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워

The End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너희와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었어!

백업 by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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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시작되기 전, 이틀간 어디에도 가지 않고 그저 가만히 숨을 죽였다. 욱신거리는 다리의 감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하필이면 오른쪽 다리를 다칠 건 또 뭐란 말인가. 운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은 날이었다. 때문에 얌전히 있으며 발렌타인은 생각했다. 정말 이게 내가 바라는 일인가로 시작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에 다다른 생각을 멈추지 않고 나는 어째서, 어쩌다 여기까지ㅡ 에 생각이 다다른다. 맥이 빠져 러브는 더 이상을 생각하는 것에 힘을 쏟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 고독감을 누가 가져가주면 좋으련만.

*

어느덧 날은 본인의 전투 당일. 얌전히 있던 것을 그만두고 금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대화는 짧았지만 사람과의 말을 나누는 것이 오랜만인 만큼 즐거웠다. 묘한 고양감. 실은 발렌타인은 누구보다도 제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기에, 분명히 저는 살아 돌아가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돌아와야겠다 얘기하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허나 눈 앞의 엉망인 상대를 보자, 제 생각이 틀렸나 잠시 의심했다. 결과적으로는 러브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이곳을 떠나는 데에 같이 갈 사람이 생겼다는 약간의 변수가 생겼을 뿐.

갈기가 탄 상한 사자는 아름답지 않다고, 누가 그랬는가. 그건 다 거짓말이다. 이빨이 전부 빠지고 다리가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몸 안과 밖에서 아우성을 치며 내게 고통을 일러주어도 신경도 쓰이지 않을 만큼 이렇게나 홀가분한데! 혼신의 힘을 다 한 마지막 공격 이후 삽시간에 눈 앞이 아득하게 흐려지고, 이제껏 일어났던 일들이 영화관 스크린이 시작되는 기분을 또 다시 한 번 이곳에서 느낀다. 엄마의 임종 이후로는 처음 우울에서 해방 되는 순간이었다. 외로움에 잡혀 시리던 것이 떼어낸 듯 몸에 온기가 드는 느낌 또한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 너희들에게 더 잘 해주지 못했다는 것에 아주 약간의 후회를 느꼈지만, 이내 깨끗이 씻어내었다.

그래도 작별은 웃으면서 하는 게 좋지? 환한 미소가 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는 이제는 더 이상 러브로 살 필요도, 스위티의 흉내를 낼 필요도 없다는 것에 있다. 더이상은 생이 이어지지 않는다 생각하니 저를 덮어두던 이전의 일들이 희미해졌다.

있지, 나 발렌타인으로서 너희에게 작별을 고하고 싶어. 인사해줄래?

이제 내가 너희를 지켜보는 관객 역할을 할게. 고마웠어. 커튼콜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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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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