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의 불운

2019

고2가 되어 세이신을 다니게 되고, 반이 갈린 (전) 1학년. 하나마루가 다른 반, 요시코와 루비가 같은 반이 되었다. 그런 설정이다. 우라노호시 다닐 때의 등교 거부 학생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요시코는 자연스럽게 반에 섞여 들어 활기찬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우라노호시 시절의 소문을 들었거나, 아쿠아 활동을 알고 있는 반 친구들이 짓궂게 하는 타천사 얘기도 적당적당히 받아치면서 진지하게 자신과 아쿠아 팬으로 영업하는 요시코를 지켜보는 루비는 흐뭇하지만 뭔가 검은 마음이 피어오르는데…….

“요시코쨩, 루비랑도, 루비랑도 이야기해 주었으면 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너만큼 자주 얘기하는 애가 어딨다고?”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야. 최근 요시코쨩 타천사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아. 반 애들과는 그렇게 즐겁게 얘기하면서 어째서 더는 루비랑은 하지 않게 된 거야? 루비는 더 이상 요시코쨩의 리틀 데몬이 아닌 거야?”

“…그런 얘기였나. 잘 들어 루비. 무슨 오해를 하는지는 알겠지만, 내가 하루 중 가장 많이 얘기하는 건 여전히 너랑 즈라마루야.”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만날 만한 사람도 너랑 즈라마루겠지. 지금 같은 반인 애들 중에 나 같은 애랑 미래까지 연이 닿을 애가 몇이나 있겠어? 그런 와중에 너희들 앞에서 계속 타천사 얘길 하는 건 그저 흑역사를 늘려가는 감각밖에 없어서 자제하는 거라고. 내가 1학년 때 왜 등교 거부했는지 기억 못 하는 거야?”

어쩐지 부정적 인식이 잔뜩 칠해진 발언이었지만, 루비는 요시코의 ‘미래까지 이어질 인연’이라는 말에 감동받아서 앞으로도 계속 쭉 함께 하자며 얘기 제대로 안 듣고 요시코 껴안았다.

정면에서 달려드는 루비를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받아낸 요시코는 당장이라도 뒤로 넘어갈 듯한 의자를 절대 쓰러져선 안 된다는 각오로 온몸의 균형 감각을 총동원해 무게 중심을 앞으로 몰았다. 넘어가면 안 돼! 이대로 넘어가면 뒤통수는 끝장이야! 그런 목숨의 위험을 넘기기 위해 온 힘을 다했으나, 요시코는 잊고 있었다. 자신이 불행을 몰고 다니는 타천사라는 것을. 어떻게든 뒤로 넘어가는 것은 피했으나 이번에는 중심이 앞으로 너무 쏠려서 고꾸라지기 직전이었다. 이것은 이제 막을 수 없이 닥친 불행. 그런 와중에도 머리는 안 돼, 머리만은! 요시코는 필사의 힘을 끌어내어 머리를 보호했다.

“그래서?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유? 요시코쨩 주제에 우리 루비쨩을 패대기 친 겨??”

“대체 지금 이 상황의 어딜 봐서 패대긴데!!”

부실 문을 연 하나마루가 보게 된 광경, 그것은 뒤로 자빠지기라도 했는지 바닥에 누워 있는(정확히는 쓰러진 거지만) 루비, 와 그런 루비의 뒷머리를 양팔로 감싸안은, 만남 이래 최대로 루비와 밀착해 있는 요시코였다.

“아니 이건! 야 루비, 네가 뭐라고 말 좀 해봐!”

“요시코쨩 정말 좋아!”

“아악!”

루비의 말로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해지는 요시코와 확신밖에 들어차지 않는 하나마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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