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하히카] 어느 때와 같이
트친님 리퀘스트
FF14 그라하 티아 HL 연인드림 연성입니다.
드림에 예민하신 분들은 뒤로가기 꾸욱!
트친(ㅇㅈ)님 리퀘스트로 작업했습니다.
공백 미포함 2400자 정도 되는 짧은 글입니다.
둘이 그리다니아 상점가 데이트를 하며 다음 모험 이야기를 하는 일상 + 아이를 낳고 싶다 말하는 드림주
어느 때와 같이
copyright by. Mer
“……다음 모험?”
확실히 G는 곧 투랄 대륙으로 떠날 예정이었지? 수호전철이 끝나 한적한 그리다니아의 거리를 나란히 거닐며 데이트를 하던 두 사람. 말이 데이트지 오랜만에 집안에 필요한 장을 보기 위해 구 시가지의 상점가를 향해 걷던 중, 그라하는 문득 이야기가 나온 다음 모험의 화제에 귀를 쫑긋 세웠다. 에렌빌이 데려온 우크라마트 왕녀의 의뢰를 받아, G는 머지않은 머나먼 동쪽 투랄 대륙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라하 티아가 몰랐냐고 한다면 몰랐을 리 없다. 그 또한 우크라마트 왕녀를 마주했었고, 함 섬에서 함께 싸우기도 했으니까. 그저 같이 따라가지 않기로 했을 뿐…….
“라하는 내가 모험을 떠난 동안 뭘 하며 지낼 예정이에요?”
“……나?”
나야 늘 똑같이 발데시온 위원회의 일을 하며 보내고 있지 않을까. 쿠루루가 자리를 비우니까 나라도 그곳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지. 사실은 너무나도 따라가고 싶어서 미칠 것 같지만, 저번에는 쿠루루가 자신의 편의를 봐줬으니 이번에는 자신이 쿠루루의 편의를 봐줄 차례인 터라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라하의 마음을 G라고 모를 것 같은가? 그녀는 조용히 모르는 척 했다. 그래야만 상대의 마음이 비교적 편할 테니까. 지금도 그는 어지간히도 쫓아오고 싶어서 마음이 뒤숭숭한 상태일 터였다.
“미지의 대륙으로 떠나는 것, 두렵지 않고?”
“두려울 것이 있나요?”
아니, 우문이었네. G는 강한 사람이니까. 두려움보다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욕구가 더 크려나? 그라하는 머쓱하게 웃었다. G는 그의 말에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말없이 웃을 뿐. 그러나 그는 그것이 일종의 긍정의 표시임을 이제는 알았다. 정말이지 자신도 쫓아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지식욕을 추구하다가 위험한 사건에라도 휘말리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저 앞에 보이기 시작한 상점가를 향해 바지런히 걸음을 놀리는 것이었다. 지금 무례한 생각한 것은 아니죠? 무례한 생각은 무슨……. 네 걱정을 했어. 나를요? 이번에는 쫓아가지 못하니까. 쫓아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쫓아오는 거잖아요? 자꾸 알면서 놀리지 마. 이번엔 쿠루루에게 기회를 양보한 거라는 걸 알고 있잖아. 그저 네가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면 어쩌나……하고 걱정을 했을 뿐이야. G라면 잘 헤쳐 나오겠지만. 그래도 나에게 걱정할 권리 정도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의 말에 그녀는 눈을 깜박이다가 이내 푸슬푸슬 웃었다. 정말이지 저를 위험하게 만들 요소가 얼마나 된다고 저리도 걱정하는 것인지……. 그녀는 오히려 두고 가는 그가 더 걱정이건만…….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아, 다 왔다. 오늘 사야할 게 뭐라고 했지?”
“잠깐만요. 목록을 적어서 왔어요.”
어느덧 도달한 상점가 앞. G가 장을 봐야할 목록을 꺼내드는 것을 본 그라하는 이내 조용히 그녀의 다른 손을 제 손에 꼭 쥐었다. 라하? 시장거리는 사람이 많으니까. 네가 이곳에서 길을 잃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잡으면 안 돼? 안 될 리가 없잖아요? G는 그의 수줍은 말에 기분 좋게 꼬리를 살랑이며 그의 곁에 섰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다정한 부부와도 같은 모습으로 장을 보기 시작했다.
*
“그러고 보니……”
“응? 왜 그래요?”
“G는 가지고 싶은 것 없어?”
시장에 발을 들인 이후, 이것저것 살피며 사야할 물건을 고르던 G에게 문득 그라하가 물었다. 아, 저거 맛있겠다. 하나 살까? 문득 눈에 들어온 탐스러운 사과를 가리키며 추가로 물었으나 G는 그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무슨 대답을 할지 알면서 묻는 거에요, 라하? 그녀의 물음에 그라하가 잠깐 멈칫한다? 알면서 묻는 거라니? 눈을 깜박거리며 그가 되묻는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그라하의 귓가에 속삭이듯 바짝 다가가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과의 아이가 갖고 싶은 걸요?”
“라, G…….”
아, 지금 당황했다. 삐쭉 세운 털과 붉어진 뺨. 부러 귓가에 속삭인 보람이 있는 반응이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람마냥 얼굴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하던 그라하는 이내 한숨을 쉬며 G의 손을 꾹 잡았다. 나중에. 당장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부류가 아니잖아. 어머, 나중에? 대체 언제요? 일단 장을 보고 집에 가면서 이야기 하면 안 될까? 말이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것이지 엄밀히 말하면 도망이다. 그의 말대로 이곳에서 거사를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G는 관대하게, 그가 지금은 도망칠 수 있도록 놔 주기로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도망만 칠 수 없다는 것은 그도 잘 알 터인데……. 그녀는 아쉽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집에 가면서 다시 물어보리라 다짐한 뒤 이미 앞서서 걸어 나가기 시작한 그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그러고 보니 집에 그것이 똑 떨어졌어요. 뭐가? 때마침 생각난, 집에서 늘 사용하는 생필품 중 하나를 사야했던 것을 떠올리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두 사람은 다정하게 장을 보기 시작했다. 완전히 주제가 바뀐 듯 싶어 안심한 눈치를 하고 있는 그라하였지만, 그는 몰랐다. G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집요하게 다시금 그 화제를 꺼내들게 될 것이라는 것을…….
* * *
단란하게 장보기를 마친 두 사람은 나란히 손을 잡고 둘만의 집으로 향했다. 그라하의 다른 한 팔에는 오늘 장을 본 물건들이 한아름 안겨있었다.
“그래서, 집에 가면 내가 갖고 싶어 하는 것, 줄 수 있나요?”
“그니까 G…….”
정말로 원한다고? 넌 곧 다음 모험을 떠나야 하는데도? 무리만 하지 않으면 문제없지 않겠어요? 내가 쫓아가지 못하는 시점에서 기각이야. 너무 불안하단 말이야. 정말 괜찮을 자신 있는데……. 당분간은 피임 확실하게 할 거야. 그럴 거면 왜 물어본 거에요?! 아니, 난 먹고 싶은 거나 사고 싶은 걸 물어본 거였잖아? 그걸 누가 모른데요?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락없이 신혼부부다. 모처럼 장을 볼 겸 나온 데이트였지만 정말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날이라고, 그라하는 생각하며 G의 손을 꽉 붙들었다.
“아, 라하……!”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다음 모험이 끝나고 난 뒤라면 생각해볼지도. 다음 모험이 언제 끝날 줄 알고요?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 다음 모험이 언제 끝날 줄 알고 아이를 갖겠다고 하는 거야? 아직까지는 피임하자. 응? 달래는 듯한 말투에 G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피임을 제외하고는 원하는 대로 다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라하는 그녀의 손을 꼭 붙든 채 집으로 향했다. 정말로 여느 평소와도 같은 일상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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