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잔>사카즈키
그를 이해해 보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그마치 30년이다. 그 정도로 오랫동안 보다 보면 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사실들이 있다. 이를테면, 그가 의외로 인간이라는 것. 농담처럼 들릴지 몰라도 내게는 나름대로 중대한 발견이었다. 사카즈키의 심장이 철로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그가 부상을 입는 일도 꽤나 잦았기 때문에 그에게도 제대로 붉은 피가 흐른다는 것만은 분명했지만 그가 정말 심장이 뛰는 인간인가에 대해서는 동기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반쯤은 우스갯소리고, 일부는 진심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 같지 않다고들 이야기하더라도 결국 그는 인간이었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나와 같이 정의를 위해 해군에 투신한 인간.
그에게도 감정이 있고 마음이 있다는 건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단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 그는 타고난 괴물 같은 것이 아니다. 자연재해와 같이 통제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존재도 아니다. 그에게도 그 나름의 이유가, 역사가 있을 것이다. 나로서는 알 수 없을. 그래. 그게 문제였다. 차라리 인간이 아닌 무언가였다면, 혹은 해적과 같은 악인이었다면 속 편하게 미워할 수나 있지. 그런 냉혈한도 결국에는 인간이라는 걸 알아버리면 생각이 복잡해져 버린단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오래 본 전우고 동기니까.
하지만 그를 받아들이기에는, 그는 내게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의 역사를 모른다. 그의 이유도 알지 못한다. 내가 알도록 내버려 둘 생각도 없을걸. 그 인간. 그렇기에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해군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적어도 볼사리노는 알고 있을지도. 센고쿠 씨나 츠루 씨도 짐작은 하고 있겠지. 가프 씨는... 음.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여하간, 그와 내가 이렇게 되는 것도 정해진 결말이었다는 거다. 그는 나를 이해시킬 생각이 없고, 나는 그를 영영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는 상관의 아래에서 일할 수 있을리가. ...뭐어, 한바탕 싸우고 나니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제는 더 이상 그에 대해 고민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미 달라져 버린 길은 돌이킬 수 없다. 이미 결심이 선 뒤다. 벌써부터 망설일 수는 없지. 무엇보다, 알 게 뭐야. 그런 무자비한 인간. 모처럼의 휴가에 그런 생각이나 하기는 울적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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