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레이멜리사] 첫 만남

ⓒ유엘쓰(@Scarlet_Express)

* 본 글은 카렌 씨와 맺은 드관의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첫 만남

ⓒ유엘쓰(@Scarlet_Express)

‘…미인이네.’

 

멜리사 칼렌을 처음 봤을 때, 레이시 스칼렛의 첫인상은 그랬다. 한 눈에 보아도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이 있는 미인이었다. 부드러운 백금발이 달빛을 받아 눈부셨고 겨울 호수를 닮은 눈동자엔 총기가 가득했다. 단순히 외모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녀가 가진 분위기 자체가 그녀를 우아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 같았다.

 

나랑은 안 어울리겠어. 레이시가 솔직하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시와는 모든 것이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레이시는 새까만 긴생머리에 장미보다 못한―본인의 주장이다. 다른 사람들은 장미를 닮았다고 평한다―붉은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는데, 눈매가 올라간 탓에 타인에게 두려움을 자주 사곤 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모여 있다면 멜리사만 도드라져 보일 것이 분명했다. 물론 레이시에겐 상관없는 얘기이기는 했다. 미인이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멜리사는 미인이니까. 되려 저런 미인이 자신과 같이 있어준다는 것 자체가 영광인 일 아닌가? ―부모님이 들었다면 기절초풍할 생각이었다.

 

‘알파드한테 자랑해야지.’

 

미인을 봤다고 자랑하면 뭐라고 하려나. 레이시의 머리가 잠시 알파드 블랙의 반응을 상상하고 진절머리를 쳤다. 알파드라면 자신이 아는 누나가 더 이쁠 거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순혈 파티를 다녀온 알파드가 한동안 자신이 반한 누나에 대해서 얼마나 떠들어댔던가? 레이시에게 그걸 외우라고 하면 망설임없이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레이시는 자신이 본 미인이, 알파드의 첫사랑보다 더 이쁠 거라고 자부했다. 진짜 미인인 걸. 달빛을 저보다 이쁘게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더 있을 리가. ―눈 앞의 미인이 알파드의 첫사랑일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레이시였다.

 

생각하느라 레이시의 작은 머리통이 고개를 갸웃대는 사이. 멜리사 칼렌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야에 복도 구석에 자리잡고 앉은 검은 고양이가 들어왔다. 아직 성체가 되지 못한 아기 고양이 같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작은 머리통이 이리저리 갸웃거리는 것이 귀여워 멜리사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가. 여기서 뭐하고 있니?”

 

자신의 머리 위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레이시가 고개를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미인이 자신의 눈 앞에 와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레이시가 몸을 일으켜 뒤로 점프했다. 고양이 특유의 점프력으로 순식간에 멜리사에게서 멀어진 레이시가 경계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기 고양이의 경계에 서운해하기도 잠시. 레이시가 경계를 풀고 멜리사에게 다가갔다. 미인은 죄가 없다. 그녀의 신조였다. 예외가 있다면 열차에서부터 시비가 붙은 아브락사스 말포이일 것이다. 그건 옛날부터 재수가 없었다. ―역시나 눈 앞의 미인이 아브락사스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었다. 알았어도 달라지는 건 없지만.

 

멜리사의 손등에 작은 머리를 비비자 멜리사가 웃으며 레이시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턱 밑을 가볍게 긁어주자 고양이가 작게 소리를 내며 기뻐했다. 기쁠 수 밖에. 레이시에게 이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레이시가 고양이 애니마구스인 걸 아는 사람은 드물고 알파드에겐 허락하지 않으니까.

 

아기 고양이를 살피던 멜리사는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품에 안아들었다. 따뜻한 것을 좋아하는 레이시에게 미인의 품 속이란 천국이나 다름이 없었다. 미야아옹. 기분 좋은 울음소리에 멜리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멜리사는 그대로 고양이를 안고 연회장으로 향했고 저녁 시간 내내 레이시는 멜리사의 무릎에 누워 잠을 청했다.

 

많은 여학생들이 멜리사를 부러워했다. 그들도 복도를 돌아다니는 검은 아기 고양이의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시는 호그와트에 입학한 이후로 저녁 시간이 되면 자주 애니마구스로 변해 산책을 즐겼고 가끔 학생들과 마주쳤는데 그 때 마다 햐악 거리며 손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워낙 예민한 아기 고양이로 유명해졌다보니 고양이를 무릎에 눕힌 멜리사가 제법 부러웠을 것이다. 멜리사로선 처음 듣는 소문이라 웃으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나, 레이시가 간과한 것은. 레이시가 애니마구스로 변한 첫 날, 그리핀도르 학우들에겐 이미 들켰다는 것이다. 슬리데린 테이블이 소란스러워지자 몇몇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파악에 나섰고 멜리사의 무릎에 누워서 식빵을 굽는 레이시를 발견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샤를루스 포터가 슬리데린 테이블로 다가오나 경계와 견제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유있게 미소를 지으며 샤를루스가 잠자는 레이시를 깨웠다. 거기서 자면 안 되지. 넌 그리핀도르라고. 멜리사가 깨우지 말라고 말리려던 순간, 레이시가 눈을 떴다.

 

‘아, 맞다. 나 들켰지?’

 

음. 뭐, 괜찮겠지. 그녀가 애니마구스인 것을 아는 건 그리핀도르 뿐이었으니 말이다. 레이시가 느긋하게 기지개를 펴고 샤를루스의 어깨 위로 뛰어오르자 멜리사가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그걸 보지 못한 레이시는 샤를루스의 잔소리를 두 귀로 흘리며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돌아갔다.

 

 

 

나중에 슬리데린 테이블의 누군가로부터 눈초리를 받은 것은 기분 탓일 것이다. 물론 레이시는 모르는 척 했다.

 

 ‘어쩌라고. 꼬우면 너도 애니마구스 하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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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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