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n] 글

10개월간의 밀회 3

underneath by 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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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미스러운 일이 지나가면 일상은 되돌아왔다. 순무는 차근차근 배워나가며 체육관에 도전해서 뱃지를 따기 시작했다. 용암체육관에 도전할 때에는 오랜만에 집에 들러 부모님을 만나기도 했다. 권수는 내년 리그에 순무를 출전시키는 것이 목표였기에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순무가 어디에 강한지, 어디가 약점인지를 분석하곤 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순무가 리그에 나갈 만큼 실력을 향상시키면 하산시킨다고 했는데, 사실 그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권수는 제대로 된 트레이너라면 누가 되었든 계속해서 직제자로 데리고 있을 작정이었다. 그렇게 말해놔야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겨우 몇달 배워 그 정도로 성장하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권수는 순무에게서 그런 가능성을 보았고, 순무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되돌아온 일상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이 그것이다. 나란히 앉아서 교재를 펼치고 있을 때 순무가 권수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면, 권수는 공부할 땐 그러는 거 아니라며 머리통을 떼놓다가도 팔로 허리를 감싸안아주곤 했다.

무릎베개를 하거나 손을 맞잡거나 하는 행위들은 권수에겐 장난과도 같은 몸짓들이었지만 순무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잠들기 전에 오늘은 권수의 손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함께 웃던 상황은 어떤 상황이었는지, 무심하게 쳐다보는 눈이 살갑게 휘어지는 순간이 어땠는지를 곱씹으며 잠들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착 달라붙어 앉고 따뜻하고 투박한 손으로 손을 맞잡는 가벼운 애정행위들은 성적인 욕구를 채워주었지만 가끔은 그 날이 떠올랐다. 숨도 못 쉴 만큼 입을 맞추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오로지 모든 것을 그에게 맡기게 되었던 그 날. 그러면 순무는 혼자 끙끙대며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켰다. 언제쯤이면 어른이 되는 걸까. 언제쯤이면 선생님과 진득하게 얽힐 수 있는 걸까. 몇년의 기다림만이 해답이었다.

겨울이 다가오자 권수는 더더욱 바빠졌다. 자주 리그장에 출근하여 회의에 참석하고 리그 개최에 대한 업무를 처리했다. 가끔은 서류를 들고와서 집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순무는 권수가 편히 일을 보고 쉴 수 있도록 집안일을 하고 그의 포켓몬들을 돌봐주었다.

권수는 이렇게 하다간 내년에 순무가 리그에 나가지 못할 거라 판단하고, 순무가 자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었다. 상처약, 도구 등을 사주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두툼한 외투도 사주었다. 필드워크를 하며 최대한 많은 포켓몬과 싸우길 바란 것이다.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었다.

순무는 호연지방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계속 권수와 둘만 살아서 여전히 또래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은 서툴렀지만, 길을 묻는 것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때와 달리 이제는 학문을 익혔기에 모험에 재미를 붙이자 오랫동안 권수네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권수는 하루에 두세번씩 포켓기어로 전화를 걸어 순무가 뭘하고 다니는지 묻고 위험한 곳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동쪽의 그랜드시티에서 출발해 곳곳에서 야생 포켓몬들과 만나며 루네시티, 이끼시티, 잿빛도시 등 대도시도 방문했다. 처음 가는 대도시들은 용암마을과 너무나 달랐다. 사람과 포켓몬들이 너무 많았고 낯선 상점들, 길거리 공연, 찻집, 호텔, 용암마을보다 큰 포켓몬센터와 프렌들리숍, 건전한 유흥시설, 각종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었다. 순무는 어릴 때 마을의 젊은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직접 와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이후에도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고 새로운 포켓몬을 잡거나 트레이너들과 눈과 눈이 마주치거나 하며 추운 겨울을 뜨겁게 보내고 있었다. 권수의 고향인 해안시티도 가서 구경을 했다. 해안백화점을 돌아다니다가 잘 닦여서 반짝이는 빛을 내는 진화의 돌들을 본 순무는 슬슬 포켓몬들이 진화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다. 당시 호연지방은 진화의 돌이 귀했기에 판매가는 너무 비쌌다. 부모님이 부쳐주시는 용돈 몇달치를 모아야 겨우 하나 살 수 있었다.

거의 한달을 채우기 전에, 순무는 그랜드시티로 돌아왔다. 권수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꽈악 끌어안았다. 그래도 객식구라고 순무가 없자 쓸쓸했던 것이다. 짐을 정리하고 순무는 새로 잡은 포켓몬들을 자랑했다. 저녁을 먹을 때는 포켓몬 도감을 보여주며 많은 포켓몬을 만났다며 이 포켓몬을 만났을 때엔, 하고 재잘거렸다.

"이제 포켓몬들이랑 사이가 좋아져서 다행이구나."

기특한 마음에 그렇게 말하면 순간적으로 순무의 표정이 굳었다. 그가 했었던 거짓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순무는 사실을 고하기로 했다. 그러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용암마을은 고령층이 대부분이라 아이들이 적었고 그나마 있던 친구들도 크면 도시로 떠났다. 학교도 잔디마을까지 가서 다녔고 학생 수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떠났을 때, 무리를 지어 다니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친구를 사귈 수 없었다. 포켓몬 박사에게 그것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어려웠다.

권수는 순무가 말을 마치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감촉에 순무가 숙였던 고개를 들기도 전에, 권수는 순무를 품에 이끌었다. 비록 두툼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달라붙자 따뜻한 체온이 전해져왔다. 어찌나 소중하게 감싸안았는지 권수의 심장박동마저 느껴진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아늑한 품 속에 있던 순무는 고개를 위로 향했다. 제멋대로 쓸어올린 머리카락이 턱을 쓸자 권수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순무를 내려다보았다. 뾰족하고 오똑한 코 끝을 부비다가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권수는 웃지 않았다. 위화감을 느낀 순무도 웃기를 멈추고 매서운 눈을 쳐다보았다. 초점이 맞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기에 권수가 고개를 숙인 것도 몰랐다. 가볍게 입을 맞추고 떨어지자 그제서야 방금 느낀 것이 따가운 콧수염과 따뜻한 입술임을 알아차렸다.

순무는 얼굴을 찌푸렸다. 곧이어 코끝이 벌겋게 물들고 무채색의 눈동자를 닮은 투명한 눈물방울이 솟아나왔다. 아픔을 절반 나눠주면 빈 반쪽자리 공간에는 위로가 채워졌다. 순무는 권수의 손가락이 얼굴을 쓰다듬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고 매달려서 실컷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권수는 다시 순무의 세계가 된다.

속사정을 알게 되자, 순무를 위하는 만큼 권수에게선 애틋한 감정이 자랐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강하게 키워내겠다는 마음과 다 자라면 마음껏 예뻐해주겠다는 욕망은 애틋함을 만나자 애정으로 바뀐다. 권수는 혼란에서 벗어나고, 이 아이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알게 되었다.

항구 근처 술집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하기에게 그런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마음이 가벼웠지만 하기는 그렇지 않았는지 곧바로 권수의 등짝을 때렸다. 주변 사람들이 찰지게 때리는 소리에 이쪽을 쳐다봤다. 그와중에도 하기에게 아주 정신 나갔다고 욕을 들어먹는다. 그러면 권수는 자기가 때리고 싶어도 못 때리던 등짝을 대신 때려줘서 고맙다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권수와 함께 배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권수가 배에서 내렸어도 혼자 뱃일을 하며 이리저리 떠도는 하기는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서로의 욕구해소만을 위한 만남도 있었고 짧고 깊었던 만남에 눈물을 보인 적도 있었다. 온갖 해괴한 성욕을 건너건너 듣거나 목격하긴 했어도 권수와 순무가 사랑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게 보지 않는 모양이다.

권수는 담배를 태우면서 순무가 가진 것은 동경심이고 자신이 가진 것은 보호욕이라고 말했다. 나를 동경하는 아이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 그렇게 말하면 하기는 맨날 외치던 올바름 마음가짐은 어디 갔냐고 빈정대며 술을 마셨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둘은 단짝인 것이다. 잔을 부딪치고 비우며 이야기를 나눴다.

진탕 취한 채 비틀거리며 겨우 돌아온 권수를 맞이한 순무는 풍겨오는 술냄새에 질겁하며 권수를 부축했다. 권수는 벌건 얼굴로 웃으며 순무에게 뺨을 부벼댔다. 수염때문에 아프다며 질색팔색하는 모습도 귀엽게 보이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다리에 힘이 풀린 권수는 그대로 무릎을 꿇는다. 순무는 권수를 일으켜 세우려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 순무… 선생님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나 있니?"

권수가 무릎을 꿇은 채 그렇게 말하자 마치 사랑고백이라도 받는 듯한 느낌이 든 순무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도 좋아요."

작게 대답하면 권수는 차가운 손으로 순무의 손을 덥썩 잡았다. 흠칫거린 순무는 맥박이 빠르게 뛰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지던 짧은 순간은 권수가 쓰러지면서 끝났다. 순무는 눈을 끔뻑거리고 선생님을 불렀다. 권수는 그 상태로 잠들어버렸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날 생각을 않자 권수의 방에서 힘겹게 두꺼운 겨울 이불을 끌고와서 몸 위에 덮어준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가디를 데려와선 이불 속에 넣어주었다. 순무는 늦은 시간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몇시간 후, 권수는 딱딱한 바닥과 찬 기운에 눈이 떠졌다. 머리가 아팠지만 한기에 부르르 떨고나니 제정신이 든다. 이건 뭐지? 이불? 순무가 갖다놓은 건가. 그 속에서 꾸물거리며 나온 가디는 권수의 얼굴을 핥았다. 행여 자다가 동사할까봐 취해놓은 조치들에 웃음이 삐져나온다. 오른손으로 얼굴을 덮고 피식거리고 있으면 가디는 하품을 했다.

권수는 힘겹게 일어서서 이불을 양팔 가득 안은 채 가디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이불을 펼치면 가디는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갔다. 외투를 벗어서 옷걸이에 걸고 다시 잠을 청했다.

뒤늦게 잠에서 깬 권수는 벌떡 일어나서 순무부터 찾았다. 순무는 방에서 책을 보고 있다가 노크 소리에 방문을 열었다. 권수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혹시 실수한 게 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뱃사람이었던데다 오랜만에 만난 하기와 회포를 풀자 자제력을 잃은 것 같다.

권수가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와중에 순무는 선생님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나 있니? 라고 하던 그를 떠올리고 있었다. 평소에 선을 긋고 그렇게 말해주지 않는 선생님이 서투르게 애정을 고하던 차갑고 딱딱하던 손마저 좋았다. 무섭도록 엄격하지만 사실은 물렁한 면이 있는 사람이다. 순무는 살짝 웃음이 나온다. 웃어주는 순무가 화난 게 아님을 알자 안도한 권수는 밥은 먹었냐 물었다. 아직이라는 말에 잠깐만 기다리고 있으라며 방을 나섰다.

늦은 끼니를 해결하고는 둘은 주말을 맞아 해안시티로 향했다. 언젠가 순무도 왔었던 해안백화점에서 권수는 친구나 동료들에게 연말에 돌릴 선물들을 구경했다. 순무는 멀찍이 떨어진 가판대에 장식된 진화의 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진열품을 손에 들고 보다가 천둥의 돌을 하나 사가는 과정을 지켜본 순무는 내심 좋겠다고 생각했다. 권수가 어깨를 톡톡 치고는 모처럼이니 순무에게 갖고 싶은 게 있는지를 물었다.

"너희 부모님껜 비밀로 할 테니 뭐든 골라봐."

그렇게 말하고 싱긋 미소짓는 얼굴에 순무는 차마 불꽃의 돌이라고 대답할 수 없어서 목도리나 하나 사달라고 했다. 권수는 순무와 패션 코너 쪽을 둘러보며 목도리를 하나 사주었다. 흔하디 흔한 목도리라 해도 백화점 브랜드라 그런지 순무는 꿈도 못 꾸는 금액이었다.

오래오래 아껴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돌아온 순무는 권수와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았다. 곧 봄에 열릴 호연 리그의 엔트리를 접수 중이라는 광고가 나오자 순무는 고개를 돌려 권수를 보았다.

"저도 출전하고 싶어요."

"뭐? 넌 아직 일러. 내후년에나 나갈 수 있을 거야. 못 하면 그 다음해에나 가능하겠지."

약올리는 권수의 말투에 순무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만을 표했다. 권수는 순무가 포켓몬 배틀 감각이 뛰어난 것을 알고 있었다. 단일타입만을 사용하지만 상성의 반작용을 나름 연구하는 중이었고 빠른 기간 내에 뱃지도 어느정도 따냈으니 말이다. 대기만성형이라 할지, 기초를 배우는 것이 늦었지만 금새 익히고 응용하려 들고 있다.

권수는 그런 순무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끌어내고 싶었으나 아직 큰 무대에서 놀기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 판단했다. 그러나 순무는 권수가 바쁜 틈을 타서 루네시티에서 고전 끝에 마지막 뱃지를 따내고 멋대로 리그 엔트리 접수를 해버렸다. 그걸 알게 된 것은 우편물을 정리하면서였다. 우편물 자체도 잘 오지 않지만 호연리그에서 순무 앞으로 안내장을 보냈고, 그것을 본 권수는 순무를 혼냈다.

엔트리 접수를 취소하겠다는 말에 순무는 펑펑 울면서 권수에게 매달렸다. 권수는 마음이 약해졌지만 결코 그걸 드러내지 않고, 교육을 할 때처럼 날이 선 눈빛을 한 채 어디 한 번 해보라는 식으로 말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갔다. 당연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용암체육관 관장이 되고 싶다며 늦은 만큼 쉬지 않고 노력한 것은 누구보다 옆에 있던 권수가 잘 알고 있다.

한 마디 위로라도 첨언하기 위해 순무의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순무는 약간 부은 눈으로 책을 보다가 권수를 보았다. 아직 벌건 눈동자를 보니 마음이 아파왔다. 권수는 순무의 옆에 섰다.

"아깐 미안하다."

"……."

순무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네가 아직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야."

그렇게 말하면 이번엔 고개를 휙 들었다. 잔뜩 찌푸린 눈은 울화로 인해 더욱 벌겋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화난 순무는 처음 본다.

"…리그 출전도 안 되고 선생님과 연애도 안 되고 언제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건데요."

차갑게 식은 채 타오르는 불꽃을 느낀 권수는 그 둘이 별개의 문제라며 그를 진정시키려 한다. 그래, 잊고 있었지만 순무는 아직 사춘기 소년이었다. 멋부리고 싶고 반항도 하고 싶고 제멋대로 해보고 싶은 나이인 것이다.

"전 더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아니, 아직 더 기다려야 해."

권수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어디든 현실은 가혹한 법이다. 물론 그는 순무가 패배해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인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체육관 뱃지를 다 따왔다는 것이 곧 준비가 끝났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더 많은 경험, 이론 학습이 필요했다. 리그는 만만찮은 상대들로 넘치기 때문이다.

언제 드래곤타입을 닮게 됐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울다 그쳐 뻘개진 눈과 아랫입술을 깨무는 송곳니는 전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계속 하다간 다툴 것 같아지자 권수는 이번만큼은 순무가 하고 싶은대로 놔두기로 했다. 한 번 리그에서 깨지고 나면 뭐가 부족한지, 잘못 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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