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료
품에 닿는 온기가 따스하지만 어쩐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작은 불안감이 일었다. 주데트 백작부인 이라는 사람의 인상에 바람 앞의 등불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감상을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흠이 되진 않을 터였다. 사람은 누구나 흔들리고, 또 가끔은 불을 꺼트렸다가 재점화하면서 살아가곤 한다. 자신도 겪었던 일이었다.
“아주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지금 제겐 그러십니다, 부인.”
몸을 조금 더 붙이고는 들려오는 질문에 잠시 귀를 기울였다. 어찌 보면 이것은 자신의 깊은 곳의 작은 단면을 잘라 보여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속의 마음을 최대한 전달할 말을 고르고 골라, 내뱉기 전 너털웃음을 짓는 것으로 나와 당신의 긴장을 털어낸다. 비가 갠 뒤 이불을 널어놓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품에 기대어진 머리가 편안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체를 살짝 움직이며 제 품에 기댄 여인이 불편하지 않게, 아까보다 천천히 스텝을 밟으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신발에는 풀물이 들어도 부인의 발은 결국 괜찮아질 겁니다. 풀에 베였다면 잠시 앉아서 그늘에 쉬다 가시는 건 또 어떻습니까. 곧 날이 개어 봄이 오지 않겠습니까.”
누구나 마음을 놓는 일은 중요하다. 제 품에 있는 온기의 주인은 한낱 기사의 아둔한 지식으로 감히 추측해 보건데, 험난한 칼바람 속에서 자신의 불을 간신히 지켜내는 사람 같았다. 그런 사람들은 등불이 다칠까 전등 위에 덮개를 덮어두기 마련이었다. 허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전등은 금방 다시 언제고 불을 붙일 수 있음이라. 내가 지금 거들 수 있는 일은 그 등불의 한 연료가 되어줄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의 낱장일 것이다.
"다른 이의 의견은 제가 표방할 순 없겠지만,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여태 부인 곁에서 걷고 있는 자들이라면 그리할 것이라 짐작됩니다.“
“또한 저라면⋯ 예, 그리할 것입니다. 부인께서 허락하신다면요.”
입에 발린 말을 하는 재주는 없었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것과 배운 것은 반복해서 베어내는 것과, 두 다리가 그 어느 진창에 빠지더라도 굳건히 버티는 법이었다. 그러니 반복하여 견디는 것 역시도 잘 해낼 수 있었을 터였다. 휘청거리는 사람을 잡아주는 사람도 같이 휘청여서는 안 된다. 그저 그 자리에 굳건하게 버티고 서서 지지대가 되어야만 아무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다.
무도회가 종료되고, 사람들이 왁자하게 저마다 이야기를 잇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품 안으로 시선을 던졌다.
“원하신다면 조금 더 이렇게 계셔도 됩니다. 부인께서 충분히 몸을 덥히신 뒤까지 기다려 드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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