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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비린내

에스마일>핀갈

트리거/소재 주의: 익사(위험), 어린아이의 위험

…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

언제든, 내 입가에 침울함이 깃들기 시작할 때; 내 영혼에 축축한 11월의 가랑비가 내릴 때; 나 자신의 의지에 반해 자꾸만 장의사의 가게 앞을 지나치다 멈춰서고, 마주치는 모든 장례 행렬의 끄트머리를 따라가고 있을 때; 그리고 특히나 언제든 내 기분의 침잠이 너무나 나를 압도해, 내가 거리로 걸어나가 계획적으로 사람들의 모자를 하나하나 벗겨 던져버리지 않는 것만에도 강력한 도덕적 준칙을 필요로 할 때— 그럴 때, 나는 최대한 빨리 바다로 향할 때가 되어도 한참 되었다고 본다.

이것이 나의 권총 한 자루와 화약 한 줌에 대한 대체품이다. 철학적 야단법석과 함께 카토는 스스로의 칼에 몸을 던지고; 나는 조용히 바다로 나선다.

-모비 딕, 헤르만 멜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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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지구는 지중해와 맞닿아 있었다. 그 지중해를 건너고, 또 영불 해협을 건너 북서쪽으로 약 2,159마일 떨어진 곳에 도버 만이 자리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브라힘과 하이파는 세 아이를 데리고 자주 영국의 해안가로 향했다. 이따금 동남쪽이었으나 이따금은 아니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첫째인 에스마일이 있었다. 여섯 살 에스마일 이브라힘 시프는 늘 밝은 아이였다. …최소한, 그는 늘 밝은 목소리를 했으며 언제나 스스로를 웃는 얼굴이라고 설명했다. 에스마일은 영국에 온 뒤에는 가족들에게도 점점 얼굴을 보여주지 않기 시작했으므로. 이따금씩 이른 아침, 혹은 바쁜 오후 아이의 갸름한 턱이나 연갈빛 이마를 언뜻 볼 수 있었으나 그것은 고의가 아닌 부주의에 의한 결과에 가까웠다.

두 살과 네 살의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바쁜 일이다. 두 살배기는 막 걸음마를 떼었고, 네 살배기는 끊임없이 왜요? 라고 물어보며 모든 것을 짜증스러워한다. 그러므로 활발하기는 해도 큰 사고를 친 적은 드물었던, 그리고 이따금씩 “마법적으로” 스스로를 지켜내곤 했던 첫째에게서 잠시 시선을 떼었어도, 그것 또한 어떤 양육자나 이따금씩은 저지르고는 하는 부주의에 의한 결과에 가까웠다. 그것은 동시에 이따금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종류의 부주의함이었다.

가족들로부터 떨어진 에스마일은 홀로 유월의 바닷물에 한쪽 발을 담갔다. 아무도 듣지 않았으나 그는 말했다.

-물이 조금 차가워요.

그는 한쪽만 젖은 신발로 스코틀랜드의 해안선을 따라 걸었다. 그러면서 조개를 주워모았고, 어느 순간 조개더미가 무거워져 그것을 한번에 바닥에 와르르 떨어트려 버렸다. 몇 미터 떨어진 곳, 어린아이의 체중을 실을 만한 작은 나무판자가 있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나무 막대 하나를 들고 와 그 위에 앉았다. 물은 무릎까지 왔고 판자가 두꺼운 덕분에 바지는 별로 젖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뱃놀이는 재미없어졌다.

노로 쓰던 막대는 놓쳐 버렸고, 아무리 물장구를 쳐 봐도 파도가 그를 끝없이 끌고 바다로 향했다. 아이는 고민하다 결국 판자에서 완전히 뛰어내려 멀찍이 보이는 해안으로 향하기 시작했으나, 그는 작았고 물은 깊었다. 숨을 들이쉬었으나, 공기가 아닌 짠물이 끊임없이 몸 속으로 들이쳤다. 지금까지 그를 지켰던 마법은 이 순간 잠잠했으며. 에스마일은 곧 서툰 헤엄을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누군가 그를 붙잡았다. 찬 물 속에서 몸부림치던 팔다리에는 상대의 체온 또한 미약한 온기였다. 먹먹한 귓가에 노랫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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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설에 따르면, 상어는 평생 헤엄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날카로운 이빨로 작은 물고기들 위에 군림함에도. 다른 모든 물고기는 있는 것들이 부재하다. 아가미가 벌어진 채 닫히지 않고 몸 안에는 띄울 부레가 없어서, 잠시라도 수영을 멈추면 숨이 막히고 몸이 가라앉을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가라앉은 상어들이 가는 왕국이 있었다. 그곳에서 내가 당신의 “친구”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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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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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라힘과 하이파와 에스마일은 늘 주위에 사람이 많았다. 하이파는 언론인이자 활동가라 불리는 종류의 이로서, 어떤 상황에서든 목소리를, 펜을 멈추지 않았다. 이브라힘은 그만큼은 아니었으나 하이파와 결혼했고 또 스스로도 나름대로의 긍지가 강해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거나 스스로를 감춘 적 없었다. 둘 모두 곁에 사람을 끄는 류이자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류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부모의 지인의 아이는 곧 아이의 지인이 되기도 하므로, 에스마일은 두 배로 사람이 많은 삶을 살았다.

기실 그는 그것이 좋았다. 언제나 눈을 돌릴 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사이가 멀어지면, 누군가를 잃고 나면 두 무릎을 모으고 앉아 울 시간 같은 것은 없었다.

헨 홉킨스는 에스마일을… 언젠가 분명 애정했다. 서로를 조금씩 거울처럼 닮아가는 동안. 그러나 그는 언어와 언어의 부딪힘을, 깊은 탐구를 사랑했으며, 에스마일은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말할 수 없었다.

유진 로즈웰은 에스마일을 두려워했다. 아마도 언뜻 비친 분노는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그 원인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을 것이며, 인간은 누구나 미지를 두려워하기에. 그리고 이해시키기에는 관문이 너무 많았다.

레이먼드는 에스마일에게 말했다. 네가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떡해? 나는 어디로, 어떻게 너를 찾아가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을 잊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매사 갑옷처럼 두른 가벼움과 무성의함으로, 그는 핀갈 모이레 모레이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알았다. 당신의 체온은 굉장히 낮고 서늘하다. 그것을 바닥에 나동그라져 손아귀에 목이 쥐어잡히며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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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무서운 것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너무 무거워지는 것이 두려웠다. 너무 높은 밀도와 무게를 갖게 되어 세상의 외부인이 아닌 일원으로 가라앉는 것이 두려웠다. 너무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너무 깊이 마음을 주고 말기에, 한 가지에 너무 오래 시선을 두면 필히 그것은, 그 고유한 슬픔과 애수와 절망과 외로움과 불안은 곧 그의 온 세상이 되고 말아. 그래서 모든 것은 농담이 되었다. 보고 들은 것을 생각하고 느낄 시간을 갖는 대신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어 세상은 한편의 값싼 연극이 된다. 왜 웃는지 설명하면 사람들은 그것이 웃기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더 설명하지 않았고,

그저 하루가 끝나면 그는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 방문을 닫았다. 그곳에서만 그는 그일 수 있었기에. 그러나 이제는 더 돌아갈 곳이 없었다. 날이 갈수록 남겨 두고 온 땅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와 여기의 땅을 고향 삼아 자라나는 동생들 사이에서. 그는 어디로든 도피했으나 도망친 곳마다 전부 이 모양이었다. 사방이 전쟁이고 갈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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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면, 핀갈 모레이의 무지는 기묘했다. 머글은 그에게 타인을 넘어선 것이었으나 마법사 또한 그에게 경멸의 대상이었다. 마법사들의 전쟁을 비웃으면서 머글들의 전쟁 또한 너무나도 몰랐다. 늘 두꺼운 장갑을 껴 우리의 손에는 타인의 체온이 닿지 않았고: 그렇다. 에스마일은 멋대로 그곳에서 닮음을 보았다. 당신은 무언가 아주 깊은 것을 숨기고 있지 않으십니까? 스스로 딱히 의도하지도 않아도(그리고 그것이 가장 잔혹하고 무도했다) 아주 적대적인 세상으로, 숨을 쉬지 못하는 곳으로 내던져져 당혹과 결핍에 발버둥치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이빨을 드러내고 주위를 주시하는 것에는 피식자든 포식자든 어떤 원초적 본능이 담겨 있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무인도가 있어서, 끝없이 수면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그림자를 찾아 헤맵니다. 저 또한 그러하나…….

만약 이것이 어떠한 분기라면, 나는 이 순간 길을 선택한 것이다.

다시 한 번 회피한다. 도피한다. 나는 더는 당신을 탐구하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으리라. 그런 얄팍한 시도는 없느니만 못함을 이 순간 깨달았다 되뇌인다. 설령 “올바른” 방향의 접근이 가능하더라도 당신은 나의 첫 번째 상대가 되기에는 너무 무겁고 가시가 돋쳤다. 나의 모든 가벼움을 혐오하는 당신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선의를 전하기 위해서 나는 아마도 두른 모든 것을 껍데기처럼 벗어 내려놓아야 겨우 가닿을 수 있을 것인데. 그러기 위해 필요할 신중함이 나는 몸서리치게 두렵다. 분명 나는 당신을 떠받치려다 되려 끌어내릴 것이다. 끌어안으려다 되려 상처입혀 버릴 것이다. 중력이 뒤집힌 곳에서 부유하는 나는 눈도 귀도 입도 잊고 실체가 없게 된 지 오래되었다.

“그래요. 허언, 이 아닙니다. 저는… 확실히 당신에게 접근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거짓말쟁이 광대지만, 이것만은 믿으셔도 좋아요.”

그는 숨을 내쉰다. 뭍으로 걸어나간다. 입술을 깨물어 비린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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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더 이상 그의 고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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