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저장고

그림에 이야기 붙이기2

-폐허모음집

가뭄의 콩 나듯이 마주본다.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한다고 했다. 날아가려면 날아갈 하늘을 올려다 봐야하고

도달하려면 도달하려는 곳을 봐야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곳을 안보고 옆에만 쳐다보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을 찾는다. 언젠가는 이곳도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뛰어다니는 아이들, 하루하루를 채우는 사람들, 정겨운 집냄새나 저녁의 밥하는 소리.

지금은 텅 비어있다. 텅 비어있는 곳은 채워야하기 때문에 존재를 홀리게합니다.

자기가 밟고 있는 이 땅이 영원하지 않음을, 있는 곳이 안전하지 않음을,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

어쩐지 자유로운 기분이 되니까 곤란하다.

진짜 아무거나 쓰고싶으니까

아무말하세요.

폐허에게는 그런 아무말이라도 필요하니까.

아무도 다녀가지 않는 골목길은 모두를 환영합니다. 그래서 출입금지 팻말이 걸렸습니다.

너덜너덜하고 꼬질하다. 땅은 이어져있는데도 다른 세계인 것처럼 혼자 동떨어져있다.

어서오세요. 폐허에,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

카테고리
#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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