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페릿

Hard candy

laid back by A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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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2 작성


〈 Hard candy 〉

자주 먹지도 않는 사탕을 산 건, 일종의 충동이었다. 눈높이에 자리한 매대 위에 색색으로 곱게 포장된 사탕이 대체 뭐라고 그렇게 신경이 쓰였던 건지. 이리트는 괜히 나풀거리는 리본을 만지작거렸다. 실은,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얼마 전 우연히 들었던 말이 자꾸만 떠오르는 탓이었다. 입을 맞추고 상대의 입안에 든 사탕의 맛을 맞추는 것이라고 했던가.

평소라면 별 시답잖은 짓을 다 한다고 생각하고 넘겼을 말이었다. 하지만 때마침 사탕이며 초콜릿 따위를 주고받는 날이 코앞이었던 탓에 어딜 가든 사탕이 눈에 띄는 게 문제였다. 그러니까, 나는. 누가 제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얼굴에 열이 올랐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휘둘린 기분이었다.

“받은 거예요?”

다른 생각이라도 하고 있었는지, 제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이리트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이쪽을 바라봤다. 포장지를 만지작거리던 손이 슬그머니 뒤로 빠진 건 덤이었다. 이리트는 자신에 비하면 한참은 어린 편이었고, 그 나이대의 이들은 대개 별 고민 없이 추파를 던지곤 했다. 타인에게 관심이라고는 없는 이가 그 신호조차 알아채지 못해 제가 떼어냈던 게 이미 몇 번이었는지. 심지어 이번엔 사탕까지 건넨 이가 있던 것일 테다.

“……내가 샀어.”

여전히 그리페의 표정에서는 불만스러운 기색이 내비쳤다. 제게 주려고 산 게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옳지도 않았다. 부끄러움을 닮은 자괴감은 그리페를 마주하면 눈이 녹아내리듯 사라지고 말았다. 그냥 좋았다. 이 상황도, 그리페가 자각하지도 못한 채 질투를 내보이는 것도. 보기에 예쁜 포장은 풀기엔 꽤 귀찮은 구석이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리페의 시선이 닿아 있기 때문이었거나.

포장을 거의 찢다시피 뜯어낸 이리트가 통을 열어 사탕 하나를 꺼냈다. 보란 듯 사탕을 입에 쏙 집어넣자마자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바깥의 찬기가 다 가시지 않은 옷자락을 붙잡아 당기면, 그는 익숙한 듯 제 쪽으로 허리를 숙였다. 이리 와. 그리페는 여전히 표정을 풀지 않았으나 제게는 쉬이 끌어당겨져 왔다.

안아 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팔을 뻗어 그의 목덜미를 감쌌다. 제 쪽으로 쓰러지지 않으려 소파 등받이를 붙잡은 팔은 왜 그렇게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 건지. 입 안이 단 건 사탕을 머금은 탓일 테지만 어쨌거나 그리페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리트는 기꺼이 곡해했다. 할 말을 눌러 참는 듯 꾹 다문 입술은 제 입술이 닿는 순간 열렸다.

단맛이 뒤섞인 입맞춤은 거칠었다. 들끓는 불만을 해소하듯. 똑바로 앉아 있던 자세가 무너져 소파에 푹 파묻히는 꼴이 되고, 그리페는 한 손으로 제 턱을 붙잡아 올렸다. 사탕 탓에 평소보다 더 많은 타액이 입가를 타고 흘렀다. 혀 위로 눌려 구른 사탕은 때로 레몬 맛 같았다가, 어느 순간엔 오렌지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종래에는 맛 따위야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 되었다. 그리 크지 않은 사탕은 금세 녹아 사라져 버렸으므로. 사탕 하나를 완전히 다 녹여 버리고도 한동안 혀를 얽던 이는 제가 어깨를 밀어낼 즈음이 되어서야 떨어져 나갔다.

“원래는… 상대 입에 든 사탕이 무슨 맛인지 맞히는 거라고 들었는데.”

“…….”

“아직도 화났어?”

그는 말없이 제 손을 붙잡더니 한쪽 허벅지에 잡은 손을 올려놨다. 짙푸른 눈과 자색 눈동자가 얽혔다. 진득한 입맞춤으로 젖은 이리트의 입술이 몇 번 달싹이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 얇지 않은 옷감 너머로도 선명한 부피감이.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타액을 훑어낸 이리트가 말을 꺼내고야 말았다.

“……다른 게 화가 나긴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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