제대로. 혼선을 준답시고 리본도 감아 조여놨지만, 결국 바로 들켰고. 그것이 발목잡혀 자신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 뱀의 다리를 그리지 말았어야지. 말하자면 사족이었다. 아, 짜증나…. 이럴 바엔 좀 똑똑한 사람을 죽일 걸 그랬나?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츠츠지모리 우타시에게는 그런 똑똑한 사람을 불러낼 깡도 지능도 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지금 중요한 것은, 무조건, 도망치는 것……. 츠츠지모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면서.

마침내 당도한 곳은 츠츠지모리 신사. 붉은 빛의 도리이가 자신을 반기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상징하는 듯, 곳곳에 존재하는 거미줄과 부서진 후 간단한 수리조차 되어있지 않은 건물들……. 어? 츠츠지모리 우타시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신사…. 도리이에는 정확히, 躑躅森. 적혀있었다. 츠츠지모리라고. 여우신을 섬기는 신사…. 그 여우신이라 섬기는 작자는 원래 여우 요괴였지만 그것까지 인간들이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왜 그들은 지금 이 신사를 비웠는가? 그래도,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을 섬기는 신사가 거의 무너져내리기 직전이었다는 것조차 츠츠지모리는 알지 못했다는 것, 아니, 그냥 신사 자체가 망해간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신사가 관리되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을 섬기고 보호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 거짓말하지 마,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이 우타시 님이… 여기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먼저 해악이 될 짓을 안 하면 됐잖아.”

익숙한 목소리가 제 등 뒤에서 울렸다. 서늘해지는 감각, 제 감시를 담당하던 자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제 뒤를 찌르는 차가운 감촉……. 아픔이 느껴진다. 고스란히, 차가운 감각이, 제 몸을 관통하여 지나가는 듯 싶었다…. 아파, 이게 뭐하는 짓이야…. 자신이 당했음을 너무 늦게 깨닫고선 그제서야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예상했던 사람, 백발의 여성….

“…엔도, 카렌……?”

이전부터 계속 자신을 감시하더니… 결국 종극에 달해서도 자신을 방해하는구나……. 자신의 학생들은 소중히 여기더니, 잠깐이었지만, 그리고 변장한 상태였지만서도 요오카이 학원의 학생, 당신의 관할 아래였는데…. 따위의 말은 제 아픔에 차마 이기지 못한 채로 막혀 나오지 못했다. 이 최후, 어디서 많이 봤는데. 그래, 분명 이건 나가카와 츠카사를 죽인 자신의 방식과 유사하지 않나……. 인과응보, 새옹지마, 그리고 권선징악이라면 이런 것인가.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하, 하하. 겨우겨우 마른 웃음이나 한 번 뱉었다가, 그대로 쓰러진다.

요괴 따위에게 분명, 지옥 같은 건 존재하지 않겠지. 다시 살아날 기회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었다. 여우신도, 인간도 아닌, 그 애매한 존재인 여우 요괴 따위에겐……. 그럼에도 주마등처럼 일전의 일들이 스쳐가는 이유에 대해 의문이랄 것을 품었다. 담력체험, 상해, 사냥, 살인….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했던 정이라는 것은, 제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던 것…. 늘상 인간을 골탕먹이기 바빴던 이에겐 그런 사사로운 감정을 붙일 기회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친해질 사람이라면 있었을텐데, 머릿속으로 요오카이 학원 학생들의 얼굴을 그려냈다. 결국 끝내에는 우정 같은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서 자신을 죽인 이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마음 속 깊은 이야기까지 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입장만 고려해선 원망해야 마땅함에도, 종극에 당신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는 것에 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번이라도, 친구라고 제대로 이야기해줄 걸 그랬나, 하는 얄팍한 후회나 하게 되는….

그런, 흔해빠진 이야기이다.

츠츠지모리의 이야기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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