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n] 글

10개월간의 밀회 1

underneath by 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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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관광지로 유명한 용암마을 출신인 순무는 한적하며 고령층이 많은 그곳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아이였다. 얌전히 있지 못하고 금방 흥분하는 성격에다 항상 넘어져 상처를 달고 다니는 천방지축이었다. 마을 어른들은 활기차게 커가는 순무를 지켜보며 항상 웃었지만 부모님은 그럴 수 없었다. 사고를 치진 않을까, 실례를 저지르진 않을까, 회초리도 들어보였지만 그 때뿐이었다.

그런 순무는 성격에 맞춰 타고난 것처럼 운동신경도 좋았다. 기운은 어찌나 좋은지, 여름철에도 뜨거운 호연의 땅바닥을 내달리며 살을 거멓게 태웠고 땀을 흘리면서도 불타입 포켓몬들을 옆에 끼고 살았다. 부모님은 자식이 학문에 뜻이 없음을 일찍이 알고서 장래에 밥값정돈 할 수 있는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길 바랐다. 순무도 자신이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성격이 아님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부모님의 결정이 반가웠다.

산 중턱에 위치해있는데다 관광지인 용암마을은 어린이가 귀했기 때문에 순무는 또래 친구가 거의 없었다. 있었다가도 도시로 떠나가기 일쑤였다. 가디와 식스테일이 순무의 유일한 친구였다. 부모님은 순무가 청소년이 될 즈음, 슬슬 바깥세상을 돌아보도록 권유했다. 포켓몬 트레이너로서의 성장을 위해 한걸음 내딛게 된 것이었다.

상처약과 용돈을 두둑이 챙기고서 힘들면 언제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순무는 집을, 길을, 마을을, 산을 떠났다. 남서쪽으로 내려가서 미로마을로 향했다. 이미 포켓몬을 둘이나 데리고 있었기에 포켓몬 박사에게서 도감만 받고 등록을 마쳤다. 연구소에서 나와 진한 풀내음을 맡으면 비로소 모험이 시작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순무는 또래 친구들을 대하는 것이 서툴렀다. 용암마을 남부에 위치한 잔디마을에서 학교를 다니긴 했으나 잔디마을 또한 용암마을만큼 마을이 크지 않아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려웠다. 비라도 많이 오는 날에는 산길이 위험해서 휴교를 해야했으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도시 수준의 교육을 받는 것도 불가능했다. 살림이 나아진 집은 대개 도시로 떠났다. 순무는 커가면서 많은 친구들을 잃고서 포켓몬들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눈과 눈이 마주치면 포켓몬 배틀! 거기까진 좋았으나 배틀이 끝난 후 친해지고 싶은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무렵이었기에 좋은 배틀이었다는 인사로만 끝나는 것이 섭섭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또래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 스스로가 못난 녀석이라 생각하곤 했다. 이끌어줄 사람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던 십대 소년 순무는 삼삼오오 무리지은 트레이너들-특히 또래들을 보면 위축되며 피하기까지 했다.

심적으로 힘들어진 순무는 한살 더 먹기 전에 용암마을로 돌아왔다. 더이상 풋내나던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웃음기가 적어지고 씁쓸한 말들을 입에 올리자 부모님은 언제나 밝던 자식이 몇달동안의 여행에 지친 것이라 여기며 어느 부모들과 다름없이 맛있는 밥을 차려주고 그의 모험담에 감탄해주었다.

충분히 안정을 취했어도 순무는 맥아리 없는 모습만을 보였다. 텔레비전에서 호연 리그 소식을 보아도 어릴 때처럼 흥분하지도 않았고 차분히 혹은 멍하니 있었다. 자식이 유일하게 잘하는 것, 흥미로워 하던 것에서 열정을 잃어가는 것을 알아챈 부모님은 미로마을의 포켓몬 박사에게 상담을 신청했다.

상담일이 되자 순무는 가기 싫다며 예민한 나옹처럼 신경질적으로 굴었다. 부모님은 그를 달래며 아직 젊으니 포기하면 안 된다고 설득했다. 그들의 신경전은 아버지가 무릎을 꿇으면서 애원함으로 인해 끝맺게 되었다.

박사의 연구소에는 여전히 박사와 조수 둘밖에 없었다. 포켓몬 도감을 받으러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어보였다. 박사는 중도포기 하는 트레이너는 수없이 많지만, 늦은 나이에 트레이너가 되는 사람도 수없이 많다고 말했다. 그 때까지 건성으로 듣던 순무도 작은 산기슭의 마을에서 자라와 겨우 세상을 누볐으니 주눅든 것도 이해한다는 말에 눈물이 나올 뻔했다.

"여행할 때에 가장 두렵게 했던 것이 뭐였지?"

박사는 오른손에 펜을 들고 금방이라도 써내려갈듯이 자세를 잡고 그렇게 물었다. 부드러운 말투에도 순무는 말을 꺼내기가 힘겨웠다. 또래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 하찮다고 생각해서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박사님 말씀대로 저는 용암마을에서만 자라서 경험이 부족해요. 그래서 배틀을 하는 게 무서워요. 포켓몬들이 잘 할 수 있을지 믿지 못하겠어요."

가장 자신있고 좋아하는 것은 포켓몬 배틀이지만 어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럴듯한 이유를 꾸며내면 박사는 잠깐동안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순무는 혹시 거짓말이란 것을 알았나 해서 덜컥 겁이 났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포켓몬 도감에 승패 횟수도 나왔던가?

"포켓몬 트레이너가 자신의 포켓몬을 믿지 못하는 건 굉장히 큰일이란다. 서로 신뢰할 수 없으면 관계가 끝나버리거든. 포켓몬들이 언제든지 너를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

박사는 그렇게 대답한 후 조수인 털보(체모가 많아서 붙은 별명이라고 한다)를 불렀다. 털보 조수는 예, 라고 대답하고는 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박사는 명함집에서 권수의 명함을 하나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털보 조수가 책장을 뒤적이는 동안, 박사는 다시 순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포켓몬 없인 살 수 없는 세상이란다, 얘야. 명함을 하나 줄 테니 그 분을 찾아가보렴. 안 그래도 그 분이 마침 문하생을 찾는 중이거든."

"누군데요?"

"사천왕 권수라면 알고 있겠지?"

박사의 말에 깜짝 놀란 순무는 하마터면 앉아있던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사천왕? 게다가 드래곤타입 트레이너 권수? 문하생을 찾다니?

순무의 머릿속은 어지러웠고, 때마침 털보 조수가 권수의 명함을 찾아와서는 그에게 내밀었다. 큰 덩치의 사내가 내민 작은 종이에 정신이 든 순무는 두손으로 그것을 받아들고 살펴보았다. 이름, 직함, 포켓기어 연락처, 사무실 주소만이 적힌 실로 단순한 명함이었다. 거창한 디자인이 아니라 조금 수수한 느낌이 있지만 순무에게는 그것마저 성스럽게 느껴졌다.

"이, 이 분이 왜…."

"좋은 공부가 될 거다."

박사는 정해진 상담시간이 끝났다며 순무를 내보냈다. 순무는 떨어지지 않는 발을 질질 끌며 겨우 연구소를 나섰다. 연구소 밖에서 숲만이 줄 수 있는 자연을 만끽하던 부모님은 무시무시한 팬텀이라도 본 것처럼 얼빠진 순무를 보고는 눈썹을 찡그렸다. 털보 조수가 뒤따라와서 사정을 설명하자 깜짝 놀라는 것은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셋은 손을 벌벌 떨며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졌다. 우선 진정하기 위해 미로마을을 벗어나 숲길을 산책하기로 했다.

"이건 기회야. 놓치면 틀림없이 후회할 기회라구."

어머니는 산책하는 동안 체육관 관장과 사천왕의 취급이 얼마나 다른지 입이 마르도록 설명했다. 용암마을에도 용암체육관이 있기에 순무도 그들이 어떻게 다르며 어떤식으로 존경받는지는 알고 있다. 차별이라기엔 그리 부정적이진 않으나, 어쨌든 당시 관장과 사천왕은 비슷하면서도 격이 달랐다.

"어떻게 하고 싶니?"

우뚝 걸음을 멈춘 아버지는 그렇게 물었다. 옆에서 걷던 순무도 그를 따라 발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거짓말을 한 죗값이라면 받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천왕인 권수를 찾아가는 것이라면 받을 자신이 없었다. 이런 날 누가 좋아하겠어, 라고 생각한 순무는 고개를 숙인 채 박사와의 상담에서 거짓말을 해버렸다고 사실대로 고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한쪽 무릎을 꿇고서 순무의 손을 잡았다. 언제나 호기롭고 다정한 아버지는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이다. 이번에도 화내는 일 없이 손을 잡아주고 '왜 그랬는지'보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물었다. 순무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서 엉겁결에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그 뒤에서 제멋대로 쓸어올린 까맣고 짧은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아버지가 묻자 순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더더욱 가봐야겠구나."

순무는 눈을 크게 떴다. 곧바로 아버지는 일어서서 꿇었던 한쪽 무릎의 흙먼지를 탁탁 털었다.

"네가 정말로 한심하게 느껴진다면 그 분을 만나는 게 맞을 거야. 반대로 너 자신에게 자부심이 있다면 그럴 필요가 있겠니? 당장이라도 그 분과 맞붙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릴 텐데."

박사가 일부러 권수를 찾아가라고 한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한 순무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바닷일을 겸해서 사천왕을 맡고 있던 권수는 호연 리그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더이상 바다로 나갈 수 없어지자 비어버린 일정을 무엇으로 채우며, 연구비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호연 트레이너 협회에서 돈을 뜯어낼까 궁리하던 끝에 문하생-직제자를 한 명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냈다고 말했다. 그랜드시티의 항구로 자신을 데리러온 권수와의 첫만남부터 이런 말을 들으니 부모님과 엉엉 울면서 인사를 하고 집을 떠난 자신이 갑자기 웃기게 느껴졌다.

권수는 이제부터 숙소 겸 사무실인 단층 주택에서 둘이서 함께 생활하고, 권수의 일을 도우며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순무는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서 어떤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지 물었다. 권수는 짧게 깎은 머리를 긁적이며 원한다면 포켓몬 배틀정도는 상대해주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만, 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포켓몬은 뭘 가지고 있니? 머리스타일이 아차모를 닮았으니 미로마을 연구소에서 아차모를 선택했을 것 같은데."

순무는 권수의 시선이 삐죽 튀어나온 세갈래의 머리칼에 머문 것을 보았다.

"가디랑 식스테일이 있어요."

"아차모가 아닌 건 아쉽지만 가디와 식스테일이라, 나쁘지 않네. 이왕이면 같은 드래곤타입 트레이너가 낫겠지만 박사님이 직접 널 보내셨으니……."

권수는 점점 말을 줄였고 순무는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첫인상이 헐렁한 사람같아도 막상 사천왕이라는 존재를 마주하자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와 같은 열정이 달아오른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말을 마친 권수는 짧게 기른 콧수염을 손톱 끝으로 잡아당기며 피식 웃었다. 찢어진 눈매가 즐겁게 내려다보는 그 시선에 순간적으로 두근거림을 느낀 순무는 권수의 눈을 피해 바닥을 보며 길을 걸었다.

도착한 단층 건물에는 작은 앞마당이 있었고 낚시도구 등 가재도구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평소에도 자주 손질해두는 것인지 낡았지만 깨끗해보였다. 뒷마당은 포켓몬 배틀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배틀 필드라고 한다. 권수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면 응접실이 바로 나타났다. 꾸미는 데에 젬병이지만 거실을 보기 좋게 꾸민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들고 온 가방을 한쪽 구석에 내려두었다. 권수는 편히 있으라며 응접실과 바로 이어진 주방에서 주전자와 찻잎을 준비했다.

낮은 탁자와 소파가 거실-응접실 중앙에 놓여있고 벽에는 여러 사진과 상장, 인증서 등이 붙여져있다. 책장에는 두꺼운 책들도 있었고 얇은 책들도 꽂혀져 있었다. 사진부터 살펴보면 권수와 체육관 관장들, 사천왕, 그의 지인들이 영원히 멈춘 시간 속에서 웃는 얼굴로 있었다. 유리로 된 장식장에는 트로피도 몇개 놓여있었다. 과거의 호연 리그에서 챔피언까지는 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우수한 실력이었음을 증명하는 것들이다.

순무는 점점 더 가슴 속이 들뜨는 것을 느끼고 휘몰아치는 감정을 눌러죽이는 것처럼 주먹을 쥐었다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통통 뛰어서 소파에 앉아 얌전히 권수를 기다렸다. 이윽고 권수가 쟁반에 간식거리를 담은 접시와 찻잔 둘을 올린 채 나타났다. 그리고는 먼저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로 했다. 강한 트레이너라고 소문난 그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잔뜩 흥미가 생긴 순무는 기대감이 부풀었다.

권수는 양해를 구하고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불을 붙이고 연기를 마신 뒤 고개를 돌려서 연기를 내뱉었다. 해안시티 출신에다 어느정도 먹고 살 만한 집에서 자랐기에 어릴 때부터 바다를 여행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연스레 바닷사람이 되어 친구와 배를 타고 돌아다니며 바다에 서식하는 포켓몬의 생태를 연구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느날 조난을 당했는데 어느 야생 포켓몬이 도와줘서 겨우 육지로 돌아왔다며 먼산을 보았다. 마치 그 때를 회상하는듯 따스함이 깃든 눈빛이었다.

위험했던 순간을 겪고 돌아오자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고, 유유자적하게 배나 타고 돌아다닐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고 한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해보다가 체육관 관장은 항상 바빠보여서 포기하고 리그 시즌에만 바쁜 사천왕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하고는 씩 웃었다. 농담처럼 말해도 순무는 그가 걸어온 길이 험난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안시티에서 나고 자라 바닷일까지 하면서도 물타입 전문이 아닌 것은 개인마다 성향과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순무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어쩌다 불타입을 택했는지 떠올려보았다. 단순히 출신지에 의한 영향이 큰 것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화끈한 열기가 주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여름엔 유난히 더운 호연지방, 온천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의 열기, 땀을 빼고나면 느낄 수 있는 해방감이나 상쾌함 등등. 그렇게 얘기하면 권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박사님이 그러시더구나. 네 포켓몬들이 배틀을 잘 할 수 있을지 몰라서 두렵다고."

순무는 거짓말을 했던 것에 뜨끔했지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걱정 말아라. 내가 사천왕이 되기 전까지는 잿빛도시에서 단기 강사로 애들을 가르쳤거든. 호연에는 드래곤타입 전문이 그리 흔하지 않아서 말이다."

그는 담배를 한 번 빨고는 연기를 뿜으며 말을 이었다.

"거기서 애들이 어찌나 나를 좋아하던지 별명도 지어주더라니까."

순무는 어떤 별명이었을지 궁금한 마음에 두근두근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미친 보만다라고."

"네?"

잠깐 멍해진 순무는 낄낄 웃는 권수를 쳐다보며 눈썹을 찡그렸다.

"내 포켓몬 중에 보만다가 있거든. 나한텐 귀여운 녀석인데 그 애들은 아니었나봐."

그 말을 듣자 뒤통수가 서늘해짐을 느꼈다. 이거 잘못 걸렸구나 싶다. 거짓말을 한 죗값이 이렇게 돌아온 것이다. 순무가 당황한 사이 권수를 식어가는 차를 후루룩 마셨다.

"그래서, 순무는 앞으로 뭘 어떻게 하고 싶니?"

"아, 네…… 포켓몬 트레이너가 되고 싶어요."

"아니 아니, 지금도 트레이너잖아. 용암마을 출신이라며. 거기 체육관 관장이 되고 싶다든가 하는 꿈이 없어?"

순무는 입술을 꾸물거리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보니 구체적으로 어떤 트레이너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네. 저 용암체육관 관장이 될래요."

권수는 순무의 당찬 대답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본인의 웃는 얼굴이 꽤 험악한지 알고 있을까. 순무는 그런 생각을 하며 권수의 마음에 들길 바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좋아, 네 꿈이 그렇다면."

권수는 필터부분이 남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끈 후 순무의 실력이 포켓몬 리그에 출전할 만큼 향상될 때까지 봐주겠다고 말했다.

"네가 리그에서 상위권에 들도록 만들어주마. 챔피언까지 되면 더욱 좋고."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저 담배처럼 불길이 꺼질 것이라 생각한 순무는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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