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의 금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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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는 정의되지 않으며 땅 위에는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 저 하늘에 별처럼 촘촘하게 떠 있다. 별이 저토록 많았던가, 언제나 떠 있었으나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던 별이 아득한 곳으로부터, 그 누구도 탄생과 죽음을 일생에 볼 수는 없는 긴긴 시간동안 영원처럼 느릿이 움직이며 존재한다. 누군가는 그것들을 땅 아래로 끌어내린다. 또 누군가는 별을 향하여 뛰어오른다. 별의 어떤 추락은 사람들의 날갯짓이요, 어떤 비상飛上은 별의 추락이라.
자아는 기억만으로 형성되지 아니하나 기억 없이는 자아가 성립되지 않으니 기억은 자아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한 명의 인간은 또 다른 인간, 혹은 인간의 부재로부터 제 시발점을 만드니, 세상의 시간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세상은 기억을 몰라 자신의 시작을 알 수 없고 따라서 사람의 물음에 답하지 못한다. 사람은 세상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인가, 너는 어디에서 왔는가, 너는 무엇을 원하는가. 세상은 침묵한다. 세상에게는 기억이 없으니 성대가 있다 한들 그것이 답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질문은 공기를 통하여 생성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혹은 사람이 침묵을 견디다 못해 자신에게 던진 질문을 세상의 것이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여 세상이 묻는다, 너는 무엇인가, 너는 어디에서 왔는가, 너는 무엇을 원하는가. 사람이 답한다. 수십개의 입에서 수 개의 답이 나오니 세상은 그것이 자신의 답인가 한다.
살아가는 것들의 시작은 바다라 하더이다. 뒤엉킨 사체들을 기워붙인 것이 생의 본질인가? 지나가는 버드나무에게 인사 올린다.
어떤 단어들은 수없이 많은 꿈들의 이름이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의 이름을 부르자 비로소 그것은 상징이 된다. 세상이 상징을 기억하려 검은 하늘의 먹구름을 치웠다. 그러나 대기는 남아, 별의 위치가 아슬히 흔들리고 빛이 간간이 꿈벅인다. 대기는 언제든지 다시 구름을 불러낼 수 있으나 꿈벅이는 빛에도 고개를 치어들은 사람들은 별을 기억하리.
그렇게 해海는 바다의 이름을 빌려 꿈이 되었던가, 혹은 자신의 글자 몇을 버려 훌훌 날아오를 준비를 하려던 것인가. 기억도 이름도 잃어버린 상징이 꿈꿀 수 있는 것이란 자기 자신 뿐이다. 절름발이의 超越이 말한다, 바다란 무엇인지. 자신과 자신 이름의 근원을 모르는 홍이 말한다, 海란 무엇인지.
각진 상자에 담긴 검은 흔적이 우스웁다. 빛을 다 반사하여야 거울인 것이 아니라 어떤 빛은 떠나지 못하도록 하여야 자신을 다 비출 수 있는 상像이 되는 것이라. 거울 없이도 나와 같은 네가 동시에 꼭 들어온다.
바다가 무엇이기에? 저 총총한 별들을 가득 담은 하늘의 유일한 체경이기에. 그러하기에 가보지 못한 바다에는 비상도 추락도 모두 있던가, 바다를 향하여 꿈을 꾸는 것인가. 세상이 새겨둔 저 별에 매달린 꾸밈음의 추돌.
그러나 더는 바다의 이름이 자신의 단어인 존재는 없다. 바다의 이름을 통해 그로부터 비롯될 뿐, 진정 바다를 꿈꾸나 그것이 자신의 기억으로부터 비롯된 이는 존재치 않는다. 다만 세상은 사람만의 것이며 사람은 세상만의 것이 아니니, 누군가는 저 짙은 구름을 뚫고 자신의 별을 새기더라. 실망과 좌절에 의해 고개를 숙이지 아니하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저 하늘로부터 별을 빌려오는 자들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오롯이 자신의 가슴에서 비롯된 별을 향해. 수 개의 입에서 수십개의 단어가 나오니 그들은 스스로를 시인이라 부르더라.
다만 그것이 잘못된 일인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인가? 저 하늘에서 별을 빌려와야만 하는 것인가? 아니, 아니다. 그것은 전후 관계가 뒤집힌 결과다. 누구도 기억할 수 없는 아득한 과거를, 세상이 기억하고 밝혀낸 과거, 혹은 과거일지도 모르는 낭만과 거짓과 꿈을 좇아서는 안 되는 일인가? 하지만 기억이 거짓이 아니라고는 누가 그러던가. 기억은 거짓될 수 있으나 그것의 거짓은 필요조건을 언제나 만족시킬 뿐이다.
아가미도, 비늘도 없는 존재가 강과 바다를 꿈꾸어서는 안 되는 일인가?
더는 기억하지 못하는 시작과 본질을 좇아서는 안 되는 것인가.
그러므로 시인은 말한다, 조금 더 믿고, 많이 꿈꾸라고. 그것이 현실을 이겨내도록, 구름을 뚫고 저 하늘에 흔적을 새길 수 있도록, 혹은 미치지 않도록. 사람은 세상에 아주 잠시 존재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존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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