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Emotional Trials 2
감정적 시련
닥터스트레인지x세레스 페르시온 BL 드림
세레스도 포탈이 닫히기 전에 슬쩍 남자를 따라가고 싶었다. 정장을 입고 진지하게 회의에 임하는 남자가 궁금했고, 멀리서라도 그 모습을 보고싶었으니까.
과제가 없었다면 시도해 볼 만한 일탈이었겠지만... 세레스가 과제 한 가지를 완성할 쯤이면 교수들은 친절하게도 새로운 과제’들’을 하사해주셨다. 딱히 어느 교수 한 명을 욕할 것도 없이 모든 과목의 교수들이 그러했다. 이것이 세레스가 다니는 학과 교수들의 유일한 공통점이었고, 세레스를 포함한 많은 학부생들이 고통받고 있었다.
과제 인심이 넉넉한 교수들 덕에 세레스는 다른 일정을 잡는다는 걸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좁은 컴퓨터 책상에 앉아 셀 수 없이 많은 과제들을 쳐내며 졸업과제까지 챙겨야해서 바빠도 너무 바빴으니까. 그저 세레스는 남자와 밥을 같이 먹는 것, 남자에게 아침과 밤에 안부인사를 건낼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본부 가기 싫어.”
“... 스티븐.”
“세레스, 네 옆에만 있고 싶은걸.”
스티븐은 세레스를 폭 끌어안고 뽀얀 얼굴 곳곳에 쪽쪽 입맞추느라 바빴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처럼 회의에 가기싫다며. 혹시 스티븐은 전생에 뽀뽀하다가 죽기라도 했었나? 아니면 전생에서 한껏 뽀뽀를 못받았던걸까? 어느 쪽이든 간에 저 남자는 뽀뽀 귀신으로 둔갑해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영원히 스티븐의 애정을 받고 싶어…’
연인은 서로 닮는다고 하던가. 사실 세레스도 그의 연인과 마음이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멀리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을 떈, 이미 그의 뽀뽀 세례가 시작된지도 15분이 훌쩍 흘러가버린 뒤였다. 아. 이대로는 안 돼. 세레스는 제 옆에 달라붙은 뽀뽀 귀신을 밀어냈다. 그리고 그에게 똑똑히 말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앞으로 스킨쉽을 안할 거라며, 단호하게 엄포를 두었다. 물론 세레스도 쉽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남자를 보내야만 할 때였다.
세레스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제게 붙어있다가 힘없이 포탈로 걸어가는 뽀뽀 귀신의 뒷모습을 보며 먹먹한 마음을 억눌렀다. 하... 애인이랑 했던 제대로된 데이트가 언제였더라. 세레스는 축 처진채 작업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힘겹게 제 연인을 보내고, 세레스는 재차 쌓인 작업을 시작했다. 길지않은 시간을 온전히 남자와 보내려면 시간을 아껴서 그가 없는 시간에 몰아서 하는 것이 나으니까.
그런데, 그 몇 시간 사이에 본부 회의실에서 남자에게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로비로 나갔을 때,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제 애인이 저렇게 예쁜 눈 아래에 시커먼 그림자를 데롱데롱 달고 지쳐버릴 정도라면... 걱정을 안할 수가 없잖아. 설마 6시간 동안 괴롭힘 당한 건 아니겠지?
“그새 스티븐 얼굴이 상했어요. 속상하게...”
평소 남자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스티븐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을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아이는, 마음이 쓰였다.
“뭐, 이미 지난 일이잖아.”
“으응... 하지만.”
“네가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게, 제일 중요해.”
그래,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스티븐이 괜찮다는데 괜찮은 거겠지. 세레스가 따스한 손길로 짙어진 남자의 눈매를 어루만졌다. 톡톡. 조심스럽지만, 부드러운 손길. 자연스레 남자는 눈을 감았다. 아이의 손길과 목소리에 집중하고 싶었고, 애인의 걱정을 받는 것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일찍 주무시는 게 좋겠어요.”
주인의 뜻을 따르던 작은 두 손이 제멋대로 남자의 두 뺨을 끌어당겨온 것은. 다분히 충동적인 행위였다. 그 덕에 둘 사이의 거리는 1피트 남짓. 세레스는, 가까이에서 봤을 때 더 잘생긴 남자에게 입을 맞추었다. 이건 제 사심이 아니라, 남자의 짙은 눈매와 퇴폐미가 도드라진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이가 먼저 눈을 감고 있던 남자를 덮쳤다. 남자의 눈에는 이런 세레스의 앙탈마저 귀여웠지만. 다짜고짜 제 입술을 훔치고서, 오물거리며 입부터 벌리는 이 요망한 아이를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을까. 남자는 아이의 다홍색 혀를 끌어당겨 보드랍고 여린 입천장을 핥고, 아이의 모든 여린 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흐으으.... 작은 체구에서 감미로운 침음이 흘러나왔다.
아이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동에 남자는 세레스를 녹여먹을 듯한 키스로 답했다. 세레스가 숨이 막혀 그의 어깨를 두들길 때 까지도 공기를 불어넣어주며 한참동안 입술을 부비다가 떨어졌다. 키스고 섹스고 아이의 혼을 쏙 빼놓는 것이 남자의 취향이었으니.
“애기는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어?”
“... 흐으. 졸업전시, 준ㅂ...”
그렇게 국장에게 잔소리를 들었어도 여전히 남자에게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닉 퓨리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 다른 어벤져스 멤버 누구라도 그의 결정을 바꿀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남자의 다음 어벤져스 본부 방문일은 내년으로 정해졌다. 어쩌면 내후년이 될 수도 있겠다.
스티븐은, 당장 우주의 침략자가 들이닥치는 급의 일이 아니라면, 직장 동료들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딱히 그들에게 악감정이 있지는 않았고, 세레스를 너무나 사랑하는 탓이다. 그는 아이에게만 제 온 마음,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싶었다. 다른 것에는 신경쓸 가치조차 없었으니까.
“잘했네. 과제는 다 했어?”
“우음… 아직. 많이 남았는, 데...”
작게 헐떡거리는 아이의 입술이 번들거렸다. 남자의 목울대가 크게 일렁였다. 후우... 남자는 당장 아이를 침대로 데려가 붙어먹고 싶었지만, 세레스는 원체 체력이 좋지도 않은데다, 최근에는 졸업작품 때문에 매일 밤을 새고있었다. 매일 전력을 다해서 살고있는 아이에게 짐승같이 굴고 싶지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과제할 때 내가 보고싶지는 않았어?”
“으으응... 보고 싶었어… 아주 많이.”
“아직 과제 남았지?”
“……. 우응.”
시무룩한 표정으로 제 품에 쏘옥 안기는 아이를 보며 남자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남자는 오늘 하루종일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이었으니까. 지금 시간이 오후 3시니까, 저녁 먹기전까지 각자 시간을 보내다가 같이 자면 되겠네.
“그래? 금방 씻고 나올테니까, 과제하고 있어.”
그리고 이 욕망은... 샤워를 하면 물에 씻겨 내려가겠지. 아이의 종강까지는 2주 정도 남았으니 그 때까지만 조금만 더 견디면 된다. 그는 아이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고, 욕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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