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문 모음

사카즈키>쿠잔

원피스 by 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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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즈키는 쿠잔을 다소 못마땅하게 여겼다. 쓸만한 능력을 가진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정신이 나약하면 소용이 없는 법이다. 사카즈키가 생각하기에, 쿠잔은 제 정신력에 비해 과분한 힘을 가졌다. 그야말로 돼지 목에 진주를 걸어둔 격이다. 나약할 뿐 아니라 우유부단해 이리저리 흔들리기까지 하지. 그 꼴을 보고 있자면 절로 속이 답답해질 지경이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옳다. 그럴만한 확신도, 용기도 나지 않아 모호한 태도로 한 발짝 뒤에 물러선 채 방관이나 하는 머저리 겁쟁이가 해군 대장이라니. 줄곧 당치도 않다고 생각해왔다.

이번만 해도 보라. 그들의 실력은 어디까지나 대등했다.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승부였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승부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언제나 마음가짐. 가지고 있는 의지의 차이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래. 그도 마냥 폄하할 생각은 없었다. 쿠잔은 분명 달라졌다. 비록 승리하지 못했고, 애석하게도 다리마저 잃고 말았으나 열흘간의 전투에서 느낀 결의는 거짓이 아니었다. 단지 그의 것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쯤 쓸만한 인물이 되었을지도 모르지. 해군을 나선 이상 의미가 없어진 일이지만.

사카즈키는 쿠잔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들은 더 이상 동료가 아니었다. 아직은 적 또한 아니지만 어차피 이 바다에서 택할 수 있는 길이란 한정적이다. 쿠잔은 곧 새로운 이름으로, 사카즈키의 적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결의를 다진 이가 설마하니 필부로 살아가기를 택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니 그의 결단이나 변화 따위는 더 이상 사카즈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은 같았다. 악이 된다면, 다만 멸할 뿐이다. 그가 언제나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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