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놈들은 정말이지 만족할 줄을 모른다.
절대 [다이아*100, 체력*100, 골드*10000]가 탐나는 것이 아닙니다. (추신, 스포는 적당히 합니다)
사이버 세상에서 미남만을 탐하며 살아온지 어언 10+@년,,, 세계 각국의 테스토스테론만을 음미하며 살아왔다. 나의 커리어를 저작권이 문제가 없는 선에서 살펴보자면, 태초에 히x리 쿄x가 있었다. 그가 좋았던 이유는 단순하다. 강했다. 혼자서도 강했고 심지어 반항기가 지나면서 둘이서도 셋이서도 다섯이서도 강했던 것이다.
이후 나는 화면 속으로 들어가 강한 남성을 탐했다. 강하다면 입에서 나오는 언어가 영어든 일본어든 박살난 유니코드를 씨부리든 가리지 않고 볼주머니에 넣는 삶을 살아왔다. (남자가 태어났으면 죽기전에 마을 세 개 정도는 부숴봐야 한다고 믿었다.) 오직 강함만이 자연에서 남성을 자립할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생각했다. ‘기욱’이라는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다들 사랑이 시작될 때는 무언가의 신호를 받는다고 한다. 눈이 내리던 날 상대가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거나, 침흘리면서 자는 모습 마저도 사랑스러웠다거나, 뭐 괜히 장난치고 싶다거나 그런거 말이다. 대학 졸업반때부터 중년의 남성이 가득한 직장에서 일해온 나는 그런 걸 느낄 겨를이 없었다. 나의 환경에서 그런 감정을 느낀다면 정신과를 찾아가야한다. 필시 과로로 판단 능력이 흐려진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돌리자면, 처음에는 기욱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등장인물 2정도로 인식하며, 성우가 제법 감미롭다는 것은 인정했다… 앞서 말했으나, 강함을 추구해온 나에게 이런 말랑 뽈랑 보라돌이 애교쟁이 겸 새침돌이는 절대 인생에서 옆구리에 들일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말 그대로 방치했다. 뽑기와 레벨링을 소홀히 한 것이 지금의 절망을 만들줄도 모른 채. 진운의 넓은 가슴팍을 믿고 기욱을 혼자 둔 나를 저주한다. (여담인데 신전 시리즈 복각 언제인가요 저 정권지르기하고있어요. 제발 연락주세요.)
첫 만남은 화려한 금붕어 낚시였다. 애초에 내 탐라에 이런 호화로운 모델링을 가진 남성은 들어올 수가 없다. 당시에 몸을 담구고 있던 장르의 공식은 돈이없어 8년전에 나온 일러스트를 배경과 폰트만 바꿔가며 굿즈를 내던 회사였다. 이런 말은 그만두고, 아무튼. 첫인상 ‘웃기다.’ 였다. 하지만 이때, 귀에 피가 나도록 들어온 어머니의 말씀을 되새겨야 했을 것을.
“해삼아, 인생은 너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해야해.”
그렇게 웃긴 남자와의 알티로의 만남은 나를 딥스페이스로 이끌었다. (목적이 없으면 누가 아이폰 12mini에 21GB가 넘는 게임을 깔겠는가!) 스토리를 서성대며 당시에는 진운을 만나기 위해 이서언을 앞세워 AKSO보다 더한 과로를 시켰던 것 같다. (그는 현재 코어돼지가 되어 메모리창에서 쉬는 중입니다. 안심하세요. 이자리를 빌려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근데 9월 30일부터 마음고생 하실 것 같더라고요. 수고하세요.)
메인 스토리에서도 기욱은 정말… ‘앙큼하다’. 이 말이 아니고서야 표현할 수 없다. 새침하게 와서 물고기 뽑아주고, 너 가지라고 주니까 그걸 또 받아서 석양으로 사라진다. 폼생폼사 셀럽의 삶이란 이런걸까. 근데 이런 애가 집에서는 흰셔츠에 맨발로 그림이나 그리고 있을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정말… 앙큼하고 엉큼하고 귀엽고 깜찍하다. 아줌마가 겨울되면 수면양말 사주마.
(2024년 9월 기준 공개된) 메인 스토리를 모두 깨고 전투까지 야무지게 클리어 한 나는 격하게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의 대가리도 깨버린다. 이후 가챠에서 우연하게도 얻은 통상 카드를 박박 긁어모아, 그와의 이야기를 적당히 이해할 만큼 둘러본 나는, 소금물에 짭짤하게 절여진 자신의 몸을 보고 엉엉 울어버렸다. 정말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다.
누가 바다에 던져놓고 살고싶으면 사랑하라고 말한 것도 아닌데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메인스토리를 다 보지 못한 아기들이 있을까 싶어 자세하게는 말하지 않겠으나…
어린아이와 약속한 것은 꼭 지켜야한다고 유아 인성 교육 시간에 배운 바 있다. 사소한 약속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아이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게 되기 때문이란다.
“약속이야.” 손가락을 꼭 걸고 주인공이 약속을 했단다. 헤어지지 말자고. 늘 함께하자고. (제법 날조된 기억입니다.) 가장 순수한 나이의 두 아이가 평생을 걸고 한 약속이란다. 자의든 타의든 주인공은 몇번이나 기욱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몇 십 년, 몇 백 년이 지났는데도 기욱은 계속해서 약속을 지켜왔다. 물론 갈수록 성격이 더러워새침해지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아직 그가 BABY라는 증거일 것이다. (헌터 여러분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그와의 약속을 지키세요. 영원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조석의 장에서 나는 무너진다. (제발 봐주세요. 이거 정말 아름답거든요…) 정말 처참하게 무너져서 건설기술교육원에서 자연재해로 무너진 건물 자료화면으로 쓸 수도 있겠다. 월요일 새벽 2시 반. 아직도 잊지 않는다, 가루밖에 안남은 마음을 한 줌 쥐어들고 카페(홈)으로 돌아온다… 카페에는 당연하게도 기욱이가 기다리고 있다. 이자식은 또 기다린다. 영원히 기다리겠지 바다가 다 말라버려도… 그냥 창세기를 재현해서 평생 바다가 마를 일 없게 만들어주겠다. 아줌마가 해주마.
제정신의 반 이상을 놓아버리고, 우리 기욱이 손이나 잡아보자고 터치한 화면에서, 기욱이 말한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게 꽉 잡고 있어.”
나이에 맞지 않게 제법 추하게 울었다. 실제로도 울고 X(구 트위터)에서도 처절한 트윗을 남기며 아무도 없는 타임라인에서 그의 이름을 반복 트윗했다. 이자식은 또 주인공의 주변을 헤엄치겠지. 오늘도 내일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 나는 너와의 사랑을 기억한다고 물을 가르며 언젠가 함께 보았던 하늘을 그릴 것이다.
기욱아… 아무튼 사랑한다. 문장이 추잡하고 뚱뚱하지만 이 마음은 진심이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
인형뽑기하러 가는데 가운에 토끼 머리띠를 쓰면 나의 사회적 위신이 실시간으로 하락하니 주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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