럽딥 2차 창작

휴가

그녀는 폐관수련과 계속되는 야근에 지쳐있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볼 시간도 없었다. 가끔 보내는 메시지와 음성 전화가 전부였다. 메피스토도 바빠보였다. 메피스토는 그녀의 위치만 확인하고는 바쁘게 어디론가로 날아갔다. 그렇게 서로 간단한 안부만 확인하는 날이 계속되고 그리움만 쌓여갔고, 그녀는 다가오는 휴가에는 그와 보내고 싶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니면 그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어느날 퇴근길에 그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메시지 보내면 되잖아."

그녀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녀는 그동안의 일상 때문에 지쳐있었을 뿐, 그가 반갑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보고싶어서."

그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녀는 편하게 미소지었다.

"얼굴 봤으니까 갈게."

그는 그녀가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녀는 그를 붙잡았다.

"그렇게 금방 가면 안되지.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두사람은 저녁을 먹으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하다가 그가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일부터는 며칠 쉬니까 여행가자."

"여행? 목적지는 어딘데?"

"가보면 알아."

"이상한 곳 데려가는 거 아니지?"

그녀의 말에 그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와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설렜다. 다음날 아침, 그는 그녀의 짐을 트렁크에 실었다.

"사흘동안 우리 둘이서만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거야?"

"싫어?"

"무인도로 가는 건 아니지?"

"무인도로 가는 거면 차에 짐을 싣고 있지 않겠지."

그녀의 말에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트렁크를 닫고 뒷자리의 문을 열었다. 그녀는 차에 탔고 그도 그녀의 옆에 탔다. 그가 고용한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는 계속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잡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이런 습관이 싫지 않았다. 그녀는 그동안 피곤했는지 그녀도 모르게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검은색 이층집을 발견했다. 바닷가에 있는 집이었다.

"왜 이런 곳에 집을 지었어?"

"이런 곳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니까."

그가 그녀를 보더니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는 평화롭고 조용한 곳이니까 유랑체는 아마 없을 거야."

그는 이런 걸 오랫동안 바래왔던 것 같았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단조롭고 깨끗한 내부가 마음에 들었다.

"사흘 정도만 있으면 짧을 것 같지?"

그가 마치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하는 듯 말했다.

"나중에 또 오면 되지."

그녀의 말에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낮에 안자?"

"모처럼 너랑 단둘이 있게 됐는데 너한테 맞춰야지."

그가 다정하게 말했다. 그는 피곤해보이지는 않았다. 웃고 있지도 않았지만 즐거워보이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뭐할 건데?"

"그냥 같이 밥먹고 산책하고. 왜? 특별한 거 해야 돼?"

그녀의 물음에 그가 되물었다. 그녀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은 없었고 그와 편히 쉬고 싶었다. 그도 그 마음을 아는 것 같았다. 그녀와 그는 짐 정리를 하고 쉬었다. 그들은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그의 차고에 있던 낡아보이지만 화려하게 생긴 붉은 오토바이를 타고 드라이브를 했다. 그곳은 인적이 드문 지역이었고 가게들은 멀찍히 떨어져 있었다.

돌아와서는 같이 영화를 봤다. 그녀는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이 무서워서 그의 손을 꽉 잡고 봤다. 평소 유랑체를 거침없이 해치우는 그녀이지만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공감이 되어 더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영화를 그만 보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저런 괴물이라면, 나도 무서워할 거야?"

영화가 끝난 뒤, 그가 진지하게 물었다.

"아니,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무서워하지 않을 거야. 넌 날 해치지 않을 거잖아."

"그래."

그는 안심한 듯 살며시 미소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날 밤, 그들은 서로의 젖은 머리를 말려주었다. 그는 그의 큰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털면서 세심하게 말려주었다. 그녀가 그의 머리를 말려줄 차례가 되자, 그녀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장난치지마."

그가 언짢은 듯 말했다. 그는 그녀의 손에 있던 헤어 드라이어를 조심스럽게 가져가서 스스로 머리를 말렸다. 기분이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그들은 옥상으로 별을 보러 갔다. 그들은 흔들그네에 앉아 손을 꼭 잡은 채 하늘을 작게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았다.

"임천시는 별이 잘 보이지 않아서 여기서 같이 보고싶었어."

그가 말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는 그동안의 일상과 장시간 이동에 지친 건지 어느새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그는 피식 웃더니 그녀를 들고 내려가서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잘자."

다음날, 그녀는 전날의 그의 속삭임 덕인지 그녀는 꿈도 꾸지 않고 상쾌한 느낌으로 기분 좋게 일어났다. 그는 부엌에서 아침식사를 차리고 있었다.

"일어났어?"

"이런 건 같이 해야지."

그녀가 말했다.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점심때 같이 하면 되지."

그의 말에 그녀는 그의 허리를 안았다.

"이러니까 꼭 결혼한 것 같아."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남편."

그녀가 그의 반응을 보더니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반 정도는 놀리듯 속삭였다.

"그렇게 부를 거야?"

그가 약간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호칭이 낯설지만 싫지는 않은 것 같았다.

"오늘은 그렇게 부를래."

"마음대로 해."

그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 아침을 먹은 뒤, 그는 부엌에서 파인애플을 자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옆에 있으면 집중이 안된다고 하면서 소파에 앉아 있게 했다. 그는 파인애플이 담긴 접시를 들고 왔다.

"신 맛이 강해."

"파인애플이니까 당연한 거 아냐?"

그녀의 물음에 그는 피식 웃었다.

"먹여주면 단 맛이 날 것 같은데."

그의 반쯤 농담인 것 같은 말에 그녀는 부끄러웠지만 그의 눈빛을 보니 그녀가 먹여주길 원하는 것 같아서 재빨리 포크로 작은 한 조각을 집어 그의 입에 넣어준 뒤 던지듯 그의 손에 포크를 쥐어주었다.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먹어."

"맛있네."

그가 살며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더 부끄러워졌다. 그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보였다.

"산책가자."

그가 말했다. 그녀는 그와 바닷가의 냄새를 맡으며 걸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

그녀가 장난스레 그를 불렀다.

"응."

"잘 받아주네."

"오늘은 그렇게 부른다며."

"내일도 그렇게 부를까?"

"마음대로 해."

"나중에 진짜로 결혼하면 그렇게 부를게."

그러자 그는 피식 웃더니 반쯤은 농담하듯 말했다.

"프러포즈를 빨리 해야겠네."

그 말에 그녀는 배시시 웃었다.

"싫다고 안하네."

"싫다고 말하길 바래?"

"아니."

그녀의 장난스런 물음에 그가 진지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갑자기 생각에 잠긴 뒤, 힘없이 말했다.

"내가 그냥 평범한 임천시의 시민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런 말 금지."

그러자 그녀가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말했다. 그는 피식 웃었다.

"하긴, 그랬다면 만날 수 없었겠지."

그의 말에 그녀는 그를 위로하듯 손을 잡았다.

"앞으로 그런 말 하지마."

"알았어. 주인님. 아니, 여보."

"여보?"

"너도 남편이라고 불렀잖아. 안돼?"

"아니, 낯설어서."

"그러면 자주 불러줄게."

그녀의 말에 그가 반쯤 장난이 섞인 것처럼 말했다. 둘은 그렇게 걷다가 갑자기 그녀가 멈춰서더니 말했다.

"업어줘."

그녀가 그의 등을 보며 장난스레 말하자, 그는 피식 웃더니 그녀를 업어주었다. 그녀는 그의 등의 온기를 느끼며 별장 문앞까지 갔다.

오후에 그들은 드라이브를 하고 근처에 있는 골동품 가게를 갔다. 그가 음반 쪽을 보고 있는 동안, 그녀는 다른 쪽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비를 쫓는 고양이가 그려진 머그컵을 바라보았다.

"이거 갖고 싶어?"

어느새 그녀의 옆에 선 그가 물었다.

"아니, 괜찮아."

"모처럼 왔는데 사줄게."

그녀의 대답에 그가 컵을 집어들며 말했다.

"고마워."

그녀의 말에 그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가게를 나오면서 그녀는 목에 흉터가 있고 문신이 어깨에서 손목까지 이어져 있는 중년 남자 점원이 어딘가 의심스러워서 그에게 물었다.

"여기 그냥 평범한 골동품 가게 맞는 거지? 알고보니 무기가 숨겨져 있다거나 그런 거 아니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그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냥 고양이한테 밥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야."

그가 눈짓으로 가게 옆에 고양이 밥그릇들이 놓여져 있는 걸 가리키며 말했다. 그날 저녁, 그는 전날 밤에 별을 그녀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게 아쉬웠던 듯 그녀에게 말했다.

"별 보러 가자."

"또?"

"어제 잠들었잖아."

"미안, 너무 피곤했어."

"이번에는 밖에서 보자."

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멀지 않은 언덕으로 갔다.

그날 밤, 그녀는 그의 옆에 누웠다.

"잘자."

"손 잡아줘. 잡아주면 잘 잘 수 있을 것 같아."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미소지으면서 그의 손을 잡았다.

"잘자."

그가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하고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그런 그를 보며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눈을 떴다. 그는 아직 깊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날카로운 콧날을 손끝으로 건드렸다. 그는 잠결에 뒤척이듯 고개를 그녀쪽으로 돌렸다. 그녀가 한참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그의 턱을 조금씩 건드리기 시작하자, 그가 그녀의 손을 잡더니, 눈을 떴다.

"아침부터 무슨 장난을 치려고."

그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잘생겨서."

그녀의 말에 그는 피식 웃었다.

"잘잤어?"

"응. 너는?"

"덕분에 잘잤어."

그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녀는 전날에는 같이 하지 못했던 아침식사 준비를 그와 같이 했다. 그는 그녀의 도움없이 혼자 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그와 같이 요리하고 싶은 마음을 알고 들어주었다. 그렇게 둘은 즐겁게 아침식사를 하고 전날처럼 산책을 했다. 단둘이 그렇게 소소하고 평범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날 오후, 그들은 짧은 그들만의 휴가를 끝내고 임천시로 돌아왔다. 그녀는 그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는 그녀의 집 문앞에서 무언가 아쉬운 듯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미소지으며 그를 끌어안았다.

"덕분에 즐거웠어. 다음에 또 이렇게 같이 보내자."

그녀의 말에 그가 살며시 미소짓더니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래, 한동안 계속 생각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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