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TFE] 니가 왜 거기서 나와 下

리퀘/브범 2세

※ 현대물 AU

※ 의인화 요소가 있으나 외모 묘사는 제한했으니 각자 원하는 모습으로 맘껏 상상해주세요

말토 가족은 구성원들간의 관계가 끈끈한 편이다. 보다 쉽게 풀이하자면 사랑이 많은 집안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올곧게 사랑 받은 아이들 역시 타인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컸다. 때문에 말토 남매들은 범블비의 아이를 동생처럼 여겼다.

그 점은 참으로 사랑스럽고 또 고마운 일이지만... 지켜야 할 규칙을 째면서까지 아이 일에 신경 쓰길 바란 건 아니었다.

"트래시, 나 달리기 1등 했어!"

"대단하다, 리틀 비(Little B). 이러다 조만간 내 로시난테도 따라잡는 거 아냐?"

리틀 비. 범블비(Bumblebee)와 브레이크다운(Breakdown)의 이름 앞글자 b를 따서 붙인 애칭이었다.

"나이트셰이드, 너 혹시 내 카메라 만졌어?"

오늘을 위해 카메라를 챙겨 온 해시태그는 난처해졌다. 분명 어제 충전도 빵빵하게 해뒀는데. 촬영은 고사하고 전원도 먹통이다.

"작동이 안 돼? 오늘을 위해서 카메라를 조금 손봤지만 작동하는 데에 문제는 없을 텐데."

"내 허락도 없이 카메라를 만졌어?!"

“해시태그 네가 얼마 전에 카메라가 저화소라 사진 화질이 낮다고 하길래.”

범블비의 표정이 점차 가라앉았다. 로비와 트위치가 이를 맨먼저 눈치채고 나서서 해명에 나섰다.

"말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리틀 비가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맞는 가족 행사잖아요. 꼭 함께 하고 싶었어요."

"마음은 정말 고마워. 하지만 이러면 안 되지. 가족의 일도 중요한 만큼..."

"아빠?"

아이의 감은 예민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도 아이는 용케 높아진 범블비의 언성을 듣고 반응했다. 말토 남매들 또한 그의 눈치를 살폈다. 안그래도 쳐진 죠브레이커의 눈매가 비 맞은 강아지처럼 축 쳐졌다.

"죄송해요, 범블비..."

모가 동생들을 감싸고 나섰다.

"혼낼 거라면 절 혼내세요. 명색이 누나인데 애들을 말리긴 커녕 부추겼으니까요."

비록 자신만의 아이가 생겼다고는 하나, 말토 남매들은 여전히 범블비의 첫 아이들이었다. 자기 눈치를 살피느라 풀이 죽은 그들을 보고 있자니 더이상 화낼 마음도 들지 않았다.

"학교까지 째고 여기 온 마당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도 말이 안 되겠지."

"범블비, 그럼...!"

나이트셰이드를 비롯한 말토 남매들의 얼굴이 환히 피어났다. 어쩔 수 없단 듯이 웃으면서도 범블비는 선을 확실히 그었다.

"있어도 좋아. 하지만 이번 일은 부모님께 얘기할 거야."

대부분 납득했으나 트래시는 아니었다. 그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생각으로 범블비를 찔러보았다.

"에이, 이왕 허락해주신 김에 모르는 척 해주면 안 돼요?"

어허, 이 녀석 봐라. 은근히 선 넘네? 가족 내에서 능청을 담당하는 그다웠다. 하지만 상대는 능청맞기로는 세상에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자를 배우자로 둔 남자였다.

"안 돼. 너희들이 학교를 빠진 이상 늦든 빠르든 이 일은 언젠가 부모님 귀에 들어가게 되어있어. 대신 내가 잘 말해둘게. 조금이라도 덜 혼나도록."

[다시 한 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잠시 후 학부모 이어달리기 시합이 시작됩니다. 참가하시는 학부모님들께서는 단상 앞으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범블비는 아차 했다. 예기치 못한 말토 남매들의 등장으로 까맣게 잊었었다. 자신이 참가자라는 것을.

"아빠 갔다올게. 기다리고 있어. 얘들아, 나 갔다올 동안 우리 애 좀 부탁할게."

"네, 다녀오세요!"

늦을세라 그는 빠르게 걸었다. 등 뒤에 대고 아이가 외쳤다.

"아빠 화이팅!"

응원에 대한 화답으로 범블비는 작게 손을 흔들었다. 보호자의 등이 인파 사이에 묻혀 사라졌다. 범블비가 돌아오기 전까지 임시 보호자가 된 말토 남매들이 아이 주위로 옹기종기 모였다.

트위치가 아이에게 물었다.

"여긴 너무 복잡하니까 자리를 옮기자. 결승선 근처에서 아빠 기다릴까, 아님 자리로 가서 간식 먹으며 응원할까? 어떻게 하고 싶어, 리틀 비?"

"간식 뭐 있어?"

"이것저것. 한번 볼래?"

편의점 봉투 안에 든 형형색색의 간식들이 리틀 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레몬 사탕, 자동차 모양 젤리, 초콜릿… 심지어 아무리 졸라도 절대 사주지 않았던 대용량 스낵 과자까지 있었다!

보호자의 애정 어린 감시를 피해 간식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 리틀 비는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가서 간식 먹을래!"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범블비네 돗자리 위에 웬 선객이 앉아 있었다. 퇴근하자마자 곧장 여기로 온 듯 정장 차림의 선객과 아기자기한 꿀벌들이 그려진 노란색 돗자리는 심히 언밸런스한 조합이었다.

"아빠!"

"우리 챔피언!"

브레이크다운은 달려오는 리틀 비를 안아 들고 비행기를 태웠다. 자길 떨어트리지 않을 거란 굳은 믿음이 있는지 아님 또다른 아버지를 닮아 스릴을 즐기는지 리틀 비는 겁 먹긴 커녕 까르르 웃었다. 비행기에서 내려온 아이는 마음에도 없는 소릴 했다.

"안 와도 괜찮은데."

이에 브레이크다운은 상처 받은 척 가슴을 움켜잡는 시늉을 했다.

"진심이야? 아빠 상처 받았어."

"못 오면 1주일 동안 내가 싫어하는 음식은 브레이크다운 아빠가 다 먹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참고로 오늘 저녁은 당근이 듬뿍 들어간 카레다. 깍둑 썰린 당근 조각을 입에 넣는 상상을 하니 저절로 우울해졌다. 아빠가 온 게 좋다가도 막상 오늘 저녁을 떠올리니 약속이 지켜진 게 아쉬울 따름이다.

“너희는…”

“안녕하세요!”

학교에 있어야 할 애들이 왜 여기 있지?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곧 어찌 된 영문인지 브레이크다운은 재빨리 파악했다. 그의 얼굴에 악동 같은 웃음이 번졌다.

“쨌구나?”

그의 낯빛과 말에서 비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생각한 게 맞는지 확인하는 질문에 가까웠다. 말토 남매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다 말없이 씨익 웃었다.

"그래, 학생이면 한번쯤 학교도 째고 그렇게 크는 거지."

트위치가 짓궂게 물었다.

"학교를 짼 우리가 할 말은 못 되지만 어른이 그런 말 해도 돼요?"

"내가 그렇게 컸거든."

"헐."

"나중에 그 얘기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어요?"

해시태그에게 내재된 영화 감독으로서의 본능이 고했다. 이건 소재감이다. 분명 대박이 날 수 있다!

"얼마든지."

이곳에 범블비가 있었더라면 '애들한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라면서 등짝을 두어 번 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범블비는?"

죠브레이커가 대답했다.

"범블비라면 학부모 이어달리기에 참가하러 갔어요."

만일 특별한 이벤트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브레이크다운은 여기서 아이들과 함께 범블비를 응원했으리라.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스포츠의 매력은 언제, 어디서 반전이 터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죄송한데 이어달리기 주자 대타해주실 분 없나요?"

많은 이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선생님들이 돌아다니며 자초지종을 설명 중이었다.

"주자로 나간 학부모님께서 갑자기 복통을 일으키셔서 대타가 필요합니다! 주자와 같은 학급, 학년이 아니어도 좋으니 참가하실 분 안 계십니까?"

별안간 브레이크다운의 머릿속에 반짝하고 불이 켜졌다. 본래 그는 흥미 있겠다 싶은 것은 직감적으로 잡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어쩌면 본능일 수도 있고 특이한 가족 내력일지도 모른다.

그는 아이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나 잠깐 갔다와도 될까?"

"자, 학부모님들! 팀끼리 일렬로 서 주세요!"

주자로 뽑힌 학부모들의 표정은 대개 비슷했다. 귀찮아하는 이도 더러 있었지만 이왕 나온 거 이기고 싶다는 경쟁심이 가득했다. 범블비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반드시 1등을 거머쥐고 말겠다!

...라는 심정으로 나왔는데.

"브레이크다운...?"

"응, 나 왔어. 범블비."

니가, 니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기가 막힌 타이밍.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방송실에서 튼 노래가 범블비의 심정을 제대로 알아맞췄다. 못 올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일은 잘 마치고 왔어 기타 등등 할 말은 많았지만 제일 먼저 치고 온 말은 이거였다.

"왜 네가 거기 있어?!"

"주자 대타가 필요하대서 나왔지. 그보다 이렇게 있으니 옛날 생각 난다. 넌?"

"말 돌리지 마, 브레이크다운. 애는?"

"보고 왔어. 열심히 하라며 응원까지 받았지."

스포츠데이 TPO에 맞춰 학부모들 모두 편한 활동복 차림이었다. 거기서 나홀로 정장 차림은 흰 바둑돌들 사이에 콕 찍힌 검은 바둑돌이었다. 싫든 좋든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제게 모이는 시선을 즐기기라도 하듯 브레이크다운의 미소가 짙어졌다.

"...좋아. 하지만 우승은 내 거야. 내 배우자라도 이건 양보 못 해."

"그걸로 되겠어?"

"뭐?"

"진 쪽이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일주일 담당하기."

범블비의 눈이 흔들렸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안다. 밖에서 내리 일하다 겨우 들어왔는데 쓰레기 버리러 밖에 다시 나가는 게 얼마나 귀찮고 번거로운지. 1주일 동안 그 귀찮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참으로 달콤한 당근이었다.

"딜?"

"딜!"

올해 스포츠데이에 참석한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은 보았다. 학부모 이어달리기 마지막 주자들의 불꽃 튀는 경쟁을.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내가 애들 스포츠데이가 아니라 경마장에 온 줄 알았다." 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리틀 비는 어떻게 하면 아빠들처럼 빨리 뛸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브레이크다운은 당근이 비결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그냥 느림보가 되겠다고 말해 두 아빠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래서 누가 이겼느냐고?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는 1주일간 범블비 담당이 됐다.

+덤 ) 말토 남매들이 갓 태어난 리틀 비를 만났을 때

트래시: 지금 기분이 어때?

로비: 음, 가슴이 간질간질해.

모: 그리고 자꾸 웃고 싶어

죠브레이커: 사랑스럽고 또 무서워…?

나이트셰이드: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정말 신기해

해시태그: 나 이 느낌 뭔지 알 거 같아

트위치, 해시태그: 깍 깨물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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