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TFE] 저건 내 사냥감이야

브범

※ 공식이 ‘브레이크다운과 범블비는 싸우는 척만 한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격돌이 벌어지면 서로를 찾아 싸우는 연기를 한다.’ 라는 걸 줘서 씀

그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자신은 디셉티콘이고, 메가트론은 전투를 명령했으며, 명령을 따라 충실히 눈앞의 오토봇들을 섬멸하던 중이었다.

걸리적거리는 적들을 하나씩 치워내던 와중에 오토봇 하나가 시야에 잡혔다. 이름은 모르나 옵티머스의 측근임은 기억하고 있었다. 스턴티콘들 중 하나인 브레이크다운이 놈을 막고 있었으나 쉽사리 결판을 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혀를 차며 아주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주기로 했다. 조준경이 정확히 오토봇의 정찰병을 노리는 순간, 그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결과는 백발백중. 옆구리를 관통 당한 정찰병이 신음 소리 한번 못 내고 쓰러졌다.

탄환이 날아온 방향을 따라 브레이크다운의 시선이 그와 맞부딪혔다. 나한테 고마워해라, 애송아. 공적 뺏긴 게 억울하면 좀 잘하던가. 마무리는 알아서 잘 하겠지. 그는 콧방귀를 뀌고는 다음 타깃을 물색했다. 아니, 물색하려 했다.

머리 위로 웬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의아함을 느낄 새도 없이 시야가 번쩍거림과 동시에 몸이 붕 떴다. 바닥에 처박히고서야 상황 파악이 됐다. 저 정신 나간 스턴티콘이 자신을 주먹으로 때려박은 것이다!

"야, 이 미친...!"

스턴티콘들 하나, 하나가 제정신이 아닌 건 알았지만 적어도 피아 구분은 할 줄 알았다. 그는 오늘 이 믿음을 철회했다. 여기서 또 한 번 공격하면 아군이고 나발이고 총알을 쑤셔넣어줄 생각이었다.

벌떡 일어나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코 앞까지 훅 다가왔다. 방금 전까지 전투를 벌인 탓에 브레이크다운의 동체는 과열된 상태였다. 시야가 일렁거렸다. 브레이크다운 주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때문이라기엔 이 떨림이 설명 되지 않는다.

브레이크다운의 알트 모드를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과열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는 지금 그걸 눈치 챌 여유가 없었다. 눈앞의 스턴티콘이 느리게, 아주 느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건 내 사냥감이야."

더 말하지 않았지만 안 들어도 뒷말은 뻔했다. 또 가로채면 오늘처럼 끝나지 않는다는 경고였다. 제기랄, 내가 두 번 다시 도와주나 봐라.

그 뒤로 그는 브레이크다운 쪽은 시선도 주지 않았다. 스턴티콘의 상대는 언제나 같았다. 오토봇의 정찰병. 그는 스턴티콘의 사냥감에게 닿지 않을 동정을 표했다. 불쌍한 놈. 어쩌다 저런 미친 놈과 엮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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