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렌에잍

FM인줄 알았던 선배가 사실은 M이라고? - 1

샬렌에잍 에유

19 아님. 쿠소 드립은 좀 있을지언정 야한 건 없음.


그 왜, 학교를 다니다보면 꼭 하나씩 있는 유형의 사람이 있지 않은가. 지나치게 규칙과 형식에 집착하는 사람. 게다가 굉장히 도덕적이고 꽉 막혀 다가갈 일말의 틈새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 그래, 흔히들 fm이라 칭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설안의 학창 시절, 그러니까 설안이 17살일 때 지독하게 엮인 fm보이가 하나 있었다. 그의 고등학교 선도부 부장이었던 그 선배. 그 선배는 도저히 봐주는 법이라곤 없었다.

“도설안, 복장 불량.”

“아, 선배님, 한 번만 봐주세요. 제가 오늘 셔츠가 안 말라서~”

“누적으로 벌써 25점이야. 조만간 교내 봉사활동 시간에 보겠군.”

“아, 선배님, 선배!!!”

그리 애걸복걸 하여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이름을 벌점표에 기록하고는 매몰차게 뒤돌아 서고는 했다. 게다가 설안은 그런 fm과 극상성인, 교칙을 밥 먹듯이 어기는 학생이었다. 그래서인지 은연 중에 선배의 눈빛에는 설안에 대한 경멸이 서려있었던 것일테다. 설안은 그 선배 얼굴이 지긋지긋해 안 보려고 지각할 거 같으면 몰래 담도 넘어보고 등교할 때는 교복을 잘 입고 걸어오다가 교문에 들어서자마자 셔츠를 벗어던지기도 하고… 하여간 별의 별 짓을 다 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안은 거의 한 달에 한 두 번 꼴로 그 선배가 감시하는 앞에서 운동장에서 쓰레기를 주워댔다. 그 선배는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 것인지 설안이 사고를 치거나 교칙을 어기는 족족 어디선가 나타나 이름을 부르고는 벌점표를 체크하고 돌아서버렸다. 그렇게 파란만장한 1년이 지나가고, 선배가 고3이 되며 둘은 만날 일이 자연스레 없어졌다. 그래, 그런 추억은 1년으로 족했지! 라고 설안은 생각했다. 그런데….

“이태, 인사해. 이쪽은 내가 아끼는 1학년 후배님!”

왜 저 fm선배가 설안의 앞에 앉아있는 것일까.

설안은 애써 학창시절 자신을 개선시키고자 지독하게 들러붙던 선배, 이태의 시선을 피하려 눈을 뒤룩 굴렸다. 설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뭐시기 대학의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그런데 하필 설안의 고1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 선배가 이 대학 학생이었던 것이다. 설안은 이 학교 음대 규모가 클 뿐이 아니라 컴공과도 유명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관심사가 공대일리는 만무했으니까. 설안은 자신과 이태를 만나게 한 장본인, 실용음악과의 바로 윗 선배인 혜연이 원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혜연이 설안과 이태의 관계를 알 턱이 없으니 잘못을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게 문제될 이유는 전혀 없다! 무언가 범죄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단지 설안의 지극히 개인적인, 껄끄러운 감정 탓에 자리를 피하고 싶은 것이니. 애초에 이태는 설안의 감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오로지 공부와 규칙밖에 모르던 냉랭한 선배가 이태였으니까. 설안은 애써 활짝 웃으며 모른 척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2년 전이니 이태가 자신을 기억 못하기를 기대하며.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는 실용음악과 1학년 도….”

“도설안.”

“어라? 원래 둘이 아는 사이야?”

“같은 고등학교 나왔어. …꽤 자주 봤었지.”

‘제길!!’

설안은 손으로 책상을 콩콩거리는 상상을 하였다. 아, 또 이렇게 기가 막히게 엮여버리다니! 물론 앞서 말한 것들로만 생각하면 왜 그렇게까지 싫어하느냐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모범생인 어느 선배와 날라리 후배 정도의 사이인데 이 정도로 싫어할 이유가 있느냐고. 사실 설안이 이토록 두려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래도 학창 시절 둘은 나름 가까운 사이였다. 보통의 선후배가 제 학년에 머무르는 탓에 같은 동아리가 아닌 이상 알고 지내는 일이 드믄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이태가 교칙을 지키지 않는 설안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긴 했지만 나름 개선시켜 보겠다고 자주 말을 걸며 훈육 아닌 훈육을 하기도 했으며, 꼴에 선배라고 이것저것 챙겨주기도 하였다. 설안 역시 그런 이태에게 어느 정도의 호감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모종의 사건이 일어났고 설안은 사과 한 마디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달아나버린 일이 있었다. 그 이후 마음을 어느정도 추스르고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말을 하지 못하고 이태를 피해다니기 바빴다. 게다가 이태는 점점 바빠져 설안을 먼저 찾는 일이 자연스레 없어졌다. 어색한 감정을 가진 채로 2년이란 시간이 지난 것이니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설안은 도저히 이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푹 숙이고 소주잔만 째려보았다.

“와하하, 그럼 소개할 필요도 없었잖아~”

“그래서 혜연 선배, 왜 이태 선배님이…?”

“아~ 사실은 너한테만 문자를 보낸 게 아니라 이태한테도 보냈었어!”

그랬다. 설안이 지금 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술자리에 앉게 된 것은 혜연이 보낸 문자 때문이었다.

‘후배님, 시간 괜찮으면 한 잔 할래? 나 약속 바람맞음ㅠㅠ.’

때마침 할 것도 없겠다, 혜연과 더 친해지고 싶겠다, 설안은 흔쾌히 좋다고 말했고 이 자리에 나왔다.

"다섯 명 정도한테 톡을 보냈었거든. 그런데? 너네 둘이 딱 좋다고 했지 뭐야~“

‘그럼 이태 선배님이 나온다고 얘기를 했어야죠…!‘ 라고 설안은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집을 나선 직후 혜연이 추가로 문자를 보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혜연은 분명 너말고 한 명 더 오기로 했는데 괜찮느냐고 물었다. 설안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사람은 많을수록 재밌죠~’라며 답장을 보냈던 과거의 자신을 먼지나게 두들기고 싶다고 생각하였다.

‘그나저나 저 선배는 왜 나온 거야?’

설안이 안주를 젓가락으로 들어 먹기는 커녕 관찰이라도 하듯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이태를 보며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태는 이런 친목자리를 그닥 즐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집 밖을 나서는 걸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학창시절 이태에게 어느정도 친근감이 생긴 설안이 저녁 약속을 제안했을 때도 싫다며 냉랭하게 거절한 적도 있었다. 그런 이태가, 같은 학과도 아닌 사람이 별 영양가 없는 그저 술자리에 부른 것을 좋다고 나왔다? 설안은 도저히 상상되지 않았다. 그 2년 새에 이태의 성격에 변화가 생겼거나, 그가 혜연과 친해져 얻을 것이 있거나….

‘아니면, 이태 선배님이 혜연 선배를 좋아한다거나.’

설안은 속으로 킬킬거렸다. 여자에게 빠져 냉큼 튀어나오는 이태라니! 상상만으로도 우습고 즐거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런 설안의 상상이 무색하게 이후는 지독히도 평범했다. 주로 설안과 혜연이 말을 주고받고 이태는 거기에 반응을 조금씩 툭툭 얹는 식. 이성간의 호감이나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설안은 ‘오늘따라 이태 선배님이 조금 심심했나‘, 라고 생각하고 넘겨버리기로 했다. 1시간 좀 안 지났을까. 혜연의 휴대폰 소리가 울리더니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 잠시만 얘들아 동생 놈이 전화해서…. 너네끼리 얘기하고 있어?”

혜연은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제 이 자리엔 설안과 이태만이 남아있었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소주만 홀짝일 뿐이었다. 설안은 이태의 눈치를 잠시 살피다가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 먼저 말을 건넸다.

“선배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응. 나야 뭐.”

“이런데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어요.”

“그러게. 세상 참 좁아.”

잠시간의 침묵. 이내 이태가 입을 열었다.

“…번호, 바꼈더라.”

“아.”

“여유있는 날에 불러내서 밥이라도 한 번 사줄까 하고 전화했는데, 없는 번호라 하더라.”

“일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그래?”

“네네. 아, 번호 다시 드릴게요! 폰 이리 주세요.”

이태는 젓가락을 내려두고 제 주머니를 뒤져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설안은 자신의 번호를 눌러 저장한 뒤 이태에게 돌려주었다. 이미 설안의 휴대폰에는 이태의 전화번호가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걸 필요는 없었다. 이태도 그 점을 알아차렸는지 표정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얼굴로 설안을 보며 말했다.

“내 번호는 있나 봐.”

“번호랑 폰 바꾸면서 한꺼번에 옮겼으니까요.”

“…그랬는데 바뀌었다고 연락 한 통 없었고.”

설안은 잠시 긴장하였다. 전화번호를 바꾼 것이 순전히 이태 때문이었기에 그랬다. 언젠가 쓰일 일이 있지 않을까하여 이태의 번호는 제 휴대폰에 남겨두었지만 따로 이태에게 전화를 하지는 않았다. 껄끄럽고, 두렵고, 부담이 될까 봐.

“선배님이 맨날 저 귀찮다고 그러셨으니까 싫어하실까 봐 그랬죠~ 이렇게라도 다시 받았으니까 된 거 아니에요?”

설안은 활짝 웃으며 능청스럽게 넘겼다. 이태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설안을 쳐다볼 뿐이었다.

“…응, 그랬지.”

“그, 선배님 혹시…!”

“아하, 들어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컵빙수 좀 사다달라니! 지가 나갔다 오면 될 거를….”

‘그 일, 기억하고 계세요?’ 라는 설안의 말은 혜연의 탄식 소리에 목 뒤로 꿀꺽 넘어가고 말았다. 혜연은 자신의 동생이 하여간 게으르다는 둥 언니를 노비로 안다는 둥 툴툴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설안은 혜연의 말에 맞장구 쳐주기 바빴다. 이태는 그런 둘을 조용히 관찰했다. 대화가 조금 오가다 설안은 갈증을 느꼈다. 그는 아무래도 슬슬 일어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이었다.

“이 시x놈이 나를 x밥으로 알아?”

고함소리와 함께 텅, 하고 식탁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삽시간에 술집이 조용해졌다. 아무래도 일행끼리 싸움이라도 난 모양이었다.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고….”

“너도 날 x밥으로 아는 거냐?”

그 사람은 소주잔으로 식탁을 쾅 내리쳤다. 잔 밑에 금이 가며 일부 유리조각이 바닥에 흩어졌다. 얼큰하게 취해있어 사리분별이 안 되는 것인지 그는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 여기가 무법지대도 아니고.”

그 때 이태가 덤덤하게 그 사람을 바라보며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선배님, 잠시만….”

설안은 안절부절하며 이태를 말리려 했으나 이태는 그의 말은 듣지도 못한 듯 했다. 제 정의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한 마디 안 하고는 절대 못 넘어가는 그 성질머리. 설안은 학창 시절 있었던 일이 떠올라 또 일을 칠까 겁이 났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직전이었을 것이다. 어디선가 말싸움하는 소리가 들려 골목길을 슬쩍 들여다 본 설안이 이태와 그를 빙 둘러싼 중학생 무리를 본 것은. 이태는 이미 뺨 한 대를 얻어맞은 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는 저보다 덩치도 커다란 중학생들한테 한 마디 지지않고 따박따박 따지려 들고 있었다. 그보다도 덩치가 크고 운동 꽤나 해본 것처럼 보이는 설안이 다가가자 꼬리를 내리고 겨우 도망쳐버렸었다. 그 때 이태에게 무시하면 될 것을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그는 당연하다는 듯 ‘미성년자가 흡연하는 건 불법이잖아.’라고 답할 뿐이었다. 그래, 지금도 그와 비슷하다.

“이 정도로 난동을 피우는 건 영업 방해로 보일 수도 있겠고.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댁은 도덕이라는 걸 모르는가 봐. 사람들 있는 곳에서 소리지르고 잔 깨고…. 금수가 따로 없어.”

아, 그렇다 하여 이태의 입이 그닥 고운 것도 아니었다. 말이라도 곱게 하면 덜하련만, 그는 제 정의에 어긋나는 사람에 대한 멸시가 깔려있어 지금처럼 상대방의 화를 돋울 뿐인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

“너는 또 뭐야, x발.”

“할 줄 아는 게 난동부리기와 욕밖에 없으니 그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네. 아무래도 생각 대신 우동사리가 가득 들어찬 모양이야. 댁의 부모님도 참 안 됐어. 이런 것도 자식이라고 내놓았으니.”

‘선배님, 패드립은 좀.‘

그리 생각하면서도 내심 속이 시원한 설안이었다.

‘…하지만 역시 말려야 하나. 저러다 맞기라도 하면….’

생각하기가 무섭게 주먹이 쑥 날아와 이태의 뺨을 후려쳤다. 제대로 맞은 것인지 코가 부러지기라도 한 듯 우득 소리가 났고 코피가 바닥에 후드득 떨어졌다. 이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코피를 뚝뚝 흘리며 여전히 그 사람을 보며 말대꾸나 하고 있었다. 비릿한 피냄새에 설안은 속이 울렁거렸다. 직원이 신고한 건지 이내 경찰이 들어왔고 난동부리던 손님이 끌려나가며 상황은 종료되었다. 저 사람에게 맞은 거냐는 경찰의 질문에 이태는 상황 설명을 하며 혜연이 준 휴지로 코를 틀어막았다. 다행히 코뼈가 부러지거나 한 것은 아니고 충격에 코피만 터진 듯 보였다. 그 모든 상황 속에서 설안은 여전히 속이 울렁거리고 끓어 더 이상 자리에 멀쩡히 서있기 힘들었다. 설안은 제 손으로 입을 살며시 가리고 혜연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했다.

“이태 선배님이랑 경찰서까지 가드리고는 싶은데,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좀….”

“어어, 어? 그래. 들어가~”

“…난 괜찮아.”

이태 역시 덤덤하게 설안의 말에 반응했다. 그는 새 휴지로 제 코를 다시 틀어막으며 설안을 빤히 바라보았다. 설안은 황급히 술집을 빠져나와 걸음을 재촉하여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지하철 역에 도착하고 그는 화장실 칸 안에 들어가 휴대폰 카메라를 셀카 모드로 바꿔 제 모습을 얼른 살펴보았다.

‘…어린애도 아니고, 거기서 반응할 건 뭐야.’

휴대폰 화면에는 다른 사람에 비해 유난히 길고 뾰족한 송곳니가 화장실 조명 탓에 번뜩이는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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