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아첼 Daerchel 프로필
그을린 둥지를 도망쳐 나온 흰머리독수리
이름? 다아첼. 성은 없어. 그것을 물려받기 전에 뿌리를 잃었거든.
인적정보
나이, 20 중후반
연초록색 눈동자, 청회색 머리
성별, 시스젠더 여성
국적, 그리다니아 및 이슈가르드
종족, 중원 휴런
생일, 그림자 5월 22일
키, 170.5cm
몸무게 대신.. 체질량지수 18.5(정상 수치 18.5~ 22.9)
둥지의 이야기
그녀는 검은장막 숲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낙엽이 아름답게 지는 마을이었다. 마을 한 켠에는 문투이 콩을 발효하는 시설이 있었다. 다아첼은 어릴 적부터 항상 또래보다 한 뺨은 컸고, 힘도 어찌나 센 지 또래의 두 배 정도 되었다. 키가 이르게 자라는 아이들은 팔다리를 어정쩡하게 흔들 법도 한데, 다아첼은 그러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원하는 대로 팔을 휘두르고 작은 개처럼 공터의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렸다. 아이란 쉴새없이 재잘거리고 싱그럽고 변덕스러운 작은 우주였지만 그녀는 유독 활력을 폐로 터트리며 날아오르는 유조 같았다. 새소리가 가득한 숲 속의 마을, 아이들이 뛰노는 둥지 같은 마른 흙 공터. 가족들은 그녀를 뻐꾸기라고 자상하게 부르기도 했다.
한 살 더 먹은 것 같은 몸을 쭈그리면 코볼드족처럼 뒤뚱거리고, 발꿈치로 땅을 딛고 이크살족처럼 가볍게 선다. 억센 손은 가벼운 몸을 그네처럼 흔들며 나무를 오르내렸다. 나무 열매를 던지는 실력은 오포오포보다 뛰어났다. 부모새가 먹이를 잘게 찢어먹이면 곧이곧대로 받아먹는 새처럼 그녀는 크게 엇나가는 법이 없었다. 아아. 그녀가 이웃집 아이들을 매운 손으로 얼마나 울렸는지는 비밀에 부치기로 하자. 특히 그녀가 졸졸졸 데리고 다니는 검은 머리 남자아이가 들었다면 필시 억울해하리라. 다아첼의 가족은 종종 그 아이에게 마을 특제 홍차와 시럽 과자를 쥐어주어야했다.
우연히 모험가라도 마을에 들리는 날이면 다아첼은 같이 놀던 소꿉친구들을 모두 뿌리치고 싸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랐다. 모험도 아니고 바깥 세상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녀는 강한 것을 좋아했다. 마을을 지키는 위병이나 자경단도 있었지만 직감적으로 더 강한 것을 찾았다. 마을 어른들이 과장해서 지어내는 허풍으로는 부족했다.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뭉툭한 눈매는 허세나 거짓말을 잡아채자마자 화낼 준비가 되어있었다. 다아첼이 화를 내면 어른들은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해야했다. 힘이 센 여자아이가 심통이 나면 그날 마을 아이들 중 꼭 한 명은 울리곤 했으니까. 마을의 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그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느 시점 즈음에 다아첼의 또래들은 솜털이 빠지기 시작했다. 청소년보단 어린 시기였을까. 색색의 깃털처럼 다양한 재능과 성격이 두각을 드러냈다. 양육자 세대를 닮기도 하고 닮지 않기도 한 새소리들이 마을의 공기를 바꾸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세대가 어린 나잇대의 인구를 대체해나갔다. 다아첼의 키는 더이상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성질은 결단코,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창을 들고 대도시에서 돌아와 여생을 즐기던 연장자가 다아첼을 눈여겨 보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나뭇가지와 고무줄로 만든 조잡한 장난감 무기로는 그녀의 대범하고 엉성한 동작에서 조금씩 불씨를 일으키고 있었다. 잽싼 몸놀림은 어른들도 따라잡기 힘들었고 모두가 입을 모아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사냥꾼이나 경비병이 될지 기대했다. 그리고 그녀는 은퇴한 사냥꾼한테 처음으로 작은 돌창을 받았다. 창의 이름은 콜리브리였다. 창을 받자마자 한동안 밤이 늦도록 늙은 사냥꾼과 함께 마을 인근의 숲을 쏘다녔다. 그는 다아첼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했다. 이 숲이 노피카와 정령의 축복을 받은 이야기를 했고, 복잡한 그리다니아의 숲천장을 날아다니는 수십가지 새 종류에 대해 이야기했다. 창술을 비행에 빗대는 전설에 대해서. 거대한 날짐승처럼 도약하여 찰나동안 하늘을 누비는 숙련된 창술사의 이야기는 다아첼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검은장막 숲에서 창술을 온전히 가르칠 순 없었지만 그는 다아첼의 재능이 별처럼 독특하다고 이야기했다. 하늘이 나뭇가지와 이파리로 막혀있는 숲은 그녀를 방해하는 새장이 아니었다. 거대한 날짐승의 선택을 받고 기술을 계승한다는 북부의 전설은 똥통에나 처박으라지. 눈앞의 아이는 다른 방식으로 도약하고 있었다. 몇 달이 지나고 그 도약이 완성에 가까워져갈 때 사냥꾼은 그리다니아의 창술사 길드에 편지를 부쳤다. 다아첼의 부모가 답장을 받았다. 은퇴한 사냥꾼이 귀한 술을 갖고 그녀의 부모를 설득해야했다. 모든 전투 기술은 노력해서 도달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한계란 발전 속도가 더뎌지고 마침내 몸과 마음 중 하나가 꺾이는 순간이다. 다아첼이라는 아이는 막는다고 막아지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누가 지금 그녀를 꺾으려 해도 그녀는 거짓말을 잡아채는 어린 시절처럼 마을을 뒤집으리라. 언젠가는 그녀에게 맹금류의 부리와 발톱을 다치지 않고 쓸 방법을 가르쳐야하고, 자신은 최선을 다했으며 양친의 가르침 아래 그녀가 엇나갈 일은 없을 거라며 더듬거리는 연설이 밤새 펼쳐졌다. 마을 모두가 알 것이다. 가장 약한 깍두기를 못살게 구는 것처럼 보여도 다아첼이 어떻게 놀아주었는지. 제 성질을 참지 않아서 잘못을 저질러도 구김살 없이 사과를 턱턱 내뱉는지. 그 아이는 엇나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비행을 처음 배우는 새처럼 숲바닥을 헤맬 것이다. 그들은 꿈꿨다. 수많은 시도 중에서 아찔하게 추락하는 순간이 오면 그들이 받쳐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소망은 불길한 산불과 함께 소실될 운명이었다.
꼬릿깃이 그을린 꼬마
다아첼의 기억을 빌려 말하자면 그녀는 이 시기를 잘 기억하지 않는다. 트라우마적이기도 하고 들춰볼 의미가 없기도 했다. 세대가 바꾸는 동안 쓰러진 적 없는 나무가 뼈가 부러지는 신음을 내며 고꾸라진다. 해맑은 나뭇잎은 불이 붙은 채로 천천히 공중을 배회하다 땅에 떨어져 불쏘시개가 되었다. 눈부신 섬광 앞에서는 폭우를 견뎌내는 집도 버티지 못했다. 자욱하고 지독한 탄내. 역겨운 기름이 섞인 쇠 냄새. 공포의 냄새가 사방에 가득했다. 몇 명이 그녀의 어깨를 쥐고 밀고 당겼다. 감히 누구도 그렇게 자신을 우악스러운 손으로 쥐거나 다루지 않았다.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불평 하나 내뱉지 않았다.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괴성이 땅을 뒤흔들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에게 작은 가방을 쥐어주고 떠밀었다. 그게 자신을 위해 마련된 여행가방이라는 것은 한참 후에나 알아차렸다. 그 순간에는 오로지 발밑이 갑자기 붕 뜨는 감각만 기억났다. 발바닥이 뜨거웠고 자신의 팔은 폭풍에 휩쓸린 날개처럼 힘없이 팔락거렸다. 포탄을 빗맞았을까? 배운 것보다 몇 배는 빠르게 덤불에 그녀의 얼굴을 강타했다. 그리고 거기서 정신을 잃었다.
처음으로 정신을 차렸을 때 이상할 정도로 공기가 조용했다. 간간이 나는 높은 지저귐 소리가 새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뭉툭한 소리, 울음소리. 다아첼은 눈을 깜빡이며 덤불과 그루터기로 둘러싸인 잔해에서 땅을 손으로 짚고 주변을 살폈다. 시야에 걸린 긴 창을 쥐려고 손을 뻗자 검은 군화가 그 반대편을 밟았다. 고개를 들어 보니 다행히도 그 자는 덤불을 보지 않았다. 다아첼의 심장고동이 세차게 뛰었다. 누가 자신의 머릿속에 불을 붙이고 얼음을 갖다대는 것 같았다. 아무 생각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아무 감정도 골라내지 못했다. 발을 질질 끄는 소리를 뒤로 하고 시커먼 그림자가 멀어졌다. 그리고 다아첼은 가방을 들고 뛰었다. 달음박질 하는 발바닥은 첫 발부터 따가웠지만 절뚝거리진 않았다. 방향을 상관치 않고 달린 탓에 그녀의 오른쪽으로 툭 트인 광경이 펼쳐졌다가 숲의 병풍으로 가려졌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보았었는지 말로 설명한 적 없다. 그 순간 자신의 세계를 덮었던 보호막이 찢겨나가는 환청을 기억한다. 다아첼이라는 자아가 빚어진 받침대가 뜯겨나가고 무너졌다. 들숨과 날숨을 따갑게 긁어내리는 기억의 파편을 두고 가야한다는 직감만이 생생하게 혈관을 내달렸다.
그러고 또 기억은 끊어지고, 엉뚱한 곳으로 이어졌다. 삐꺽거리는 나무판에 누워있었다. 고개를 드니 초코보의 냄새가 났다. 자신을 어느 상인이라 소개하는 사람은 초코보의 목줄을 초조하게 잡으며 마차를 재촉했다. 나무판 위로 검붉은 숲의 그림자가 범람한 강물처럼 흘러갔다. 불길이 번지는 숲을 멍하니 보며, 다아첼은 뜯겨나간 자신의 일부가 멀어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언가 손쓸 수 없이 망가지고 있었다.
- 십대의 소녀가 편지를 들고 그리다니아의 창술사 길드로 찾아왔다. 창술사 길드의 창구에서 그 편지를 받은 질리언은 엉망진창으로 도착한 그 아이를 기억에서 지울 수 없었다. 튜닉은 흙과 재투성이에 여기저기 찢겨나가 있었고 누군가가 준 게 분명한 깨끗한 모포를 덮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청회색의 긴 머리칼은 한쪽이 그을린 채 잘려있었다. 맨발은 성치 않아 보였는데도 그 애는 눈물 하나 흘리지 않았다. 글을 읽을 줄도 모르는 아이의 편지는 길드장 이웨인에게 전해졌다. 질리언은 연락을 취하고 상점가로 달려갔다. 나이든 여성 창술사가 호출을 받고 급하게 아이를 데리고 숙소로 들어갔다. 밤이 깊어지고 쌍사당에서 사람이 와 창술사 여럿을 데리고 떠났다. 질리언은 편지 봉투에서 찾은 이름으로 아이를 불렀다. 다아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주겠니?
- 다아첼은 성인이 될 때까지 창술사 길드와 목수 길드 사이에서 자랐다. 훌륭한 환경과 달리 그녀는 망치질이나 톱질엔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그리다니아에 들어오며 갖고 있던 작은 멧돼지 가죽 가방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다니아의 생활에 필요한 돈은 전부 그 가방에서 나왔다. 그녀의 유년기를 덮고 있는 반투명한 보호막의 흔적이었다. 그녀가 떠날 때를 위해서 은퇴한 사냥꾼의 소개장과 시럽 쿠키, 여비로 충분한 돈이 전부였지만 다아첼은 그 가방의 무게에서 자신의 등을 부드럽게 떠미는 손을 느낄 수 있었다. 감성적이게도. 그랬다. 다혈질에 기가 세고 현실적이고 도전적인 젊은 창술사의 허리춤엔 항상 그녀의 가장 감성적인 면모가 매달려있었다. 성인이 되고 그녀는 용돈벌이로 일시적인 경비 일을 담당했다. 창술사 사람들이 그러듯 하얀 가면을 쓰고서 말이다. 그리다니아를 지나치는 모험가들과 안면을 트기 좋은 기회였다. 한 해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풍문을 들으며 다시 가방을 가득 채울만큼의 여비를 벌고 그녀는 오랫동안 눈여겨 보던 모험가 파티와 함께 숲을 떠났다.
특징
- 좋아하는 음식: 검은장막 특제 홍차, 시럽 쿠키, 술, 자극적인 고기 요리
- 싫어하는 음식: 탄 것
- 인간관계: 목수와 창술사 길드, 그리다니아, 모험가 인맥, 새벽, 그리고 그녀의 변치 않고 변해가는 소꿉친구 데미언
- 취미: 도시 내에 가장 높은 건물에 올라가기, 술집에서 밤새도록 떠들기, 위험한 마물 잡기, 모험, 강한 상대를 격파하는 것
- 소중한 것: 즐길 수 있는 마음, 허리 가방, 소꿉친구
- 기술: 독창술, 독수리 독 자를 쓴다. 장애물이 많을수록 강한 특이한 창술이며 창술사 길드 이웨인도 그녀의 창술을 도전적으로 도와줬다. 에오르제아에 분포하는 맹금류을 본딴 기술이 많으며 용기사와 달리 갈고리가 달린 창을 쓴다. 기술을 시전했을 때 나타나는 시각 효과 또한 깃털과 나뭇잎, 그리고 노피카 문양이 주를 이룬다. 먹이사슬의 정점에 군림하는 컨셉을 차용하여 야성과 이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양을 따른다. 학살자 직군으로 분류되나 장애물에 걸리지 않기 위해 갑주는 사지와 척추에만 부분적으로 덮으며 이 역시 특수 주문된 깃털 무늬를 따른다. 창을 다루는 이상 용기사와 비슷한 원리의 기술이 많다. 도움닫기와 공중에서의 체술이 특히 용기사와 비슷하다. 다만 하강 비행과 공격의 부분에 있어서는 꿰뚫는 데에 힘을 집중한 용기사의 기술과 달리 달리 갈고리로 찢어발기고 파헤치는 목적성을 띈다.
- 어린 시절 이야기를 별로 꺼려하지 않는다.
- 데미언과 대립되는 가치관을 갖고 있음에도 그녀가 그와 관계를 유지하는 숨쉬듯 당연한 일이 되었다. 빛의 전사나 영웅이라는 칭호에서 얻어낼 명예는 없었다. 사람을 곧잘 사귀고 오랜 관계가 여럿 있을만큼 친화력이 높은 그녀에게 데미언은 특별한 존재다. 말로 정리할 수 없는 우정이 있었고 복잡한 유대가 엮여있었다. 상대가 아무리 그녀의 성질을 긁어도 흔들릴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다만 스스로 목숨을 위험하게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상대편에 있어야하는 사람이 없는 관계를 간직할 마음은 없었고 그게 데미언이라면 더더욱 막아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데미언에게 창이 되어주기로 맹세한 사람은 에스티니앙 말고도 한 사람 더 늘어나게 되었다.
- 카테고리
-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