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rd you, Guide me 3
다음날 아침, 나누는 재깍 일어나서 순무를 데리러갈 준비를 했다. 정장을 갖춰입고, 오늘은 가방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빼놓고 평소에도 들고다니는 호신용품들을 정리해넣었다. 마지막으로 잊은 게 없는지 점검한 뒤 호텔을 나서서 간단히 배를 채웠다. 그리고는 스타디움이 있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순무는 일찍이 아파트 단지 입구에 서서 나누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그는 어제보다 작은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당분간 큰 일거리가 없어서 짐을 줄인 모양이다. 서로 어색하게 인사를 한 뒤에 나란히 걸었다. 나누는 위험하니 앞으론 먼저 나와서 기다리지 말라고 했다. 순무는 알겠다고 대답한 후, 나누가 어디에 머무는지 궁금해했다. 나누는 스타디움 옆에 있는 꼬몽울호텔에서 동료들과 머무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순무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심각한 사건을 맡은 것치곤 다들 밥은 잘 챙겨먹고 있어요."
단지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 뿐이라는 말은 삼갔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별로 할 말이 없어서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걷는 길은 정말로 아득히 먼 것처럼 느껴진다. 나누는 지금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순무가 불안해 하지 않도록 순무의 포켓몬들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둘의 주위를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저는 포켓몬들을 옛날부터 엄하게 가르쳤어요. 물타입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말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에요."
그는 굉장한 노력파다. 이쯤되면 그의 배경이나 가라르로 오게된 경위, 어쩌다 관장직을 맡게 됐는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를 보호하는 것이 임무이기에 튀어오르는 호기심을 꾹꾹 누른다. 순무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한 트레이너였다며 살짝 부끄럽다는듯이 웃었다.
"관장님께서 그만큼 진심인 걸 포켓몬들이 아는 거죠."
내가 이렇게 키웠다고 자만하지 않고 반성하며 겸손떠는 모습이 마음에 든 나누는 저답지 않은 미소로 순무를 보았다. 슬쩍 고개를 돌려 나누를 보던 그의 무채색 눈이 둥그렇게 떠졌다. 뭘 잘못 말한 건가?
"어… 그렇게 생각해준 걸까요…."
칭찬에 약한 사람이구나.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목소리가 작아진 순무가 재밌어서, 나누는 순무를 더욱 치켜세운다.
"신뢰가 있으니 상성을 극복할 정도로 따르는 거 아니겠어요."
나누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마치 방금 한 말이 귓가에 들러붙어 속삭이는 악마의 유혹적인 말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추어올리려는 건 아니었기에 이제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순무도 실실 웃기만 하고 딱히 말을 하진 않았다.
스타디움에 도착한 나누는 순무를 따라 관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바쁜 일이 없는지를 물었다. 순무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나누는 소파에 앉고서 들고온 가방을 탁자 위에 올렸다. 순무는 나누를 따라 맞은편에 앉았다.
"제가 없을 때는 관장님 혼자 몸을 지키셔야해서."
잠금을 풀고 가방을 열고서 챙겨온 것들을 하나씩 꺼내두었다. 나누는 그 중 하나를 손에 들어보였다.
"이건 기술의 일종인 헤롱헤롱에서 성분을 채취해 가공된 스프레이구요. 기술과 다르게 성별에 관계없이 맞은 대상의 몸이 마비가 됩니다."
"수사관님, 챙겨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제 몸은 제가 지킬 수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당연하죠. 당해본 적이 없으니까."
나누의 말에 순무는 입을 닫았다. 위험한 곳을 쏘다니며 직접 현장에서 구르는 수사관이라는 직종은 설득에 용이했다.
"가볍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대상에 원한을 가진 그런 테러범들은 직접적으로 관장님을 공격할 수가 있어요."
"아… 네에……."
대답하긴 했지만, 순무는 못마땅한듯 길게 기른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과연 습격을 받아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나누의 눈에는 전혀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스프레이통을 살짝 내려둔 후 그 옆에 놓인 쿠보탄을 들어보였다.
"완력이 없는 사람은 사용하기 힘들지만 관장님께선 평소에도 몸을 단련하시니 문제없으실 거에요."
"어떻게 쓰는 건가요?"
"가까운 거리에 있거나, 제압당했을 때 찍어버리면 돼요."
"아아…."
순무가 고개까지 끄덕이며 호응해주자 어쩐지 나누는 방문판매원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여기 이렇게 고리가 달려있으니 열쇠고리처럼 달면 들고 다니기에 좋아요."
순무는 나누의 손에서 쿠보탄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펴보았다. 마음에 드셨나요, 고객님. 자세히 살펴보는 걸 보니 신기하긴 한 모양이다. 금방이라도 순무에게서 살게요! 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
다음으로 나누는 야구공정도 되는 크기의 동그란 물체를 꺼냈다. 재질은 두꺼운 고무로 되어있는 그 끝에는 짧은 줄이 달려 있었고 표면은 엠보싱으로 마감하여 우둘투둘했다. 손에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건 벌레회피 스프레이를 가공한 가스덩어리에요. 이 줄을 세게 잡아당기고 던지면 가스가 새어나오죠. 이것도 마비시키거나 기절시킬 수가 있어요."
순무는 나누의 손에서 도구를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긴급상황에서 쓸 수 있는 건 이것들뿐이네요."
가방을 탁 닫고 잠금을 다시 걸며 말했다. 나누는 일어선 뒤에 순무를 보며 그럼 이만 밖에서 대기할 테니 일 보세요, 하고 관장실을 나섰다. 문을 닫고 가방을 내려둔 뒤 가만히 서있는다. 상의 안주머니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 순무를 몇시 몇분에 만났는지, 몇시 몇분부터 경호임무를 시작했는지 대충 휘갈겨썼다. 그것들을 다시 안주머니에 넣은 나누는 아침내내 담배를 피지 않은 것을 떠올렸다. 잠깐 숨을 돌릴 점심시간까지 꾸욱 참기로 한다.
점심시간에도 나누는 순무의 곁에 가까이 붙어서 걸어갔다. 처음엔 나누가 밖에서 먹을 것을 사다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순무는 거센 반대를 하며 함께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워낙 움직여야 하는 성격이라 오전내내 관장실에서 업무를 보는 것에 좀이 쑤셨던 모양이다.
스태프들은 일찍 퇴근시킨 후 둘이서만 한산한 엔진시티 거리를 걸었다. 가까운 카페로 들어가서 점심에만 파는 특선메뉴를 두개 주문했다. 무늬없는 새하얀 머그컵에 잘 우려낸 찻물이 담겨져 먼저 제공되었다.
"당분간은 일찍 마칠 것 같아요. 시기가 이렇다보니 일거리가 그다지 많지는 않네요."
원래라면 퇴근 후에 실내든 야외든 포켓몬들을 데리고 뛰놀았겠지만 얌전히 집에나 가야겠어요, 라고 말하며 웃는 얼굴에는 씁쓸함이 스며들어 있었다. 나누는 대답대신 차를 후룩 한 모금 마시고는 머그컵을 소리나지 않게 살짝 내려놓았다. 진하고 향긋한 끝맛이 비강 그리고 입에 가득찬다. 순무는 팔을 탁자 위에 올리고 깍지낀 양손으로 고개를 받쳤다.
"호텔로 돌아가신 다음에는 뭘 하세요?"
그의 물음에 나누는 오른손 검지를 입술에 갖다대며 쉬이,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순무는 흠칫 놀란 뒤 탐색을 하는 포켓몬처럼 주변을 둘러본다. 그 모습을 본 나누는 푸훕 웃었다.
"장난 한 번 쳐봤어요."
순무는 아랫입술을 쭈욱 내밀고 나누를 노려보았다. 나누는 한쪽 입가를 올리고 그만이 지을 수 있는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보고서를 작성해서 본부에 보내고, 그 뒤에는 딱히… 수사임무에서 제외됐으니까요."
지금 할 일은 관장님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뿐이에요, 하고 말을 끝내면 주문했던 음식이 탁자 위에 올려진다. 식전차가 담겼던 머그컵들은 치워지고 그 자리는 함께 제공되는 디저트가 올려진 접시가 차지하게 된다. 나무열매 콩포트를 듬뿍 넣은 수제 요거트,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이었다. 달지 않은 것들이라 나누는 디저트가 마음에 들었다. 새로이 놓인 유리컵에는 밝은 색의 아이스티가 빛나고 있다.
나누는 메인으로 제공된 튀김요리의 튀김옷을 포크로 벗겨냈으나 순무는 그대로 먹기 시작했다.
"튀긴 걸 안 좋아하시나봐요?"
"술 마실 때말곤 잘 안 먹어요."
그렇게 대답하자 순무는 괜히 시켰네, 하고 중얼거렸다. 나누는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스타디움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누는 양해를 구하고 입구 부근에 서서 담배를 태웠다. 연기를 들이마시는 행위인데도 어쩐지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된다. 그동안 순무는 멀찍이 떨어져서 얌전히 나누를 기다렸다.
관장실로 돌아온 후에는 똑같았다. 순무는 밀린 일을 처리했고 나누는 관장실 문앞을 지키며 서있었다. 한시간즈음이 지나자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고 나누가 뒤를 돌아보면 순무가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그는 이제 일이 없으니 실내 경기장으로 가서 호신술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나누는 순무가 호신술도 익힌다면 나쁠 것도 없으니 알겠다고 하고, 편한 옷을 빌릴 수 있는지 물었다.
"갑자기 웬 호신술이에요?"
"저도 제 몸을 지킬줄은 알아야할 것 같아서요."
복도를 걷고, 잠시 후에 나누는 챌린저들에게 대여해주는 옷으로 갈아입은 후 순무가 챌린저들과 배틀을 벌이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은 굉장히 넓었다. 그들만의 문화인 다이맥스때문인지 천장 또한 까마득하게 높다. 넓어서인지 걸으면 발소리가 크게 울려퍼진다.
가볍게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며, 나누는 경호인이라기보단 순무의 개인비서가 된 느낌을 받았다. 원칙대로라면 이렇게까지 하면 안 되지만 정말로 순무가 혼자 있을 때-포켓몬도 없을 때가 있을 수도 있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결과적으론 나쁜 것도 아니니.
우선, 그의 순발력을 측정하기 위해 나누는 순무에게 양해를 구하고 갑자기 재빠른 속도로 순무의 팔목을 잡았다. 그러나 순무는 멀뚱히 그것을 쳐다보고만 있다. 나누는 손목을 잡은 채로 말한다.
"이러면 이미 당한다구요."
"갑자기 그러실줄은 몰랐죠."
"자, 다시 잡을 테니 제 손에서 손을 빼내보세요."
말을 마친 나누는 손목을 놓았다가 다시 확 잡았다. 순무는 나누의 손아귀에서 손을 빼기 위해 무작정 자기 쪽으로 당겼다. 나누는 고개를 가로젓고 천천히 해볼게요, 하고는 순무의 손목을 살짝 잡았다.
"그러는 건 굉장히 위험한 동작이에요. 손을 잡혔을 때에는 이렇게 위로 돌리세요. 그 다음엔 이렇게, 이렇게."
반대쪽 손으로 순무의 잡힌 손을 돌리고 꺾으며 빠져나오는 법을 알려주었다. 두세번 가르쳐준 후에는 손을 놓았다.
"호신술이라는 건 근력, 타이밍, 기술이 중요해요."
다시 해볼게요, 하고 똑같이 순무의 손목을 잡았다. 꽉 잡자마자 순무는 나누가 알려준대로 동작을 취했다. 바로 빼낼 수는 없었다.
"상대방은 당신을 놓치지 않으려고 있는대로 힘을 줄 거에요. 그러면 관장님도 그에 맞는 힘을 써야죠."
"네에… 생각대로 잘 안 되네요."
순무는 놓인 손목을 만지작거리며 곤란한듯한 미소를 지었다. 나누는 혹여나 너무 세게 잡은 건 아닌지 신경쓰였다.
"그럼… 뒤에서 잡혔을 때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나누는 척척 걸어서 순무의 뒤에 섰다. 머리칼이 깔끔하게 깎인 뒷목을 보며 잡습니다, 하고 순무를 감싸안았다.
"이 상태로 허리를 굽혀보세요."
순무는 나누의 말대로 허리를 숙였다. 더, 더, 더, 그만, 이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허리를 굽힌다.
"잡히자마자 빠르게 허리를 숙이면 상대방이 팔에 힘을 주기 전에 놓칠 수가 있고, 가랑이 사이로 손을 빼서 다리 한 쪽을 잡아 올리면 상대방은 뒤로 나자빠질 거에요."
하지만 매트리스같은 것이 없었기에 말로만 설명을 했다.
"다리를 잡아 올릴 때는 양손으로 힘껏, 내던진다는 느낌으로."
말을 끝내면 순무는 다시 허리를 폈고 나누는 순무의 앞으로 돌이와서 마주섰다.
"아니면, 주저앉아서 밑으로 빠져나올 수도 있고요."
"이건 그나마 쉽네요."
"쉬웠으면 좋겠죠?"
그냥 물어본 건데 순무는 아차 싶었는지 입을 다물었다. 예상 외의 반응에 나누는 마음 속에서만 웃었다.
"제일 중요한 거. 사람 몸에서 급소가 어디어디일까요?"
순무는 자신의 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더듬거렸다. 얼굴, 목, 가슴, 배, 다리 사이, 무릎.
"맞아요. 사실 사람 몸 전체가 급소라고 볼 수 있어요. 눈, 코, 입같은 부위도 맞으면 치명적이니까요. 하지만 급한 상황에서는 그런 걸 생각할 시간이 없죠. 말씀하신 부위들이 가장 공격하기 수월해요."
순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방이 옆쪽에서 잡으려 할 때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나누의 물음에 순무는 한쪽 발을 들어보였다. 나누는 피식 웃었다.
"발차기를 하려면 적당한 거리도 있어야 하고 중심을 잡아야 하기때문에 빠르게 대응하는 게 힘들 수가 있어요. 팔을 접어서 팔꿈치로 쳐서 밀어내는 게 좋아요."
한 번 해볼까요, 라고 말한 나누는 순무에게 가까이 서서 몸을 돌렸다. 옆에서 잡아보세요, 라고 하자 순무는 머뭇거리며 팔을 벌리고 나누를 잡았다. 나누는 접은 팔을 올리고 어딜 가격하면 좋은지 설명해가며 팔꿈치를 순무의 신체 부위에 갖다댔다. 설명이 끝나면 순무는 품에서 나누를 놓았다. 나누는 순무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다리는 튼튼해보이는데… 상체가 하체에 비해서는 튼실하지 못한 것 같네요."
순무는 맞다고 대답했다. 바로 알아내다니 대단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호신술에서는 완력이 중요하니 완력을 좀 더 키우세요."
"네."
"연습 좀 더 해보죠."
나누는 순무에게 손짓을 하고 경기장의 벽 쪽에 가까이 다가갔다. 순무는 무작정 나누를 따라갔다. 나누는 날렵한 동작으로 순무의 팔을 확 잡아채고는 그를 벽에 밀어붙였다. 순무는 등을 벽에 부딪혀서 아파하는 소리를 냈다. 나누는 양손을 벽에 짚고 순무를 그 안에 가둔다. 순무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벽에 갇혔을 때는… 무작정 밀어내세요."
"네?"
"맷집 좋으니까 상관없어요."
"그게…."
나누는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우물쭈물하는 순무의 목을 오른손으로 살짝 잡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당신을 붙잡고, 이렇게 가두고, 다음엔 목을 조르고, 기절시키겠죠. 아니면 죽이거나."
그제서야 순무는 눈썹을 찡그리며 나누가 가르쳐주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려 한다.
"목을 잡고 있는 팔부터 밀어내세요."
그 말대로 순무는 오른손을 들어서 목을 살짝 잡고 있는 나누의 오른팔을 잡고 밀어냈다. 자연스레 나누의 손은 목에서 떨어져나간다. 나누는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상대방의 팔을 밀면 관장님의 팔도 같은 방향으로 밀리죠. 그 때는 잽싸게 팔을 접어서 팔꿈치로 목을 치세요. 얼굴을 치는 것도 좋지만, 이 상황에서는 목구멍 쪽을 세게 치는 게 효과적이에요."
순무는 자신의 팔꿈치가 가리키는 위치와 나누의 울대를 번갈아보며 쳐다봤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막상 당하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반복해서 연습하시면 자연스럽게 익혀질 거에요. 아까 한 것 중에서 응용법 좀 알려드릴게요."
나누는 다시 순무의 손목을 잡고 손을 빼내는 다른 방법을 알려주었다. 잡힌 손을 위로 들어올리고 팔꿈치로 얼굴을 내려치거나 하는 방법들이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자세를 교정해주면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적당히 가르쳤다고 느낀 나누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며 끝을 알렸다. 나누는 탈의실에서 다시 옷을 갈아입은 후, 둘은 경기장을 나가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호신술같은 건 쓸 일이 없을 줄 알았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켓몬을 데리고 다니니까요."
"그렇죠. 사태가 나아지면 전문가를 초빙해서 직원들에게도 교육을 시켜야겠어요. 수사관님같은 분으로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나누는 자기같은 사람이 뭘 뜻하는지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진 않았다. 보나마나 순무가 듣기 간지러운 말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누가 묻지 않으니 순무도 입을 닫았다. 곧 관장실 앞에 도착하자 나누는 빌려입었던 옷을 가방에 쑤셔넣었다. 순무는 관장실로 들어가서 처리할 일이 남아있는지를 확인하고는, 가방을 손에 들고 나왔다. 오늘은 퇴근이 더 빠르다. 아무도 없는 체육관의 소등과 문단속을 마치면 밖은 아직 늦은 오후였다. 날씨나 포켓몬, 챌린지 등 가벼운 주제로 잡담을 하며 순무를 아파트까지 데려다주고 그가 현관문을 닫는 것을 지켜본 나누는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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