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Emotional Trials 1
감정적 시련
닥터스트레인지x세레스 페르시온 드림
“스티븐! 오셨어요?”
그는 어벤져스 본부에 회의를 하고오는 길이었다. 1년 만의 방문이라서 더 그런건지, 회의 주제는 차고 넘쳤다. 어벤져스 합동 훈련 계획이나, 근황 보고 등등. 주제는 6시간이나 회의를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했지만, 그것들의 공통점은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것.
차라리 남자는 이럴 시간에 카마르-타지에서 단체 훈련을 지도하거나, 생텀 내부 도서관에 있는 책을 한 페이지라도 더 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 도서관의 책들은 스승님이 계시던 시절에 간파해둔 것이라는 사소한 문제가 있긴하지만. 그 문제는 이 회의에 비할게 아니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회의를 끝마친 스티븐은 심신이 모두 지쳐있었다. 분명히 본부에서 자신은 앉아있기만 했었는데, 오랜만이라는 단 한 가지 때문에 폭포수 같은 질문들이 자신에게만 쏟아져 내렸다. 이 정도면, 본인조차 모르는 새에 스스로가 범법이라도 저질렀던 건가 싶어서 여태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봐야 했다. 본부에 완전히 질려버린 스티븐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자아를 가진 망토가 무슨 일을 저지르기라도 했나까지 고민하다가 생각을 멈췄다.
특히 그 애꾸눈 양반은 매일같이 애인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정곡을 꾹 찌르는 질문을 집요하게 날렸다. 회의에 못 올 정도로 무슨 일이 그렇게 많냐. ‘어린’ 애인과는 잘 지내냐. 왜 같이 오지 않았냐는 말을 하더니. 다음엔 세레스를 소개 시켜달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 말의 뜻은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했어야 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겠지. 말을 하지 않아도 네가 뭘하는지, 누굴 만나는지 이미 다 알고있다고. ...허! 어벤져에게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도 보장되지 않는다니. 저런 집요함 덕에 쉴드의 국장까지 달았나. 남자는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대개 실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어벤져스가, 공기마저 먹먹한 회의실에서 주구장창 사무적인 회의를 하고 있으니 남자는 답답해서 미쳐버릴 뻔 했다. 장장 6시간 회의 내내 세레스 생각으로 겨우 버틴 것이지. 그는 아이가 없었다면 회의 도중에 어떤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아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말 없이 입술을 짓씹으며 고통의 시간을 버텨냈다.
“응. 회의 하고왔어. 6시간 동안.”
“히익... 6시간이요?”
“오랜만에 가서 그런지 좀... 길어지더라.”
눈이 둥그렇게 커진 세레스가 남자에게 되물었다. 피곤하겠다느니, 힘들지 않았냐느니 하는 말들이 뒤에 덧붙었다. 그런 다정한 아이의 목소리와 달달한 체향 덕에, 남자의 지친 심신이 점차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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