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스 현환물. 1화
리에스 아네는 흔히 말하는 불쌍한 아이여서 선정인이 있어도 그것보다는 그녀의 사정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자신은 별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동정이라도 반기었다.
13살, 어리다면 어린나이지만 그에게는 살아온 시간의 전부동안 친모의 극심한 학대와 애정의 결핍에 시달려 여간 죽을 맛이던 것이 아니었느데 동정이라도 받아야 부족하던 애정이 사막에서 사경을 해메는 이에게 물 한모금 주는 것과 같이 충족이 되었다.
친모에게서 벗어나 보육원에 가서도 안심이라 할 수 없었다.
리에스 아네, 부가명으로 아네를 사용한다는 것은 고아라는 것을 당당히 밝히고 있는 것이었으며 본가명도 없는 것은 꽤나 별종같은 이름이었다.
이때쯤이면 자신도 피아킨트성에서 황제로 살던 삶이 꿈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리란트의 작명법을 생각했을 제 입궁할 때 리에스라는 이름을 숨긴 것은 다행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역사에는 가명으로 기억되었으나 그렇게 위대한 일을 한 왕도 아니었으며 초상화의 모습이 아름다웠다던가 그런 이야기로만 돌았다. 바일이나 리리아노 폐하, 로니카나 사냐 전부 환생을 했을까 리에스는 궁금했다. 본가명과 부가명도 같을지 궁금했다.
리에스의 몸은 동년배들보다도 훨씬 작아서 보육원에서도 리에스의 옷들은 저학년들의 것과 섞이면 섞이었지 동년배의 것들과 섞이지는 않았다. 리에스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리에스는 원체 아이들을 싫어하였으나 이번에는 아이들이 더욱이 싫어졌다.
이 세상에서는 고아들은 제가 고아라고 이름- 부가명에서부터 낙인처럼 찍혀있어 티를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리에스처럼 매력 200에 빛나는 아름다움이라던가 선정인을 갖고 있어 눈에 띄는 외모를 갖고 있으면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고아인 것이 놀림거리가 되는 것은 예전부터 알았다. 그러나 리에스는 지금이 더욱 심하다고 느끼었다. 그의 뇌 속에는. 처음 피아킨트 성에 왔을 때 자신에 대해 수근거리던 그 느낌을 처음 받았을때와 같다고, 그 뿐이라고 처리를 했으나 아이들은 체면치례를 하는 귀족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괴롭힘은 참 유치하고 악의적이었다. 화장실을 못 가게 한다던가, 물건을 버린다던가, 책상에 욕설을 써놓는다던가. 그런 유치함이 모여 커다란 악의로 느껴질 때에 리에스는 주먹을 다르르 떨었다. 우유팩이 리에스의 머리에 떨어졌다. 하얀머리에 상한 우유의 쿰쿰한 냄새와 몇 달 묵었는지 모를 덩어리가 툭 떨어졌다. 입궁을 할 제 본명이 아닌 가명을 쓰고 황제로서도 가명으로 살았던 것을 후회하였다. 그럴 리 없겠으나 자신이 황제였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이들의 태도가 바뀌리라. 이런 류의 사람들은 그런 생물이니깐.
이번 생에서는 선정인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살면서 가진 사람 둘 셋 정도는 보게되는 그런 거, 출산률이 올라가며 선정인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의 수도 늘어났다. 정치인 중에 선정인을 지닌 이들이 은근히 있었다. 그들은 리에스와 다르게 당당히 이마를 까고 자신의 선정인을 드러내며 몇백년 전에 태어났다면 자신이 황제였다며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는 그들을 무시하고 갈 길을 갔다.
“리에스, 또 애들이 괴롭혔니?”
“…아뇨.”
방긋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머리에 우유를 끼얹고 옷에 발길질 자국 잔뜩 난 채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정을 하였을 때에 일어날 일이 귀찮았다고 할 수가 있었다. 리에스는 욕실에서 몸을 간단히 씻어내고 옷을 세탁실에 두었다. 그리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이제는 어른이 되는 나이도 달라졌다. 예전이라면 어른이 되기까지 몇 달과 1년만 기다리면 되었건만, 20세가 되는 어른이되니- 적어도 15세가 빨리 되어 성별을 택하고 싶었다. 이미 전에 여성을 택하고 그 후로 오래 여자로 살아온 그는 자신의 현재 성별- 아무 것도 아닌 상태에 심한 불일치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만이라도 해결이 되면 그나마 숨이 트일 거 같다는 생각이었다. 빨리 15살이 되어 성별을 정하고 싶었다.
성별 불일치감을 어떤 세상에서는 큰 병으로 여길는지 모르나 여기서는 15살이 되기 전에 느끼는 자신의 성이 이미 정해져있다고 느끼는 불일치감은 별 거 아니라고 치부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차피 15살만 지나면 자연히 성을 신체적으로도 선택하게 되고 그때에 불일치감은 사라진다. 그리하여 이러한 불쾌감은 리에스는 남에게 따로 설명을 할 길이 없었다. 그것도 이제 13살이니 일년하고도 몇 달만 버티면 된다는 소리들을 해대었으니.
리에스는 보육원에서도 괴롭힘이었다. 성폭행, 신체적인 폭행은 기본이었으며 잘때에 침대에 물을 부어두어 수치심을 준다던가 하는 일도 잦았다. 그러니 어디서든 안심할 수 없고 잠을 잘 때에도 가시를 잔뜩 세우고 몸을 웅크린 고슴도치와도 같았다. 잠에 들지도 못하였다. 작은 소리 하나하나 전부 커다래서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고 신경이 사나웠다. 이것이 황제일 적과 달라진 것은 없었으나 그때에는 의지할 사람이 있었고 화풀이를 할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때에 모두 신경이 날카롭게 세워져있어 어떠한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자신과 그리 다르지 않은 존재임을 알면서도 공포를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깨어있지도 잠들지도 못한채 수많은 밤을 보내었다.
뉴스에는 피아킨트 성에서 유물이 하나 더 발견이 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엇다. 보육원의 식판에 얹어지는 식사는 형편없는 것을 넘어 작은 벌레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한순간에 황제에서 한 가정의 감정쓰레기통- 샌드백으로 전락하고 구조 되어서도 이러한 과거 평민이던 시절보다도 못한 삶을 사는 것이 그렇게 지치지 않을 수 없었다. 평범한 아이 주제에 황제같은 삶을 바라는 것이 이상한 것임을 알지만,… 이미 경험을 한 입장에서 떨어질때의 낙차는 정말로 커다랬다.
────୨ৎ────
피아킨트 왕성에 발견된 유물 중에는 6대 황제의 물건이 많았다. 그의 정체는 꽤 베일에 싸여있었다. 출신지도 부모에 관한 것— 그에 대한 것 그자체, 전부 신비로울 정도로 베일에 싸여있을 정도로 정보가 적고 재위기간 내에도 특별히 큰 업적남기는 것 없어서 역사교과서에서는 즉위와 사망의 연표 외에는 비중이 없었다. 아주 심화로 갈 때에야 몇 정책들이 가끔 나오는 정도.
그의 일기장을 발견하였을 제, 그의 14살 적의 물건들을 보았을 제에는 뉴스가 가볍게 술렁였다. 아무리 인지도가 없더라도 그는 가끔 가장 아름다웠다고 언급이 방송에서 종종 되기도 하고 역사가들에게서는 진정 큰 일이 되었을 뻔한 사건들을 막은 진정한 대황제라고 말이 나오던 황제였다.
그의 어릴 적 황제가 되기위해 받은 교육이라던가 입던 옷이 TV에 소개 되었을 제 리에스는 수저를 떨어트렸다. 본명에 대해 언급한 일기장까지 발견이 되었고 복원에 들어가고 있다고 할 때에는 정신이 아찔하였다. 실제 환생- 유명인이나 위인의 이름을 따르는 경우는 거의 나오지가 않는다. 이름을 그리 짓는 것이 좋지 않다고 꺼리니깐. 그렇게 아무 뜻도 없이 키도드를 쾅 친 거와 같은 꼴로 이름을 짓다보니 과거의 인물과 이름이 같다면 그 인물의 환생이라 여기었다.
자신의 이름, 환생이 밝혀지기를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자신도 자신의 속내를 몰랐다. 그러나 유명해지기도 싫고 평범하게 살고싶다는 마음과 이번 생에도 저번 생만큼 누리고 싶다는 마음이 교차했다. 사람 마음이 그러하였다. 불안하였다. 두근거린다. 아니, 그래…. 양가감정. 여러 감정이 뒤섞여있다. 하나하나 추충하여 설명하기 어렵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었다.
“리에스, 야! 패스.”
“여기야, 여기.”
아하하-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실을 채운다. 한 학생의 물건을 갖고 자기들낄기 계속 돌리고 던지며 논다. 리에스에게는 나름 중요한 기말 발표회 과제물이다 놀린다는 것을 알아도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과제물을 잡으러 다니며 진을 뺄 수 밖에 없었다.
“에잇.”
아이중 하나가 아예 비내리는 창밖으로 종이 뭉치를 던져버렸다. 리에스는 다급히 층을 내려가는데 타격음과 함께 계단에서 밀려 넘어져 굴러 떨어졌다. 머리에서 삐- 소리가 들리고 열감이 느껴진다.
“아하하하하-, 개 미친.”
“아 뭐래~.”
리에스는 움찔거렸다. 머리가 찢어져서 피가 흐르는데 기절 하지는 못하였다. 초등학교를 이제 졸업할 나이인 것은 같았으나 리에스와 그들은 거의 20cm의 신장차이가 났다. 리에스가 작은 쪽이었다. 당연히 힘 없이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학교에서도 고아는 도와주지 않았다. 학교 한견에는 리란트 황제 동상이 하나 있다. 관리가 안되에 이제는 흉물이 다 되어 괴담의 원천이 된 것 및에 음각으로 사이가 좋은 우리 학교 적혀있는 것이 보기에 퍽 웃겼다. 비는 세차게 내리고 바람에 종이는 멀리도 날아가서 그걸 줍느라 몸은 심하게 젖었다. 그걸 주모한 학생들은 보면서 웃기다는 듯 깔깔대고 있었다. 리에스는 울지 않았다. 내면에는 다 큰 성인 여성이- 황제가 있을 뿐이 아니라 자신의 자존심이 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에서 피가 나는 것은 어느새 멎어 그의 새하얀 머리에 진한 적색의 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종이를 다 줍고 다시 출력을 하고나니 점심시간은 이미 지난 때였다.리에스는 옷을 털었다. 옷은 여전히 졸딱 젖은 채로 교실로 들어가도 교사도 그녀를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편했다. 추워서인지 기침이 계속 나왔다.
“야, 개시끄러워-”
“존나 방해야, 고아새꺄.”
뒤에서 리에스의 의자를 툭툭 찼다. 신경에 거슬렸다. 열이 오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엎드릴 수는 없었다. 교과서가 젖을 뿐이 아니라 그것으로 그들이 또 얼마나 괴롭히고 귀찮게 굴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교를 하는 길에도 몸의 열감은 사라지지가 않았다. 학교에서 보육원까지의 거리는 꽤 있는 편인데 용돈은 아주 적어서 늘 그 먼 거리를 걸어다녀야만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핑 도는 느낌과 함께 사람이 많은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릴 때였다. 그때에, 몇 걸음만 더 가면 되는 때에 의식이 끊겼다.
눈을 뜬 곳은 병원이었다. 커텐이 쳐져서 응급실에서도 작은 방을 만들고 수액이 혈관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보육원 보육 교사 중 신경질이 강한 교사 중 하나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내려묶은 머리카락은 그의 성격처럼 삐죽삐죽 여기저기 튀어나와있었고 그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신경질적이었다.
“죄, 죄송해요…!”
“내가 뭐 학대하기라도 했어? 어?!”
그 말을 시작으로 다른 애들은 잘 하는 멀쩡히 학교 다니기를 왜 너는 못하냐는 타박과 함께 폭행이다 뺨이 아팠다. 그러나 제 전생의 친모보다야 나은 것이다. 그는 그렇게 영혼을 잠시 분리해두고 있었다. 그러면 모든 것이 빨리 끝났다.의사가 커튼을 열때야 보육교사는 그의 머리채에서 손을 놓았다. 의사는 얼굴을 찌푸렸다가 영양실조에 감기몸살로 쓰러진 것 뿐이라는 말만 하고서는 수액을 다 맞고 돌아가면 된다는 말이었다.
원에 돌아가서 보자고 하는 말이 무엇보다도 무서웠다 자신은 여전히 축축한 옷을 입고 있었다. 이불을 덮고 있어서 나았으나 여전히 불편하였다.
보육원에 돌아가서는 당연하게도 폭행이었다. 가끔 보육교사중 매우 폭력적인 경우가 있었는데, 그의 경우가 그러하였다. 리에스는 전생의 친모에 의해 면역이 있었다. 그저 울고, 빌고, 뉘우치는 척하며 죄송해요. 말하면 되었으니깐. 뺨을 때리고 자살하라고 말하고 그런 말을 들을 때에 잠시 멍하니 전생에 대해 생각을 했다.
타낫세가 알려준 것이 있었다. 때리고 벌주는 것은 윗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보육원에서 후원자들이 올때에는 원아들을 왕자님들이라고 부르면서 벌을 주는 것은 자신은 황제라는 것을까, 웃음이 나올 것을 간신히 참았다.
뉴스에서는 전생의 자신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게속 하고 있었다. 쓰던 이름이 가명인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본명은 알려질까. 언제 알려질까. 원래는 안 알려지기를 바라였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환생 하였음을, 6대 황제였음을.
잔뜩 폭행을 당한 후에 그저 힘없이 늘어져서 벤치에 앉았다. 햇살,… 저 지긋지긋한 햇살… 리란트는 언제나 20도 정도의 온난한 기후를 유지한다. 최근에 교과서에서 본 사계가 있다는 나라가 궁금했다. 그곳에 살면 자신의 신경질적인 기질이 눌러질지, 또는 더욱이 심해질지 궁금하였다.
보육원의 정문을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좋은 일은 아닐 것이이다.
리에스는 우선 건물 안으로 몸을 피하였다. 그 안에는 리에스를 괴롭히는 만만히 보는- 원아들이 같이였으나 그러나 밖에서 성인들의 무서운 꼴을 보는 것보다야 나은 것 같았다.
“리에스, 잠깐…!”
하는 보육교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건물 안으로 사람이 들이닥쳤다. 황실근위대원들이다. 복장은 바뀌었으나 꽤 예식을 차린 모습에 하나같이 훤칠하고 잘생겼다.
“리에스 아네 양, 맞습니까?”
“네, 네에… 맞아요.”
올게 왔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원하지도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싫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상황이다. 리에스는 꼬질한 옷의 끝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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