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엘 울리고 싶다

설정 날조 있음 논컾인가 의미불명

백작 부부가 뒤늦게 로이드가 진짜 아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두 분 다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함 마음으로는 수호에게 너무 고마움 고맙고 미안하고 대견하고 평생의 은인이라고도 생각하지만 그래도 진짜 아들이 갱생한 게 아니라 망나니인 채로 사라져버렸다는 울분과 결국은 타인에게 몸을 빼앗기고 죽은 게 아닌가 하는 슬픔이 수호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었음

그런 두 사람의 태도에 수호도 알게 모르게 충격받았음 자기가 여태까지 두 분을 속이고 아들 노릇을 하고 있었으니까 두 분이 배신감을 느끼는 걸 넘어서 아들의 살해자...라고 해도 할 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영지를 살리고 모두를 살리려고 죽어라 노력했는데, 아무리 은인이라도 친아들이 아닌 자는 타인일 뿐인 건가 이성적으로는 쉽게 납득할 수 있어도 겉으로는 쭉 가족으로 지냈던 지라 진실을 알자마자 두 분이 낯설어하니까 수호도 허탈하고 씁쓸했음

그런 수호를 모를 리 없는 백작 부부는 필사적으로 해명하긴 했음 결코 너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게 아니라 그래도 그 아이는 우리의 자식이었다, 너를 그 아이의 대신이 아니라 또 다른 자식으로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대화는 금방 정리되었고 수호는 뭔가 허해진 마음을 달랠 겸 백작 부부께 시간을 드릴 겸 잠시 저택을 나가기로 했음 늘 출장으로 나가있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일이 아니라 놀러나가는 거라 의미가 남달랐음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한국에 살았을 때 못 한 관광이나 실컷 하자며 소환수들과 용용이를 불러모아 의기투합했지만 그 안에 하비엘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음

하비엘은 프론테라의 기사고 영지와 백작 부부를 지키는 게 일순위임 그 동안은 수호가 영지를 위해 일하니까 호위를 위해 계속 붙어있었던 거지 일이 아니면 자신과 함께 있을 이유가 없다고 수호는 생각했음 애초에 자신한테 붙어있었던 것도 백작님의 명령이었으니까

그런 까닭에 수호는 하비엘은 어련히 영지에 남을 거라 여겼고 하던 일을 정리한 후 적당히 짐 챙겨서 꼬밍이 등에 오르는데 계속 옆에 따라다니던 하비엘도 자연스럽게 타려고 하는 거 얜 왜 타지? 당황한 수호가 그를 제지했음

"나 놀러가는 거야 일하러 가는 거 아니니까 따라올 필요 없어."

"일할 때만 동행시키고 놀러갈 때는 놓고 가신다고요?"

사람새끼입니까? 말로는 안 했지만 그런 문장이 느껴지는 얼굴을 평소처럼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수호가 시선을 피했음

"너한텐 진짜 고마운 게 많은데... 나도 마음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거든. 너 있으면 괜히 심경 복잡해질 거 같아서 그래. 휴가라고 생각하고 영지에서 편하게 놀고 먹고 쉬어. 놀러가고 싶으면 휴가비 챙겨서 알아서 놀다 오고."

애써 평소처럼 행동하고는 있지만 사실 두 분께 약간 서운함을 느끼고 있엇던 수호는 하비엘을 데려갈 생각이 전혀 없었음 자기 속마음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대화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하비엘은... 수호보단 백작님 편을 들게 뻔했음 그게 당연해도 막상 들으면 정말 자기 편은 하나도 없다고 확인사살 당하는 거나 다름없어서 차라리 아무도 없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임 서울에서 늘 혼자였던 것처럼

수호가 진지하게 밀어내자 하비엘도 더 매달리지 않고 얌전해졌음 이해했다고 생각한 수호가 다시 꼬밍이 등에 타려는데 이번엔 하비엘이 아예 코트자락을 붙들고 늘어졌음 미끄러져 떨어질뻔한 탓에 뭐하는 짓이냐 화를 내려했으나 하비엘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음

"두고 가지 마세요."

갑자기 하비엘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으니까

미친 누가 보면 내가 생의 마지막 여행이라도 가는 줄 알겠네 너답지 않게 왜 그러냐고 당황한 수호가 달래려고 손을 뻗자 냉큼 손목을 붙든 하비엘이 끅끅거리면서 울음 참는 소리와 함께 힘겹게 말했음

귀찮으시다면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기척도 죽이고 자연환경의 일부인 것처럼 행동할 테니 동행만 하게 해달라고. 두고 가지 말아달라고 손을 덜덜 떨면서 우는데 불쌍해보이기도 하고 매몰차게 거부하기도 힘들어서 수호가 포기했음 어휴 그래 같이 가자 가 하고 하비엘이 잡은 손목을 힘주어 당기니까 힘없이 끌려오는 거 그렇게 손목 잡히고 잡은 채로 둘이 같이 꼬밍이 등에 올랐으면 좋겠음

백작 부부와 수호의 대화를 복도에서 문 너머로 듣고 있던 하비엘은 백작 부부의 반응에 어쩔 수 없다 고개를 끄덕였음 그런 망나니도 자식이라고 품어주었던 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사람이 바뀐 자식이 진짜로 제 친아들이 아님을 알았는데 그렇구나 그럼 이제부터 니가 내 자식이다 하고 넘어갈리 없었음 다정하고 상냥한 분들이니까 그만큼 수호에게 잘해주기 위해서는 진짜 자식에 대한 마음부터 정리해야겠지.

셋의 대화가 끝나고 수호가 저택을 나가서 여행을 다닌다고 할 때 하비엘은 당연히 자신은 동행하는 걸로 여겼음 그건 그냥 당연한 거였음 백작님의 명령 때문이 아니라 원래 같이 다녔으니까? 그리고 위험한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꼭 어디 갈 때마다 문제 생겼으면서 그 때마다 둘이 같이 해결했으니 내심 수호에겐 자신이 필요하다고 여겼음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수호가 너는 여기 남으라면서 밀어내니까 서운한 걸 넘어서 서러워지기까지 했음 평소라면 놀려먹으면서 온갖 핑계를 만들어 옆에 꼭 붙어있을 텐데 충격이 너무 커서 할 말 다 잊어버리고 그저 애처럼 매달리기밖에 못 한 거였음

"어휴 이 형아가 떼어놓고 놀러간다니까 삐졌냐? 삐졌어?"

"안 삐졌다고요."

찬바람 좀 쐬면서 얼굴에 오른 열과 함께 감정도 가라앉으면서 뒤늦게 매우 부끄러워진 하비엘이 필사적으로 시선 피하는데 수호가 끝까지 얼굴 보면서 놀렸으면 좋겠다 물론 수호는 속으로 같이 가줘서 고맙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말 안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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