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잡은바선생의이름을우린아직모른다

야마토랑 썸타는데 세미 럭키스케베를 함


"오늘 무대도 수고하셨어요!! 정말 멋진 무대였어요!"

IDOLiSH7의 무대가 끝나면 어김없이 매니저인 타카나시 츠무기가 그들을 마중하러 나왔다. 통통 튀며 걸어오는 모습은 정말이지 토끼를 연상시켰다. 이 모습을 본 사람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겠지.

"매니저, 매니저! 아까 내 솔로파트 봤어?!"

IDOLiSH7. 통칭 아이나나 내에서도 가장 키가 큰 타마키가 불쑥 튀어나오며 눈을 반짝인다. 방금 전 무대에서 본인이 혼자 춤을 추던 때를 계속해서 떠올린다. 그리고 이를 매니저에게 제대로 칭찬받고 싶어 한다. 이러나저러나 그는 그룹의 막내이다.

"네! 타마키 씨의 춤 평소보다 더 파워풀해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

똑같이 흥분하며 대답을 하는 츠무기의 모습에 타마키는 단순에 기분이 좋아진다.

"자자, 거기까지. 이만 대기 실로 돌아갈까?"

아직 다른 그룹의 무대도 남아있고, 스태프들로 무대 뒤는 혼잡했으므로 리더인 야마토는 둘을 진정시킨다.

"우우. 야마 씨 재미없구."

"안 그래도 복잡한데 우리 7명 전원 여기 있으면 너무 낀다고."

"니카이도 씨 말에는 동감합니다. 대기실로 돌아가죠."

이오리가 자신의 말에 동조해주자 야마토는 조금 우쭐해지며 어깨를 으쓱인다. 이러고는 헛기침을 한번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매니저. 츠보미는 어디 있어? 안보이네."

츠보미. 아마야 츠보미는 아이돌리쉬 세븐의 코디이자 야마토의 개인 매니저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덧붙여서,

"헤에~ 뭐야 아저씨 너무 티내는 거 아냐?"

"어이, 미츠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미츠키의 작은 속삭임에 야마토는 크게 당황해버리고 만다. 야마토의 이런 즉각적인 반응에 미츠키는 작은 웃음을 터트린다. 두 사람의 모습에 나기와 이오리가 관심을 가진다.

"아무것도 아니거든?"

"이만 솔직해지세요. 야마토. 당신이 츠보미를 좋……."

"뭐?!?! 나기?! 숙소 돌아가면 같이 코코나 보자고? 하하하!!! 어쩔 수 없네!"

황급히 나기의 말을 막으며 그가 좋아하는 코코나 이야기를 꺼내버린다. 후에 일어날 일-밤새 매지코나의 극장판을 보게 되는 일-을 생각하면 조금 후회가 되었지만 나기의 입에서 나왔을 말을 생각하면 차라리 이게 나았다.

"두 분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니아니 없어!!"

"그런가요. 아, 츠보미 씨는 먼저 대기실로 돌아갔어요. 정리할게 많다고 하셔서."

"그래?"

"우리도 얼른 대기실로 가야겠네~ 리더를 위해서라도."

"야 너 진짜...!"

야마토는 츠보미를 짝사랑하고 있다.

 


대기실 안.

츠보미는 도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정리하면서 새로 사둘 화장품이나 브러쉬등을 점검하던 중 세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보면, 두 녹색 눈동자엔 갈색의 형체가 담긴다.

갈색. 확실히 갈색인 그것은 긴 더듬이를 움직이며 벽에서 바닥으로 소리 없이 움직인다. 어쩌면 이것은 닌자의 환생일지도 모른다. 츠보미가 무의식 적으로 눈을 깜빡이고 침을 한번 삼킨 뒤엔 그것은 츠보미의 바로 앞까지 와 있다. 인사를 하려했을까? 아니 이건 아무래도 억지겠지.

"아. 아. 아우우와아???????!!?!?!?!?? 흐에으아아 꺅!!!"

츠보미의 입에선 긴 비명소리가 끝없이 흘러나왔다. 이 비명소리엔 약간의 물기가 서려있는 것도 같다. 슬 눈가가 촉촉 해지는 거 같기도 했다.

"사, 살려어어어어……."

츠보미는 최대한 그것의 심기를 건드리려 하지 않으며 빠른 걸음으로 대기실의 문으로 다가간다. 우선 여기를 이 저주 받은 공간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문 거의 바로 앞까지 도착했을 때 문이 열리고…….

 

"응? 방금 무슨 비명소리 들리지 않았나?"

"저도 들은 것 같습니다."

"그치?! 나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저쪽에서... 응? 저긴 우리 대기실이지?"

리쿠가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 곳엔 'IDOLiSH7 님'이라 적힌 종이가 붙여져 있었다. 그렇단 말은 본인들의 대기실이고, 거기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함은,

"어라 대기실엔 츠보미 씨가 가있다고 했지? 그럼 츠보미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야마토 씨?!"

소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던 야마토가 단숨에 앞으로 치고 나왔다. 그는 단숨에 대기실까지 뛰어가 문을 열었고, 여는 순간 대기실 안에 있었을 츠보미가 제 품으로 뛰어 들어왔다.

"어?"

 

"안에 아, 안에 그게. 그게. 있어요. 으앙."

순식간에 야마토의 품에 아무렇지 않게 안긴 츠보미는 야마토에게 거의 울며 매달렸다. 아니 솔직히 말해선 자신이 지금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자각이 없는 것 같아보였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았더라면 1초 만에 몸을 떼어냈겠지. 결국 이 순간 가장 큰 피해자는 니카이도 야마토가 된다.

일단. 야마토는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려 했지만 츠보미가 잔뜩 몸을 밀착 해오는 탓에 도저히 제대로 사고가 흘러가지 않았다. 본인에게 닿고 있는 것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은 그곳으로 튀었다. 아. 아아아아 제발. 그의 속마음에선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아니 불이 나서 타고 있는 건지도? 착한 생각. 착한생각. 하지만 이럴수록 츠보미의 부드러운 손끝이, 자꾸만 밀착 해오는 가슴이 생생히 느껴졌다. 신종 고문인가.

“하아…….”

내뱉는 숨은 떨리고 있었다. 솔직한 심정을 한마디 해본다면, 남자니까 싫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이런 상황을 맞이하는 건 조금 다른 문제가 있었다. 아니 애초에 누가 이런 상황이생길걸 미리 예상하겠는가.

"야마 씨 뭔일?"

"아, 타마!"

타마키의 등장에 야마토는 겨우 정신이 들었다. 타마키에게 마음속으로 감사 인사를 한다. 심호흡을 한번. 야마토는 침착하게 다시 츠보미를 부른다. 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라고 물으면 그것이 있다는 대답만 할 뿐이었다.

"에 뭐야 그게?"

"그, 그러니까 바퀴벌레가……."

"근데 지금은 안 보이구. 이제 사라진 거 아냐?"

그래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있었다. 타마키의 말에 츠보미는 슬쩍 고개만 돌려 대기실 안을 보았다. 진짜 사라졌나? 안도의 숨을 쉬려는 그 순간이었다. 세한 기운이 느껴져서 옆을 보면 그것은 다시 벽에서 츠보미를 향해 더듬이로 인사를 보낸다. 안녕!

"이, 있잖아아.......!!!!!!!!"

츠보미는 이젠 존댓말을 쓸 이성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앗. 이건 좀 귀여울지도.

"야마토 씨? 츠보미 씨?! 대체 무슨... 응? 타마키 군?!"

타마키도 이젠 상황을 파악했는지 두 사람을 지나 대기실로 들어가서는 나는 그것을 향해 두 손을 빠르게 뻗었다. 그러고는 짝!!! 하는 큰 소리가 공간을 메운다. 주위는 금방 조용해진다. 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야마토는 불안한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타마야 설마 손으로 잡은 거니? 목까지 차오르는 말을 내 뱉으려는 순간, 타마키가 먼저 입을 연다.

"우와! 잡았다!! 츠보링 이거 봐 내가 잡았구"

"그걸 보여주면 어떡해! 저리 치워!!"

야마토는 자연스럽게 제 손을 츠보미의 안경 위로 슬며시 가져가며 시야를 가린다.

"타마키 군...!! 이 일단 여기 휴지로 닦아서 버려!!!!"

"닦는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잖아요! 요츠바 씨 화장실에 가서 비누로 제대로 씻고 오세요. 얼른요!!"

"그, 그걸 잡은 거야?! 손으로????"

"우와 타마키 대단하다!"

"나나세 씨 뭘 감탄하고 있는 겁니까?!"

"하여간 시끄럽기론 늘 일등이지 우리 애들은. 음, 츠보미?"

다들 정신이 없는 와중 야마토만은 제대로 정신을 차려 츠보미를 불렀다. 오빠 진짜 한계라고. 한계라는 건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일단 지금 그의 팔이 엄청나게 저려왔다. 이는 최대한 츠보미의 몸에 손을 대려하지 않은 결과였다. 지금 그의 몸에 맘 놓고 손을 올리는 짓은 NG라고 했기에.

"...츠, 츠보미 이제 진짜 없으니까 좀 그 떠, 떨어져주지 않을래?"

"에. 아. 응?!"

츠보미는 놀라며 스프링처럼 튀어 나갔다. 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야마토에게서 멀어진다. 방금까지 밀착해서 안겨있던 탓에 흐트러진 안경을 바로 잡는다. 얼굴은 붉어져있는 것 같다. 눈동자는 이리저리 흔들리며 정처 없이 떠돌며…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어서……. 진짜 죄송해요!!!"

계속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츠보미에게 특유의 여유로움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야마토는 조심스럽게 목을 울린다.

"괜찮아. 뭐~ 오빠는 미소녀가 안겨 있어서 좋았지만. 더 안겨 있어도 된다구?"

"애쓴다."

"뭣...!"

대기실로 들어오던 미츠키가 야마토에게 한마디 날렸다. 그의 옆을 지나쳐오던 미츠키의 눈엔 제대로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야마토의 귀가 엄청나게 붉어져있는 것이. 결국 미츠키의 이 한마디로 여유롭던 얼굴은 금세 무너져 내린다. 빠르게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대기실 안은 방금 전의 일로 시끄러웠지만 야마토의 귀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에겐 아직도 아까의 감촉이 생생했으니까.

 


"아까 대기실에서 진짜 큰일이었지!"

"어떻게 손으로 그걸 잡을 생각을 합니까?!"

"그치만 츠보링 엄청 무서워하고 있었구. 얼른 눈앞에서 없애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걸."

삐롱.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으면 휴대전화에서 알림소리가 들린다. 야마토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화면을 보며 그는 작게 미소 짓는다. 그리고는 맥주를 단숨에 비우고 몸을 일으킨다.

"야마 씨 벌써 자러가?"

"그래. 너희도 얼른 자 미성년!"

캔을 제대로 쓰레기통에 던져 놓고 셰어 룸을 나와 방으로 들어간다. 침대에 몸을 누워 다시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화면엔 래빗챗이 떠 있다.

[아까는 죄송했어요><;;;]

울고 있는 귀여운 다람쥐 이모티콘이 함께 와있었다. 츠보미에게서 온 것이었다. 야마토는 손가락을 움직여 천천히 말을 입력한다.

[괜찮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

[ㅜ.ㅜ 아 그런데… 음 이런 말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웬일인지 뜸을 들이는 츠보미의 래빗챗에 야마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거지? 야마토는 얼른 말해보라며 츠보미를 보챈다. 짧은 정적이 흐른후 삐롱. 하고 답장이 오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야마토는 글자를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내렸다. 야마토 씨의…

[야마토 씨의 품은 뭔가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미친.”

거친 말을 늦게 읊조린다. 화면을 홀드하고 천장을 올려다보고 다시 화면을 켜서 래빗챗 화면을 본다. 자신이 제대로 읽은 것이 맞는지 글자 하나하나 다시 제대로 집중해서 읽는다. 얘는 어디서 이런 귀여운 말을 배워오는 걸까? 작은 중얼거림. 그리고 곧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어디 고민 상담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짝사랑 상대에게 [이런 말] 들으면 어떻게 반응해야 될까? 라고.’ 미츠라면 의외로 진지하게 조언 해줄지도?

[앗, 역시 제가 너무 오버했죠… 죄송해요!]

아니아니아니 괜찮아. 답장을 보내며 그것을 소리내어 읽는다.

답장을 보내고 난 뒤에도 야마토는 자판 위에서 손가락을 떼지 못한다. 무엇인가 하고싶은 말이 있지만 해도 되는 말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도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고민을 하며 손가락을 느릿느릿 움직인다. 손가락이 휴대전화의 액정에 부딪치는 약한 소리가 들린다.

[오히려 오빠 츠보미 같은 미소녀가 안겨와서 좋았는걸(웃음)]

아. 역시 좀 오버했나… 야마토의 얼굴엔 홍조가 피어오른다. 그는 방에 혼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얼굴 모두가 보면 분명 놀릴테니까. 미츠키는 다 안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 지을테고… 나기는 ‘야마토의 레어한 표정입니다!’ 하면서 사진 찍으려 할지도 몰라. 야마토는 작게 한숨을 쉬고 화면을 다시 응시한다. 그에겐 1초가 10분 같았다.

삐롱삐롱.

[자, 장난치지 마세요…!!]

장난아닌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건 그렇고. 츠보미 바퀴벌레 정말 무서워하는구나]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지금도 계속 아까 날던 모습이 생각나서 힘들어요…….]

[그건 큰일이네. 뭔가 재밌는 영상 같은 거라도 보면서 기분전환 해봐.]

[아. 리바레 콘서트 영상 봐야겠네요!!]

그래. 그렇겠지. 어느 정도 예상한 답이라 그런지 놀랍지도 않았다.

삐롱.

이 알림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번에 니카이도 씨가 선물 주신 인형 껴안고 같이 봐야겠어요><!]

뒤에 같이 보내온 사진엔 다람쥐 인형을 안고 웃고 있는 츠보미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아마도 옷은 잠옷 인 것 같았다. 처음엔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으나 사진을 계속 보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얘는 남자한테 이런 무방비한 사진 막 보내는 건가?"

계속 생각하다간 아까 문제의 발언도 그렇고.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결론 지어버릴 거 같아서 야마토는 빠르게 채팅을 입력했다. 허튼 생각 말자.

[너무 늦게 까진 보지 말고! 그럼 미리 잘 자 츠보미]

답장을 보내고 나서 그는 휴대전화를 홀드하고 대충 근처에 던져두었다. 슬며시 눈을 감으면 대기실에서의 일이 다시금 떠올라 짧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정말 귀여웠는데.

"...좀 더 제대로 안아 보고 싶다. 라니……. ...오늘 자긴 그른 것 같아."

혼잣말을 죽 늘어트린 야마토는 오지 않는 잠을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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