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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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실을 잊고 사는 걸까. 아니면 잃고 사는 것인가. 망각은 신의 선물이라 하지만 그에게는 잔인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보라색의 상자와 검은 리본으로 감싸진 반듯한 선물은 야속하게 초침이 흘러갈수록 모래처럼 기억이 사라진다. 경찰이란 공무원을 몇 년이나 했을까? 경찰이기 이전의 세월보다 이젠 압도적으로 경찰인 때가 많아졌다. 시간은 의미 있
요즘 따라 최 경장이 이상해졌다. 원래부터 그가 이상한 사람이란 사실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았지만 그런 의미의 이상하다가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출세길이 보장될 강력반에 벗어나 가만히 있어도 욕먹고 움직여도 욕먹는 곳에서 자진해서 오는 그의 행적 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여기서 더 이상해질 리 없다 생각했지만 소문답게 그는 그러한 생각을 깨부셨다. 이거까지
“이 밴드는 망했어.” 시작한지 고작 5분도 안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도 말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라 아무도 반론하는 말소리를 내지 않았다. 고작 들리는 소리는 선풍기가 내는 털털거리는 소리였다. 그 다음으론 말한 이의 한숨과 문을 열고 닫는 소리였다. 그 다음으로 소리를 낼 만한 이가 있을까. 그 생각이 스쳐지나가기 전에 누군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최량에게. 잘지내냐? 사실 너가 잘 살지 않았음 좋겠다. 수많은 사람들의 꿈을 짓밟고서 잘 지낸다는 사실을 안다면 내가 너무 분통이 터져 죽을 거 같거든. 그래서 너가 어떻게 사는지 일부러 눈과 귀를 막고 내 나름대로의 삶을 나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너의 소식은 틈새를 억지로 파고들어 배경음악 처럼 잔잔하게 들려오더라고. 그래, 너는 항상 그랬다. 처음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크게 내쉬는 꼴이 한숨과도 비슷하다. 아니, 한숨일지도 모르겠다. 무례하게 치부 될 수 있는 행동의 변명을 만들기 위해 제 자신은 숨을 들이켰을 수도 있다. 제 앞에 있는 그의 영정사진을 본다. 큰 이상을 들이킨 결과는 죽음으로 크게 내쉬어진다. 아버지나 그 후배나… 허리를 숙여 인사할 때 자신보다 앞에 있는 그가 제 아버지보다 닮
당신과 만난 지 20년이 되어간다. 자신을 아는 이들은 축하 인사를 보냈고 당신을 아는 이는 조용히 제 눈치를 본다. 두 행동에 자신은 뜻 없는 손을 휘젓는다. 고맙고, 이제 가라. 똑같은 반응과 대답도 이젠 몇 년인가. 궁금하지 않았지만 쉽게 답이 나온다. 자신이 이곳, 이 장소에 돌아온 햇수와 똑같을 테니. 제 자리에 앉자마자 오는 문자와 부재중 통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