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왔을 때 일 순위로 해야 할 것 (1)

다락방 by 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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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스포 주의

*이 작품은 제 껍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어느새 피터의 하루 일과는 거의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었다. 매일 아침 여섯 시에서 이따금 늦잠을 하면 일곱 시 쯤에 깨어나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그리고 어젯밤 자신이 어질러 둔 것들(예를 들면 스파이더‘맨’ 활동을 하다 다치는 바람에 흘렸던 피나 정리하지 않은 붕대, 혹은 과제를 하느라 이것저것 시험해 본것들 말이다)을 정리하고 짧게 주변을 돌기 위해 두시간에서 세시간 정도의 스파이더맨 활동을 하였다.

“고마워요, 스피디-맨!”

“서브웨이 먹을래, 스파이?”

“춥지 않니? 괜찮다면 잠시 쉬었다 갈래, 스파이더맨?”

보다시피 그의 이름(히어로명)을 재대로 불러주는 이는 매우 적었지만, 그를 ‘피터 파커’라 불러주지 않은 것 만으로도 그는 충분했다. 아무튼, 짧은 패트롤을 돌고나면 그는 여타 대학생이 그렇듯이 그는 공부…가 아닌 아르바이트에 열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그 누구도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알지도, 알아서도 안되었고, 그로 인해 그는 조금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전 세계를 넘어 전 우주의 존재가 자신이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 날의 이후 피터는 정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다 감히 자부할 수 있었다. 자신의 정체가 들키고 얼마 되지도 않은 짧은 새에 그의 서류에 ‘특징 : 스파이더맨임’이라는 것이 새겨진 것도 아닐텐데, 그의 신분을 증명해줄 서류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신분을 다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신분 서류가 사라졌다는 것은 그가 미드타운 과학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그의 유일했지만 이제 더 이상 이 세계에 발을 내딪을 수 없어진 메이 숙모와의 혈연 관계였다는 점을 증명할 수 없게 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한마디로 서류상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블립(blip) 이후 실종 되었다 뒤늦게 발견되어 신분을 만들어 주는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때, 피터는 자신의 숙모와 그녀의 단체가 이 일의 주역들 중 하나라는 것에 엄청난 뿌듯함을 느꼈다)과 이로 인해 신분을 다시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추가로 메이와의 혈연관계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하였고. 실제로, 블립으로 인해 이따금 그 사람이 존재했다는 서류 자체가 사라지기도 하고, 큰 충격으로 주변인들이 해당 인물을 완벽히 잊어버리는 일들같은 것들이 인구 약 80억의 지구에서 아아주 이따금 일어났기에 그다지 문제는 되지 않았다. 가슴이 아프긴 해도 약간의 거짓을 섞으면 되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전에 살던 집에서 살 것은 아니었다. 집은 그 혼자 관리하기에는 너무나 컸고, 공허했다. 게다가 어디에서나 있는 메이와의 추억은 있던 것이 사라지는 것이 더욱 힘들다고, 전 우주의 존재에게 기억이 지워지며 완벽한 혼자가 된 피터를 더욱 힘겹게 만들어 주었다. 추억이 힘이 되기도 했지만 그는 흔적을 볼때마다 힘들고, 자신의 발이 묶일 것 같다는 직감에 채 두달을 버티지 못하고 집을 내놔 버렸다.

‘굉장히, 이상한 말로 들릴 수 있는데 말이야. 음…, 왠지 이 집을 반드시 사고 보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 괜찮다면 필요하지 않은 짐들을, 집에 두고 가도 괜찮을까?’

집을 내놓은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찾아왔다. 정말, 아주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듯한 해피였다. 그는 집을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자신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는 피터가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차피 피터는 작은 방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었고, 따라서 집에 있던 짐들을 처리하기 정말 곤란한 상태였기에 그는 흔쾌히 해피의 요청을 수락하였다.

아무튼…. 이런 상황으로 그에게는 돈이 항상 부족했다. 생활비에 스파이더맨 활동할때를 대비한 응급치료 관련 상비약들을 살 돈이 빠져나가며 다른 여타 친구들과는 다르게 돈이 항상 2배에서 1.5배 정도가 빠져 나갔기 때문에. 또 그렇다고 딱히 도움을 요청할 이들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아침 시간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그제야 피터는 과제와 학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등교 전 있는 아르바이트로 인해 항상 그는 허겁지겁 등교할 수 밖에 없었고, 어찌저찌 등교를 하면 그는 공부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이 시간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에 피터는 이 시간이 항상 좋았다.

학교가 끝나면 다시 아르바이트, 저녁 먹고, 다시 아르바이트, 집 와서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패트롤. 그러면 어느새 시간은 3시를 넘어서 있었고, 집에 와서 간단한 응금조치 이후 잠. 다시 일어나서 정리하고…. 이따금 바뀔때도 있었지만 피터에게는 이것이 하루 일과라 볼 수 있었다. 정말 그가 거미에게 물려 일반인보다 몇배로 튼튼하고, 힘이 세지 않았다면 절대 해내지 못하는 스케줄이었다.

그리고 막, 잠에서 깨어난 피터는. 그러니까, 음.

“…메이?” 순식간에 피터의 오른손과 그의 오른쪽 뺨이 격렬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퍽- 하는 마치 손바닥이 아닌 그의 주먹과 뺨이 만난 것 같은 마찰음이 둘 사이에 퍼졌다. 아, 아프다. 너무나 당연한 말을 중얼거리며 피터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완전 현실 같잖아. 멋진걸? 뺨에서 느껴지는 고통도 완전 현실 같고. 메이 숙모도 완전 현실감 넘치고. 정말 대단해.

“피터!” 메이가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뭐 하는 거야!”

순식간에 다가온 메이가 피터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을 건냈다. 악몽이라도 꾼거야? 갑자기 왜 그래! ‘건냈다’ 보다는 ‘쉴 새 없이 말을 쏟았다’ 가 더 많은 표현일 것 같을 정도로 메이가 외쳤다. 따끔따끔한것이 필시 새빨갛게 불거졌을 것이 분명한 오른쪽 뺨에 뜨거운 손이 닿았다.

“아뇨, 그냥. 되게 현실감 넘치는 꿈이라는 것 같아서요.” 머리가 아직 돌아가지 않은 채의 피터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메이의 떨리는 손이 왠지 실제 메이 앞에서 자신이 자해를 한다면 보일법한 반응이었다. 와, 어제 뭘 했길래, 꿈이 현실 같아졌지.

“메이가 항상 뿌리는 향수 향기도 그렇고, 표정도 되게 현실감 넘치고요. 그냥, 너무 메이인 것 같아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아직 침대에 앉아 가만히 있는 피터를 메이가 꼭 껴안았다. “오, 피터…. 무슨 악몽을 꾼 건지는 몰라도, 나는 진짜가 맞아.”

박자에 맞춰 누군가 자신의 등을 두드려 주던 것이 얼마만이던가. 피터는 입 밖으로 내뱉으지 못할 말을 떠올리며 포근한 분위기에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비록 꿈이라 할지라도 잠시만, 아주 잠시만 쉬다 갈게요 메이. 제발 꿈이라고 절 깨우는 행동 같은 건 하지 말아주세요. 보는 사람마저 구슬프게 울음을 토해내는 피터의 모습에 눈물을 쏳아낼 것 같은 광경이 아직 다른 이들은 자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침의 퀸즈에서 벌어졌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메이. 제발. 다시는 그러지 말아줘요. 죄송해요, 메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목소리가 울음소리와 뒤섞이며 알아듣지 힘들었지마 메이는 차분히 피터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켜 주었다. 어릴적 제 부모님을 잃었을때와 벤을 잃었을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이렇게 운 적이 없었던 피터였기에 그녀는 걱정이 앞섰다. 심지어 벤 때에는 그녀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었던 것인지 홀로 방에서 울던 것을 우연히 들었던 것이였고, 이는 한 마디로 그 정도로 걱정을 끼치기 싫어하는 피터가 이렇게 자신의 앞에서 울 정도라면 평범한 내용의 악몽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피터는 진정 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는 바람에 눈이 잔뜩 부어 오른 피터의 눈에 메이는 웃으며 피터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피터, 눈 부었어. 씻고 내려와.” 그리곤 그대로 그녀는 방을 나섰다.

순식간에 방을 빠져나간 메이의 모습에 피터는 멍하니 열린 문을 쳐다보았다. “피터! 다 씻었니?” 그러나 아래에서 들려온 메이의 외침에 허둥지둥 화장실로 향했다. 이것이 굉장히 현실감이 넘치는 꿈이든, 뭐든. 중요한 사실은 메이가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토니도 살아 있으려나- 하고 실없는 생각을 하였기만 피터는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며 그저 이 순간이 찰나의 꿈일지라도 즐기자는 결론을 내리고 대답했다. “금방 내려갈게요!”

“아침은….”

“…제가 다시 할까요?”

한쪽면은 새까맣고 다른 한쪽은 새빨간 베이컨과 뭘 했는지 토스트기에서 나온 어두운 잿빛의 토스트. 여기에 마찬가지로 살짝 탄 샌드위치를 보며 피터가 말했다. 아니면. 탄 부분은 좀 자르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리 오래 걸리는 건 아니니까…. 점점 작아지는 피터의 목소리에 메이가 고개를 주억였다.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네. 부탁할게, 피터.

“네!” 메이의 말에 서둘러 피터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 잠시 옷 좀 갈아입고 올-”

이에 안심하며 메이는 피터의 눈물로 인해 젖은 옷을 갈아 입기 위해 주방을 나서려 했다. “저, 메이!” 그녀를 부르는 피터만 아니었다면. 왜? 의아한 눈빛이 피터를 위에서 아래를 훑었다.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뭐, 문제라도 있어?

“그…. …한다고요.” 어찌나 작은지 뚝뚝 끊기는 말에 메이는 “응?” 하고 의아함을 품은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에 피터는“그냥, 사랑한다고요!” 크게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피터의 말에 잠시 그를 쳐다보던 메이는 피터에게 다가와 격한 포옹을 해주었다. 오, 피터. 나도. 나도 사랑한다. 무슨 꿈은 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항상 너를 응원하고, 사랑하고 있어. 속삼임과 함께 피터의 이마게 짧은 키스를 한 메이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으러 떠났다.

피터는 그 사건 이후 삼, 사년동안 계속, 계속, 계속, 계속해서 생각했다. 만약 메이가 돌아온다면. 그때 메이가 죽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스티븐의 말을 들었더라면. 토니가 죽지 않았더라면. 핑거스냅을 토니가 아닌 내가 쳤더라면. 내가 토니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스파이더맨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거미에게 물리지 않았더라면. 아니, 애초에. 애초에, 애초에……. ‘If’는 계속해서 쌓이고 쌓여 고여 버렸다. 고인 것은 계속해서 불어나다 떠지며 번아웃이 올때도 있었고, 고인 것이 썩어 문들어질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피터가 버티는 이유에는-

-어찌 되었건. 피터는 만일 메이를 다시 본다면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 중 하나는 사랑한다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비록 꿈 이었지만. 피터는 어찐지 마음 속 짐이 가벼워 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뭔가를 잊은 기분이 드는데.”

‘꿈’이라 할지라도 피터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그리고 휴대폰에 뜬 날짜와 시간을 본 순간, 그제야 피터는 자신의 찜찜함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미친, 오늘 등교날이네?! 헐! 심지어 이제 슬슬 등교할 시간이잖아!? 어쩐지 어려진 외양에 따라 정신이 따라가는 느낌을 받으며(라고 피터는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성격이 좀 바뀐 것 빼고는 고등학생 때와 비슷했다) 소리쳤다.

“메이!! 저 조금 있으면 버스 올 시간이에요!” 우렁찬 피터의 외침이 집에 울리고. “Oh my god!” 뒤이어 놀란 메이의 비명이 집에 울려 퍼졌다.

다행히 피터는 그간의 스파이더맨 이중생활로 다져진 옷 갈아입기 스킬 및 학교 갈 준비하기 스킬, 그리고 순식간에 밥 먹기 스킬로 준비를 끝내고 재시간에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피터…!”

자리에 먼저 앉아 있던 네드가 피터에게 손짓했고, 정말, 정말 오랜만에 보는 ‘피터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는 네드’에 피터는 웃으며 옆자리에 앉았다. 정말이지, 이건 최고의 꿈인 것이 분명했다. 아니, 최고의 루시드 드림(자각몽)이었다. 단 한번도 피터는 루시드 드림을 꿔 본적이 없었기에 더욱 신이 난 상태였다. 대체 인터넷에 꿈속에서 ‘이건 꿈이야’라는 걸 깨달은 순간 주변인들이 전부 싸해졌다는 글 올린 사람은 뭐야! 괜히 겁 먹었어….

“네드 안녕.” 피터는 웃으며 네드에게 인사했다. “혹시 어제 올라온 영상 봤어? sw가 새로 유튜브에 영상 올렸는데 미쳤어!”

작게 호들갑을 떠는 네드에 피터는 잠시 기억을 떠올렸다. 아, 그건가 혹시? 이후 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sw를 떡상시켜주는 계기가 되는 영상을 떠올린 피터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내 감인데, 분명 그 영상 몇백만은 가뿐히 넘을껄?! 다른이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최대한 목소리를 작게 깔은 피터가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나도 그 생각했는데!

맞아, 네드랑은 이렇게 재미났고. 나랑 잘 맞았는데 말이야. 해맑게 자신을 보며 웃는 네드에 잠시 미소가 흐려졌던 피터는 결심했다. 이것이 그저 허상인 꿈일지라도. 내가 눈을 뜨면 끝나버릴 꿈일지라도. 나는 다시는 널 잃지 않을거야. MJ도, 메이도, 토니도. 그 누구도 잃지 않게 만들겠어. 다시는,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아.

반드시 미래를 바꾸겠어.

단순 자기 만족욕이라 할지라도. 이번에 꾸고 깨면 다시 나오지 않을 꿈이라도, 반드시. 단 한번만이라도 살릴거야. 잃기 싫어. 무슨 시련이 또다시 닥쳐와도, 반드시 이겨내고야 말거야. 더 좋은 방향으로. 내가 의심을 받게 되더라도 반드시. 이번엔 MJ에게 먼저 조금 더 멋있게 고백도 할거고, 히어로 답게 토니한테도 인정 받고 싶고. 피터는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소소한 것들을 떠올렸다.

“…거기서 광선검이 움직이는게…!”

옆에서 신나게 영상의 내용을 말하는 네드의 모습을 보며 피터는 손바닥에 손톱 자국이 생기도록 주먹을 말아 올렸다. 물론, 그렇다고 피터는 절대, 절대로 자신의 정체를 들킬 생각은 없었다. 그의 정체가 들통나며 다른 세계의 스파이더맨이 오는 등의 일이 생겼던 것은 물론이고, 떠올려보면 전부 그의 정체가 들통나며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끼쳤기 때문에. 그가 경솔하게 정체를 들키지 않았다면, 전 차원의 존재가 피터 파커를 잊지 않았을 것이면서, 네드와 MJ가 미스테리오의 드론에게 위협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메이가….

“…터? 피터? 손이 희게 질렸는데 괜찮아?”

“아.” 자신의 왼손을 툭툭 건드리는 네드의 손에 정신을 찾았다. 괜찮아. 무슨 얘기 중이었지? sw 영상 말이야. 아, 맞다. 오늘따라 멩한 피터에 네드는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피터의 귀에는 그런 말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눈 앞에 메이가 쓰러지는 장면은 머리에 강하게 세겨지기라도 한 듯이, 피터는 단 한순간도 그 장면을 잊은 적이 없었다. 생각을 할수록 목이 바짝 마르는 괴로운 기분에 피터는 속으로 결심을 하였다. 하교를 하고 곧바로 피터는 꿈속에서나마 미래를 바꾸기 위한 계획을 세울 것 이었다.

“메이 숙모.”

“오늘 학교는 어땠니?”

“괜찮았어요.”

절대로 피터는 자신의 손에 쓰레기통에서 주운 CD를 넣는 기계를 주워 집에 갈 때까지도.

“밖에 끝내주는 차가 있어요.”

이전에 언젠가 해본 적 있는 것 같은 말을 내뱉는 그 순간까지도.

“파커군.”

절대 ‘그’ 날이 오늘인지라 그가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울 새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여긴 왜….”

오늘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뀔 수 있었던. 토니와 만나는 날이라는 사실을.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는 그의 우상이자, 그의 멘토이자, 마치 아버지- 같은 토니 스타크는.

“자, 잠시만” 갑작스럽게 왈칵 눈물을 터트리는 피터에 토니는 당황하며 손에 이던 쿠키를 내려놓고 어쩐지 허둥대었다. “물론, 내가 찾아와서 굉장히 기쁜 건 알지만, 우는 건 사인을 한 다음에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파커 군.”

차마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피터에게 가져다 주었다.

“전, 피터에요.” 분명 눈물과 약간 흐른 콧물 때문에 굉장히 꼴 사납겠지만. 피터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소개했다. 정말, 토니를 다시 보게 될줄은 몰랐지만. 반드시 이번엔 그가 스냅을 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었다.

“…난 토니.” 잠시 눈썹 한쪽을 올렸던 토니는 마찬가지로 통성명을 하였다.

반드시. 그는 미래를 바꾸고 말 것이었다. 이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아니면 그저 주마등 같은 것 인지는 몰라도, 그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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