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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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음주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기분이 좋은 일이 있어 저녁 후 가볍게 술잔을 기울였다. 간단하게 만든 과일 안주와 한 모금, 두 모금 마시고 나니 어느새 술 기운이 멍한 표정이 되었다. 물론, 리암 혼자만.

플로라는 체질 탓인지 주량이 낮은 편은 아니었다. 평소와는 다른 멍해 보이는 눈에 앞에 놓인 과일을 하나 콕 찍어 입 앞에 대어주자 얌전히 받아 먹는 리암이 오늘 따라 귀엽다며 작게 웃었다. 플로라가 웃는  모습을 바라보던 리암은 열심히 오물 거리며 과일을 삼키고서 플로라의 옆으로 가 앉았다.

"취했어요?"

".... 아니."

"취한 것 같은데."

"아니야."

부러 명확하게 말하려는 목소리에 새어 나오는 웃음을 삼켰다. 한참을 말 없이 바라보는 리암을 보며 플로라는 고개를 기울였다. 왜 그러냐는 듯 눈빛을 보내도 묵묵부답인 제 연인을 향해 손을 뻗어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평소에 자신이 그러는 것 마냥 손에 뺨을 부비는 행동에 눈꼬리를 휘어 미소 지었다. 두 사람 다 생각보다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어서 둘만 있는 곳이 아닌 이상은 애정 표현을 하는 것이 드물기도 하고, 과하게 표현하지 않는 편이기도 했다. 세상의 그 무엇을 바라보게 되더라도 이 만큼 따스함을 품을 수는 없으리라. 온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리암을 바라보던 플로라는 과일을 하나 더 집어 그의 입가에 대 주었다. 붉게 잘 익은 체리를 오물 거리며 받아먹는 입술은 평소보다 붉은 것만 같았다. 시선을 뺏긴 것 마냥 한 참을 바라보는 플로라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마주하던 리암은 옅게 미소 지었다.

"왜?"

"...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리암, 그거 알아요? 체리 꼭지를 입에 넣고 리본을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평소에 잘 웃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가끔 보이는 옅은 미소에도 심장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주한 시선을 슬몃 피하다가도 다시금 마주해가며 따라 배시시 웃던 플로라는 다가온 리암의 얼굴에 눈만 깜빡였다. 술에 취한 기운이 여파가 남은 듯 나른해진 목소리는 작은 소리임에도 귓가에 각인되는 것 마냥 들렸다.

"응. 들었어."

"...리암도 가능해요?"

"궁금해?"

안대를 풀어내자 드러난 연보라 빛의 두 눈은 제 눈 앞의 순백을 머금은 연인을 갈망하듯 시선을 고정했다. 무르익는 열기에 입술만 달싹 거리던 플로라가 느릿하게 고개를 주억거리자 리암은 답지 않게 작게 소리 내어 웃고서 그대로 고개를 숙여  말캉한 입술을 포개었다. 잘 익은 과일을 탐하는 것 처럼 살살 입술을 부비다 핥아내자 자연스럽게 리암의 목에 팔을 두른 플로라가 눈을 내려 감는 것을 신호로, 리암은 부드러운 손길로 플로라의 턱을 살짝 눌러 입술을 벌어지게 하고 도톰한 입술에 흔적을 새기듯 잘근 물어 대다 고른 치열을 따라 흝어 내듯 혀를 밀어 넣어 숨을 섞었다. 점막이 마찰 하며 내는 질척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슬 숨이 버거워 질 때 즈음 떨어진 입술은 반들거렸고 달뜬 숨을 고르게 만들기 위한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공간을 채웠다.

"어때?"

"... 잘, 모르겠는데요."

예상 외의 대답이었을까, 소리 내며 웃음을 터트린 리암은 그래? 하고 되묻고 플로라를 안아 들고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리암의 이름을 연신 부르는 것을 안 들리는 양 못 들은 척 넘기며 플로라의 침실로 향해 푹신한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제 연인을 눕히고서 청량함을 머금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마주 바라보다 제 연인의 뺨에 가볍게 입 맞췄다.

"몰라도 괜찮아. 밤은 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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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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