ワンピース

Dance with me

원피스 샹크스 드림

滄海 by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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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3

연회가 한창이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피워둔 모닥불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떠들고, 웃고, 마시는, 그런 의미 없는 행위들이 한참 전부터 계속되고 있었는데, 하나둘 취기가 오른 선원 몇몇은 흥에 못 이겨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이 마치 제 무대인 듯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췄고, 그렇게 한 명이 일어나면 옆에 있는 선원들도 우르르 일어나 서로를 얼싸안고 출처 모를 움직임을 반복했다. 질서라곤 찾아볼 수 없는 소란에, 노아는 손에 들린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대며 해적들을 바라보았다. 술과 노래, 춤과 한시라도 떨어지면 곧 죽을 것같이 구는 해적 놈들을.

해적들은 아주 사소한 일도 지나치지 못하고 연회를 열기 일쑤였다. 기쁠 때는 기쁘다고, 슬플 때는 슬프다고, 만날 때는 첫 만남의 기념으로, 헤어질 땐 마지막이니까… 하다못해 날씨에마저 이유를 붙여 아주 가지각색의 연회를 열고는 했고 노아는 그런 해적에게 퍽 질려 있었다. 하루라도 그냥 넘어가는 일 없이 소란스럽기 짝이 없는 선상船上을 달가워하기에는, 소란보다는 고요를, 대지보다는 심해를 사랑했으므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라탔던 해적의 배에 있을 적에도 연회가 벌어지려고 하면 홀로 조용히 빠져나오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그런 제가 이 소란 가운데에 있는 것은 제법 이상한 일이라고, 금세 비어버린 잔을 보며 노아는 생각했다.

그동안 자신도 많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체념해버린 것인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어 가만 바라보고 있으면 야솝이 다가와 말을 걸었고, “어, 노아. 술 더 필요한가?” “주면 고맙고.” 짧은 대화가 지나간 후 다시 가득 채워진 잔을, 파도도 일렁이지 않는 고요한 수면을 바라보자 어째선지 마시기 싫어져서, 오늘따라 유난히 변덕스러운 기분을 술잔과 함께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앞을 바라보면, 이미 수십 년 전에 해체된 해적단 따위가 생각나는, 붉은 머리 해적단의 모습이 시야에 드리웠다.

잔뜩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는 이미 술에 잔뜩 취해 거동이 이상한 녀석들과 아직은 멀쩡해 보이는 놈들, 몇 번의 만남 끝에 제법 익숙해진 얼굴들과 그렇지 않은 얼굴이 섞여 있었고, 간간이 불청객을 보듯 이쪽을 흘끗거리는 시선 몇몇과 홀로 적막을 즐기는 여자가 익숙하다는 듯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들끼리만의 이야기에 한창인 이들이 어떤 규칙성도 없이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 사이에, 어떤 위화감 없이 뒤섞여 있는, 절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를 휘어잡아 한데 모으는 남자가 있었다. 얼굴 만면에 즐거움 가득한 미소를 보이면서,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시선을 끌고, 사람을 모으는, 노을보다 붉은 남자인 샹크스가.

그에게 시선이 닿아버리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을 떼지 못하게 되는 것은 어째서일까. 노아는 그 답을 알고 있지만 생각하지 않는다. 늘 그래왔듯이.

…술이나 마시자.

제가 소속된 것도 아닌 해적단의 연회에서, 불청객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들 연회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머물다 때가 되면 떠나는 것뿐이다. 곧 해가 지고 나면, 술에 취해 잠드는 사람이 나올 테니, 그때가 되면 슬며시 빠져나갈까. 어차피 그가 아니고서야 이곳에서 자신을 찾는 사람도 없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잔을 쥐고 다시 앞을 바라보면, 때마침 고개 돌린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익숙한 미소. 언제나, 저렇게 웃고는 했다. 나를 볼 때마다. 뭐가 그리도, 좋은 것인지.

그에게 직접 묻지 않으면 영영 답을 알 수 없을 의문을 조용히 삼키며, 자신을 향한 미소에 화답하듯 눈을 깜빡이면 망설임 없이 이쪽으로 성큼 딛는 걸음이 있다. 딱히 부른 건 아니었는데.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지 노아 씨, 하고 가벼이 달려오는 샹크스를 노아는 아무런 미동 없이 바라보다가, 그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무신경한 투로 내뱉었다.

“왜? 너희 애들이랑 좀 더 있지 않고.”

나한테 굳이 올 필요 없다는, 차가운 거절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으나, 샹크스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노아는 원래부터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똑바로 거절하지 않는 이상, 대체로는 승낙의 표현인. 눈치가 여간 없으면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 뿐이었지만, 다행인 점이라면 제가 그를 조금은 안다는 것이다. 딱 함께한 시간만큼. 그가 자신에게 보여준 만큼.

“노아 씨가 외로워 보여서요?”

그렇기에 어떤 식으로 말해야 그가 웃는지도 알고 있었고.

“허.”

어이없다는 듯이 뱉은 헛웃음도 어쨌든 웃음이었으니. 샹크스는 미소를 머금은 채, 가늘게 뜬 눈으로 자신을 보는 노아를 마주한다. 나쁘지 않은 기분일 때 미세하게 올라가는 입꼬리가 술이 들어간 탓인지 평소보다 조금 더 들뜬 듯한 모양새다. 아, 지금이라면 거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든다. 노아가 가볍게 술잔에 있는 술을 전부 마시고 나면, 샹크스는 조심스레 손을 내밀고는 노아가 무엇이냐 묻기도 전에 그리 말했다. 같이, 춤이라도 추실래요, 하고. 그러면 노아는 그 뜬금없는 제안에 눈을 깜빡, 깜빡거리며 바라보다, 제가 들은 것을 확인하는 것마냥 되물었다.

“춤?”

“싫으면, 거절해도 되고요.”

확실히, 거절해도 상관없는 제안이었다. 샹크스는 자신이 이런 자리를,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주 잘 알면서도 술의 힘을 빌려 넌지시 던져본 것일 테니. 큰 기대 없이 던진 말일 거고. 아마,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거절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런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겠지.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런데도 굳이 이 연회에 참석한 것은.

그런데도, 샹크스의 손을 내치지 않는 것은.

그 만남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변덕일 것이라고. 노아는 조용히 샹크스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려두었다.

거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반, 그래도 승낙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절반 이상이었는지 샹크스는 딱히 당황하지 않고 아주 익숙하게 노아를 이끌었다. 노아의 손을 잡고 연회의 중심으로 향하는 동안, 이쪽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선원들 몇몇, 두목의 사랑을 응원한다며 휘파람을 불어대는 선원들과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간부들이 있었고, 노아는 그들과 저를 이끄는 샹크스의 등을 번갈아 보며, 사랑받는 사람이란, 그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이란, 참, 알 수 없는 느낌이라고…. 그렇게 그를 따라 연회의 가장 중앙에, 모닥불 근처에 자리 잡고 나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일렁이며 타오르는 불꽃이 안 그래도 붉은 그를 더 붉어 보이게 했다.

뜨거웠다. 제 바로 옆에서 꺼질 줄 모르고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이 아니라, 샹크스의 손이. 사람의 체온이 원래 이렇게 높았던가. 아니면 그저 내 착각인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불 근처에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가 먼저 입을 연다. 출까요, 노아 씨? 거절하지 못하는 달콤한 제안이 아님에도 거절하지 않은 것은, 역시….

“…근데 너. 춤은 출 줄 알아?”

문득 생각난 물음을 뱉으면, 샹크스는 아무렇지 않게 답한다.

“마음 가는 대로 추면 그게 춤이죠.”

“너답다.”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는 발걸음은, 손은, 몸은. 유려하진 않지만, 어찌 됐건 하나로 이어지는 동작들은… 춤이었다. 어떤 겉치레나 예법에,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이 출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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