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하데페르 / 무제

가장 오래된 사랑의 언어

얼마나 오랜 이야기일까?

강과 바람이 흐르는 소리가 이 세상의 첫 노래가 되고 바다를 가르는 새의 그림자가 처음으로 존재를 일깨웠던 그 아득한 옛날 이야기. 모든 생명이 속삭이고 처음으로 꽃이 피고 지면서 열매가 익어간, 가장 첫 번째 햇살이 비출 적의 이야기. 아직 계절이 없어 꽃도 들풀도 무성하게 피어났다가 추위에 몸을 떨며 자신들의 이파리를 햇살을 향해 뻗었을 적의 이야기. 그래, 한 여인이 어머니로부터 내려와 땅을 밟자 지상 모든 향기가 그를 축복하고 얼었던 강이 녹아 음악을 만들었더랬지. 그래, 그렇게 아득한 멋 옛날의 이야기.

그 어떤 인간도 자신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낸 적 없고, 그 어떤 인간도 흙으로 돌아간 적 없어 죽음을 두려워할 이 없었어. 텅 빈 지하의 왕도 다스리는 이 하나 없어 지하를 밟고, 또 밟아 자신의 드넓은 땅을 바라봐. 적막하고 고요하며 차가운 지하. 문득 그가 지상을 향하여 몸을 기울이자, 지상의 햇볕은 부옇게 가려지고 파도가 거칠게, 혹은 너무도 고요하게 요동하지. 하지만 고개를 치어들자 곧 안개가 걷히며 푸른 초목과 함께 피어난 다채로운 꽃이 보여.

무엇이 그를 사로잡았을까. 강물의 노랫소리? 이파리가 부서지며 만드는 햇살의 반짝임? 아니, 지하의 왕은 땅이 만들고 하늘이 가꾸어내는 그 모든 아름다움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어. 자신의 세상이 아님을 알고 있어. 하지만 붉은 꽃잎을 어루만지고 그것을 제 머리에 장식하는 한 여인, 풀잎의 노래를 타고 힘차게 달려가는 한 여인, 세찬 폭풍우 가운데에서도 여름의 노래를 멈추지 않는 그 목소리! …… 눈을 돌릴 수도 없고 듣지 않을 수도 없어. 초원보다 더 푸른 옷과 강물보다 더 아름다운 노랫소리, 부서지는 햇살보다 더 찬란한…….

지하의 왕은 입을 열어. 하지만 무엇을 말하면 좋지? 그녀에게 무엇을 건넬 수 있지? 내가 무엇을 약속할 수 있지?

누구도 아직 죽지 않아 죽음은 언어를 몰랐고, 그 어떤 것도 그녀보다 아름답지 않아 죽음은 사랑을 깨닫지. 그리하여 그는 노래하네. 낮은 속삭임과도 같은 멜로디로, 지상과 지하의 새들도 모두 따라할 수 있는 언어로.

여름이 화답하자 그는 꼭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어. 그리하여 그들은 사랑을 노래했네. 겨울의 뒤에는 봄이 오고, 여름의 뒤에는 가을이 찾아들었네.

아득한 먼 옛날의 노래, 이제는 그 자신조차 잃어버린 노래….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그 외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