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JA, DER GOTT by 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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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40분. 분침이 고장 난 탁상시계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톱니바퀴를 돌려도 분침은 돌지 않았다. 할 수 없나. 시간이 맞지 않음에도 꿋꿋이 돌아가는 시침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갈증으로 목이 가려웠다. 대련 시간만큼만 머물기로 정했는데 이래서는 얼마나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시간선 오류의 피해를 받은건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애써 숨기고 있지만 불안하겠지. 평소보다 무리하게 훈련을 하고 있는 것도 그 영향이었다. 손에 쥔 곤을 타고 느리게 땀방울이 떨어졌다. 제 키보다 조금 큰 막대는 엄밀히 말하자면 버드나무가 아니라 소환체로 만든 무기였다. 눈꺼풀이 무거워지자 곤을 세게 쥐었다. 시계를 내려놓고 곤의 두꺼운 부분 양 끝을 나눠 잡았다. 실전에 쓸 수 있을 만큼 움직임이 적은 무기술만 연상하며 손목을 움직였다.

막대가 가진 회전력은 유지하되 흐트러짐이 없어야 했다. 상체를 숙여 등 뒤로 곤을 굴렸다. 이후 내려찍고, 곧장 방어 자세로 빗겨 떨쳐내기를 반복했다. 일반 곤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무기는 자유자재로 늘어나거나 바뀔 수 있다는 점. 마치 움직이는 상대가 있는 것처럼 속도를 유지한 채 허공을 찔렀다. 힘이 들어가는 만큼 무기는 땀으로 미끄러지고, 그럴 때마다 곤의 형태를 일시적으로 잃었다.

옆구리에 붙였던 손에 힘이 풀렸다. 잘 때리고, 잘 막아야지. 그리고 몇 번이고 더…. 더! 감정이 격해진 순간 무기가 흔들렸다. 바닥에 내친 곤이 무너져 평소의 미역 모양으로 널브러졌다. 숨이 찼다. 얼얼한 두 손을 펼쳐 내려다보니 살갗이 파여 피가 흐르고 있었다. 뭐 했다고 유난인 건지. 열기가 식으면 더 형편없는 일이 일어날까 봐 우선 훈련복 외투를 챙겨 입었다. 잘게 상처가 난 소환체를 없앴다. 두 손은 대충 닦아 주머니 속에 꽂았다.

무의식중에 다시 시계로 시선이 갔다. 여전히 오후 7시 40분. 조금 더 머물고 싶었지만 손 떨림이 멈추지 않아서 그냥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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