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그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순무는 나누가 고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서 질문을 했다. 정말로 관심이 없는 태도였지만 열심히 의견을 말해 주어서 속으로는 잔뜩 신이 났다. 그런데 잘 떠들던 나누의 안색이 갑자기 나빠진 것을 보자 걱정이 되었다. 뒤늦게 피로가 몰려오기라도 한 건지 굳은 표정으로 호수만 보길래 가슴이 덜컥거렸다. 괜찮냐고 물으면
따분한 자유시간을 같이 보낼 사람이 먼저 자신을 찾아서 다행이었다. 순무는 성도의 유적인 두 개의 탑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누는 그를 데리고 내일 다 같이 가서 볼 두 개의 탑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미리 보면 재미없지 않겠느냐 물으니 내일은 자유 시간에 가는 게 아니잖아요, 하고 꽤나 맹랑한 대답을 한다. "이 길이 다 단풍나무라서 가을에 오면
순무는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오른손에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배를 들고 나른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은 나누가 했던 말-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겠다던 말에 어떻게 대답했더라? 사실 대답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약간 당황한 나머지 멍청하게 나누를 쳐다보았던 것 같다. 그 표정을 보고 나누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끊임없는 생각들은 순
봄기운이 만연한 어느날의 아침, 호연 고등학교의 체육 교사 순무는 학생들의 복장 단속을 위해 교문 입구에 서 있었다. 가장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는 정문 앞에 선 그는 담당 학생과 함께 둘이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복장이 단정치 못한 학생이 있는지를 살폈다. 아직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모두들 교복을 제대로 갖춰 입고 있다. 왼손에 찬
그러니까, 열심히 노인분들을 도와드리며 숨어지내던 와중에 손녀가 할머니네에 놀러왔고 그 때 둘이 처음 만났다는 것이다. 피오니는 여자친구가 너무나 좋단다. 그 피오니가 사랑을? 순무는 약간 과장스럽게 놀리는 척을 해보였다. "누가 먼저 고백했냐? 너지?" 왼손으로 턱을 괸 상태에서 턱짓을 하면 피오니는 고개를 저었다. 순무는 낄낄 웃고, 자세를 바르게
짧은 시간을 뜨겁게 보낸 이후 둘은 서로에게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권수가 호연으로 돌아가고나서 순무는 다시 삶의 활기를 되찾았다. 더 열심히 훈련을 하고 더 열심히 공부를 하며 가라르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이맥스 현상 연구와 홍보에 일조했다. 불꽃이라는 뜻을 풀어낸 187번의 등번호를 뜨겁게 빛내기 위해, 권수와 자신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휴일에도
사천왕 자리를 하나 꿰찬 이후로는 편히 쉬어본 적이 없었다. 여름휴가 때마저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갔다. 평소에는 치고 올라오는 젊은 트레이너들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특훈에 전념하곤 했다. 대부분의 트레이너들이 마지막 관문인 권수에게 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깝고 아쉬운 만큼 못된 말이나 보복도 끊이지 않았다. 그런 것엔 신경쓰지 않았다. 나쁜짓을
길기도 길었지만, 아직은 짧은 순무의 인생 중 일부분은 빠르게 흘러갔다. 가만히 앉아서 돌이켜보니 스스로도 깜짝 놀랄 지경이다. 언제 상처약을 챙기고 모험을 떠났는지, 언제 뱃지를 따고 리그에 나갈 만큼 성장했는지, 또 언제 최고의 자리에 도전을 했는지, 어떻게 지금 여기에 있는 건지. 거짓말을 했음에도 선생님을 만난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
계절은 봄이 되고 권수의 예상대로 순무는 처음으로 참가한 호연 리그에서 일찍이 돌아왔다. 하지만 가장 바쁜 시기인지라 권수는 며칠동안 집에 돌아올 수 없었다. 리그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순무가 잘 있을지 걱정이 되어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목소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패배에선 감출 수 없는 쓴맛이 나는 것이다. 리그가 어느정도 마무리 되자 권수는
불미스러운 일이 지나가면 일상은 되돌아왔다. 순무는 차근차근 배워나가며 체육관에 도전해서 뱃지를 따기 시작했다. 용암체육관에 도전할 때에는 오랜만에 집에 들러 부모님을 만나기도 했다. 권수는 내년 리그에 순무를 출전시키는 것이 목표였기에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순무가 어디에 강한지, 어디가 약점인지를 분석하곤 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순무가 리그에 나갈
온천 관광지로 유명한 용암마을 출신인 순무는 한적하며 고령층이 많은 그곳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아이였다. 얌전히 있지 못하고 금방 흥분하는 성격에다 항상 넘어져 상처를 달고 다니는 천방지축이었다. 마을 어른들은 활기차게 커가는 순무를 지켜보며 항상 웃었지만 부모님은 그럴 수 없었다. 사고를 치진 않을까, 실례를 저지르진 않을까, 회초리도 들어보였지만
1 국제경찰 칼로스 본부의 취조실은 비교적 깔끔한 인상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군데군데 때가 묻어있고 벽에는 칠갑이라도 했었는지 거무스름한 자국도 남아있다. 피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색이 검게 변하더랬다.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 지가 오래되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한 명을 끌고 와서 족치는 것이 가능했다. 본부의 요원들이 잠복근무를 통
순무는 나누의 표정을 보고는 괜한 소릴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나누는 고개를 젓고나서 순무의 눈을 바라보며 괜찮다고 말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입을 여닫던 순무는 표정을 바꾸고 가까스로 미소를 지었다. 평소의 분위기로 돌아와선 보기 흉하니 면도나 하겠다며 의자에서 일어나 사라졌다. '참 복잡한 사람이군.' 매사에 이성적이고 냉정하기까지
나누가 순무의 연락을 받은 것은 호텔로 돌아가기 전이었다. 차를 다 마신 빈 컵을 순무에게 건네주고, 어색하지 않도록 농담 몇마디를 하고는 그가 일을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여전히 이른 퇴근길에 동행하며 신변잡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수사는 아직도 진전이 없었고 동료들은 기진맥진하며 가라르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얘기하면 순무는 유감을 표했다.
다음날도 아침은 똑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어제 손으로 세탁해 밤새 널어둔 챌린저 복장이 나누의 가방 안에 곱게 개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순무네 아파트 단지를 향해가면 순무는 나누의 말대로 미리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좁고 냄새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초인종을 누르면 바로 문이 벌컥 열려 깜짝 놀란다. 미리 나와있진 않았지만 현관에서 대기 중이
다음날 아침, 나누는 재깍 일어나서 순무를 데리러갈 준비를 했다. 정장을 갖춰입고, 오늘은 가방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빼놓고 평소에도 들고다니는 호신용품들을 정리해넣었다. 마지막으로 잊은 게 없는지 점검한 뒤 호텔을 나서서 간단히 배를 채웠다. 그리고는 스타디움이 있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순무는 일찍이 아파트 단지 입구에 서서 나누를 기다리고
그 길로 호텔로 돌아가 본부에 올릴 보고서를 작성하고, 바로 쓰러져서 잠이 든 나누는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본부에서 온 연락을 받고는 잠시 머릿속이 멍해졌다. 추가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하긴 했는데, 아니 그게 왜 이렇게 되는 거지? 나누는 방금 통화를 끝낸 휴대기기를 노려보며 머릿속으로 정리를 했다. 그러니까, 추가 인력이 공급되긴 하는데, 칼로스와
이른 새벽, 칼로스에서 가라르로 이어진 기차에 몸을 실은 나누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동료 두 명도 맞은편에 앉으며 일반 시민인 것처럼 잡담을 하지만 나누는 딱히 입을 열진 않고 어스레한 창 밖만 보았다. 칼로스에서는 얼마 전 포켓몬 트레이너의 자격을 시험하는 체육관 문화에 대한 폐단을 지적하며 이런 악습은 사라져야한다는 주장을 담은 종이들이
오랜만에 밟는 호연의 땅은 여전한 열기를 머금고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하지만 지금같은 계절엔 그다지 반갑지 않다. 호연의 여름은 그 어느 지방보다 덥기 때문이다. 옷을 자주 갈아입은 것은 성가시지만 어차피 오래 머무를 거니까, 하고서 옷가지들을 마구 챙긴 뒤에 이미 며칠 전에 택배로 부쳐둔 상태이다. 아마 주인보다 짐이 먼저 도착해있을 것이다. 성도
* 연령반전 주의 Runner's High 장시간의 달리기나 운동 후 느껴지는 도취감 생필품을 사들고 돌아가는 길에, 순무는 만나고 싶지 않던 무리와 맞닥뜨렸다. 각자의 주거지인 이 엔진시티의 길거리에서 마주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들을 보고 흠칫 놀란 것을 감추기 위해 순무는 발길을 돌리고 다른 길로 나아가려 했다. 그러나 무리는 손가락질
짐이라고 해봤자 말리에 시티에서 사준 옷가지가 다였다. 나누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한데 모아 외근용으로 쓰는 가죽 가방에 차례로 넣었다. 순무는 말없이 소파에 앉아 나누가 하는 짓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누는 일부러 그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저 아이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묵묵히 청년이 쓸 생필품을 찾아 이곳
며칠 후, 파출소에는 낯익은 이들이 낯설게 방문하였다. 그들은 멜레멜레의 할라와 아칼라의 라이치였다. 요 며칠동안 나누는 순무를 달래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던 터라 예고도 없이 오랜만에 만나는 손님들을 미적지근하게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달래준다는 명분도 갖다붙이기엔 민망할 정도로 둘은 어떠한 관례처럼 눈이 맞으면 잠자리를 가졌다. 전날 밤에
분위기가 가라앉게 되자 나누는 순무의 손을 이끌고 파티션을 당긴 뒤 그 너머로 향했다. 찝찝해진 옷을 벗고 벗겨서 다용도실의 세탁기에 넣는다. 어쩐지 이제는 껄끄러운 것이 없어진 나누는 둘 다 날것의 알몸이어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순무에게 먼저 씻으라고 욕실로 그를 밀어넣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슬리퍼만 질질 끌며 나옹들의 침입을
* 나누 x 젊은 순무 어김없이 비가 우산을 치고 내리떨어져가는 소리를 들으며, 찰박이는 길을 따라 걸은 뒤 파출소 문을 열면 청년은 화들짝 이쪽을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린다. 돌린 얼굴은 세워진 무릎에 맞닿아있어서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다. 나누는 파출소의 출입구에서 우산을 접은 뒤에 빗물을 탈
순무는 방학을 꽤 우울하게 보냈으나 가을에 있을 전국대회의 육상종목에 참가해야했기에 거기에 온 신경을 쏟아부으며 마음의 상처를 회복해갔다. 방과 후에는 체육교사와 부원들과 체력단련 및 달리기를 했고 개인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말에도 학교 운동장을 달리고 너무 더운날엔 실내 체육관에서 줄넘기 등을 하곤 했다. 여름 태양에 순무의 살갗은 보기
일부러 발을 걸어 넘어뜨린 걸 알았지만 순무는 그것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나누가 물건을 들어주거나 그에게서 부축받은 뒤에는 언제나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누는 조금씩 양심이 찔리는 것을 느끼긴 했으나 심하게 다친 건 아니잖아, 라는 엉뚱한 이유를 붙여 순무의 성의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순무의 발목은 서서히 회복해갔다. 어느샌가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충격을 받았다. 이층의 방에서 공부를 하던 나누는 아버지가 우는 소리를 듣고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바닥에 쓰러진 채 그렇게 슬프게 우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들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멀리 다른 곳에 살고 있어서 아주 어릴 때밖에 못 만났기에 그 가족은 모두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매번 명절이나 기념일마다
바다는 언제나 모든 것을 품어주리라 생각된다. 아무도 찾지 않은, 아침해조차 오지 않은 어슴푸레한 새벽빛에 잠긴 바다를 보며 아무리 좋아한다 말해도 바다는 모든 것을 품을 뿐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건장하고 어엿한 청년인 권수는 새벽 일찍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대문을 열고 나가 바다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꽤 감성적인 취미가 있었다. 그리고 보랏빛 바다
저 아인 참 재밌단 말야. 아단은 또래아이들의 함성 소리를 즐기며 맞은편에 선 소년을 바라보았다. 때는 봄날, 장소는 호연지방의 포켓몬 트레이너 양성 학교의 운동장. 정규과정으로 편성된 학생 간의 일대일 배틀 시간이었다. 넓디 넓은 운동장에서 아단은 대굴레오를 꺼냈다. 대굴레오는 쿵 소리를 내며 나왔고, 늘 그렇듯 학급 아이들의 귀엽다는 칭찬에 늠름한
그해 겨울은 웬일로 매서웠다. 수도가 꽁꽁 얼어붙고 눈이 쌓였으며 온기를 모두 앗아갔다. 불꽃타입 포켓몬들의 수요가 늘어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풀숲을 헤매며 그들을 쫓았다. 포켓몬들은 무자비한 포획과 추운 날씨에 어딘가로 도망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포켓몬만이 아니었다. 순무는 어느날 잠에서 깨자 침대에서 함께 자고
Salad Days 철부지 시절, 풋내기 시절 1 포켓몬의 기술인 달콤한 향기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제조된 스킨을 손바닥에 흘린 뒤 얼굴에 문댄다. 향긋하고 묵직한 스킨 냄새가 기분좋게 만들어준다. 순무는 기분좋은 나머지 좋아하는 곡을 콧노래로 흥얼거린다. 듣기 무난한 멜로디지만 가사는 애달픈 이별을 담아낸 곡이다. 그즈음, 마찬가지로 샤워를 끝
어찌된 일인지 별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말리에 정원에 언덕이 하나 생겼다. 어찌된 일인지 한번은 우르르 몰려왔다가 파도처럼 빠져나가고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그 작은 언덕은 평화로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어쨌든 그것을 무덤이라 불렀다. 구즈마는 불꺼진 포 파출소 앞에 한참동안 비를 맞으며 삐딱하게 서있었다. 아무
쌀랑히 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핸섬은 쫄딱 젖은 채 걸어간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엔 흙이 묻은 구둣발을 바닥에 탁탁 털고 들어가기 전 경비에게 경찰수첩을 보여준 뒤 안으로 들어간다. 본부 건물로 들어온 그는 머리칼과 옷의 물기를 대충 털어낸 뒤 먼저 수사과 사무실 쪽으로 터벅터벅 걷는다. 계단을 오르고, 수사과 앞에 선 핸섬은 작은 한숨을 쉰 뒤 태
Under Control 지배되는 요즘들어 재미난 일이 생겼다. 생겼다기보단 알았다는 것도 좋은 표현일 것이다. 소속을 잃은 인간은 다시 속하고 싶은 곳을 찾으러 방황한다. 내 경우엔 내가 그 속하고 싶은 곳이다. 누군가를 품는 곳. "수행하고 왔어. 힘들어…." 업무를 보다가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녀석을 한번 쳐다본다. 내 옆에 털썩 앉으며 허리
Sly & Silly 교활한 & 어리석은 난 착한 사람이지만 좋은 사람은 아니다. 착함은 나쁜짓을 하기 좋은 구실일 뿐이다. 앞에서 웃기만 해도 뒤에서 뭘하는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장, 속임수, 배신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내가 누누이 말했지." 몬스터볼을 모두 빼앗긴 가엾은 청년에게 말했다. "아저씨는 착한 사람이지만 좋은
오래된 관습이 있다면, 모두들 그것을 당연시하고 따를 것이다. 관습을 거스르는 자는 집단에서 떨어지고 만다. 관습을 파괴하는 자는 공포감을 조성한다. 어김없이 가랑비가 내리는 포마을의 우중충한 풍경을 바라보며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던 나누는 멍하니 옛추억에 잠긴다. 비는 오지 않고 흐리기만 하던 날의 오후. 파출소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나옹을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