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learnt to return

621 + 월터

AC🎲 by 혼전

621과 월터. 스포일러 요소는 없는 듯합니다? 할로윈 맞이로 짧게... 

- 줄거리: 기르는 개의 질문에 핸들러 월터가 답한다. 


그는 기르는 개에게 돌아오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의 개는―참으로 변덕스럽게도―영민하거나, 조심스럽거나, 우직하거나, 호기심이 많다. 그러나 충성심만은 한결같으니 까짓 변덕쯤이야 만회하고도 남았다. 지닌 이빨의 날카로움도 셈에 넣어야겠지. 다른 누군가가 이 녀석을 키우려 들었다면 그 불필요하다 못해 위협적인 예리함에 질겁한 다음, 입마개를 씌우고 목줄을 채우고 사랑과 인내심을 동원해 훈련했겠지. 개가 주인 외의 것들과도 어울릴 수 있도록. 집을 떠나 즐겁게 놀다가 저녁이 되면 돌아올 수 있도록. 어둠에 잠긴 황무지를 헤맬 필요가 없도록…….

 

그러나 그가 머무는 자리는 빛이 부재한 지 오래였다. 그의 개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적을 물어뜯으면 그뿐이므로 장차 흙먼지와 쓰레기로 그득한 땅에 주둥이를 처박고 킁킁대며 주인의 흔적을 쫓을 이유가 없다. 일이 끝나면 정해진 자리로 돌아간다. 보상을 확인한 후 잠든다. 깨어나 먹이를 먹는다. 해야 할 일을 확인한다. 이해하고 있나? 그가 물으면 의욕적으로 호응하거나, 임무의 세부 사항을 되묻거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던진다. 후회하고 있나? 묘한 질문을 하는군.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이해하는 건가? 개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귀에 거슬리는 음색으로 웃었다. AC의 출격 후 정적에 짓눌린 강철의 공동에서 그는 문득 깨달았다.

 

질문이 잘못되었군.

내 불찰이다. 그러니 다시 묻도록 하지.

네가 나의 후회를 이해하려는 건가?

 

새로운 보상과 함께, 그는 제대로 된 질문을 준비했다.

그의 개는 돌아오지 않았다.

 

핸들러.”

 

개의 눈동자는 살아있지만 텅 비었다. 게으르게 깜박이는 그 눈알에서 영혼 비슷한 무언가가 관측된 것은 이른바 ‘해동’을 위해 AC 코어에 약식으로 접속시켰던 때가 전부이다. 지켜본바 이번 녀석은 호기심은커녕 주위 환경에 대한 최소 한도의 주의력조차 미달 수준인 듯했다. 정서 반응 또한 동일 사양의 평균치를 크게 밑돈다. 그런데도 발화의 근원을 짐작할 수 없는 희한한 소리를 주워섬기고는 해서 그는 내심 놀라기 일쑤였다. 예를 들면,

 

“내가 당신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식으로. 향후 계획에 차질을 빚는 변수에 대응하고자 애쓰던 그가 문득 화면 속의―임무 수행을 위해 길을 떠난 개의 생체징후를 설명하는 숫자와 그래프를 노려보게끔 한다.

 

“네가 날 찾는다? 무슨 상황을 가정하는 건가.”

“…….”

 

개에게는……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그의 화법에 협조하지 않는 고약한 버릇이 있었다. 이 은근한 불순종의 와중에도 괘씸하게 두 눈을 반짝이고 있겠지. 한 행성의 미래를 유린하고자 마련한 병기의 조종석에 앉아서는, 불타는 전장이 아닌 평범한 생의 한복판을 산책하는 것처럼.

그는 통신기기가 감지하지 못하도록 한숨을 억눌렀다. 질문에 따른 곤란한 심정을 무마하기 적당한 답안은 차고 넘친다. 질문의 형태를 벗어나 더욱 교묘한 질문을 던져도 좋을 것이다. 주어진 싸움이 아니고서야 무엇에도 진정으로 몰두하지 못하는 투견의 주의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돌리는 것쯤이야 그에게는…….

 

“답을 하자면, 621.”

“음.”

“그런 상황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는다.”

“……허.”

 

주인이 내놓은 답에 불만을 표하는 코웃음이 금속질의 거친 소음에 묻혀 간신히 들려왔다. 그들에게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버거운 상황도 아니다. 그의 마지막 개는 지금껏 길렀던 그 어떤 녀석과도 비견되지 않는 흉악한 놈이다. 앞으로 저지를 짓은 더욱 잔학할지니, ‘그’ 핸들러 월터의 악명에 걸맞아. 그는 어쩐지 유쾌한 기분이 되어 목을 낮게 울리며 웃고 만다.

즉시 후회했지만.

다음 문장은 거짓말처럼 무뚝뚝하게 이어졌다.

 

“내가 먼저 널 찾아낼 테니.”

 

개가 뭔가를 더 지껄이지 못하게끔 그는 통신을 종료해버렸다. 때문에 그 역시 나머지 말은 전달하지 못했다.

그러니 부디, 악령이 되어서라도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기특한 생각은 말도록.

네게는 루비콘에서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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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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