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파편 - 그레고르가 유리에게
NCP
유리 씨. 거기 있었구나. 하도 오랜만에 봐서 잠깐 착각했어. 그래그래, 미안하다고. 그러니 화내지말고 내 이야기 들어줘. 유리 씨도 나 보고싶었을 거 아냐?
우선, 음……. 그래. 그때는 정말 미안해. 내가 몸을 날려서 대신 사과에 먹혀야만 했는데. 유리 씨가 아니라, 나여야만 했는데. 나는 그때 불안해하기만 했어. 예전처럼 똑같이, 아무 것도 못하고 멈춰섰어. …아 맞다. 예전 일이 뭔지도 설명해줘야지. 사실 유리 씨가 그때 버스에 탔으면 천천히 알려주려고 했던 던데. 이렇게 늦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말해줄게.
그 로보토미 지부에서 나에게 워낙 험악하게 구는 벌레 병사가 많았잖아? 걔네가 구 G사 소속이야. 나도 똑같이 구 G사 소속이었고. 기억나? 그때는 워낙 바빠서 짧게 얘기했는데. 10년 전에 유리 씨가 어떤 나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연기 전쟁이 있었잖아. 구 L사가 몰락하고, 유리 씨가 다녔던 로보토미가 날개로 올라간 그거. 로보토미 안에서 연기 전쟁에 대해 얼마나 알려줬는지 모르지만, 나를 포함한 구 G사는 신체 강화 특이점을 바탕으로 구 L사 편에 섰어.
응, 맞아. 결과는 뻔했지. 나는 그대로 프로파간다 용 전쟁 영웅에서 추악한 벌레가 되었고, 그뒤로 내내 추락한 날개의 깃털다운 힘든 삶을 살아온 거야. …유리 씨가 겪어야만 했던, 그 삶을 나도 겪어야만 했다고.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파우스트와 베르길리우스가 날 찾아오더니 자기 직잔에 항상 되뇌이던 소원을 이루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날 대려간 거야.
유리 씨는 8급 해결사가 되었지만, 항상 L사의 정보를 어떻게든 뜯어내보려는 벌레들 속에서 살았잖아. 그게 얼마나 중요하다고. …유리 씨 본인이 말해줬듯, 본사도 아닌 부서의 하급 관리직에게 알 수 있는 정보는 드문데. 나도 어쩌면, 나도 어머니에 관해서…….
응? 아냐, 아냐. 내 표정이 너무 심각해 보인 거 같은데, 그냥 조금 옛날 생각 좀 했다고. 아무튼, 유리 씨가 이렇게 내 눈 앞에 멀쩡히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는 수 많은 여행을 했어. 그 이후에는 J사 뒷골목에 있는 카지노에 가서….
…까지 이어지는, 아주 많은 여행이 있던 거야! 유리 씨를 무사히 잘 구조해, 버스에 같이 탔으면 이걸 다 같이 경험했겠지. 아쉽구만. 뭐, 이정도로 유리 씨 다시 볼 때 서운하지 않게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준비한 거야. 내 노력, 인정해달라고. 하, 하하…… 그래. 웃어줘서…… 너무 고마워. 가슴 벅차오를 만큼….
…나 왜, 갑자기 눈물이 나올까? 오래 전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갑자기 눈 앞에 살아있으면… 기뻐야하는데. 내가…… 하, 지금 이 눈물은, 어쩌면…… 좋아서 흘리는 게 아닌 거 같아. 그리던 사람을 만나서도 아니고, 좀 다른……, 차마 말할 수 없을 만큼…….
유리 씨. 다시는 죽은 척하지 말아줘.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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