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잔
사카즈키를 동경했다면? 하는 날조
쿠잔이 해군에 입대할 무렵 사카즈키는 이미 유명 인사였다. 쿠잔 또한 희귀한 자연계의 능력과 더불어 나이에 맞지 않는 강함으로 주목받던 차였으나 사카즈키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야 당시에는 아직 그들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었고, 무엇보다 사카즈키는 여러모로 지나치게 눈길을 끄는 인물이었으니까.
그 자신이 소란스러운 인물인 것은 아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과묵한 편이었다. 불같은 성격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냉정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기도 하고. 그런 그가 언제나 시선의 한복판에 서 있도록 만든 건 지나치게 튀는 능력과 그의 동기, 볼살리노였다.
마그마그 열매의 숨길 수 없는 존재감은 굳이 설명할 것도 없다. 하나보다는 둘이 더 눈에 띈다는 것 또한 당연한 사실이다. 비슷한 처지의 동기인 탓인지, 아니면 그때부터 이미 친한 친구 사이였던 건지 두 사람은 곧잘 붙어 다니곤 했다. 그러면서도 원수지간인 것처럼 매일 같이 으르렁대니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지.
여하간, 쿠잔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사카즈키의 소문을 들어야만 했던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더 정확히는 쿠잔 또한 열심히 소식을 찾아 듣는 사카즈키의 팬 중 하나였다는 편이 옳겠다. 하기야 멋모르는 신병 중에 그렇지 않은 이도 드물었다. 생계나 다른 이유를 위해 입대한 이들은 그를 두려워했으나, 정의를 추종하는 열혈한 신병들은 대개 사카즈키를 동경했다. 해적을 결코 용서하지 않고 철저히 멸하는 그야말로 정의로운 해군의 표상 아닌가.
마린포드에 몇 달만 머물러도 깨지고 말 헛된 환상에 불과했지만 꿈에 부푼 신병들이 그런 것을 알 리가 없고, 그것은 쿠잔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쿠잔의 눈에 낀 콩깍지는 남들보다 오래 갔다. 적어도 그는 사카즈키의 매서운 호통에 겁에 질릴 만큼 담이 작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각이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카즈키가 그가 생각하던 올곧은 해군과는 조금 다른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은 결국 찾아왔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뒤에도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다만 용서를 비는 소년의 숨통을 끊던 사카즈키의 그 비정한 얼굴만은, 어떠한 인정도 찾아볼 수 없는 싸늘한 밀랍 같은 얼굴만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정의 좋지. 철저한 것도, 분명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 또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지? 오직 분노와 복수만을 신봉하는 정의를, 과연 정의라 부를 수 있는지. 그날 쿠잔은 의문하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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