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n] 글

루비와 사파이어

underneath by 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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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인 참 재밌단 말야. 아단은 또래아이들의 함성 소리를 즐기며 맞은편에 선 소년을 바라보았다. 때는 봄날, 장소는 호연지방의 포켓몬 트레이너 양성 학교의 운동장. 정규과정으로 편성된 학생 간의 일대일 배틀 시간이었다.

넓디 넓은 운동장에서 아단은 대굴레오를 꺼냈다. 대굴레오는 쿵 소리를 내며 나왔고, 늘 그렇듯 학급 아이들의 귀엽다는 칭찬에 늠름한 표정을 짓는다.

아단의 상대이자 동급생인 순무는 흠칫하더니 바지춤에 달린 몬스터볼을 하나 선택해서 공중으로 던졌다. 튀어나온 것은 가디였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귀엽다는 말을 연발한다. 가디는 위협이라는 특성에 맞게 으르렁댔고 거기에 대굴레오는 약간 움츠러들었다.

순무는 씩 웃으며 가디에게 불꽃타입 기술을 지시한다. 그러나 대굴레오의 특성은 두꺼운 지방이었고 이것은 불꽃타입과 얼음타입의 공격을 절반만 받는 것이 가능했다. 더군다나 상성도 좋지 않다. 아단의 전문인 물타입 기술로 순무의 전문인 불타입을 제압한다.

그러나 순무는 빠른 판단력으로 가디에게 지시를 하며 위기를 여러번 피한다.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며 오랫동안 치고 받던 끝에, 아이들의 함성 속에서 가디는 쓰러지고 순무는 버릇인 동작으로 무릎을 털썩 꿇는다. 담임교사가 팔을 들고 아단의 승리를 알린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단은 여기저기 젖고 탄 흔적이 남은 운동장을 걸어서 순무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그가 일어나는 것을 도우려했다. 순무는 마지못해 아단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반바지를 입은 탓에 순무의 무릎이 돌과 흙에 까여서 피가 흐르고 있음을 발견한 아단은 바지 뒷주머니에 접어두고 다니는 손수건을 꺼내 피를 닦아주었다.

여자아이들은 그런 아단에게 경모의 시선을 보냈고 부축을 받는 순무에게는 경적의 시선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단은 늘 매너를 갖추고 어른스럽게 행동했고 순무는 제 나이답게 천방지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는 짓이 어리숙하다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학급 내에서 아단과 호각을 다투는 것이 바로 순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단은 저 아이-순무가 참 재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괜찮아?"

아단과 순무 다음 차례인 아이들이 뛰쳐나가는동안 아단은 아이들 뒤편으로 와서 순무에게 물었다. 순무는 괜찮다며 부축해준 아단에게서 떨어진다. 순무는 먼지와 핏물에 더러워진 하얀 손수건을 주머니에 마구 집어넣고는 빨아서 돌려주겠다고 했다. 아단은 괜찮은데, 라고 생각했지만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난 항상 열심히 하는데 어째서 너를 이기지 못하는 걸까."

혼잣말같이 톡 튀어나온 한마디에 아단은 눈을 크게 떴다. 순무는 눈썹을 찡그리고 그 해답을 찾으려는듯 아단을 바라본다. 아단은 그 눈동자 속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그야 너와 나는 전문 타입이 다르니까, 하고 단순하게 대답했다.

언제나 명랑하게 웃는 순무의 가라앉은 모습에 아단은 약간 당황해버린다. 혹시나 아단에게 열등감이라도 가지고 있진 않는지 신경쓰이기도 했다. 아단은 순무가 그러지 않길 바랐다. 사이좋은 친구로 지내며 뜨거운 포켓몬 배틀을 벌이며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이 낯간지러운 말을 해도 될지 고민한다.

그러는 와중에 담임교사가 다가와서 순무의 무릎을 보며 괜찮냐고 물었다. 순무는 금새 얼굴을 바꾸고 괜찮다고 해보인다. 아단은 그 미소가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둘씩 짝지어 벌인 일대일 배틀이 끝나고 모두들 교내에 마련된 포켓몬 센터로 향했다. 학교 출입문 부근에 위치한 포켓몬 센터는 인근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시설이라 학생들이 아닌 사람들도 자주 방문하곤 했다. 그 속에 섞여 아이들은 필요한 도구나 상처약도 둘러보고 포켓몬을 맡긴 뒤 휴식을 취한다.

순무는 자판기에서 미네랄사이다를 뽑았다. 아단이 소리없이 다가와 그렇게 더웠냐고 묻는다. 깜짝 놀란 순무가 뒤를 돌아보고는 아단의 목소리에 놀란 것에 민망해져 입술을 삐죽 내민다. 순무는 갈증이 나서 그렇다며 음료수의 뚜껑을 열었다.

고개를 들어 목을 축인 뒤 큰 숨을 내쉬면 아단이 지켜보고 있던 것을 깨닫는다. 순무는 아단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것을 피하듯 다시 미네랄사이다를 마신다. 무슨할 말이라도 있는 걸까 싶어 생각하다 손수건이 생각났다. 지저분해지고 아무렇게나 쑤셔넣어 구겨졌을 텐데도 돌려받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무는 주머니를 뒤져 아단의 손수건을 꺼냈다. 아단은 눈을 끔뻑인다. 그 얼굴을 본 순무도 눈을 끔뻑거렸다.

"이거 돌려받으려고 한 거 아냐?"

아단은 순무가 더욱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 짧은 순간에 거기까지 생각하다니. 다소 엇나갔지만 손수건을 받아둔다. 순무는 그렇게 소중한 거면 남에게 사용하지 말라며 다 마신 음료수병을 쓰레기통에 넣는다. 아단은 피식 웃으며 그렇게 소중하니 네게 사용한 거라며 장난투로 말했다.

호연의 전국 각지에 위치한 트레이너 양성학교에서 대표 학생들을 선출해 토너먼트식으로 포켓몬 배틀을 벌이는 학생선수권 대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담임교사들은 각 반에서 배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명단을 꾸렸고, 그들끼리 배틀을 하여 최종적으로 승리한 학생을 출전시키기로 했다.

이번 선수권대회는 더블배틀이라는 방식을 첫도입한다고 한다. 전 지방을 통틀어 호연리그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이 배틀방식을 홍보차 학생선수권 대회에서 먼저 적용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담임교사는 아단을 불러내서 너를 추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단은 그것을 거절하고 자기대신 순무를 추천해달라고 대답했다. 아단은 포켓몬배틀을 즐기긴 하였으나 정작 관심사는 코디네이터 쪽으로 쏠려있었다. 호연지방만의 특색있는 이 대회는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아단의 오랜 꿈이었다. 그런 그와 반대로 순무는 투지가 넘치고 배틀에 흥미를 가졌으며 언젠가 호연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이 꿈이었던 것이다.

담임교사는 순무의 동의를 받아 추천장에 순무의 이름을 써냈다. 순무는 아단에게 이야길 들었다며 자길 추천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왔다. 아단은 손을 저으며 자긴 그런 쪽에 큰 관심이 없으니 괜찮다고 대답했다.

"네가 우승하길 바랄게. 더없이 좋은 기회잖아?"

그리고는 한쪽눈을 찡그려 보기좋게 윙크를 했다. 순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무는 특훈 계획을 세웠다. 소지한 포켓몬은 식스테일과 가디 그리고 코터스뿐이었다. 이번 대회의 규칙을 보면 다른사람이 소지한 포켓몬을 빌려써도 된다고 나와있었다. 순무는 학교에 소속된 포켓몬들 중에서 몇몇을 고를 생각이었는데, 발 빠르게 그것을 캐치한 아단이 자신의 대굴레오를 빌려주겠다고 권해왔다.

순무 입장에선 그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 승낙했지만 문제는 대굴레오가 순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순무는 대굴레오와 친밀도를 쌓기 위해 아단과 동행한다는 조건 하에서 대굴레오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단은 대굴레오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포켓몬 콘테스트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기에 포켓몬 스낵을 자주 만들어준다고 했다. 순무는 이런 것도 배워두면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아단과 함께 스낵을 만들기 위해 나무열매를 주우러 돌아다녔다.

그러는 도중에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아단은 포켓몬 콘테스트에 꿈을 가지게 된 계기를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때문에 또래 남자아이답지 않게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순무가 어떤 것들이냐고 묻자 장식품이나 보석류, 패션스타일 등이라고 대답했다. 순무는 아단이 여자아이들에게 인기있는 것을 떠올린다.

순무는 딱히 그런 것들에 신경쓰지 않았다. 제멋대로 삐죽이며 위로 쓸어올린 머리스타일을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고뭉치까지는 아니지만 저돌적이고 잘 흥분하는 성격때문에 언제나 팔과 다리에는 상처가 생기곤 했다. 아단은 순무의 그런 점이 좋다고 말해왔다.

"우리 부모님은 제발 성격 좀 고치라고 잔소리를 하시는데."

순무가 웃으며 말했다. 아단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보석 중에서 루비와 사파이어의 다른점이 뭔지 알아?"

아단의 물음에 순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색깔 차이 아니냐고 묻는다. 아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강옥이라는 광물이란 것에선 공통점이지. 강옥 중에서 빨간색을 띠면 루비, 그 외의 색을 띠면 색깔 이름을 붙여서 사파이어라고 불러. 블루 사파이어, 핑크 사파이어, 이런 식으로."

순무는 눈을 크게 뜨며 처음 알았다고 놀란다. 아단은 순무의 손을 잡았다. 갑작스런 그 행동에 순무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똑같은 광물인데도 빨간색에만 다른 이름을 붙이는 게 재밌지 않아? 난 루비가 꼭 순무 너같이 느껴지곤 해. 너는 특별한 존재야. 이번 대회에서 꼭 이기길 바랄게."

잘 빗어넘긴 반들반들한 검은머리, 빙그레 미소짓는 얼굴, 수수하지만 깔끔한 옷차림을 뒷받침해주는 보석이 달린 브로치. 순무는 대비되는 아단의 모습과 응원하는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단은 순무의 손을 놓아주었다. 아단은 원래 이런 성격이니까, 하고 생각하지만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만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굴레오가 다가와서 배가 고픈지 따놓았던 나무열매들을 킁킁거리자 아단은 일어서서 엉덩이의 흙먼지를 탈탈 턴 뒤, 그 중 하나를 집어들어 순무에게 건넸다. 순무는 일어나서 그것을 받고 대굴레오에게 먹이기 시작한다.

"먹는 걸 좋아하는 애니까 맛있는 걸 먹이면 금방 친해질거야."

"그렇구나."

그 후 아단과 순무는 숲을 산책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좀 더 나눴다. 코디네이터를 꿈꾸는 그답게 관찰력이 좋은 아단은 주변 풍경을 가리키며 나무열매에 대해, 포켓몬들의 생태에 대해 순무에게 지식을 전달했다. 아단이 배틀실력과 더불어 학예에 뛰어난 것을 가까이서 느끼니 그것이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순무는 여자아이들은 물론 남자아이들도 아단을 동경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아단과 배틀전담교사의 지도와 독학 아래, 순무는 차츰 진중해지며 배틀 실력도 꾸준히 올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의 명예를 짊어진 순무에게 응원을 했고 점점 달라지는 순무의 모습을 화제에 올리곤 했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학생을 가르는 교내 토너먼트가 시작되었다. 당연한 결과로 순무가 최후의 일인이 되어 학교 대표로 선수권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순무는 아단에게 모두 네 덕분이라며 기뻐했다. 아단도 싱긋 웃으며 순무의 노력한 모습들에 대해 칭찬했다. 어쩐지 동경하는 사람에게 칭찬받은듯한 고양감이 든 순무는 아단의 손을 붙잡고 반드시 우승해보이겠다고 다짐한다. 아단은 그 눈동자 너머로 뜨거운 불꽃을 느끼며 그러길 바란다고 대답했다.

선수권 대회는 몇주 뒤 휴일에 개최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순무를 응원하러와서 객석에 자리잡는다. 아단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서 배틀을 지켜본다. 다른 학교의 우수한 학생들의 실력을 보며 아이들은 저마다 새로운 것을 배워갔다.

드디어 순무의 차례가 되었다. 순무네 학교아이들이 열광을 하며 소리치자 순무는 그쪽으로 손을 흔들어보인다. 아단도 손을 흔들어준다.

최선을 다했지만 순무에게는 불꽃타입 포켓몬이 네마리 중 세마리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대굴레오가 그나마 선방하긴 했어도 여러타입을 준비해온 상대방을 이기진 못했다. 그러나 그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아슬아슬하게까지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것은 모두의 흥미를 이끌어냈다. 대회 후의 평가에서 관객이 제일 집중하며 흥분했던 경기로 순무의 경기를 꼽을 정도로 말이다.

아쉽게도 탈락했지만 아이들은 순무에게 원망의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천방지축에다 덜렁거리는 순무의 멋드러진 모습을 처음 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순무는 부끄러워하며 그렇지 않다며 농담을 했다.

최종 우승자는 칼로스로 유학을 가게 되었으나 순무의 긍정적인 평가로 인해 순무는 가라르로 유학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더블배틀이라는 새로운 배틀방식을 구경하러온 가라르의 트레이너 협회에서 직접 순무를 지목했다는 것이다. 순무는 그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가라르로 떠나기 전에 가장 고마운 존재인 아단에게 감사 인사도 할 겸, 아단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 위해 고민하던 순무는 그나마 아단과 친하게 지내는 여자아이들에게 아단이 무얼 좋아하는지 물어보았다. 역시나 장신구나 옷 쪽에 관심이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자아이들은 왜 순무가 생일도 아닌데 아단에게만 선물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순무는 번화가로 나가서 부티크를 비롯해 이곳저곳을 탐방했다. 그러다 언젠가 아단이 했던 루비와 사파이어 이야기가 떠올라 보석점으로 들어갔다. 학교에서 수고비가 나오긴 했으나 턱없이 부족한 금액에 한숨을 쉬었다. 점내를 둘러보던 순무는 적절한 금액의 장신구를 발견한다. 그것을 곧바로 구매하고 나오는 순무의 얼굴은 웃음기가 가득했다.

다음날 하교하는 길에 순무는 아단을 따로 불러냈다. 둘은 잡담을 하며 번화가의 어느 카페로 들어갔다. 각자 음료를 주문한 뒤 아단은 무슨 일로 순무가 불러냈는지를 물었다. 순무는 우물쭈물하다가 잘 포장된 작은 상자를 가방에서 꺼냈다. 익숙한 모양의 사각형 상자에 아단은 눈썹을 올렸다.

순무에게서 건네받은 그 상자를 탁 열면, 보랏빛의 원형으로 된 브로치가 반짝이고 있었다. 아단은 놀라며 이게 뭔지 물었다. 순무는 눈을 내리깔고 말한다.

"그, 그게, 네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서 여자애들한테 물어봤거든. 보석을 사려고 했는데 너무 비싸지 뭐야."

그 말에 아단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그냥 진짜 보석은 아니지만 샀어."

아단은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브로치를 꺼내어 이리저리 살펴본다. 순무는 비싼 게 아니라고 말한다.

"네가 전에 루비랑 사파이어에 대해 한 말이 생각나서 둘이 합쳐진 색으로 보라색을 골랐어."

순무의 말을 들은 아단은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고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순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비가 나라면 사파이어는 너라고 생각했거든."

단순히 불타입과 물타입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역시나 재밌는 아이이다. 아단은 원래 달고 다니던 브로치를 빼고 순무가 준 브로치를 달아보인다. 순무는 씩 웃으며 잘 어울린다고 해주었다.

"고마워. 순무 널 절대 잊을 수 없을거야."

그 말에 순무는 눈물이 핑 돌지만 자존심 구겨지게 울 수는 없어서 입술을 꽉 다물고 겨우 눈물을 삼킨다. 그러나 아단은 순무가 울음을 참은 것을 알고 있었다.

십대 후반에 가라르로 넘어간 순무는 아단과 연락을 계속 했으나 이십대가 되자 둘 다 바빠진 탓에 연락이 끊겨버리고 만다.

아단은 코디네이터로 나아가기 위해 포켓몬 배틀 쪽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순무가 가라르에서 어떠한 활약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일찍이 코디네이터와 겸해서 루네시티의 체육관 관장이 된 아단은 후에 순무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순무는 여전히 일개 선수에 지나지 않았지만 꾸준하게 뜨거운 배틀을 선보이는 노력파였기에 가라르의 수많은 선수들 중에서도 단연 인기있는 선수였다.

아단은 잘 닦아도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보라색의 가짜 보석을 빛내는 브로치를 만지작거리며 순무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본다.

이젠 자길 기억도 못 하겠지, 라며 멋쩍게 미소지은 아단은 휴가를 신청한 뒤 가라르편 항공권을 알아보기로 한다.

영원히 빛나는 보석들처럼 절대 빛을 잃을 법이 없는 그들은 삼십대가 되어서 재회하게 된다.

에메랄드도 블화2도 안 해보고 오로지 꺼무위키에 의지해 작성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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