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모태솔로 박교현의 최후의 끌어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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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꽃샘추위가 덜 풀린 3월 초, 무언가 사랑이 시작될 것 같은 두근거림을 안고 교실로 향한 교현은 제 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2학년 동아리 후배를 보며 티 나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익숙한 듯 검정 비닐봉지를 꺼내 이지의 앞으로 건냈다.

 

“내가 연세우유크림빵 사오라고 했는데 왜 과자를 사왔어?”

“아…, 저 그게 편의점에 크림빵 다 팔려서.”

“그건 선배 사정이고. 내가 크림빵이 먹고 싶다고.”

 

미안! 하고 소리치며 반을 뛰쳐나온 교현은 익숙한 듯 도서관으로 향했다. 사서선생님보다 일찍 도착해서 늘 책을 읽고 있는 1학년 후배가 있었다. 어깨를 조금 넘기는 부드러운 갈색머리, 흑갈색의 조용한 아이. 접점은 크지 않지만, 인간 대 인간적으로 호감이 있는 아이였다. 도서관을 길, 누군가 크게 교현을 불렀다.

 

“교 선배!”

 

아침 운동을 마치고 왔는지 교복 스커트 밑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는 후배 론이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

“좋은 아침이에요.”

 

반달처럼 접힌 눈으로 가볍게 미소지으며 유유히 떠나갔다. 그리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등 부분에 통증이 밀려왔다.

 

“여~ 교현이! 하이~”

 

높게 올려묶은 포니테일에 짧은 치마. 같은 반인 푸른 과자였다. 옆에는 1학년인 영이도 있었다. 같은 중학교 출신인 영이와는 나이 차가 조금 있지만, 꽤 마음이 잘 통하는 사이였다.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지나가던 길, 누군가 저 멀리서 무언가 떨어트린 것 같은 느낌에 뛰어가 물건을 주웠다. 폭신하고 하얗고 네모난….

 

“저 남자애 왜 생리대를 들고 있어…?”

“변탠가…?”

 

생리대?! 깜짝 놀라 손에 꽉 쥔 채로 도망치듯 뛰어갔다. 2층으로 올라가자 긴생머리에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여자애가 교현의 손에 들린 생리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거….”

“아, 아까 주웠는데.”

 

당황했는지 말끝을 흐리며 말하는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얼굴이 확하고 붉게 달아오른 교현은 그의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전력질주를 하며 교실로 달려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황급하게 들어오자 반 친구들의 이목이 쏠렸다.

놀리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엎드렸다.

 

“야~ 박교현!”

 

어깨를 흔들며 깨우는 챠리의 손길에 고개를 든 교현은 챠리를 바라보았다.

 

“왜?”

“누가 너 찾는데?”

 

챠리가 가리키는 곳 끝을 보자 뒷문에 살짝 비스듬하게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아이가 있었다. 아까 그 애였다. 뭐라고 따지려고 온 건가 싶어서 교현은 침을 꼴깍 삼키고 앞으로 갔다.

 

“아까는….”

 

변태인 줄 오해 받는 거 아닌가.

 

“변태 아니고 그냥 물건 떨어트렸길래 주웠던 거야! 주인 찾아줄려고!!”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하려고 찾아온 거예요. 멋쩍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교현의 손 위로 건내주었다.

 

이거 받으세요. 알파벳이 적힌 작은 초콜릿과 사탕이었다. 딱딱하게 굳어있자 그는 조금 시무룩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새침하게 말했다.

 

“단 거 안 좋아하시나요?”

“아니! 아니, 아니…. 좋…, 아니. 좋아하진 않는데, 아니, 좋아하는데 좋아해!”

 

X됐다. 당황해서 헛소리를 했다. 주변 여자 중에는 빵셔틀이나 몸을 세게 친다거나 하는 거친 사람 밖에 없어서 당황했다. 놀리지도 않고 상냥하게 대해주는 여자아이 같은 거 박교현 인생 19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단 말이다!

 

“그게 뭐예요, 하하하.”

“어…? 어…. 어…?”

“그러면 다음에 봐요. 교현 선배.”

 

작게 까르르 웃으며 다음에 또 보자고 말하는 모습에 그만 마음이 쿵-하고 세게 뛰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무슨 기분이지? 이게 사랑? 사랑이냐고. 19살 인생 처음으로 사랑이란 느끼는 건가?!

 

아,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아는 건 생김새랑 후배라는 것뿐이다. 최소한 몇반인지라도 물어볼 걸! 뒤늦은 후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숨을 쉬며 멍하니 있자 교현의 앞으로 티모 선생님이 다가왔다.

 

“교현이, 오늘 정신이 딴 곳에 가 있다모. 정신차리라모.”

“네….”

 

혼나서 조금 의기소침해진 채로 주머니에 있는 살짝 녹은 초콜릿을 매만졌다. 단 건 좋아하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이 초콜릿만큼은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인연이라면 또 만날 수 있겠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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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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