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같은 환희

원피스 전력 [환희]

문득 주변이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핏 잠에서 깨던 마르코는 적막함에 인상을 쓰며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또 무슨 장난질을 치길래 이리 조용한겨."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켜고 어깨를 돌리면서 방을 나서자,

"왈!"

개소리가 들렸다.

-

허어. 눈앞의 광경에 마르코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는 익숙한 갈색 빵 머리에 낯선 개 한 마리, 저기 있는 까만 개는 어딘지 총을 잘 쏠 거 같은 장모종인 검은 개, 여기는 꼽슬거리는 털을 가진 아직 어린 까만 개, 여기는 흰 수염이 길게 나고 중간중간 노란 털이 섞인 덩치가 큰 하얀 개. 저기도 개 여기도 개 저어쪽도 개. 온통 개판이었다. 형제들의 특징을 한 개씩 가진 개들이 모비딕 위에서 마르코만 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이게 뭔 개판이여?"

온통 개만 가득하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이 이놈들이 내 형제들은 맞는 듯한데. 심지어 아버지마저 개로 변한 듯하다. 마르코는 아득해지려는 정신을 억지로 부여잡고 개판 사이에서 제일 헤집고 다니는 하루타(로 추정되는 개)를 잡으려고 다가갔다.

"느가 하루타라면 이리되기 직전 상황을 정리한 것이 있을건디 그거 어디있는지는말해주고가요이아니아니아니아니늬들다가만히좀있아니지금나한테달려들라는게아니라지금내말못알아들얽컯"

다가가니 술래잡기인 줄 아는지 하루타가 저 멀리 뛰어가기 시작했고, 뒤쫓아가자 다 같이 신이 나서 뛰기 시작했다. 당황한 마르코가 손을 휘젓자 이번에는 다 같이 마르코에게 달려들었다. 그대로 개들 아래 깔려 북실북실해진 마르코는 입에 들어오는 걸 퉤퉤 뱉고 코를 간질이는 거에 푸헹치 재채기하며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

"이게 진짜 뭔 개판이여."

귓가에 헥헥대는 짐승의 숨소리와 볼이고 가슴이고 손이고 핥아대는 축축한 감각들에 마르코는 그대로 힘을 빼고 쭉 누워버렸다. 아득하니 먼 하늘을 보며 허허 헛웃음만 흘리며 지난 시간 동안 늬들이 개새끼들이냐며 뭐 이리 빨빨대냐 혼냈던 자신을 욕했다. 취소여. 취소. 그때 늬들은 개새끼들보단 낫긴 했어요이……. 적어도 사람 말은 알아들었으니 짐승보단 나은 존재잖어……. 현실에서 외면하기도 잠시, 마르코는 가슴팍에 자리 잡고 누운 에이스를 품에 안고 주변에 와글와글 몰려들어 옷이고 손이고 물어 잡아당기고 있는 형제들을 대충 손을 휘저어 치워내고선 흰수염에게로 갔다. 덩치 큰 흰 개는 마르코를 흘끔 보더니 코끝으로 가슴팍을 툭툭 쳤다.

"너무 걱정 말고 즐기라고요이? 이걸 내가 어찌 즐기는감. 다들 어쩌다 이리 된겨."

몇번째인지 모르게 터져 나오는 한숨을 뱉으며 마르코는 품에서 버둥거리는 에이스를 내려주었다.

"능력에 당한 건지 원. 당한다 해도 나만 빼고 다들 개로 변하는 게 말이 되남. 꿈이라고 해도 믿겠구먼."

"월!"

흰수염이 짖는 소리에 마르코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말을 듣고 대답한 느낌인데, 이거.

"……능력에 당했다?"

"……."

"나만 빼고 다들 개로 변했다?"

"……."

"꿈이라고 해도 믿겠다?"

"월! 월!"

뭐, 이게 지금 꿈이라고? 그 순간 흰수염이 마르코의 정수리를 앞발로 꾹 눌렀고 그와 동시에 아래로 후욱, 몸이 꺼지는 느낌이 들면서 마르코는 눈을 번쩍 떴다.

눈을 뜬 장소는 본인의 방안 침대 위였다.

"……허어. 이게 무슨……."

옷도 침대도 축축하게 젖어 등이 시려왔다. 깨고 보니 꿈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얼마나 생생했는지 아직도 입에 들어오고 콧구멍을 간질이던 감각과 에이스를 품에 안았던 따끈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개꿈 한번 요란하고 신박하게도 꾸네요이."

그래도 꿈이라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마르코는 이불을 걷어 침대 밖으로 발을 딛는 순간, 깨달았다. 주변이 적막했다. 고요함을 넘어 적막한 그 분위기는 어쩐지 기시감이 들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아닐거여.

절로 긴장되는 몸에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마르코가 방문을 열자,

"-왕!!"

분명 처음 보는데 어딘지 익숙한 빵 머리를 하고 분명히 처음 만지는데 왠지 아까 만져본 거 같은 복슬한 털을 가진 개가 달려들었다. 허허. 허허허. 헛웃음을 내며 마르코는 그 이름을 알 것 같은 개가 자기를 덮치는 것에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이게 무슨 꿈같은 장난이여. 이 무슨 장난 같은 꿈이여…….

환희 1 幻戲

  • 명사 꿈 같은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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