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n] 글

첩보원 000과 객원 187의 안티테제 1~2 (중단)

underneath by 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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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찰 칼로스 본부의 취조실은 비교적 깔끔한 인상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군데군데 때가 묻어있고 벽에는 칠갑이라도 했었는지 거무스름한 자국도 남아있다. 피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색이 검게 변하더랬다.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 지가 오래되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한 명을 끌고 와서 족치는 것이 가능했다.

본부의 요원들이 잠복근무를 통해 알아낸 것은 바로 지하에서 운영되던 불법배팅 형식의 포켓몬 배틀이었다. 일반적으로 포악하다 알려진 포켓몬뿐만 아니라 온순한 성향의 포켓몬들도 이용된 것이, 그 한 명을 달달 볶은 취조를 통해 밝혀졌다. 범죄조직단에서는 포켓몬들에게 약물을 주사하고 서서히 효과가 돌 때즈음 포켓몬 둘을 커다란 링 위에 불러낸다. 그러면 포켓몬들은 서로 물어뜯고 할퀴고 짓누르며, 자기가 지금 무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난폭하게 굴게 된다.

각자 이기는 쪽에 돈을 걸고 열광하는 사람들. 그 더러운 곳에 잠복근무를 한 요원들은 너무나 끔찍한 경험이었다고들 얘기했다. 특히나 칼로스의 미르시티는 좁은 골목들이 많아서 본부에서도 그곳을 찾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다.

음습한 느낌의 철제 출입문을 열면 지하로 이어진 계단이 나오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어둡고 긴 복도와 문들이 몇개 나타났다. 조직원의 안내를 받아 어느 포켓몬의 승리에 돈을 얼마나 걸 것인지 표를 작성하고서 경기 링이 설치된 아주 큰 방으로 가면 끝이었다. 배틀 도중 일어설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다친 포켓몬은 바로 몬스터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면 한 경기가 끝난다.

그런 식으로 쉽게 돈을 거머쥔 사람들은 그 맛을 못 잊고 거기서 바로 다음 배틀을 위해 챙겨온 현금을 투자했다. 이런 식으로 쉽게 돈을 번 투기장은 현금을 긁어모아 돈세탁을 위해 금고에 보관을 하고 장부를 정리하며 포켓몬을 알선해주는 또다른 범죄조직에게는 굽신거렸다.

잠복근무를 통해 모든 정보가 틀림없음을 확인한 요원들은 그곳을 급습하여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조직단과 구경꾼들을 체포했다. 그 날 경찰차가 부족해서 여러번 왕복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왔다.

취조실에서 새로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이런 형식의 배틀은 바로 이웃지방인 가라르 지방에서 전파되었다고 한다. 다른 지방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경과 보고를 위해 막 칼로스의 본부로 돌아온 나누는 사건개요를 듣고 당장 가라르로 처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형사과의 과장이자 나누의 사수는 그래, 그 일을 할 사람이 바로 너야, 라는 한 마디를 던졌고 나누는 놀라서 멍청한 소리를 냈다.

"본진을 쫓아야 하는데 정보도, 인력도 부족해서 요원들이 각각 다른 곳에 배치되어있어. 지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방금 돌아온 너뿐이야. 그리고 실력도 좋지. 아무튼, 아무래도 그 날 현장에 있던 놈들이 진짜배기가 아닌 모양이야. 취조를 하고 있긴 한데 몇명이나 되는 것들이 아는 게 별로 없더라고. 내 생각엔 가라르에 있는 놈들이 직접 칼로스로 와서 약물을 배달하고 현금을 회수한 것 같아."

"그래야 중간에서 약물을 빼돌리지도 않고 직접 수금도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겠죠."

나누의 말에 사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확률이 높지. 아무튼 그래서, 넘버 000… 가라르의 엔진시티로 가서 놈들에 대해 조사해줘. 엔진시티가 어디냐면……."

그는 일어나서 수많은 파일이 꽂힌 책장을 뒤적였다. 그리고는 책상에 큼지막한 종이를 펼쳤다. 나누가 다가가자 손가락으로 가라르 지방의 지도 한곳을 가리킨다.

"여기가 엔진시티고."

그는 다른 파일을 뒤지고는 사진을 몇장 꺼냈다.

"도시는 이렇게 생겼어."

나누가 사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엔진시티는 별로 좋은 인상을 가진 동네가 아니었다. 사수는 에스퍼타입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누의 속마음을 읽어냈다.

"왜 하필 여기냐면, 공업도시라 뭘 들여오든 수상하게 여길 사람도 없고 지하같은 곳도 많아서 아지트로 삼기에 적절하거든. 미르시티에 골목이 많은 것처럼 엔진시티는 하수도나 지하도가 많아."

그제서야 납득한 나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기가 본진인지는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한 녀석이 겁을 먹고 술술 불더군. 어차피 말단이라 조직에 대해 충성심이 없길래 살살 달래면서 정보를 빼내고 있어."

"그렇군요."

"오늘은 일찍 돌아가도록 해. 자세한 일정이 정해지면 부를 테니까. 고생했어."

사수는 사진들을 다시 파일에 넣고 가라르 지방의 지도를 접으며 말했다. 나누는 경례를 하고 형사과의 과장실에서 나왔다. 나누는 복도를 걸으며 과연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될지 생각해보았다. 지금 완수하고 돌아온 임무는 그럭저럭 혼자서 해결할 수 있었으나, 이번 임무는 타지방까지 가야했고 본부의 인력도 물자도 부족한 상황이다. 사수의 무조건적인 믿음은 고맙지만, 이렇게 좋지 못한 조건은 반갑지 않다. 하지만 그것까지 감내해야하는 것이 바로 국제경찰이 할 일이라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며칠 후, 사수가 다시 나누를 호출했다. 예의 말단조직원에 의하면 사수의 추측이 확실했다. 일반 제품인 것처럼 위장하여 가라르에서 약물을 갖고와서 그것을 직접 납품하고 현금을 수금해갔다고 한다. 들은 바에 의하면 본거지의 위치는 엔진시티에서도 꽤 구석진 지하였다. 말로만 들으면 잘 몰랐다. 직접 가서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누는 홀로 출동 준비를 했다. 칼로스에서 일당이 체포되었으니 당분간 가라르의 본진에서는 몸을 사리기 위해 불법 배틀을 중단할 테고, 그러면 잠입을 하기가 수월하다. 혹시나 아지트를 옮겼을 수도 있지만 당장 놈들은 돈줄이 끊긴 상태이므로 어딜 갈 수 없을 것이다. 우선은 그곳이 텅텅 비어있더라도 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가라르-엔진시티에 도착한 후, 장기체류가 될지도 모르기에 숙박업소부터 찾았다. 둘러보면 전철역 근처에 허름하고 낡은 숙박업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이 있었다. 이런 곳은 좁은 골목들이 있기에 혹시 누가 쫓아오더라도 이리저리 도망다니며 따돌리게 만들기 용이하다. 볼품없는 건물들 사이를 지나가면 다양한 군중을 볼 수 있었다. 초저녁부터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 손을 잡고 걸어가는 젊은 연인, 벽에 기대어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여인, 건전한 관계가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한쌍……. 어둠은 낮이 할 수 없는 말들을 하게 만들곤 한다.

건물들 중 그나마 외관이 세련된 곳을 하나 집어서 주인장에게 장기숙박을 요청한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추가 요금을 내야했다. 열쇠를 받고 도착한 객실의 구조는 단순했다. 한 칸짜리의 작은 방에 있을 건 다 있다. 칼로스에서 들고 온 짐을 정리하고, 활동을 위해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었다. 우선은 아지트에 사람이 남아있는지, 들락거리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후에는 갖가지 도구를 챙겨가서 본격적으로 조사를 할 것이다.

나누는 방에서 나와 조용한 발걸음으로 복도를 두리번거리고는 아무도 손댈 것 같지 않은 곳에 방 열쇠를 숨겼다. 혹시나 붙잡혀 몸수색을 당할까봐 대비한 것이다. 그리고는 도시 탐색을 시작했다. 처음 오는 엔진시티의 길을 익히고 만약을 위한 도주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최대한 엔진시티의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기지 않으려 했으나 출신이 달랐기에 대부분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이방인을 쳐다보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아직은 그런 시절이었다.

붉은 벽돌이 깔려 고전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공업도시답게 제조설비나 공장건물이 많은 걸 함께 보면 색다른 느낌이다. 어울리지 않는 풍경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풍경이 되어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던데, 라고 생각하며 길을 걷는 나누는 길바닥에 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물을 살짝 피했다. 쭈욱 길게 난 벽돌길을 걷고 그 유명하다는 엔진 스타디움도 한 번 훑어보고 계단도 타고 내려가며 구석진 곳도 살펴보고, 거의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구역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다.

칼로스에서 붙잡은 조직원 한 명은 기억력이 좋았다. 그는 전에 한 번 가라르의 아지트로 와서 일손을 도운 적이 있었다. 때문에 기억을 더듬어서 아지트의 위치를 말하긴 했으나 이곳에 처음 온 나누는 금방 찾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더욱 늦어져 밤이 되길 기다리기도 전에, 헤매다가 밤이 될 것만 같다. 어차피 길거리에 사람이 없는 편이 낫지만.

나누는 사수가 적어준 메모를 주머니에서 꺼내 읽었다. 그러니까… 어느 건물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면 뭐가 나오는데 또 거기서 어느 방향으로 내려가다보면…… 초행길이 고행길이 될 것만 같다. 정신을 가다듬고 찬찬히 읽으며 걸어가본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번화가와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쪽이 맞나 싶지만 가다보면 어두운 하늘빛을 받으며 불길하게 붉은 벽돌로 세워진 건물들이 나타났다. 나누는 고개를 뒤로 돌려 그 건물이 저어기에서부터 여기까지 이어져있는 것을 보았다. 이곳은 단순한 공장단지였다. 다시 찾아오려면 힘들 것 같아서 주변에 특징으로 삼을 것들을 둘러보았다. 어느 회사이름이 적힌 간판을 보고 그 이름을 외웠다.

철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작은 단층건물과 문이 하나 나옴-즉, 바로 저기인가보군. 메모를 치운 나누의 눈앞에는 아래 방향으로 이어진 철계단이 있다. 계단 아래 저쪽에는 관리실처럼 보이는 작은 단층건물이 하나 있다. 나누는 발소리를 죽이고 조심스레 긴 철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다 내려가면 빈 터엔 아무것도 없었고 낮은 단층건물만이 있었다.

우선은 문에 귀를 기울이고 무슨 소리가 나는지 살폈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나누는 주머니에서 준비해왔던 일회용 장갑을 꺼냈다. 그리고는 문고리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돌려보았다. 운 좋게도 문은 열려있었다. 코로 한숨을 크게 내쉬고, 습격을 대비해 한 손을 몬스터볼 쪽에 갖다대고 드디어 문을 열었다. 그러나 어두운 내부는 좁은 시멘트 계단뿐이었다.

허탈함에 문을 확 열고 안을 살폈다. 계단은 어디까지 이어지는진 모르겠으나 우선은 내려가보기로 하고 문을 조용히 닫았다. 그러자 센서가 작동되어 천장에 불이 켜졌다. 순간 놀랐던 나누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다 내려가면 긴 복도가 나타났다. 역시나 내부는 시멘트로 되어있었고 불쾌한 냄새가 나서 좋은 곳이 아님은 분명했다. 복도 천장에는 전등이 모두 켜져있어서 환했다. 아직 잔당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슬쩍 훑어본 벽면이나 바닥은 얼룩같은 것들이 묻어있었다. 핏자국이라도 되려나. 나누는 우선 이 계단이 복도 끝인 것을 알았다. 복도 끝이 막히지 않은 걸로 보면 아마 다른 길과 이어진 걸로 보인다.

몇걸음 걷자 벽면에 닫힌 문이 하나 나타났다. 아무런 팻말이 없어 뭘 하는 방인지 알 수가 없다. 혹시 누군가 있을까봐 귀를 바싹 대봐도 조용했다. 일단 이 방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고 체크한 뒤, 조금 더 나아가면 또 닫힌 문이 있었다. 귀를 대고 작은 소리를 들으려 해도 역시나 조용하다. 나누는 눈썹을 찡그리고 생각했다. 이 방들은 무얼 하는 곳일까? 다시 발걸음을 죽이고 걷는데, 이번엔 문이 살짝 열린 방이 나타났다. 나누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벽에 등을 바짝 붙였다. 오른손을 몬스터볼 쪽에 갖다대고서 슬금슬금 허리를 움직여서 방 안을 엿보았다.

내부엔 불이 켜져있었고 문이 아주 조금만 열려있어서 사람이 있는지 확인은 불가능했다. 나누는 메타몽처럼 꾸물거리는 몸짓으로 귀를 기울이고 안을 살피려했다. 온 신경을 귀에 몰리게 하면 방 안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발소리는 가볍게 울렸기 때문에 이동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곧 나누는 발소리의 주인이 당장 나오려는 것을 알았다. 탁, 탁, 한 걸음씩 출입문 쪽에 가까워진다. 나누는 내부 공간이 좁을 것이라 판단하고, 몬스터볼에서 손을 떼고서 적을 바로 제압하기 위해 준비 자세를 갖췄다. 하나, 둘, 셋.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또래로 보이는 청년이라 나누는 순간적으로 흠칫했다. 그러나 상대방도 나누를 보고 놀란 것은 마찬가지. 그 틈에 재빠르게 그의 팔을 잡은 후 뒤로 돌려 구속한다.

동시에 나누는 그를 방 안으로 밀어넣고 문을 닫았다. 남자는 아픔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목소리를 참는 것처럼 굴자 나누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우선 그 상태로 방의 내부를 훑어보았다. 예상대로 방은 좁았고 잡동사니가 쌓이고 쌓여있었으며 간이침대 하나가 벽면에 놓여있다. 매트리스는 오랫동안 교체하지 않아 지저분했다.

창고같기도 한 곳이니 분명 이 남자는 가라르의 일당과 관련되어있을 것이다. 나누는 등에 돌린 남자의 팔을 꽉 잡았다. 그러자 남자는 고통에 의해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였다가 다시 허리를 폈다. 나누는 다른 손으로 남자의 턱을 잡았다.

"저기,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에 나누는 시선을 끄는 척 하다 기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얼굴을 보아하니 여기 사람이 아니군."

작은 체구, 까만 머리칼, 무채색 눈동자. 동향사람같아서 그렇게 말하면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호연에서 왔다고 알려주었다. 호연? 가라르에서 너무 먼데. 무슨 커넥트가 있길래? 나누는 가라르어로 말하길 그만 두고, 익숙한 고향의 언어로 그가 여기서 무얼하고 있었는지 물었다. 그도 고향지방의 언어로 말을 꺼냈다.

"저, 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저도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 제 동료가 먼저 와있었는데, 좋은 일거리가 있대서 따라왔다가 동료는 도망가고 저만 남았어요. 믿어주세요…!"

나누는 갈등되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무고한 사람인 것이다. 이제 나누에게는 임무가 하나 더 늘었다. 현장 조사뿐만이 아니라 이 남자를 구해야만 했다. 그래도 아직 경계를 풀지 않은 상태로 남자의 팔을 놓았다. 남자는 비틀거리며 등에 돌려져있던 팔을 어루만지고 돌아서서 나누를 보았다. 울먹이는 그의 눈동자는 진실되었지만 사실인지 믿을 수 없다.

"원래 당신의 동료가 여기서 일하고 있었고, 그 사람의 거짓말에 당해서 혼자 남았다고?"

"네, 맞아요. 저기, 저 여기서 나갈 수 있나요?"

"일단 자세한 얘기 좀 더 들어보고."

나누는 그가 어떤 경유로 이곳에 오게 된 건지를 물었다. 그의 이름은 순무. 호연지방에서 온 포켓몬 트레이너였고 가라르 메이저리그 선수로 승급하기 위해 밑바닥에서 노력 중이었다. 순무의 동료 트레이너는 순무에게 부업을 소개해준다고 하며 그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 그러나 그는 순무를 넘기고 고향지방으로 도망갔다고 한다. 순무는 어쩔 수 없이 포켓몬들을 빼앗긴 채 무보수로 일을 하는 상태였다.

특이하게도 순무는 출퇴근이 가능했다. 지금은 퇴근시간이었고, 막 집에 돌아가려던 참에 나누와 마주친 것이었다. 이야기를 끝낸 순무는 빨리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이런 게 알려지면 정식으로 데뷔하기도 전에 선수 생활은 끝이라며 절망스러워했다. 나누는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아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그러자 순무는 뛸 듯이 기뻐하며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다며 울먹거렸다.

그 소동에 누군가가 방(창고?)으로 찾아왔다. 그는 순무에게 아직도 안 가고 뭘하고 있냐고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열었고, 낯선 나누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나누는 재빠르게 손을 돌리고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서 등 뒤로 던졌다. 수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수상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는 저 자를 당장 쓰러뜨려야 한다고 판단하여 아까처럼 자세를 갖추고 급소가 될 만한 부위들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순무가 그 앞을 막아서고는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제, 제 친구에요…! 여기서 같이 일하면 안 될까요…?"

나누는 너무 황당해서 눈썹을 찡그렸다. 조직원이 확실할 그 남자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둘 다 따라오라며 고갯짓을 했다. 먹히지도 않는 거짓말을 했으니 이제 순무는 처맞겠군. 나는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고문 당할 거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었다.

"순무, 설마 너도 네가 당한 것처럼 '친구'를 팔아넘기려는 거 아냐?"

유난히 친구라는 단어에 힘을 주고 말한 남자는 순무를 비웃었다. 순무는 정말 아니라며 과장하여 부정했다. 나누는 그 뒤를 따라가면서도 남자의 급소를 캐치했다. 평균보다 작은 체격이니 잘만 하면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상황만 좋았다면 당장이라도 기절시켰을 텐데, 아직 내부에 조직원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모르니 그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사수로부터 받은 지시라곤 조사하는 것이 다였기 때문에 여기 올 때엔 제대로 전투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윽고 복도를 걸어 끝까지 가면 오른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꺾어서 걸어가면 왼쪽 벽면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는데, 남자가 그 문을 밀고 들어가면 안은 전등이 반만 켜져서 침침했다. 굉장히 넓은 방 가운데에는 사각링이 있었다. 여기가 바로 불법 배틀이 행해지는 곳인 모양이다. 나누는 꼭 나중에 다시 와서 조사하겠다고 생각하며 일단은 남자와 순무를 따라갔다.

2

경기 링을 지나치고, 구석에 있는 다른 문으로 빠져나오면 비로소 본거지로 삼는 곳이 나타났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복도형이었으나 분위기가 달랐다.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와 아까까지 있던 곳보단 활기가 있었다. 둘은 관리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의 방에 끌려갔다. 내부는 순무가 쉬는 방처럼 크기는 작지만 적어도 깔끔했다.

낡아보이는 책상에는 서류같은 종이들이 놓여있고 펜이 여기저기 구르고 있었다. 벽에 붙여놓은 철제 캐비넷은 겉면이 녹슬어있었고, 책상에 앉은 사람 뒤에는 금고같은 것이 있었다. 아마 저기에 자금을 보관할 것이다. 그리고 금고 앞에는 여행용 캐리어가 있었다. 비상시에 바로 도망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것으로 보인다.

나누는 책상에 앉아 자신을 훑어보는 늙은 남성을 보았다. 꽤나 덩치가 있는지 앉은 키가 크고 자세도 올곧았다. 짧은 연갈색 머리칼을 옆으로 넘긴 그는 여태 알고 있던 경찰들 중에서 아는 인물인지 헤아리는 것처럼 계속해서 회색빛의 눈동자로 나누를 찬찬히 살폈다. 곁눈질로 본 순무는 불안한 탓에 계속 주먹을 살짝 쥐고 있었다. 둘을 이끌고 온 남자가 어떤 상황인지를 설명하자 늙은 남자는 큰 보석이 박힌 반지를 낀 손가락으로 나누를 가리켰다.

"몬스터볼. 다 내놔."

명령받은 나누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주머니에서 몬스터볼들을 꺼내 바닥에 내려두고 물러섰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아느냐? 까딱하다간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 있는 곳이다."

나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만을 궁리했다."

"사장님, 어떻게 처리할까요?"

둘을 데리고 온 남자가 싱글벙글하며 물었다.

"친구라. 너네 둘이 친구라는 말은 일단 믿겠지만, 대신 둘 중 하나라도 거슬리는 짓을 했다간 죽을 줄 알아라."

나누는 눈을 내리깔았고 그러자 순무의 주먹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정말 목숨 걸고 일할 수 있으려나?"

사장이 비웃으며 묻자 나누는 눈동자를 올리고 그를 보았다.

"제 목숨대신 이 녀석 목숨을 걸겠습니다. 전 애초에 단순한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온 거라서요. 겸사겸사 이 녀석도 데리러온 참에 구경하려 했던 겁니다."

즉석으로 지어낸 거짓말에 어설픈 부분이 많았지만, 지금은 가벼운 분위기로 넘어가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 기개가 나쁘진 않았는지 사장은 흥미로워하며 웃었다. 그러나 깜짝 놀란 순무도 그럼 자기도 자기 목숨대신 나누의 목숨을 걸겠다고 했다. 사장은 파하하 크게 웃으며 쓸모없지만 웃긴 놈들이라고 말했다.

"일단은 늦었으니 돌아가라. 지금은 처리할 일이 많으니 내일부터 뭘 해야할지 알려주도록 하마."

사장실을 나온 나누는 길을 알지 못해서 순무를 따라 걸었다. 순무는 화를 내며 왜 그렇게 굴었냐고 따졌다.

"저 사람 성격으로 봐선 재치있고 당당하게 구는 걸 좋아할 것 같아서 그렇게 한 거야. 결과적으론 통했잖아."

빠른 분석력으로 판단하여 내린 연기이고 거짓말이었다.

"재치? 재치가 있었다고요? 전 오늘 거기서 죽는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가만히 있지 그랬어."

툭 내뱉으면 순무는 기가 막혀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나누는 문득 지금 이 길이 처음 온 곳이 아님을 깨달았다.

"근데 여긴 아까 온 곳이 아닌 것 같은데."

"맞아요. 정문은 이쪽으로 가면 있어요. 근데 어떻게 들어온 거에요?"

"네가 있던 방에서 끝으로 가면 계단이 있잖아? 거기 문이 열려있더라고."

"어… 거긴 비상구인데……."

"비상구를 항상 열어둬?"

어이없지만 중요한 정보인 것 같아서 물어보면, 거기로 다니는 사람은 순무뿐이라 문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범죄조직에 있으면서 철저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자 순무는 당황해했다. 어차피 자기도 억울하게 잡혀있는 것이라 누군가 와서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주길 바랐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갑자기 눈을 빛내며 그게 바로 당신이라며 좋아했다.

출입문을 통해 나서면 정문으로 드나드는 길은 불만 간신히 켜진 지하도였다. 낮은 계단을 오르자 좁은 앞마당이 나타났고 주변 건물로 봐선 공장단지 어디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누는 앞마당 쪽을 한 바퀴 돌아보며 뭔가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딱히 도움이 될 것들은 발견하지 못했다.

'정문으로 사람들이 와서 저 계단을 통해 내려가고… 바로 입장하여 배팅을 했겠군. 그리고 순무가 있던 곳은 조직원들이 쓰는 창고 혹은 휴게실정도로 쓰이는 뒷방일 거고.'

칼로스에서 잡은 조직원이 정문의 위치를 말하지 않았던 걸 보면 칼로스 놈들은 비상구로 출입한 모양이다. 아마 당시엔 빠른 거래를 위해 북적거리는 구경꾼들을 피하려 했을 것이다.

"근데 경찰관님 이름도 아직 못 들었네요."

"나누라고 부르면 돼."

순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언제쯤이면 자기가 조직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 될 거야. 난 이곳을 조사하러만 온 거였는데, 예상도 못한 일들때문에 지금 모든 게 꼬였거든."

그렇게 말하면 순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나누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서 그래도 이제 자기가 있으니 안심하라며 위로해주었다. 순무는 살짝 웃고 나누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물었다.

"미안, 말해줄 수가 없어. 일이 해결될 때까진 다 비밀이야."

순무는 이해한다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나누는 처음 오는 길이니 미안하지만 대로변까지만 데려다달라고 부탁했다.

"내일 몇시에 만나면 될까?"

"네? 뭐가요?"

"어쩔 수 없이 거기서 일하게 됐잖아. 난 오늘 여기 처음 와서 길을 몰라. 너랑 같이 만나서 가야해."

순무는 잠깐 생각하더니, 오후 두시까지 도시의 아래층에 있는 포켓몬센터 앞에서 만나자고 말해주었다. 순무도 본업이 있었기에 오전에는 트레이너로서 노력 중이었다. 나누를 친근하게 느껴 안심이 된 건지, 순무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나누는 조직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으나 평소보다 늦게 돌아가게 된 순무를 위해 곧바로 헤어지고는 숙박시설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사수에게 연락해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알렸다. 사수는 오히려 잘 된 일이라며 거기에 있으면서 놈들의 동태를 살피라고 명했다. 때가 되면 요원들을 모아 급습할 계획이다. 나누는 비록 적들의 본거지에 몸담게 되었지만 든든한 동료들이 있어서 많이 불안하지는 않은 상태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나누는 불시에 몸수색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의심받을 만한 것들은 챙겨가지 않도록 했다. 이제 믿을 것은 자신의 기억력과 연기력뿐이다. 오전에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았다. 사수의 지시대로 알아내는것은 즉시 보고를 하고 가능하면 약물도 슬쩍해서 본부로 보내야한다. 기구 훈령을 따라 민간인인 순무도 보호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점심을 먹은 후 나갈 준비를 마치고서 도시의 하층부에 있는 포켓몬 센터로 향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순무는 유난히 밝은 표정이었다.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간 염원대로 조직에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

나누는 순무를 따라 걸어가며 그의 신상정보를 캐냈다. 나이가 같았기에 말을 놓기로 했고('친구'라고 했으니 서로 말을 낮춰야 자연스럽다) 순무가 어디에 거주하는지, 어떤 계기로 호연에서 가라르로 왔는지에 대해 들었다. 꿈많은 청년은 주변인 하나 잘못 만나 인생이 꼬여있는 상태였다. 나누는 목소리를 낮추고 거기서 일하게 된 지 얼마나 되었냐고 물었다.

"음…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어. 아직 이주도 안 됐어."

칼로스에서 일당을 잡은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니 요즘 내부 분위기는 어떻냐고도 물어보았다.

"뭔가 이상해. 조용해졌어. 이젠 포켓몬들에게 배틀을 시키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어."

당분간은 조용히 있겠다는 건가, 라고 생각한 나누는 그럼 왜 순무가 늦은 시간까지 그곳에 남아있는지 궁금했다.

"듣기로는 이제 배틀을 하지 않을 거라더라고. 나는 여전히 하는 일이 똑같지만."

"그러고보니 거기서 무슨 일을 하는 거야?"

"약물을 옮기는 일이야. 약물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면 그걸 보관실까지 옮기고 정확히 들어왔는지 확인받아야해. 빈 통은 정리해서, 다시 납품올 때 반납해야하고."

그리고는 굴러다니는 통이 없는지 수시로 주위를 둘러봐야한다고 덧붙인다. 만약 그런 것이 발견된다면 관리를 잘 하지 못했다고 혼난다고 한다. 한창 배팅이 열렸을 때엔 실내가 어둡기도 하고 약통의 크기가 작기도 해서 힘들었다며 웃는다.

'일시적인 중단인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유통만 하기로 한 모양이군.'

"그 약물, 몰래 가져간 적 있어?"

그렇게 물으면 순무는 있는대로 표정을 구겼다.

"아니…… 난 그런 거 싫어."

"미안. 너도 쉽게 빼내갈 수 있는 건지 궁금했어. 아무래도 하나 슬쩍해서 본부에 넘겨야할 것 같거든."

질문을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순무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겐 못 해. 새로 들여온 건 갯수를 다 확인해서."

"어제 내가 만난 사람이 그걸 담당해? 사장말고."

"그 사람은 원래 배틀할 때 흥을 돋우는 역할인데 요샌 일이 없어서 어슬렁거리고 있어. 약물 보관실 담당은 아저씨 한 명이 있어. 난 그 사람 싫어. 성격이 엄청 더러워."

"자기들에겐 귀한 물품일 테니 외부인인 너에겐 까다롭게 굴 수밖엔."

그리고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이 떠올랐다.

"트럭으로 싣고 온댔잖아. 어디서 오는진 몰라?"

"으음…… 미안, 모르겠어. 내가 알기론 그 트럭의 번호판도 가짜랬어."

온전히 범죄용으로만 쓰이는 걸 테니, 트럭 소유주는 다른 일을 할 때엔 정상적인 번호판이 달린 차를 몰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님 정말 그런 쪽의 일만 할지도 모르고.

"더 아는 거 없어? ...라고 묻고 싶어도 아무것도 안 들고 왔네. 몸수색 당할까봐 정말로 맨몸만 왔거든. 메모할 게 없어."

"그건… 그렇겠네. 잘못하다간 위험할 수 있으니. 사실 나도 네게 궁금한 게 많은데 참고 있어."

그렇게 말한 순무는 멋쩍게 미소지었다. 나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그렇게 해줘. 조직놈들을 잡아넣으면 저절로 알게될 거야."

순무는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한참을 걸어서야 어제 그 공장 단지 내에 들어올 수 있었다. 정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처음보는 낯선 사람이 서있었다. 순무는 그에게 말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여보였고, 남자는 나누를 계속 쳐다보았다. 나누는 그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서 지하도로 이어진 계단을 내려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대기실로 보이는 곳을 지나쳐가면 곧바로 경기장으로 쓰는 큰 방이 나타났다. 여전히 불은 반만 켜져서 침침하다. 순무는 나누를 데리고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은 나누를 보고는 과장스럽게 반가워했다. 둘이서 같이 일을 하도록 명했고 당연히 보수는 없었다. 나누는 사장실을 나서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아무것도 묻지 않는 걸까. 마치 나누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 들었다. 조심해야만 했다.

"그러고보니, 네 동료는 무섭지도 않나봐? 보복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널 넘기고 고향 지방으로 튀어버리다니."

순무의 동료였던 자는 무슨 깡으로 달아난 건지 궁금했다. 빼앗겼던 포켓몬도 되찾지 못했을 텐데.

"무서우니까 도망간 것 같아. 여기 들어오는 사람-우리같은 사람들은 포켓몬을 모두 넘겨주고 신상정보도 알려야하거든. 그래야만 이곳에 대해 말할 수 없어서."

"한 마디라도 밖에서 꺼냈다간 자긴 물론 가족들까지 위험하니까 그렇겠구나."

"맞아. 난 빨리 탈출해서 엔진 스타디움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내가 여기서 일한다는 걸 누가 알까봐 매일매일이 불안해."

"괜찮을 거야."

그렇게 말하면 순무는 다행이라며 웃었다.

말단인 둘은 돈을 만지는대신 약물을 옮기는 중노동을 했다. 열 맞춰진 빈 통들이 들어간 상자를 건네고 새로운 상자를 보관실이라 부르는 곳에 옮기는 일이었다. 게다가 나누의 추측대로 요즘엔 유통에 집중하느라 순무의 일거리가 늘었다. 받는 수량도 늘었고, 미리 예약하고 가지러온 사람에게도 공급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이 약물들은 또 어디로 공급되는 걸까? 다른 도시? 다른 지방? 하지만 이곳의 거래처는 알 방법이 없었다. 순무가 말하길 납품서라곤 날짜, 상자와 낱개 갯수가 적힌 게 끝이라는 것이다. 납품하는 사람이 지정된 곳으로 배달도 가는 모양이다.

둘은 창고인줄 알았던 순무의 사무실(?)로 향했다. 어제 나누와 처음 만난 곳이었다. 순무는 낡은 책상의 서랍에서 장부를 꺼내고 설명을 시작했다. 납품차량은 매일 오후에 도착하고(그래서 출근시간이 늦군), 예약된 출고량은 담당자가 종이에 적어서 순무에게 갖다준다고 한다. 그 담당자란 바로 보관실의 담당자였다. 그는 순무를 싫어했고 곧 나누도 싫어하게 될 터였다.

"정보를 빼내야하는데 그 담당자에게 이쁨받을 방법이 없을까?"

의자에 앉아 농담처럼 말하면 순무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럴 사람이 아냐. 매일 내가 하나라도 훔치지 않았는지 의심한다니까."

"넌 외부인이니까."

"그럴 거면 자기들끼리 일하지 왜 나를 부려먹는지도 모르겠어."

"일단은 급여를 줄 필요가 없고, 자기들은 하기 싫은 힘든 일을 마구 시키기도 좋지. 신상정보도 있으니 협박하기도 수월하고 일이 잘못됐을 땐 죽이고 버리면 끝이잖아."

순무는 짜증을 내며 입술을 오므렸다. 나누는 그런 속사정을 아는 네 동료가 정말 나쁜 사람이라며 그의 분노에 동조해주었다. 그 때,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 작은 키에 살집이 있는 몸뚱이는 평소에도 그런 건지 불만이 많은 표정으로 좁은 이곳을 비집고 들어와선 순무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그가 바로 약물 보관실의 담당인 것이다.

"오늘 출하량이다. 차가 네시에 오기로 했으니까 그 전에 작업 끝내놓고. 넌 뭐야?"

덩치에 맞게 목소리도 제법 큰 그는 나누를 노려보았다.

"오늘부터 일하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누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그것을 본 그는 코웃음을 치며 웃었다.

"뭐, 여기가 그렇게 좋아보이더냐? 악수까지 하게?"

"죄송합니다. 처음 왔으니까 인사는 해야죠."

"됐고 당장 출하작업이나 시작해."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방에서 나갔다. 순무는 겁을 먹었던 건지 그가 사라지자 무슨일 생길까봐 무서웠다고 말해왔다. 나누는 저런 사람은 싹싹하게 일 잘 하면 그렇게 나쁘게 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누가 악수를 청했을 때, 그가 살짝 흔들린 것을 보았다. 그는 깍듯한 상사 대접을 받은 적이 없을 것이다.

순무는 나누를 데리고 보관실로 향했다. 큰 보관실은 넓었다. 한쪽에는 상자들이 가지런하게 줄을 맞추고 있다. 그 옆 책상에는 담당자가 앉아있었고, 순무에게서 금일의 출하량을 확인하고는 정확한 수량의 상자를 가져가는지 감시했다. 꼴을 보아하니 항상 그렇게 하는 모양이었다. 특히 그는 이번엔 낯선 인물인 나누를 주시했다. 나누는 그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순무는 먼저 입고되어있던 상자를 빼내었고, 나누는 순무에게서 상자를 받아들고 각을 맞춰 카트에 실었다. 담당자는 상자 수량을 확인하고 서명했다. 덜커덕거리는 카트를 끌고서 정문까지 간 후, 상자를 하나씩 들고 계단을 올랐다.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상자 속의 약물들이 춤을 추며 유리병이 찰랑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상자들을 마당 한 쪽에 가지런히 놓았다. 입구를 지키던 남성은 계속해서 둘을 감시했다. 나누는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하면 약물을 빼갈 수 있을지 고민하지만 아직은 빈 틈을 발견하기 어려워보였다.

왔다갔다 하며 작업을 몇번 하다보면 금새 한시간이 넘어가있었다. 둘은 차가 오기 전까지 휴게실(그렇게 부르는 게 나아보였다)에서 쉬기로 했다. 순무는 일손이 하나 늘어서 좋아했지만 나누는 어서 빨리 성가신 이 임무를 마치고 싶었다.

하지만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이곳에 익숙해지고 나면,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약물을 하나 슬쩍해 성분 분석을 할 기회, 순무를 빠져나오게 할 기회, 가라르의 조직놈들을 잡아들일 수 있는 기회. 놈들도 당분간은 도피자금 등의 자금이 필요할 테니 여기에 머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되어가자 둘은 지하도에서 마당으로 올라갔다. 곧이어 트럭 한 대가 마당으로 들어왔고, 나누는 차 번호판을 슬쩍 쳐다보았다. 가짜랬던가, 외워봐도 소용없으려나. 마당 구석에 서서 순무와 있던 나누는 트럭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운전석에서 가라앉은 색의 짧은 금발을 한 남성이 한 명 내렸다. 그는 한 손에 서류를 들고서 싱글거리며 웃는 낯으로 곧바로 순무에게 손을 흔들었다. 순무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 살짝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나누는 이 광경이 우스워보였다. 저 사람은 순무도 이 조직의 일원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웃을 상황이 아닌데 웃겼다. 둘보다 훨씬 키가 큰 그를 올려다보면 그도 두 사람-나누를 내려다보았다. 구레나룻과 인중을 이어 턱까지 짧게 난 수염을 손톱 끝으로 잡아당기던 그는 나누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 보는 분이네."

나누는 그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그의 손은 크고 두툼하고 뜨끈했다. 순무는 자기랑 같이 일하게 된 사람이라며 나누를 소개했다. 그는 눈썹을 올리고 흥미로운 것처럼 나누에게 미소를 지었다. 나누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바빠져서 사람을 하나 더 뽑았구나. 그렇지?"

순무는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서류와 상자들을 번갈아보며 들고갈 수량이 맞는지 확인했다. 그리고는 서명을 휘갈기고 순무에게 건넸다. 순무도 들고 있던 서류를 그에게 주었다.

그리고는 셋이서 빈 약통이 든 상자들을 내렸다. 그 후 오늘 출하할 상자들을 트럭에 옮겨 실었다. 작업을 끝내자 그는 짧게 휘파람을 불고나서 또 보자! 하고 유쾌하게 인사한 후 운전석에 올랐다. 트럭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후에는 순무를 따라 빈 약통이 든 상자를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훨씬 가벼운 상자들을 카트에 싣고서 보관실로 향했다. 노크한 후 들어가면 보관실의 담당자는 둘을 노려보았다. 순무는 확인 서명을 받은 서류를 그에게 주었다. 그는 저녁에 입고 차량이 온다는 말을 했다.

둘은 함께 빈 상자를 정리하고 보관실에서 나갔다. 순무는 출출하지 않냐며 어제 간식을 가져왔었다고 말했다. 휴게실에 도착한 후 순무는 책상 서랍을 열어 나누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나누는 의자에 앉아 그것을 먹으며 확인차 다시 순무에게 물었다.

"아까 그 차는 물건을 싣기만 하는 거야?"

"맞아. 그 사람이 약물을 실어서 배달하고, 배달한 곳에서 빈 통을 회수해와. 그럼 우리는 그걸 모아뒀다가 납품차가 오면 새 약물을 받고 빈 통을 주는 거야."

순무는 새 약물을 싣고 오는 사람과 아까 온 사람-싣고 가는 사람이 2인 1조로 일한다고 덧붙였다. 나누는 그 남자가 원래 그런 성격이냐고 물었다. 순무는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어. 이런 일을 한다고는 전혀 상상되지 않는 분이야."

"오히려 웃는 낯짝이 더 위험할 수도 있어."

그렇게 대답하면 순무는 그럴지도, 라고 대답했다. 나누는 사실 그 남자가 여기 조직원들보단 위협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으나, 순무가 어리버리했기에 조심하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었다. 이곳의 사람들과 부대끼다가 그 남자처럼 발랄하고 유쾌한 사람을 만난다면, 자연스럽게 그쪽에 친근감이 생기고 이끌리며 경계심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그 남자 역시 어느 범죄조직에 몸담고서 일하고 있음이 분명하기에 순무는 그를 좀 더 위험한 인물로 여길 필요가 있었다.

저녁에 입고차량이 오기 전까지, 나누는 순무에게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듣기로 했다. 하지만 순무는 이곳에 온 지 아직 이주도 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나누는 그래도 괜찮다며 나중에 본부에 말해서 꼭 보상을 지급해달라고 부탁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에 순무는 크게 웃었다. 빠져나가는 것이 확정되어있는 미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쁜 모양이다.

시간을 죽인 후에, 보관실로 향했다. 먼저 받아서 정리했던 빈 상자들을 아까처럼 카트에 실었다. 하나씩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리고 멍하니 기다리고 있자 차가 한 대 들어왔다. 조금 어두워진 탓에 건물에 달린 전등들이 창백한 빛을 내기 시작한다. 빛에 의지하며 둘은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을 맞이했다.

낮에 만났던 그의 파트너와 달리, 그는 별로 유쾌한 성격이 아니었다. 낯선 나누에게 인사 한 번 하고는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무거운 상자들부터 각을 맞춰 내린 후에 수량을 확인했다. 그리고 빈 상자들을 차에 실었다. 마찬가지로 서명한 서류들이 오간 뒤, 오늘 작업은 끝났다.

둘은 보관실로 돌아갔다. 순무는 여전히 불만많은 표정의 담당자에게 서류를 건네고 나누와 함께 그곳을 나왔다. 순무는 오늘 어땠냐 물었고, 나누는 간단한 일들이라고 대답했다.

"경찰 나으리에겐 그렇게 보이겠지. 며칠만 지나면 온몸이 쑤셔서 일어나지도 못할 거야."

허리를 숙이거나 무거운 것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잦기에 그럴 것이라고 덧붙이면 순무는 힘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뜩이나 포켓몬들과 특훈도 해야해서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한다.

"너도 다른 사람 데려와서 속이고 도망가지 그랬어."

휴게실에 도착한 뒤 장난스레 말하면 순무는 차마 그렇게까진 못하겠다고 한다. 나누는 피식 웃고나서 순무가 집에 갈 준비를 하는 것을 기다렸다.

2021. 02. 21

더는 손이 가지 않아 중단... 줄거리도 다 짜놨는데...

-나누는 뻔뻔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며 일을 즐기는 척 했고 순무는 소속 리그에 알려져 들킬까봐 겁먹은 채 위축된 상태로 지냄

-나누는 모텔에서 장기숙박을 하다가 누군가 미행하는 느낌이 들어 모텔에서 나와 순무네 집(리그 협회에서 제공하는 선수촌 아파트-후졌음)로 거처를 옮김

-나누는 약물을 운반해오는 사람과 친해졌고 정보를 캐기 위해 이게 무슨 성분이길래 포켓몬들이 난폭해지냐며 혹시 사람에게 써도 똑같은 효과를 보는지 넌지시 물어봄.

에이 이거 사람에겐 못 써. 포켓몬들은 폭력적으로 변하지만 사람에게 쓰면 그거야 그거 / 그거요? / 아니 이 친구 왜이리 말귀를 못알아들어 / 형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다른사람도 못알아듣죠... / 사람에게 쓰면 흥분제가 되는 거야, 애송아 / 아아...

-나누는 아직도 미행당할까봐 공중전화로 본부에 연락해서 이 사실을 알림 / 본부에서는 약물 한병을 빨리 보낼 것을 재촉함

-나누는 항상 품에 작은 플라스틱 공병을 들고 다녔음 (공병에 옮겨담기 위해)

-어느날 약물상자를 들고 보관실에 가면 담당이 자리를 비우고 없었음. 기회라 여겨 재빨리 약물을 공병에 옮겨담고 빈 약물병은 화장실에서 수돗물로 채워넣음

때마침 담당자가 화장실에서 나옴. 나누는 황급히 약물병을 숨기려다 손아귀에 쥔 것을 들켜버림

이 자식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소리치는 담당자의 급소만 노려서 패버린 후에 이판사판으로 옮겨담았던 약물을 그 입에 부어버림

화장실 문을 잠근 뒤에 담당자를 빈칸에 끌어넣고 바지 벨트로 손을 묶은 뒤 어떤 반응을 하는지 지켜봄 (본부에 알리기 위해)

화를 내며 흥분한 탓에 성적인 흥분은 더 빨리 올라왔고 담당자는 손이 묶여있어서 몸을 들썩이며 괴로워함

나누는 대신 빨아줄 테니 자기가 약물을 훔치려던 것을 비밀로 할 수 있냐 물었고 그러겠다는 대답을 받은 뒤 뒷목을 내리쳐서 담당자를 기절시켜버림

밸트를 다시 풀어서 바지에 차면서 이 녀석 분명 깨어나면 난리날 거라 생각하고 담당자가 뻗은 틈에 빨리 보관실로 돌아가서 다시 한 병 더 챙김

그것을 안 깨지도록 이중삼중 포장을 하고 공중전화로 본부에 연락, 국제배송비를 지원해줄 테니 내일 당장 급편으로 부치라고 함

다음날 일찍 우체국에 가서 약물병을 본부로 보내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낌

-담당자는 처맞은 게 쪽팔렸는지 나누에겐 군소리 하나 못하는 대신 순무에게 윽박지르며 그를 괴롭힘. 나누는 자기때문에 그런 거라 순무에게 미안해서 그를 위로해줌

-2일 후에 본부로 연락해보니 잘 도착했고 지금은 성분 분석 중이라는 대답을 받음. 나누는 빨리 가라르로 와서 일당을 소탕해줄 것을 요청

지하로 출근하면 먼저 가있었을 순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 경기장이 있는 쪽이 소란스러워서 가보면 순무가 링 위에 있는 포켓몬들에게 소리치고 있었음. 담당자가 순무의 포켓몬에게 약물을 주입해버린 것

나누는 보관실로 가서 담당자를 찾아 무슨 짓거리냐며 멱살을 잡고, 담당자는 네 목숨대신 그 녀석 목숨을 건 것 아니냐며 징그러운 미소를 지음

민간인이 얽혀버린 것에 죄책감을 느낀 나누는 해독제가 있는지 물었고 담당자는 없다고 대답함

나누는 이때 주먹으로 그를 한방 때렸고 담당자는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실실 웃으며 아무리 그래도 해독제는 없다고 대답함

나누는 경기장의 순무를 진정시키며 해독제가 있는지 아냐 물었고 순무는 모르겠다고 대답. 소란스러움에 책임자가 나타나 뭐하는 거냐고 소리친 뒤 허가없는 배틀에 마취총을 가져오라고 밑사람에게 지시

밑사람이 난폭한 식스테일과 윈디에게 마취총을 날리고 둘은 쓰러짐

책임자는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어봄

나누는 호기심에 자기도 해본 거라고 변명했고 책임자는 정말 그렇다고? 아침부터? 라며 믿지 않았고 네 목숨을 이 녀석에게 걸어놨지, 하고 밑사람에게 끌고 가라는 한 마디를 던짐

당황한 나누가 순무를 끌고가려는 밑사람을 말리려고 하지만 여기서 국제경찰임을 증명할 것 같아서 무턱대고 싸울 수 없었음

그 때 책임자는 사실 널 믿을 수 없어서 미행을 붙인 적 있다고 내뱉음(나누는 그럼 그때... 하고 생각). 네녀석이 뭐하는 녀석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데... 저 친구도 관련이 있을진 모르겠군. 그리고 자기 포켓몬을 꺼내 나누를 위협하며 여기서 꺼지라고 함

나누는 꼭 순무를 구하러 오겠다고 다짐하며 일단 자리를 뜨고 공중전화로 본부에 긴급요청을 함.

자기 실수로 민간인이 끌려가서 고문받게 생겼다고 하자 면책은 피할 수 없을 거라는 대답과 곧바로 인력을 보내겠다는 대답을 들음

-나누는 손톱 끝이 부러질 만큼 문을 열려 했지만 문은 꼼짝도 안 함. 주변을 서성이며 들어갈 입구를 찾았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머리만 싸매다가 다시 공중전화로 본부에 전화했으나 충분한 인력을 모으는 중이라며 기다려달라는 대답만 듣고 흥분해서 소리침-지금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아무나 보내달라고!

그래도 알겠다는 대답만 듣고 결국 저녁이 되어서야 파견된 요원들을 만날 수 있었음

그 중 아는 얼굴인 핸섬을 보자 안심이 되었고, 핸섬은 영문도 모른채 무작정 여기로 가라는 명만 받았다고 대답함. 나누는 사정을 설명했고 민간인이 대신 잡혀갔다는 말에 한숨을 쉼

요원들은 지하로 통하는 문을 열고 무장한 채로 습격함. 나누는 책임자의 방으로 달려갔음

갑작스레 열린 문에 안에 있던 사람이 놀라는데 그것은 의자에 묶인 채 벌벌 떨던 순무. 맞지는 않았으나 아침부터 지금까지 의자에 묶여있다고 대답하며 울어버림

나누는 서둘러서 의자에서 순무를 풀어주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껴안음

밖이 소란스러웠고 나누는 빨리 나가자, 하고 순무를 이끌고서 조심스레 나감

다른 놈들은? / 모르겠어 도망친 것 같아, 하고 보관실로 가보면 역시나 빈 약물병들만 차있었음 / 한 발 늦었군...

-이후 요원들을 투입해 지하를 샅샅이 조사했고 패거리들을 추적하기 시작.

-순무는 증인자격으로 나누와 함께 칼로스의 본부로 감. 순무는 이때 나누가 국제경찰인 것을 알게됨

나누가 보는 앞에서 조사원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길 끝내고 조사실을 나감

순무는 본부의 지원으로 칼로스의 호텔에서 묵게 됨 / 어쩐지 영화같은 일들이라 아직도 믿기지 않아. 나같은 게 그런 범죄소굴에서 무사히 살아남은 것도...

그리고는 나누에게 고맙다고 말함. 나누는 오히려 자기가 고맙다고 함 / 잠입수사를 하면서 민간인인 네 신변이 위험했잖아. 난 이 일로 잠깐 징계를 받을 거야. / 뭐? 어째서...

나누는 조금 키가 작은 순무를 내려다보며 - 너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으니까 라고 함

순무는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되냐고 묻고 나누는 피식 웃고는 자기 명함을 주며 일 다 정리되면 또 보자고 함 - 국제경찰 칼로스 본부 소속 정예요원 이라 적혀있음

순무는 나누를 껴안으며 미안... 하고 중얼거림. 나누는 약간 두근거렸으나 순무의 등을 토닥여줌

-나누는 시말서를 쓰고 근신 처분을 받았다가 복직하고 순무를 만나러 가라르를 방문함. 그동안 가라르 패거리들의 실마리가 잡혀 곧 추적이 끝날 거라고 함

순무의 트레이너 복장을 보고는 가라르 리그에 서는 게 목표야? 하고 물어봄. 순무는 아직 데뷔도 못했지만 열심히 노력 중이라며 대답함

저기 나누... / 왜? / 내가 정식으로 데뷔하게 되면... 그리고 말을 잇지 못하는 순무와 의아해하는 나누

눈 질끈 감고는 나랑 사귀어줘! 얼굴이 벌개진 순무와 당황한 나누 그리고 주변사람들... 분위기를 파악한 순무는 눈에 눈물이 맺히며 당황

일단 리그장 밖으로 데리고 나온 후에 어찌된 일이냐 물으면 자길 구해주려고 노력한 모습이 좋았다면서 나 너 정말 좋아해... 하며 눈물 쏟는데 이것 참 내 어디가 마음에 든 건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 라고 한마디 대답

순무가 방금 뭐라고? 하는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한 나누는 먼저 성큼성큼 걸어감

순무가 뒤를 쫓아오며 다시 말해줘! 못 들었어! 하는 말을 뒤로한 채 나누는 씩 웃으면서 걸어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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