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그램 개인지 정독 후기

w. 오므햄 | 01, 03, 09

여러가지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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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표지만 봐도 사랑스러운 편이죠.

네, 가지게 되었습니다. 보시다시피 무려 오므햄님의 밀그램 개인지 총 3권을 전부 말이죠…. 좋은 기회와 운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며 영광스러운 기분으로 전부 읽었습니다. 세 권 모두 읽게 되어 기쁘며 회지를 읽은 것에 단 1도 후회가 없습니다. 여러분도 놓치지 않고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밑으로는 죄수번호 순서에 따라 각각의 개인지에 감상평을 남기려고 합니다. 각 회지 별로 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책을 보유하고 계시지 않거나 구매 예정이지 않으신 분들은 하단 열람을 지양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니 사라, 가져라, 당신들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레알 마지. 혼또니. 아 말투 풀어졌다. 그럼 아래 후기 보시면서 즐거운 시간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 아래로 후기와 내용 스포일러가 이어집니다. **

상냥한 나의 어머니와 파란 괴물

우선 이 말부터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오열했습니다. 과장도 아니고 거짓말도 아니고 읽다가 오열해서 저도 조금 많이 놀라웠습니다. 내가 하루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 생각보다 깊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솔직하게, 하루카는 제 오시 라인에 끼지 않습니다. 나머지 남죄수 전원을 두고 ‘내 오시는 누구일까?’하고 고민하던 때에 하루카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벌써 1년 전의 이야기가 되었죠. 그 동안 저는 밀그램과 함께하며 생각보다 이해도가 깊어지고, 애정이 대폭 상승하고, 전원의 죄의 해상도가 오르며 저는 어느새 밀그램이라는 존재가 꽤나 소중해졌나봅니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인데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여지를 준 시나리오 라이터 야마나카 타쿠야 씨에게 크나큰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닿지는 않겠지만.

이야기가 조금 다른 곳으로 샜군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역시 오므햄님의 회지는 믿고 읽을 수 있습니다. 그야 저는 전 장르부터 오므햄님의 회지를 읽었고, 문체부터가 저의 취향이었기에 이번 회지를 읽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결제 버튼을 누를 수 있었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해 오므햄님의 오시 캐릭터의 개인지이다 보니 내심 큰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고 오히려 그보다 더 큰 선물을 받고 말았네요. 아차차, 이런.

회지 내용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저는 마감을 도와드리며 내용을 한 번 읽어봤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부분만 감상을 드렸었죠. 아마 읽어보신 분들은 제가 앞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어딘지 대략적으로라도 아실겁니다. 그 왜 있잖아요, 하루카가 어머니의 사랑을 어머니의 앞에서 읊는. 이렇게 말하면 그냥 직접적인 언급이구나. 어쨌던, 그 부분. 하루카라는 인물은 애정을 요구하고 주기도 하지만, 그 형태가 온전하지 못하거나 어딘가 뒤틀린 상태라고 느끼고 있으며, 우리 눈에도 비춰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그런 언행이 바라보는 우리에게 불쾌하거나 소름 끼치게 다가오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느끼고 있으며 사전에 읽은 그 부분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감상을 의도하셨다고 하길래 역시 대단하시다고 느끼기도 했으며, 하루카라는 인물에 대한 생각이 다시 한 번 깊어졌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면 후기를 이렇게 쓰기 시작한 이유가 없죠. 전문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오열했습니다. 어디서요? 네, 불쾌하고 소름이 끼쳤던 바로 그 부분에서. 이야기를 전했더니 불쾌하지 않았던 거냐고 물으시길래, ‘그래서 울고 싶었다’라고 답했습니다. 불쾌함이 저의 눈물을 불러 일으킬 줄이야……. 하루카라는 아이가 요구하는 애정을 받지 못 해, 그걸 본인도 모르게 회피하며 당장에 자기 자신에게 세뇌에 가까운 말을 주입하는 듯 한 그런 거. 지금의 하루카에게 있어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반응과 행동이 되었겠지만요. 그게 제 버튼을 눌렀나봅니다. 이상하지만 그랬습니다. 또한 하루카의 인생을 과거부터 현재 우리가 바라보는 밀그램까지 한평생을 다루며 모든 것을 서술하고 읽는 자에게 내어주는 이런 것… 너무 좋고 슬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하루카는… 저랑 나잇대가 비슷해서 더 그런것도 같습니다. 사람이라는 건 같은 환경에서도 선택 하나로 달라질 수 있고, 아예 다른 환경과 다른 선택을 함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람이 될 수도 있으며, 세계에 정반대에 서서 하나도 닮지 않은 아주 완벽한 ‘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은 것 같습니다.

회지의 주인공이자 가장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인 ‘하루카’도 모자라 그 주변 인물에 대한 시선을 비틀어 볼 수 있는 기회, 그들에 대한 관심과 생각을 깊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이 회지에서 주어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죄수의 심상’을 통해 그들의 과거와 죄를 돌아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입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지 않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는 것은 맞지만, 우선은요. 그러다보니 하루카가 느낀 어머니와 소녀, 상황만이 우선적으로 저희에게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러니 아직은 어리고, 부족한 하루카가 느낀 상황은 현실과 많이 다르죠. 그것이 현실로 끄집어져왔을 때, 우리는 무엇을 느낄까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앞서 말했듯 ‘환경’이 전부 다르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적어도 저는 비통함을 느꼈습니다. 그 주체와 대상가 여건은 항상 다르겠지만요.

하루카 회지, <상냥한 나의 어머니와 파란 괴물>은 제게 있어 하루카에 대한 사랑을 대폭 상승시켜주었습니다. 또한 그의 죄를 넘어 한 인간에 대한 해상도가 올랐습니다. 역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회지를 얻게 된 것과 읽을 수 있게 된 것에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역시 저는 솜사탕이 달다고 생각합니다. 게다는 발이 아프지 않을까 싶습니다. 목걸이는 변함 없이 반짝거렸고, 내려다본 호수의 수면도 그와 함께 찬란히 빛났을 거라고 희망합니다. 아름다운 사랑 속에 몸을 담구고, 비극이 찾아 오더라도 적어도 이 아이는 희극으로 받아들이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의로운 히어로를 지망합니다

또 다시 돌아왔습니다. 말씀드리고 시작합니다. 울었습니다. 회지 내용을 대략적으로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영상’ 관련으로요. 그렇게 들을 당시에는 마음이 아팠고,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똑같은 내용인데 전문을, 책으로 읽으니 왜 이렇게 느낌이 다른 걸까요. 왜 눈물이 멈추지 않는 걸까요……. 왜 이렇게까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슬픔이 느껴진 걸까요. 솔직히 처음 눈물이 난 건 후우타가 실현하려던 정의가 한 풀 꺾이고 비틀어진 뒤 나온 격한 행동, 그 부분이었습니다. 이상하죠. 눈물이 나올 것 까지는 아닐텐데. 그럼에도 저는 울었습니다. 학교라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그런 일들은 당장 제게도 닥쳐올 수 있는 일이라서 그랬던 걸까요. 마음이 너무 많이 저리더라고요.

사실 이것도 울기는 울었는데 아버지의 등장이 너무 서러웠습니다. 내가 서러울 일이 뭐 있나 싶지만, 제가 느낀 건 서러움이었는걸요. 하필이면 바로 직전에 영상에 대한 언급과 설명이 나왔던 데다가 아버지가 같은 행동을 자신보다 낮은 사람에게까지 서슴없이 하신다는 것이… 아 이거 쓰다가도 울 것 같아. 사실 타격이 시작된 건 아버지가 다리를 떠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를 잘 아는 후우타만이 알아볼 수 있던 아버지의 무의식에서 나오는 습관. 겉으로는 툴툴대고 아버지를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는 후우타도, 결국은 아버지를 향한 ‘사랑’을 끝내 저버릴 수 없었구나. 역시 그는 단 한 번의 사건의 그의 외양을 억지로 틀고 굳히도록 만들어버린거구나. 그런거구나. 가족애는 변할 수 없구나. 안 그래도 울고 있는데, 아버지가 덤덤한 듯 내뱉으시는 말이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무릎을 꿇으면 된다, 편하더라. 그러나 너는 그걸 몰랐으면 한다. 라니… 세상에서 이렇게 다정하고도 아픈 말이 또 존재할 수 있을까요. 가족애는, 아버지의 사랑… 부성애는, 한 번 생기면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면 우리 곁에서 떠나갈 수가 없는 거구나. 늘 나와 함께하는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기억이 틀리지만 않았다면 후우타 회지가 세 권 중 유일하게 밀그램과 과거의 현실을 수시로 오가는 글일겁니다. 세 이야기 전부 마지막은 결국 밀그램에 닿아 존재했지만… 후우타는 계속해서 오가는 것이 뭐라고 할까, 몰입감과 집중력을 올려준다고나 할까. 글의 구조에서 오는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대두되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 수록 줄어든다는 점이 시간의 흐름이라는 걸 체감하게 해주는 느낌도 받았고요. 유독 좋아했던 책들이 이런 구조였던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제 취향입니다.

후우타는 정의 실현을 바랐구나, 싶긴 하네요. 나쁜 녀석 발견, 넉다운 시키기 위해 애쓴다. 과거의 후우타도, 스톰파즈즈도 바라는 일이죠. 그런데 일의 마지막은 항상 왜 이렇게 된 걸까요. 학교를 다닐 때 벌어진 일은 사망자는 없었죠. 그리고 상대는 후우타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단단히 미친놈이었고요. 본인 눈이 다치고 얼굴이 망가졌는데 변함 없이 상황을 즐기고 제 손 위에 두려고 하다니. 일반적인 사람은 하기 힘든 사고죠….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그런 상대의 내면을 아는 건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후우타가 유일할까요? 아뇨, 저는 선생도 안다고는 생각했어요. 단지 상황이 복잡해지지 않고 빠르게 끝나기를 바랐겠죠. 그래서 후우타의 이야기를 더 들어주지 않았겠죠. 가해자도 사연은 있어요.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납이 되느냐, 아니냐의 차이죠. 이 때의 경우는 전자임에도 묵살 당한 것일테고. 학교는 작은 사회라고 하더니 역시 맞는 것 같네요. 응응. 그렇습니다.

요즘 모종의 이유로 후우타가 조금 많이 좋아졌어서…. 사실 원래 좋은데 애써 부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후우타 회지 만큼은 내가 놓치지 않겠다, 하는 마인드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리 읽어보신 분들의 경험담으로는 재밌다고 하시던데… 아니 뭐, 그래. 재밌습니다. 그러니 내가 읽지. 그런데 그 누구도 이야기가 슬프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어. 나는 대비도 못 하고 파도에 휩쓸려 잠겨 가라앉아버렸어……. 하나님 아버지…. 흠흠. 너무 감성적으로 가버렸군요. 후우타라는 인물을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상태에서 오므햄님의 글을 통해 그의 과거를 돌아보니 어라어라, 하게 되더군요. 저랑 생각이 안 맞는 것은 아니고, 아 이거를 이렇게 생각하면 매끄럽구나… 여기가 이래서 헷갈렸구나, 하는 그런 의문점의 해소인거죠. 공식에서 준 서사가 아닌 만큼 추후 밝햐질 공식의 이야기와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언제든 동인은 동인의 맛이 있으니까요. 재밌어, 기뻐, 행복해.

이 이야기를 안 했구나. 밀그램 내에서의 후우타가 여러 번 비춰지긴 했지만 역시 결말의 밀그램이 가장… 네, 그렇네요. 정말 자신이 살인자인지를 중얼거리는 말에 아무도 답을 해줄 수 없는 건… 2심이니까요. 그래요, 2심이니까. 적어도 자신이 살인자인 걸 아는 사람을 빼면 ‘1심’에서는 그래, 밀그램이 무언가 착각했겠지- 라는 허울 좋은 말이라도 건넬 수 있겠죠. 그러나 2심까지 와서는 ‘전원이 살인자다.’라는 밀그램의 말을 믿기 싫어도 믿게 되죠. 미코토까지 인지를 하고 이제는 부정이 아닌 회피를 하기 시작한 게 2심이니까요. 그러니 아무도 그 속삭임에 부정할 수 없었겠죠.

후우타 회지, <정의로운 히어로를 지망합니다>는 제게 있어 가족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줬습니다. 이건 가족애와는 별다른 이야기지만… 역시 살인은 심판을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법이 다루지 못 하는 사건도 있겠죠. 반대로 법만이 심판할 수 있는 살인죄도 있을 테고요. 뭐, 이런 생각에서 발전해 밀그램이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겠죠. 저는 그냥, 후우타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심판도 좋지만 ‘죄’와 ‘사상’에 초점을 더 맞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시 이 시스템, 한 ‘인간’을 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합니다. 저는 제가 가진 넥타이가 없습니다. 대학을 생각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와 같은 정의 실현을 잠시나마 꿈꾸기도 어려워요. 용기 있는 자가 얻어내는 법이죠. 무릎이 시리네요. 비가 오려나. 감사합니다.

행복해지기까지 앞으로 90,000,000円!

뭐, 지금까지는 계속 울었지만 이번은 울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금 많이 딥하게 우울해진 내용이라고 할까요. 역시 미코토의 살인은… 이레귤러인 만큼 판결하기 어려운 죄 TOP 3 안에 든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해도 모든 죄가 ‘단숨에 판결을 내리기 어려운 죄’를 모아둔 곳이기에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지만요. 미코토의 죄는 밀그램에게 있어 가장 흥미로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밀그램에게 있어서요…….

사실 다이토 씨가 떠나가는 순간에서야 깨달았어요. 모든 것이 진짜는 아니구나. 후기에서 말해주신 덕분에 확실한 이해가 갔지만, 그 아이가 허상일 줄은 조금 생각 못 했습니다. 이거 진짜임. 거짓말 아님. 허상의 존재가 500엔을 쓴 미코토가 위화감을 느낄 때 이상하긴 했어도, 그 애의 상태가 너무 급박해보였기에 미코토도 착각을 했고 그 애도 과민반응을 했거나 미코토와 같이 착각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아예 허상이었을 줄이야. 어쩌면 그 뒤의 그것들도 전부 저희에게 힌트를 주고 계셨었겠죠. 슬프네요. 끝을 향해 가는 동안 몰랐다니.

역시 솔직히, 그 시점에서 ‘우리가 아는 미코토’가 완성 된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 부분입니다. 손입니다. 읽으신 분들은 바로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였어도 그 상황에 끝까지 긍정해주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폭로에 함께해주는 것도 겁나지만, 응. 그거는 누구나 엮이기 싫죠? 아무래도…. 미코토 안 무언가의 버튼이 눌린 거겠죠. 비슷하지만 다른 형태로 다가온 불안과 압박이 원인이겠지. 하지만 그게 없으면 미코토는 살인을 저지르지도, 그로 인해 밀그램에 오지도, 지금의 우리가 바라보고 사랑하는 그의 모습이 되지도 않았겠죠. 역시 ‘미코토’에게 그런 일은 필수적이면서도 가장 있으면 안 됐던 일이 아닐까. 뭐, 그런 거.

그래, 중간에 그런 부분이 있었죠. 상사들은 어쩜 저렇게 똑같은 이야기만 하는 걸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이 말이 너무 씁쓸한 말이 아닌가… 싶네요. 아직 회사라고는 직접 경험해 본 적도 없고 주워듣는 이야기나 미디어에서 접한 게 전부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직장이란 것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방식이 굳어져버린다는 건 꽤나 씀쓸하고 속상한 일이겠죠……. 한 사람이 반기를 든다고 해서 고리가 끊기지도 않을 뿐더러 바뀌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슬프네요. 이게 현실이다 이건가. 그런 굴레 속에서 힘들어진 그 사람이 이해가 되어 슬프면서도 그런 지경까지 갔다는 것에 내심 두려움이 느껴져서 안타깝네요. 모두 행복할 수는 없었던걸까……….

미코토의 회사 생활이 가장 불행해진 건 역시… 가장 바라던 회사에 취직했는데도 삶이 극적으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 아닐까요. 그 모든 아픔과 시련을 불행을 감수하고 억지로라도 억누르며 간신히 따낸 자리인데,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행복해질 수 없었잖아요. 가족과 매일 함께하지 못 하는 것도 버티고 편도 3시간 거리의 도쿄에 홀로 상경했는데, 다가 온 삶은 이런 식이고. 그렇지만 자기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고 생각하니 그만 둘 수가 없었겠죠. 가족을 위해서라도, 자기 자신의 선택, 미래, 얻어야 하는 행복을 위해서라도……. 이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겠죠.

아, 그래. 미코토가 도쿄로 상경할 즈음에 검은 머리가 자라기 시작했잖아요? 가족을 떠나며 ‘카야노 미코토’로써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어요. 그리고 어머니와 여동생이 모두 그 머리색이었던 걸 생각하면… 그의 내면에서 ‘가족을 사랑하는 착하고 바른 미코토’의 비중이 줄어든다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상경 당시는 그리 많이 자라지 않았기에 아직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직장 생활을 해오며 검은 머리가 자라고, 그것이 내면에 축적되는 스트레스를 상징하는 걸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요, 그… 미코토가 사유지 무단투기를 저지를 때가 아마 딱 머리 색이 반반인거로 기억해요. 그 쯤에 인격이 두 개로 분리됐다고 생각하면… 얼추 시기가 맞지 않을까요? 그러면, 2심에서 검은 머리가 더 많아졌으니 3심에서는 별개 인격이 생기거나 아예 한 쪽으로 합쳐질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거요. 응, 뭐… 그런 느낌.

미코토가 망상에서 깨어났을 때, 미코토도 결국은 인간이고 아직 어렸죠. 그런 미코토가 감당하기는 꽤나 큰 현실 아니었을까. 물론 그 때는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기에 ‘아 내 상태가 많이 심각한 건 맞구나.’하는 자각을 하는 정도로 많이 충분한 것 아니었을까요. 자기 자신을 살피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게 된 거겠죠. 그게 없었다면 ‘타인’이 함께하는 일이 더욱 더 늘어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미코토의 인생이 이 이상 가라앉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었겠죠, 응.

미코토 회지, <행복해지기까지 앞으로 90,000,000円!>은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여러 번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행복이란 건, 사랑이란 건 단번에 이해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허상의 존재죠…. 그럼에도 항상 우리 곁에 있거나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이죠. 되게 모순적이지 않나요? 그런 만큼 이상적이고. 삶이 원래 다 그렇죠. 저는 버블티를 좋아해요. 자전거는 아직 못 타지만, 야구 배트를 휘두를 줄은 알지 않을까요? 물론 폼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후기를 마치며

길고도 짧은 후기가 끝났습니다. 중간 중간 회지 내용을 넘어 고찰을 하고 세상사를 바라본 것 같기는 하지만 저랑 같이 생각해주시면 감사합니다. 뭐… 회지를 읽지 않았다면 다시 생각해보지 못 할 것들이 절반 이상이었으니까요. 회지가 기회가 되었으니 이것도 회지 후기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래야 해요 나는 회지 후기를 남겼어요.

역시 밀그램이라는 거 정말 매력적이지. 가상의 세계에서 준현실을 다루며 현실에게 메세지를 전한다니. 그것도 법에 반기를 드는 시스템이라니. 라이터가 집착하는 것이 ‘한 인간으로써 취급되게 하는 것’이라니.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주축으로 삼고 있을 줄이야. 늦게 접한 걸 후회하면서도 더 늦지 않게 접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밀그램 좋아.

회지 후기를 쓰면서도 말한거지만 역시 이들은 ‘살인’이라는 서사 없이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습이 될 수 없는 존재들이잖아요? 그래서일까… 내 사랑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이미 정한 것을 거두지는 못 하는 것이 꽤 신기하죠………. 마땅한 단어가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열심히 고민해봤는데 대충 뭐 모순 난제 그런 느낌의 단어인데. 같이 고민해주세요. 떠오르시면 공유도 부탁드립니다. 진심, 진짜로….

으흠. 나중에 시간이 조금 지나서 이 글들을 다시 읽으면 그 때 제가 느끼는 건 다를 지도 모르겠네요. 큰 틀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 아닌 확신은 있지만서도 사람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들 하니까요. 저는 그 말에 아주 많이 동감하고 있고요. 사람 일 어떻게 되는 지 모르고, 익숙하거나 믿던 것이 변해버리는 건 아주 한 순간이더군요. 저는 지금도 행복을 추구하고 얻어내기 위해 내면과 외면 모두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모두가 그렇겠죠? 정도는 다르지만… 저는 제 최선을 다해 최대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행복하셔요. 진심입니다. 행복해져요, 우리. 저도 바랄테니 여러분도 제 행복을 바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겉으로라도. 적어도 겉만이라도……. 사실 이 후기 글만 하루종일 쓰다가 지금은 무려 새벽 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조금 많이 감성적이게 되었네요… 후기 읽으시면서 지장 없으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즐겨주셨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여러분은 오므햄님의 회지 세 권을 전부 읽으셨을까요? 아직 아니시라면 얼른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계속 말했지만 역시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고요. 한 권만 읽더라도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지만, 가능하시다면 전부 읽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읽고 나서 얻으시는 것들이 분명 많으실 겁니다. 그것이 어떤 형태던, 크기가 얼마던, 어떤 영향을 주던지요. 저는 깊은 사랑을 얻어갑니다. 아마 엄청 컸고, 이 영향은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역시 신기합니다.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더라도….

긴 후기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므햄님이 발간하신 세 권의 회지를 바라보며 저도 무언가 열심히 준비해서 보답해보겠습니다. 당신이 이 책들을 만들며 쏟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애정을 잊지 않으며 마음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솜사탕은 달고 게다는 발이 아프며 저에게는 넥타이가 여전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배트를 휘두르는 건 어렵고, 자전거를 타는 건 조금 무서워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오래오래 함께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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