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스 현환물 2화
“제, 제가 이런 좋은 차를 타도 되는 걸까요…?”
차량이나 그런 것에 대하야 문외한인 그도 그 차량이 국가의 중요인물들을 위한 고급 차량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은 꽤 꼬질한, 좋은 차에 타기에 어울리지 않는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 근위대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동정심이었다. 이 차량도 위의 명령에 따라 리에스가 놀라지 않도록 그나마 매우 평범한- 수수한 것을 끌고 온 것인데 이런 것에 탈 자격도 없다고 느끼고 살아왔다면 얼마나 비참히 살아왔을지.
“물론이지요, 태상황께선 더 좋은 차를 타실 자격이 있습니다.”
그렇게 답을 하고는 리에스를 뒷좌석에 태웠다. 그 곳에는 13살이라는 나이를 매우 어리게 본 듯한 인형이나 담요 등 여러가지 물건이 있었다. 리에스는 이미 괴롭힘과 학대에 어느정도 조련이 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저들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라 그 자리에 굳은 채 아무 것도 안만지고 있을 생각이었다. 안전벨트를 근위대원이 채워주고 인형을 무릎 위에 올려주었다. 이걸 자신이 안고 있어도 되냐는 질문을 할 것을 예상했다는 듯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목적지는 피아킨트 성이었다. 리에스는 자신의 이마의 선정인을 만져보았다. 전생의 그 장면과 현 상황이 겹쳐졌다. 그때에는 록차였는데, 중얼거렸다. 그렇게 도착한 피아킨트 성은 예전과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사람이 그대로 살고있었고 그대로 하인들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저 분이 6대 황제의 환생이라고…? 어디 고아원에서 주워온 애 아니야?”
“그냥 어린 애같은데….”
“6대 황제? 역사 교과서에도 안나오잖아.”
하는 사람들의 수근거리는 소리도 여전히 같았다. 리에스는 조금 주눅이 든 척 하며 사람의 안내를 받으며 걸었다. 리에스가 진정 6대 황제의 환생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나 여러가지 테스트는 복잡했다. 그러나 의심할 수가 없었다. 근위대원들은 그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제에 초상화의 모습과 얼마나 닮았는지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초상화는 미화가 된다. 그러나 초상화의 6대 황제의 아름다움을 다 담지 못한것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환생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아무리 꼬질했어도 초상화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리에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기품이 깃들어 있었다. 이것으 평범히 살아온 고아에게 있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미 그는 자신이 6대 황제였다고 증명을 해낸 것이었다.
“폐하, 현 황제께서….”
“네.”
리에스는 그 폐하라는 호칭이 익숙하여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현 황제는 인상이 좋아보이는 남성이었다. 봉사 활동자들 중에서도 저런 인상을 가진 남자가 많았다. 그는 리에스의 꼬질한 차림새를 신경쓰지 않는 듯이 편하게 말을 하며 웃어주었다.
그에게는 앞으로 왕성에서 생활하게 될 것임과 태상황에 걸맞는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제는 이름도 리에스 리란트 아네로 써야한다고 이것이 이미 더 익숙이었던 그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리에스는 자신이 당하고 있던 것이 학대였음을 두번째 삶의 13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학대에서 살아남은 아동은 후유증을 갖고 살아간다. 리에스는 그 학대의 상처가 아주 곪아 썩은 채 문들어져 전생의 상처는 잘라내야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거기서 나오는 그녀의 후유증 중에 가장 큰 것중 하나가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하지 않는 것이었다. 상처는 조금만 좋은 곳에서 사랑받으며 지낸다고 마법처럼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묘사를 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정말 사랑만 받으며 자란 것이거나 또는 학대자의 축에 있을 것일것이다.
리에스는 이미 한 번 삶을 살았으나 또다시 아이의 입장에서 무력히 폭력을 경험하였다. 그것이 그녀의 정서에 나름 영향을 끼쳤다. 노년이라고 트라우마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저번 삶에서는 그 친모에게서 받은 상처가 그저 방치되었으나 이번 생에서는 달랐다. 리에스가 어느정도 환생 전의 기억도 가지고 있다고 가정을 하고 있는 궁궐 사람들 덕에 정신과 의사에게 정식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처방받을 알약을 삼키었다. 바로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으나 검사 결과에 정신상태가 영 좋지 않게 나왔기에 리에스는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하였다.
‘리에스 리란트 아네‘ 적힌 이름이 그동안 그리웠다. 고아들은 본가명을 출신지로 쓰고 신께 바쳐진 아이라는 뜻으로 부가명을 아네를 쓴다. 리에스의 이름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리란트를 본가명과 부가명 사이에- 계승자만의- 한 때 황제에 있었던 리에스가 이제 되찾은 특권이었다. 첫째 삶에서는 고향에 대한 혐오로, 둘째 삶에서는 출신지의 불분명함으로 본가명이 없었던 그의 이름에서 리란트는 꼭 본가명과도 같아서 볼때에 웃음이 나왔다.
방은 전생에, 총애자라고 불리며 또 다른 선정인을 가진 자와 경쟁을 하던 때에 쓰던 방을 그대로 썼다. 원래 다른 물건을 더 찾는다던가 조사에 들어가지 않는가 궁금했으나 아무래도 좋았다. 침대는 고아원의 스프링이 튀어나오고 스폰지가 다 죽어버린 형편없는 매트리스와 다르게 매우 푹신하고 좋았다. 그때… 그때, 전생에도 비슷한 감상을 품었었지. 생각하며 꼬질꼬질한게 태상황보다 정말 길에서 주워온 고아같은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였다. 이 방에는 모든 것이 잠들었다가 깨어난 듯하다.
“옷은 내일부터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네….”
“태상황께선 저희에게 존대를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전 이게 더 편한걸요.”
시종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6대 황제가 자신이 황제인 이상 자신을 모시는 일을 하는 시종도 돌고돌아 자신이 그들을 모시는 일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한 15살, 어린 황제가 한 말이 일테면 명언과도 같이 유명하였다. 그렇게 거지에게도 깍듯한 존댓말을 썻다고 하던 일화가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가르칠 때의 흔히 나오는 말 중 하나였기에 시종들도 그 이야기를 들었고 바로 납득을 할 수 있었다.
리에스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원체 불안이 많아 잠을 못드는 성질이다. 차에서 근위대원 중 하나가 무릎에 올려주었던 인형이 방에 고대로 있었다. 아마 아예 같은 것은 아닌 똑같은 제품이 하나씩 더 있는 것일테다. 리에스는 그것을 안았을 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꿈을 꾸었다. 14살 그 날, 사냐와 함께 놀았던 어릴 적의 꿈을- 바일이 궁 여기저기를 소개해주었던 꿈을. 그러나 그들은 이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찾을 확률이 희박할 것이다. “폐하….” 잠꼬대로 중얼거렸다. 리리아노 폐하가 궁금하였다. 환생하셨을까, 아니면….
잠에서 깨어났을 떄에는 배게가 약간 젖어있었다. 시종들이 깨우려고 들어오기 전의 시간이었다. 눈을 비비고 배게를 반대로 뒤집어 엎어놓고 밖을 보았다. 어릴 때보다 하늘이 조금 더 흐려진 거 같았다. 그래도 날은 아름다웠다. 깨우러온 시종들은 갈아 입을 옷을 들고 있었다. 리에스는 간단히 씻은 후에 옷을 갈아입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탁에는 호화로운 만찬이- 아침으로 먹기에는 조금 버겁게 차려져 있었다. 예전부터 이런 것이 싫었다. 리에스는 식기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식사를 하였다. 식사르르 하다보니 문득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었다. 음식을 삼키고서는 입을 열었다.
“저, 학교는….”
“원래 학교로 다니시고 싶다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만, 중학교 입학 전까지는 성 안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걸로 좋았다. 원래 학교에는 좋은 기억이 없었으니. 태상황이라고 깍듯하게 존대를 하기는 커녕 어른들 눈에 안띄게 조롱일 것이 분명일거라는 생각이었고 안 가도 된다는 생각에 숨이 조금 쉬어지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도서실로 향했다. 모제라를 만난 곳.
별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그 시절 신경질적 성질을 겨우 숨기던 그 때에 자신이 읽던 책이 아닌 더 어려운 책을 멋대로 권한다고 첫 인상이 나쁘게 시작였으나 얼마 안 되어 인상이 다시 나아졌다. 그러나 얼마 안되는 기간동안 다른 관계에 더욱 열중이었던 그는 그와 관계를 깊이 쌓질 못하였다.
리에스는 안에서 펜을 돌리었다. 문제는 쉬웠다. 할만했다. 시간이 지나면 차례차례 교사가 들어왔는데 개개인의 실력도 출중하였다.
“태상황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과목은 무엇인지요.”
“역사요.”
“그렇다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무엇이죠?”
“…같이, 역사에요.”
“왜 그렇습니까?”
“사람들의 위대한 업적을 보면 기뻐져요. 발전이 기뻐요. 그러나- 전쟁, 재해, 무능한 통치자들의 이야기… 이런 것에 마음이 아파요.”
현재는 자신은 어린아이이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표현을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태상황다운 답이기도 했다. 그는 이해한다는 듯 아아-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고.
“폐하, 어려운 과목이 무엇입니까?”
“수학이에요.”
아까 역사에 대한 말은 수첩에 끼적이지도 않더니 이번 말은 수첩에 적어내려갔다. 혹시 서로 생각하던 것이 달랐던 것일까. 약간 민망하였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태상황 폐하라고 불리는 호칭이 익숙해 질 쯤이었다. 입에 있던 유치가 전부 빠졌고 백의 달을 새로 앞두고 있었다. 다른 나라는 백의 달에는 하늘에서 비가 얼어서 하얗게 내려 세상이 정말 백색이 된다고 과학교사가 하던 말이 있었다.
리에스는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를 입었다. 원래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1학년들은 바지를 입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14살때 정도가 되면 리에스 처럼 성별이 정신적으로 고정 된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미 여자로 선택을 한 경우가 있었다. 무엇보다 요즘 때에는 여성이 작아서 섬세한 작업을 하는 일이 많은 요즘에 더 어울린다는 이유로 여성으로 가볍게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별이 여성으로 전생에 태어날 때부터 정신적으로 결정된 감이 있었던 리에스는 겨우 그런 이유로 성별을 정해도 되는거냐고 경악을 할 거 같은 기분이었다.
“폐하, 이번에 갈 중학교에서 신분을 공식적으로 숨기겠지만은 폐하께서 태상황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알고 있어요”
리에스 리란트 아네, 그 리란트를 쓰고 있는 것에서도 이미 최소한 직계나 계승자라는 것이라는 티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는 전 황제, 태상황- 가게 되는 곳은 흔히 말하는 명문 중학교이다. 유명 기업의 자식들이 다닌다는 심심풀이로 본 순정만화에서 흔히 나오던 설정이었다.
하인이 삐뚤어진 리본을 고쳐 메어주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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