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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함」은ー 죄악이다.

네여 2기 하츠세 이치카 처형로그

*해당 캐릭터의 비밀설정과 커뮤 내 몇몇 캐릭터들과의 대화가 들어가있습니다.

*캐릭터의 비윤리적인 사상 및 과거 언행 등에 대해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간혹 꿈을 꿀 때가 있다.

꿈에서, 차가운 교실 바닥에 쓰러진 한 사람을 향해 다른 이들이 둥글게 에워싸서 비웃고 있었다. 누군가는 우유를 뿌렸던가, 누군가는 책상에 죽으라는 등의 낙서와 욕설을 적었던가, 누군가는 그 아이가 등교하기 이전에 흰 색 꽃의 화병을 사서 책상 위에 가져다 놓았던가… ‘괴롭힘’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그것은 한 사람에게 가해지는 여러 사람의 ‘폭력’이었다. ‘다수’의 결정과 지휘에 따라 굴러가는 작은 사회인 학교.

그리고 그 ‘다수’의 중심에는 항상 하츠세 이치카가 있었다.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통로에 다급한 발소리가 울린다. 그렇다, 하츠세 이치카라는 사람은 처형장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곳에서 죽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납치라는 자각마저도 처음에는 있었을 지 모르나…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그런 게 나에게 일어날 리가 있나’, 따위의 말로 치부해버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봤자 늦었지만. 죽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던 그 안일함이, 이제는 제 발목의 족쇄가 되어 추를 단다. 발걸음을 딛는 걸음 걸음이 꽤 무겁게 느껴졌다. 어서 빨리, 어떻게든, 도망을 쳐야 하는데. 이딴 곳에서 죽을 수가 없단 말이야ー 따위의 말을 중얼거리기나 했다.

제 통로에서 걸려 있는 모니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다급한 와중에도, 어쩜 그렇게 잘 들어오던지… 사람이란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신경도 쓰지 않던 것들이, 과거의 흔적들이, 왜 이럴 때 갑자기 선명하게 잘 들어오는 것인가. 꿈에 나오면 그냥 개꿈이거니 하고 신경조차 쓰지 않던 과거의 것들이… 어떻게든 감추고 살아왔던 추악한 것들이 이렇게 보여진다. 모든 이들에게. 제가 신뢰를 보이도록 노력했던 그런 이들에게….

안일했어, 안일했어… 체력이 좋지 않아 벽면 한쪽을 짚고 숨을 몰아쉬며 그리 생각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신 똑바로 차렸어야 했는데. 이것이 후회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하지만 후회를 하기엔 아직도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생생한 죽음의 감각이었다. 제 생에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서늘한 감각이 제 목덜미를 잡을 것만 같아서… 하츠세 이치카는 다시 통로를 달려나갔다. 제 괴롭힘의 흔적, 영상들이 틀어지고 있던 모니터의 통로를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슬슬 지쳐서는 빠른 걸음 정도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쯤되니 슬슬 죽었으면 좋겠다가도, 제 뒤를 스쳐지나가는 죽음의 기운이 다시 자신을 걸을 수 밖에 없게끔 만들고 있었다. 이 정도면 이게 고문인가, 싶을 정도였다. 뛸 일이 자주 없다보니 체력도 좋지 못했고, 그렇기에 이런 것은 자신이 없을 것이 당연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곳에서 나가야 했다. 이 죽음이라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회피하고 싶어서, 그래서 하츠세 이치카는 걸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걷다보니 마침내. 제 눈앞에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도움. 도움을 청하자! 당장 제 눈앞에 있는 저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절박한 상황을 늘어놓으면 분명 이해해줄 것이었다. 하츠세 이치카는 그런 영문모를 확신을 머릿속으로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뒤돌아있던 그 사람의 손을 단숨에 움켜쥐고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ー …저기, 정말 죄송하지만 저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뭔 이상한 사람… …인지도 모를 것한테 죽게 생겼어요. 여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만 도와주실 수 있나요, 제발, 제발………. 다시 보니 복장이 학생같았지만, 그렇기에 도울 수 있는 것의 깊이는 퍽이나 얕았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0의 상태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제 키보다 조금 더 큰 그 아이는 자신에게 차가운 눈빛만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않고. 제대로 자르지 않은 앞머리 사이로 진분홍빛의 눈동자가 자신을 베어 가를 듯한 차가운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왜 그런 시선인건데? 네가 뭔데? …분명, 어딘가에서 본 기억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하츠세 이치카에게 있어 그 아이는 초면이나 다름없었다. 초면인 자신에게 이렇게 차갑게 대해도 되는 건가? 생사의 기로 앞에 선 사람에게?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야 난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ー

그 다음 순간, 제 목에 밧줄이 감긴다. 무어라 소리칠 틈도 없이 공중으로 몸이 떠오른다. 숨이 막혀오는 감각, 그 밧줄을 잡고 끌어당기고 있던 것은… 제 눈앞에 있던 한 아이였다. 그 아이가 자신의 과거의 잔해였던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치챈 사실이었다.

…언젠가, 같이 다니던 한 친구가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마음대로 했다가 나중에 발목잡힐 일이 생기면 어떡해? 그 때마다 하츠세 이치카는 무어라고 답했더라. 웃어넘겼던가? 아니지, 아니지. 그 때 분명…. “그럴 일은 안 생겨.”라고 했을 것이었다.

분명하게, 안일함은 죄악이다. 적어도 하츠세 이치카라는 인물에게 있어서는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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