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사구팽님네(292호)

[닛부] 꿈의 파편3

<여우와 포도의 꿈>을 배경으로 한 외전

부키츠마루 이치몬지는 제 집단인 이치몬지 일가에게 숨기는 것이 없었다. 묻는 말에는 다 대답을 하기 마련이었고, 주인과의 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여, 이치몬지들이 모여있으면 사니와와 부키츠마루의 이야기가 도마에 오르곤 했다.

 

"주인은 우리가 모이는 걸 두려워했으니까, 심통이 난 것도 당연한 거다, 냐.“

 

"심통이 난 듯한 얼굴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야 주인은 부키츠 형님 앞에서는 늘 기분 좋은 얼굴을 하니까. 그것도 모르다니 부키츠 형님 눈치가 너무 없는 거 아니냐, 냐?“

 

"제법 자유롭게 말하는 거다, 도라네코.“

 

"힉, 그래도 사실만을 말했다, 냐!“

 

제 왼 날개와 새끼 고양이가 티격태격 재미나게 대화하는 것을 보고 있던 산쵸모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껄껄 웃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난센이 슬그머니 제 뒤로 물러서자, 이치몬지의 수장은 제 새끼 고양이의 편을 들어주었다. 부키츠마루가 좋게 말하면 매사에 충실하고, 나쁘게 말하면 시야가 좁은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요컨데 코토리는 왼 날개가 자기보다 이치몬지 일가를 선택할 게 불안한 것이로군.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좀 더 고민하게 두지, 답을 한 번에 말해버리면 생각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심심했던 것인지 다과를 즐기던 이치몬지 노리무네까지 끼어들었다.

 

"하지만 고젠. 나조차 이치몬지 일가의 수장이긴 하지만, 코토리의 부하. 일개 수하일 뿐입니다. 그걸로 왼 날개의 고민이 덜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지요.“

 

"굳이 참견하지 않아도 부키츠 꼬맹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것이 있을 터다, 그렇지?"

모르는 것도 다 안다는 듯,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당사자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듯, 부채로 얼굴을 입가를 가리며 웃는 노리무네의 물음에 부키츠마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다.“

 

"심심한 늙은이에게, 꼬맹이의 결론을 들려주련?“

 

"심심풀이조차 되지 못할 거다.“

 

"젊은이의 등을 떠미는 것 또한 늙은이의 일인 법이다.“

 

"...우리는 도검남사, 사람의 마음을 받아 깨어난 존재다. 주인이 사랑을 비춘다면 사랑으로 답하는 것이 도리이다.“

 

"허면, 사랑이 아니라면? 일그러진 것이라면?“

 

곱슬거리는 노란 머리카락 사이로 빛나는 푸른 눈동자가 부키츠마루를 응시한다. 이치몬지 수장의 왼 날개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게 무엇이든 충성으로 보답할 뿐이다.“

 

"이런 점이 산쵸모와 달리 재미있는 부분이지.“

 

세 이치몬지가 대화하는 양을 보고 있던 히메츠루 이치몬지가 불현듯 웃었다. 웃을 만한 대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의문을 느낀 부키츠마루가 대답을 원하는 듯이 바라보자 히메츠루는 이제 소리를 내어 웃기 시작했다.

 

"도도군도 참 재미있다니까.“

 

"뭔가, 히메츠루.“

 

"무의식중이라도 절대로 하기 싫은 게 있다는 거지.“

 

"왜 웃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거, 순수하게 즐거운 얼굴.“

 

꿈에서 깨면, 둘 다 어떤 얼굴을 하련지. 히메츠루는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