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기둥

미하일이 기둥에 서는 모습을 보고, 콜린은 조금 가까이 붙어 섰다. 그 모습은 마치 하나의 연회장 기둥처럼 보였다. 신장은 그다지 차이 나지않았지만, 성채 같은 그림자가 그 자리에 우뚝 서있었다. 부드럽게 응시하는 황금빛 눈길이 샹들리에를 등진 이 그림자 안식처의 작은 등불이었다. 콜린은 이어지는 말을 경청하다가 미하일의 시선이 내려가도 여전히 그 자리에, 가만히 그를 응시하며 서있었다. 말을 고르는 듯, 미하일의 말이 끝나도 두 호흡 정도 말이 없다가, 조심스레 닫힌 입술 사이로 비집고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가 나왔다.

“⋯기사단 소속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기 좀 그렇지만 말입니다. 전쟁이란 참, 모순되지 않았습니까?”

마찬가지로 입을 뗀 뒤 곧장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느낀 것을 가감 없이 전하는 가장 상냥한 방법을 찾느라, 콜린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같이 시선을 바닥으로 던졌다. 반들반들하고 매끄럽게 관리된 연회장의 바닥은 최고의 석재를 조달하여 칠하고, 궁의 사용인들이 노력을 기울여 닦아낸 번듯한 하나의 길이다. 생각을 마친 콜린은 다시 그의 안경 너머, 시선을 내리깐 그 두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닫혔던 입이 다시 말을 내뱉었다.

“평화를 위해서 창칼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발밑에는 무수한 것들이 스러져만 갑니다.”

잠시 숨을 들이켰다. 시선을 다시 바닥에 두고 들어 올리는 것은 마치 무거운 짐을 양손으로 들어올려 단련을 하는 모습처럼 비쳤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딛고 나아가는 이들은 그게 옳은 일이라 믿고 행하고, 계속해서 투쟁합니다.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오랜 싸움에는 목표를 잃을지언정, 스스로 나가기도 해야 한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싸우면서 나는 무엇을 찾아 그리 앞으로 나아갔는가. 그 대답은 모호하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명령에 따르기도 했지만, 검과 방패를 들고 내 두 다리를 딛게 만드는 것은 나를 이루는 이 땅의 모든 것들이었다.

“⋯자작께서는 등을 떠미신 게 아닙니다. 그 닦아주신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것도, 그 길이 무너지지 않게 버티고 서는 것도 저희의 일입니다.”

“저희가 해야 마땅한 일이며, 저희 역시도 지키고 싶었던 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너무 그리 생각하지 말아 주시지요. 그것은 저희의 나아갈 길 앞에 다리를 놓아주시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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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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